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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포터 교수도 못 본 글로벌 트렌드: 다중 가치사슬

문휘창 | 105호 (2012년 5월 Issue 2)








스티브 잡스와 오바마 대통령의 차이점

 

2011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우드사이드(Woodside)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12개 주요 IT 기업의 CEO들과 함께 저녁식사 모임을 가졌다. 이는 미국의 혁신을 위한 투자와 사기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모색하기 위한 모임으로서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애플의 고() 스티브 잡스(Steve Jobs)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는 스티브 잡스에게 2010년에 팔린 7000만 대의 아이폰과 3000만 대의 아이패드, 그리고 5900만 대의 기타 애플 제품들이 모두 해외에서 제조됐는데 이들을 미국에서 제조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스티브 잡스는 간단하면서도 단호하게아니오. 그 일자리는 미국으로 돌아 오지 않을 것입니다(No, those jobs aren’t coming back)”라고 대답했다. “한번 고려해 보겠습니다정도의 답을 기대했던 오바마 대통령에게 스티브 잡스의 대답은 참으로 난감하기만 했다. 그는미국인으로서의 스티브 잡스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 반, 또 이 대답에 대해서 본인이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난감함 반으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2012년에 있을 대통령 재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 국민들의 불만, 특히 실업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 문제는 매우 중요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들을 위해 수천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5년 안에 수출을 두 배 정도 늘릴 것이며 기업이 더 성장하고 고용을 증진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강화할 것이라는 계획을 여러 CEO들에게 알릴 생각에 흥분해 있었다.

 

이 대화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과 같은 정치가와 스티브 잡스 같은 기업가의 입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정치가에게는 선거에서의 실제 득표율과 직접 연결되는 해당 지역 유권자들의 지지가 제일 중요하다. 따라서 유권자의 경제적 이익, 예를 들면 일자리 창출과 만족할 만한 임금수준이 주요 관심 사항이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와 같은 기업가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에게는 지역에 상관없이 최소의 투입으로 최대의 이윤을 남겨 주주들을 위한 배당금을 늘리고 기업의 성장을 이루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난감했던 것은 이러한 정치가와 기업가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가와 기업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먼저 활동범위에서 정치가는 국내 문제를 주로 다루지만 기업가는 국내외 전반을 활동범위로 한다. 주요 관심대상은 정치가에게는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이지만 기업가에게는 기업의 모든 관계자다. 따라서 정치가는 고용안정과 사회복지를 통한 배분을 우선으로 하는 반면 기업가는 기업활동을 통한 이익창출을 지향한다. 각자의 서로 다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정치가는 수출을 선호하고 수입을 꺼리는 보호주의정책을 활용하지만 기업가는 가장 좋은 품질의 중간재를 가장 싸게 조달할 수 있도록 가치사슬 각 부문 활동의 재배치를 통한 효율성 증진이란 방법을 활용하게 된다. 이렇게 다른 차이로 인해 정치가는 ‘Made in home country’ 제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 다른 나라를 경쟁의 대상으로 보는 반면 기업가는 ‘Made in the World’의 좋은 제품을 더 싸게 생산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협력의 대상으로 본다. 결과적으로 정치가는 소득격차 해소를 위해 소득을 재분배하는 반면 기업가는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이러한 차이점들을 보기 쉽게 정리하면 < 1>과 같다.

 

철저한 기업가의 입장을 고수한 애플은 ‘Made in America’가 아닌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란 글귀가 적힌 제품을 세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홍콩에 있는 세계 최대 의류 및 소비재 공급 기업인 리앤펑(Li & Fung Limited)의 회장 빅터 펑(Victor Fung)은 미국의 유명 언론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과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과거에 우리 회사는 아시아에서 제품을 공급받고 미국이나 유럽에 팔았지만 이제는 생존의 법칙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공급받고, 어느 곳에서든지 제조하고, 어느 곳에서나 제품을 팝니다.”즉 원가가 싼 곳에서 자원을 공급받고, 생산비가 제일 싼 곳에서 제조를 하고, 좋은 시장이 존재하는 곳에서 제품을 판매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기업의 국제화는 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 발전속도를 더욱 빠르게 한다.

