코코넛위기와 조령모개(朝令暮改) 경쟁력

116호 (2012년 11월 Issue 1)

 

“미래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인물이다.”

뉴욕 월가의 요다로 불리는 고() 피터 번스타인의 말입니다. 그의 지적대로 21세기 경영 환경의 특징은불확실성이란 한 단어로 요약됩니다. 미래를 알고 싶은 인간의 욕구가 여전하고 수많은 방법론이 나왔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나 동일본 대지진, 중동 지역의 자스민혁명 등을 정확히 예측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글로벌화, 정보기술 발전, 경계 파괴, 지식 혁명 등의 트렌드가 한데 어우러져 세상이 극도로 복잡해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안정적 환경에서 경쟁우위를 창출하기 위해 고안됐던 다양한 방법론들이 위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치밀한 전략 기획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우수한 전문가 집단이 미래를 예측하고 전략을 수립하면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통념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성공하는 조직들은조령모개(朝令暮改)’에 능합니다. 수시로 방침을 바꾸는 것은 과거 안정적 환경에서 무능의 상징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환경이 급변하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해주는 유용한 역량입니다. 일관성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심리적 성향을 거부하는 용기 있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조령모개에 능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의 성장을 이끌었던 윤종용 전 부회장도 이미 절반이나 진행된 반도체 설비 공사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등 변화 적응을 위해 과거의 의사결정을 자주 뒤집었다고 회고합니다.

 

조령모개 역량의 현대적 변용 중 하나가즉흥적 역량(improvisational capabilities)’입니다. 지휘자의 절대적 권위하에 짜여진 각본대로 열심히 연습해 음악을 들려주는 오케스트라처럼 조직을 운영하기보다 재즈처럼 즉흥 연주를 할 수 있어야 변화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코코넛이 떨어지는 것처럼 예측하기 힘든 위기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역량입니다.

물론 즉흥적 역량을 키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관성을 추구하는 심리적 성향을 거슬러야 할 뿐 아니라 탄탄한 기본기는 물론이고 환경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촉각도 필요합니다. 실제 재즈의 즉흥 연주자들은 음악에 대한 기본적 이해는 물론이고 청음 연습도 많이 해야 상대와 조화롭게 연주를 이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재즈 연주자와 마찬가지로 즉흥적 역량 또한 학습을 통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운영 원칙이나 전략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주고 훈련과 반복을 통해 실행을 거듭하면서 학습하는 조직은 남다른 즉흥적 역량을 축적할 수 있습니다. 스탠퍼드대의 캐슬린 아이슨하트(Kathleen M. Eisenhardt) 교수 등에 따르면 탁월한 기업들은 의외로 매우 단순한 몇 가지 원칙을 토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기껏 대여섯 개의 명확한 지침만 내려주는 게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시스코 같은 회사는직원 수가 75명 이하연구개발 인력이 75% 정도현재 제품으로 수익을 내며미래 제품의 성장성이 있는 기업을 인수한다는 간단한 지침만 제시했고 다른 부분은 자율성을 존중해주는 방법으로 성장 가도를 달렸습니다.

 

지금까지 DBR은 위기관리와 관련한 다양한 스페셜 리포트(6 Risk Management, 19 Credit Crunch & Business, 21 Management under Uncertainty, 78 Corporate Resilience)와 아티클을 제공했습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는 지금까지와는 다소 다른 접근을 했습니다. 체계적인 예측을 토대로 위기관리 방안을 제시하려 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발생 빈도를 예측하기 힘든 코코넛위기를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이번 기획이 기업의 위기대응 및 즉흥적 역량 향상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DBR은 지난해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를 초청해 진행했던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에 이어 올해 포럼에는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를 초청했습니다. 포럼과 관련한 스페셜 섹션도 이번 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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