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연세-SERI EU Center 공동 기획: EU시장 공략 전략-3
편집자주
7월1일 발효된 한-EU FTA는 국내 기업에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이자 성장과 발전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DBR은 한-EU FTA 발효를 맞이해 연세-SERI EU Center와 함께 한국 기업의 유럽시장 공략 전략을 시리즈로 게재합니다.
2003년 8월 정부가 FTA 추진 로드맵상 미국, 중국과 함께 EU를 중장기적 FTA 추진대상국으로 선정했다. 7년이 지난 2010년 10월6일 한-EU FTA가 정식으로 서명됐고 2011년 7월1일자로 드디어 잠정적으로 적용하게 됐다. 이 글에서는 EU 시장에 상품을 수출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법률적 사항들을 소개하겠다.
1. 관세 양허
세계 1위의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한국과 제2의 무역 파트너인 EU는 평균 5.3%라는 관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특히 한국 기업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 TV 등 영상기기 및 섬유제품에 높은 관세율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번 FTA 체결로 관련 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됨으로써 한국 기업들은 영업하기에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 한-EU FTA의 적용으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양돈, 낙농, 양계 등의 축산업 및 농수산업과는 달리 공산품의 경우 한국은 7년 이내, EU는 5년 이내 모든 품목의 관세철폐를 관철함으로써 대EU 수출이 상당할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표1] 공산품 양허 결과
[표2] 양허 구간별 주요 품목 |
2. 원산지 인증
한-EU FTA 체결 효과로 인한 무관세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해당 수출제품이 한국에서 생산됐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 협상과정에서 원산지 인정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는데 이는 중국 등 제3국의 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관세상의 혜택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결국 인증수출자제도를 도입하게 됐다. 한-EU FTA는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원산지 인정 기준으로 완전생산기준, 세번변경 기준 또는 부가가치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며 품목에 따라 특정 공정 가공을 인정하고 있다.
[표3] 원산지 인정 기준
[표4] 품목별 원산지 기준 |
[표5] 인증수출자 지정 현황
만약 해당 기업이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면제받은 관세를 추징당하고 나아가 수입국 법령이 정하는 벌금이 부과되거나 징역까지 구형될 수 있다. 특히 EU는 통상 수입건의 0.5%를 선별해 원산지를 검증하고 원산지 기준을 위반하는 경우 27개 회원국의 관세당국에 이를 통지해 추가적인 검증을 받아야 할 수도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U는 1999년 FTA를 악용하거나 반덤핑관세의 회피를 차단하기 위해 부정무역단속국(OLAF)을 설치해 원산지 검증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원산지 검증에 대비하기 위한 지원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현재 정부는 중소기업 보급용 원산지관리프로그램(FTA-PASS)을 개발해 무료로 배포(2010년 9월)하고 있다. 또 자금이나 인력이 부족한 중소 수출기업의 인증수출자 지정과 원산지 검증 대비를 지원하기 위해 원산지 모의검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산업별ㆍ업종별 FTA 원산지 검증 대응과 관련해 매뉴얼을 제작·배포할 계획이며 한-EU 간 품목분류 및 원산지 규정이 상이한 사례를 수집해 분석한 내용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방안을 잘 고려해 기업들은 인증수출자로 지정돼 실질적인 특혜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3. EU의 환경규제
EU의 경우 이웃 국가 간의 국경이 매우 인접하다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하천ㆍ대기 등의 자연환경을 밀접하게 공유하고 있다. 1990년대 EU 내에서의 전기전자제품 폐기물은 연간 약 600만 톤으로 매년 5%씩 증가했으나 별다른 전처리 과정 없이 매립 또는 소각됐기에 매립지 오염이 문제가 됐다. 이에 EU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한 각종 지침을 제정해 실시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EU에 상품을 수출하고자 하는 경우 이러한 지침을 준수하지 않으면 상품의 반입자체가 불가능하므로 EU의 각종 환경규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특히 지구온난화 시대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의정서의 이행 등 눈앞에 닥친 상황을 고려하면 EU의 환경규제는 갈수록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몇 가지 주요한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RoHS 유해물질 사용제한지침
RoHS는 전기ㆍ전자제품의 유해물질 사용을 제한하는 지침으로 그 대상은 WEEE에 해당하는 품목 중 특정한 의료기기를 제외한 전기ㆍ전자제품이다. 폐전기ㆍ전자제품의 처리 및 재활용 과정에서 재활용성을 저해하거나 환경오염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는 특정 유해물질의 사용을 제한하고 덜 해로운 물질들로 대체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현존하는 전기ㆍ전자제품의 유해물질 사용금지 규제의 본격적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② WEEE 폐전기ㆍ전자제품처리지침
WEEE는 당시 EC 설립조약 175조(현 EU기능조약 제192조)에 근거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3년 2월13일에 발효한 지침이다. 소비자에 의해 사용된 후 소각, 매립되지 않은 전기, 전자장비에 포함된 모든 부품, 부속품과 소모품을 생산자로 하여금 일정한 비율로 회수해 재활용하도록 의무화한 지침이다.