 

세계의 석학, 마이클 포터 교수 이론의 문제점

 

오바마 대통령 이외에 미국의 경쟁력을 특히 걱정하는 또 다른 매우 중요한 사람이 있다. 그는 경영전략의 대가이며 세계적인 석학인 하버드대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이다. 마이클 포터와 그의 동료 잰 리브킨(Jan Rivkin) 2012 3월 호<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쓴 두 편의 글에서 이 효율성과 생산성의 향상에 대해서 앞에서 언급한 국제화와는 반대적인 입장에서 역설했다. 이들은 최근 미국의 국제경쟁력 약화가 정부정책의 미흡함과 사기업들의 무분별한 해외 진출에 있다고 봤다. 특히 그중 이들은 논점의 중심을 해외 진출 기업에 뒀다. 포터와 리브킨은 다수의 기업들이가장 효율적으로 전체 비용이 제일 낮은 쪽을 선택한다기본법칙을 무시하고 마구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싼 인건비를 찾아 무조건 해외로 진출했던 다수의 미국 기업들이 얻는 이득이 해외 생산기지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비용으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 포터와 리브킨은 기업이 비즈니스 활동의 여러 측면에서 제대로 거래비용을 분석해서 효과적으로 경영을 해야 하며 가능하면 외국보다는 국내에서 비즈니스 활동을 영위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이 가지고 있는 우위 가운데 중요한 것은 생산성인데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비록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의 임금보다 비싸기는 하지만 이들의 생산성이 개발도상국 노동자들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기업의 해외 진출과 미국 내 잔류를 비교할 때 그다지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경우 해외 진출로 인한 투자비와 늘어난 공장과 인력에 대한 경상비가 더욱 증가해 이익을 얻기보다는 손해를 더 본다고 주장했다. 해외 진출보다는 미국 국내에 활동을 집중시켜 발전한 기업의 좋은 예로 그들은 특수유리, 소비재 세라믹 제품, 광섬유 및 LCD로 유명한 미국의 코닝(Corning)사를 들었다. 코닝은 뉴욕주의 코닝지역에 자리잡고 있는데 지역 내 연구소 및 학교에 많은 투자를 해 생산성이 높은 노동력을 창출했으며 이로 인해 코닝이 더 많이 발전하게 됐다. , 해외로 진출하는 것보다는 가능하면 국내에 있는 편이 기업의 발전은 물론 국가의 발전에 더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매우 논리적인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좀 더 자세하게 분석해 보면 이러한 시각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제적인 현실은 포터와 리브킨이 말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교통수단과 통신수단이 급격히 발전해 예전에 비해 운송비는 더욱 저렴해졌고 이에 따라서 세계무역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한때 유행하던 아웃소싱(outsourcing)이란 단어는 여전히 경영서적에서 찾아 볼 수 있지만 실무를 수행하는 기업가들은 요즘 이 단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한다. , 이제는 인소싱, 아웃소싱의 개념이 거의 무시되고 있다. 실제적으로 많은 기업들은 글로벌 가치사슬을 활용하고 있다. 인소싱과 아웃소싱의 구별 없이 상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중간재를 가장 싸고 효율적으로 구할 수 있는 곳에서 조달해서 경쟁자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또는 더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서 세계 어느 곳이든 판매하는 것이다.

 

노동 집약적인 산업일수록 가치사슬은 임금이 싼 개발도상국으로 많이 퍼져 있는 반면 기술 집약적인 산업일수록 가치사슬의 많은 부분이 선진국에 많이 집중돼 있다. 산업의 특성에 따라 살펴보면 (1)기술력이나 품질 면에서 매우 뛰어나야 하는 반도체, 항공기 산업 등 (2)소비자의 입장에서 품질을 쉽게 구별할 수 없지만 건강과 관련성이 높은 제약업이나 특수 식품가공업 (3)기계화 자동시스템으로 인해 노동자의 임금에 민감하지 않은 제조업, 그리고 (4)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짧은 시간 내에 빨리 대응해야 하는 디자인과 배송 관련 사업들은 국내에 위치하는 것이 더 좋다. 그러나 이외의 산업들은 해외에서 생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예를 들면, 애플(Apple)은 제조를 위한 인적자원 관리는 중국에 있는 팍스콘(Foxconn)에 위탁을 했고, 기술 개발과 조달은 주로 애플 미국 본사에서 관리한다. 제조에 관련된 물류 투입, 물류 산출은 중국의 팍스콘에서 다루며 운영, 특히 제조는 팍스콘이 관리하는 중국의 여러 중소기업들에서 일하는 중국 노동자들이 맡아서 한다. 마케팅과 판매, 그리고 서비스 활동은 세계 각 곳에 퍼져 있는 애플의 각국 법인에서 담당한다. (그림 1) 즉 고도의 기술이나 세련된 디자인과 각 부품의 조달에 관련된 활동은 미국 현지에서 진행하지만 그외 물류 투입, 운영, 물류 산출과 같이 생산비를 싸게 할 수 있는 부문들은 중국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소비자의 반응에 민감한 마케팅과 판매, 그리고 서비스 활동은 세계 각국에서 독립적으로 하고 있다.

