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Drucker is Still Alive
편집자주
DBR은 피터드러커 소사이어티와 공동으로
Issue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경쟁 압력이 극심해지는 환경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분배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정책이 추진되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피터 드러커의 견해는 무엇인가. 기업은 어떤 수준까지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가.
Drucker’s Solution
왜 우린 지금 사회적 책임의 기치를 들 수밖에 없는가?
2008년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책임을 소중히 여기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공명하듯 G20의 정상들도 한결같이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이 세계를 건강하고도 역동적이게 만드는 유일한 길임을 확인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무수히 많은 기업 관련 스캔들과 공직자 및 공공 부문의 비리, 부정 등을 지켜만 보던 국민들이 다양한 채널과 조직을 통해 압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쟁의 초기에서부터 이슈를 선도해 왔던 피터 드러커 교수는 작고 전인 2000년 초 한 인터뷰를 통해 “경영이 기업의 영역을 초월해 현대 사회의 모든 기관들을 지배하는 주요 장기(Organ)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은 사람과 권력, 가치관, 구조, 규범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책임들’에 관한 학문이라면서 경영과 책임은 불가분의 활동임을 강조했다. (그는 ‘책임’을 대문자로 표기했다.)
드러커 교수에게 경영학은 시대의 리더를 키워내는 인문학(liberal art)이었다. 과거 200여 년간 사회는 점차 대규모 조직들에 의해 운영되는 형태로 진화돼 왔는데 이런 조직들이 효과적이지 못하거나 비윤리적일 때 사회 전체가 엄청난 대가(세계 1, 2차 대전, 경제공황, 비윤리적 다국적 기업들의 부패 등)를 치른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경험해 왔다. 경영학의 대부가 경영학의 근본을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를 육성하는 인문학’이라고 일갈한 배경에 그가 직접 경험한 히틀러의 시대, 공산주의 등과 관련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경영, 경영학의 진정한 의미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드러커 교수는 사업·기업의 제1의 책임은 물론 경쟁력과 혁신에 입각한 경제적 성과 창출이라고 강조했다. 투입한 자본의 비용을 회수할 수 없는 수준의 수익성을 보이는 사업은 무책임하고 사회적 낭비라고까지 봤다. 경제적 가치 창출은 다른 사회적 책임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성과가 사업·기업의 유일한 책임은 아니다. 모든 조직은 그 활동으로 야기된 영향들, 즉 종업원, 환경, 고객 및 사업과 연관된 모든 이해관계자들 및 대상에 대해 온전히 책임을 지게 된다. 기업·기관의 경영자들은 그들 활동의 미래를 예측하고, 신중히 생각해 그들의 사업활동들로 야기될 사회적 문제들을 내다볼 수 있어야 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들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사회적 책임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드러커 교수는 사회적 책임을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하나는 기업·기관이 사회에 대해 행하는 영향과 관련된 것이고(부정적 영향의 방지), 다른 하나는 기업·기관이 사회를 위해 행할 수 있는 것, 즉 사회적 문제들의 해결에 기업가 정신을 통해 참여하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은 부정적 결과들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의미에서 사회의 대차대조표상에 사회적 자산과 자본의 잉여를 남길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기관들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들과 해결할 필요가 있는 문제들을 그들의 성과 창출 기회로 전환해나가는 기업가 정신과 사회적 혁신 안목을 필수적으로 갖출 필요가 있다.
사회적 책임활동의 무한계인가? 언제 “아니오”라고 말할 것인가?
그러나 조직이 지나치게 과도한 자원, 시간, 노력을 조직의 역량으로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책임활동에 몰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사회적 문제들이나 요구들을 해결하려다 경제적 성과 창출을 내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업·기관들은 사회적 혹은 공공의 필요들을 그들의 성과 및 성취로 전환시키는 데 가장 우선적으로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패스트푸드 회사들은 아동 비만을 방지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함으로써 사회적 폐해에 대응해야 한다. 또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체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사업·기관들에 대해서는 규제를 통해서라도 사회적 해악을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최첨단 전자제품회사, 고급 질병퇴치 약품을 다루는 회사, 재화와 서비스를 오지에까지 도달하게 하려는 유통, 물류 기업·기관들 등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사업 기회로 전환해 기업가 정신을 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 회사가 자신들의 제품을 필요로 하지만 구입할 예산이 없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책임까지 질 필요는 없다. 다만 디지털 갭을 줄이거나, 의약품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높이거나, 질병퇴치를 위한 계도와 위생적 삶을 계몽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회적 문제들의 해결에 동참하면서 성과와 성취를 병행해 나갈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을 수행한다는 것은 옳은 일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옳은 일들을 잘하는 것도 포함한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장영철 피터드러커 소사이어티 상임 공동대표•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ycchang@khu.ac.kr
필자는 서울고, 한국외국어대, 서울대 대학원을 거쳐 캐나다 토론토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경희대에 재직하고 있다. 한국윤리경영학회 회장을 지낸 바 있으며 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회장, 피터드러커 소사이어티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또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담당공익위원, 지식경제부 이러닝산업심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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