주요 전기, 전자제품별로 회수(recovery), 재사용(reuse) 및 재활용(recycle) 비율을 정하고 있으며 이 비율을 준수하는 기업의 전기ㆍ전자제품만이 EU 내에서 판매 가능하다. 전자제품을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인식해 해당 전자제품을 ‘자원’으로 회수해 최종 처리를 하는 것을 생산자의 의무로 두고 있다. 이는 재사용, 재활용, 재생 등을 통한 폐전기ㆍ전자제품의 최종 처리량을 줄여 폐전기ㆍ전자제품에 대한 전 과정(Life Cycle)에서의 환경성을 개선한 것이다.
③ REACH 신화학물질제도
EU에서는 1967년부터 화학물질규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에서는 1981년 9월18일을 기점으로 ‘신규화학물질’과 ‘기존화학물질’을 분류하고 있다. 신규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제조ㆍ수입업자가 안전성 평가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행정부가 심사해 물질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있다. 약 3만여 종에 이르는 기존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행정부가 안전성 평가를 직접 실시, 조치를 취하고 있었으나 조치 근거에 대한 입증이나 다른 EU회원국 간의 조정에 시간이 걸리는 문제 때문에 신규 물질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실시한 것은 실제로 몇 건에 불과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2001년 2월, 유럽집행위원회는 ‘이후의 화학물질정책에 대한 전략백서’를 발효해 공업용화학물질의 심사 및 규제 구조를 대폭 수정해 리스크 평가ㆍ관리를 강화하는 방침을 밝혔다. 또 새로운 화학물질규제로서 REACH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2006년 12월에 EU의 2차적 법원 중 최상위 법률에 해당하는 규칙(regulation)으로 채택됐으며 EU의 27개 회원국은 물론 유럽경제지역(EEA)에 속하는 3개 국(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도 REACH의 적용을 받게 된다. 2007년 6월부터 시행됐으며 유럽화학물질청(MOFA)이 발족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규제가 실시되고 있다. REACH의 시행으로 산업계는 스스로 자신이 취급하는 물질에 대한 위해성 및 입증책임을 갖게 돼 사전등록, 신고, 허가, 제한 등의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 REACH의 기본적인 적용대상은 ‘물질’이며, 이는 물질 자체뿐만 아니라 혼합물 및 완제품 내에 포함돼 있는 물질 모두를 포함한다.
4. 법률서비스 개방
현재 우리 법은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변호사만이 법률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고 국내 변호사만이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법무법인(유한), 또는 법무조합을 개설할 수 있어 외국인 변호사의 국내 법률시장 접근이 제한됐다. 그러나 한-EU FTA에서는 법률서비스 시장개방과 관련해 한미 FTA에서 보여준 3단계의 과정을 통한 순차적이고 점진적인 법률시장 개방이 아닌 동시개방으로 외국법자문서비스와 국내 로펌과의 업무제휴 및 변호사 고용을 한꺼번에 달성하고자 한다. 한국의 법률서비스시장 개방에 대해 EU는 EU 출신의 법조인은 본국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공격적이고 세밀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세계 제일의 법률서비스 강국인 영국 대형 로펌들이 현재 삼성동과 서초동에 사무실을 개설해 국내 시장 간 보기에 들어갔고 이러한 작업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는 ‘위기를 기회로’라는 기치를 내걸면서 한-EU FTA 잠정발효로 몰려올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 영국 로펌에 대해 국내 법률시장이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함을 강조했다.
한국 로펌들은 향후 외국 변호사가 국내에 진출하는 것과 관련해 우수한 외국 변호사와의 경쟁에 대비한 전략뿐만 아니라 반대로 질이 낮은 변호사의 유입으로 인한 국내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하고 구제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법률서비스 시장개방은 상호적이기에 한국의 변호사가 외국으로 진출하는 길도 함께 열렸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시장이 잠식당하는 것만 우려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더 큰 해외시장으로 진출해 법률서비스를 펼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
5. 정부조달
한국과 EU는 모두 WTO 정부조달협정(GPA)의 회원국으로 일반 정부조달시장은 현행 GPA 양허 내용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해 현행 WTO GPA 양허 이상의 추가 개방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GPA plus 요소로 한미 FTA에서 도입한 입ㆍ낙찰 시 상대국 내 과거실적 요구 금지 조항을 포함시키고 정부조달작업반(Working Group)을 설치토록 했으며 양측 민자사업 시장도 대폭 개방하기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EU 정부조달시장에 참여한 경험이 없는 한국 업체가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거대 규모의 EU 민자사업 시장에 진출할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덕영 연세-SERI EU Center 네트워크팀장·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lawpd@daum.net
필자는 연세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후 같은 대학에서 국제경제법에 관한 연구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또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법학석사(LL.M.)를 취득하고 에딘버러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현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통상법과 지적재산권 및 국제환경법에 관한 다수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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