 

애플과는 달리 전통적으로 노동 집약적 산업인 신발의류 산업의 나이키(Nike)의 경우 가치사슬의 각 부문 활동이 애플보다 더 많은 국가에 퍼져 있다. 지원활동에서 고도의 기술 및 세련된 디자인과 관련된 기술개발은 주로 미국 내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그외 인적자원 관리 및 조달은 각국에 있는 나이키 법인 또는 공장에 맡겨져 있다. 주요 활동에서는 물류 투입, 운영, 그리고 물류 산출은 생산비를 고려해 나이키의 제조공장 또는 협력 업체가 있는 중국,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각국에 퍼져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의 반응에 민감한 마케팅, 판매, 그리고 서비스 활동은 각국 법인 또는 파트너가 맡고 있다. 나이키의 경우 노동 집약적인 산업이며 또한 신발, 의류, 기타 스포츠 제품 등 다양한 상품을 제조하기 때문에 애플보다도 국제화의 수준이 더 높다. (그림 2)

 

미국은 매우 선진화된 국가이기 때문에 미국 내에는 노동 집약적인 산업보다는 기술 집약적인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광섬유, 제약, IT 및 항공기와 같은 기술 집약적인 산업에서는 주로 가격으로 경쟁하기보다는 성능이 뛰어나거나 최고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등의 차별화를 통해 국제시장에서 경쟁한다. 따라서 가격보다는 제품의 세련도가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노동 집약적인 의류, 신발 등은 성능보다는 주로 가격으로 승부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므로 이들 산업에서는 그 어느 산업보다 생산성이 중요하다. 포터와 리브킨은 바로 이 두 가지 중 미국에 주로 밀집해 있는 기술 집약적인 산업만을 보고 국제화를 간과한 글을 쓴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대부분의 미국학자들이 가지고 있는데, 특히 포터의 경영전략 이론의 여러 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포터와 리브킨은 단일 가치사슬로 된 기업과다중 가치사슬로 된 기업(multi-domestic corporation)’을 구분하지 않았기에 잘못된 시사점을 도출했다. 애플과 나이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은 가치창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해외 진출을 하지 않고 미국 국내에 자리 잡아 포터와 리브킨이 예시로 든 코닝의 경우 가치사슬 전체가 미국 국내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회사의 전체 이윤의 약 4분의 3이 해외에서 창출된다는 점이다. 이를 기반으로 잘 살펴보면 코닝 역시 아시아, 중동, 유럽, 남미 할 것 없이 퍼져 있으며 각국에 거의 독립적인 가치사슬을 가지고 있다(몇몇 국가에는 가치사슬의 일부만을 두고 있는 경우도 있다).따라서 애플이나 나이키와 코닝의 차이점은 하나의 가치사슬을 부문별로 국제화했느냐, 또는 독립된 여러 가치사슬 일체를 여러 국가에 둬 국제화를 했느냐의 차이일 뿐 두 경우 모두 적극적인 국제화를 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 포터와 리브킨은 국내화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코닝의 다중 가치사슬을 전체 그림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미국 내에 위치한 하나의 가치사슬만을 보았기 때문에 왜곡된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그림 3)

 

한국에 대한 시사점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어 그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자급자족의 비중이 크다. 이러한 미국에서도 노동 집약적인 산업의 나이키, 기술 집약적인 산업의 애플, 그리고 거대장치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코닝조차 국제화를 통해 성공을 이뤘다.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서 한국은 부존 자원이 부족하고, 시장도 상대적으로 작으며, 기술력도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더욱 적극적인 국제화를 추진해야 한다. 국제화를 통해서 해외 자원을 더 싸게 구매할 수 있으며 해외 시장을 개척해 더 많은 제품을 팔 수도 있다. 또한 해외기업들과의 교류를 통해 기술력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 국제화는 이렇게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의 한국 기업들에는 국제화에 대한 전략의 정교함이 부족하다. 몇몇 대기업이 국제적으로 선전을 하고 있지만 과거 선진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상당기간 고전한 후에 성공을 거뒀던 것처럼 아직도 많은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전철을 밟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전략을 수립해서 효율적인 국제화를 추진해야 한다. 또한 한국 사회에는 아직도 반국제화 정서가 팽배해 있다. 이중국적자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들의 사회 진출에 대해서 성공한 한국 이주 사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한국에 끼칠 피상적인 반작용만을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다. 국제화에는 물론 부작용이 따른다. 그러나 국제화의 가장 큰 장점은 선택의 폭을 넓혀 더 큰 발전의 가능성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화 전략을 잘 활용하면 강점을 더욱 강화하고 약점을 효율적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cmoon@snu.ac.kr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에서 강의했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경쟁력, 경영전략, 해외직접투자, 문화경쟁력 등이다. 현재 국제학술지편집위원장도 맡고 있다. 다수의 국내외 기업, 외국정부(말레이시아, 두바이, 아제르바이잔, 중국 광둥성), 및 국제기구(APEC, UNCTAD, IBRD)의 자문을 담당했다.

  • 문휘창 문휘창 | - (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현) 국제학술지 편집위원장
    - (전)미국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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