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모델 혁신 유형과 함정

과거 아이디어의 덫에서 과감히 벗어나라

72호 (2011년 1월 Issue 1)

 
 
 
강영민 <Austin Cruiser> 디지털프린트, 플렉시글라스, 100X130cm, 2010
전환의 시대(Diversion Era). 재개발되는 낡은 집과 초고층 빌딩이 공존하는 도심. 여기에는 과거와 현재, 정착과 이주, 평면과 입체가 혼재한다. 강영민 작가는 도심의 이런 모습을 우주선의 표면에 담아 재현했다. 할리우드 SF 영화에 나올 법한 우주선은 과거와 현재를 싣고 저 멀리 미래로 비상할 것이다. 이는 급변하는 초경쟁 환경에 놓인 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미래의 성장 동력을 찾는다는 점에서 이번 호 스페셜리포트 <Business Model Innovation>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 표지에 실린 <중국산 트로이의 목마>는 세계 소비 시장을 점령한 ‘Made in China’ 제품을 트로이의 목마로 형상화한 것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위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강 작가는 서울대 서양화과, 미국 텍사스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뒤 현재 추계예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에스프레소잔을 들고 멋진 미소를 띄웁니다. 다국적 기업 네슬레의 ‘네스프레소(Nespresso)’ 광고의 한 장면입니다. 네스프레소는 “평범한 사람들도 숙련된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처럼 완벽한 커피를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결과 에스프레소 원액을 담은 커피 캡슐과 가정용 커피 머신을 함께 판매하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했습니다. 덕분에 네슬레는 에스프레소 시장을 개인 영역으로까지 넓혔고, 2000년 이후 매년 30% 이상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 찾기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먹거리는 태양광이나 연료전지, 바이오 등 신기술에만 있지 않습니다.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 즉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급변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서 경쟁 우위를 높일 수 있습니다. DBR은 2011년 첫 스페셜 리포트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 방법론을 종합했습니다. 스페셜 리포트에 제시된 다양한 방법론을 토대로 새로운 혁신 아이디어를 만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업계가 만들어내는 상품과 서비스는 점점 범용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고객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면서 수익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가치제안이 필요합니다.”(평면 스크린 제조업체 임원)
 
“우리는 신흥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장에서는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이 유효하지 않을 것입니다. 혁신이 절실한 상황입니다.”(글로벌 은행 임원)
 
“비용도 절감해보고 마케팅 효율성도 개선해봤습니다. 신제품 출시도 했고요. 그런데 성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렵습니다.”(정보통신 기업 임원)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많은 고객사 임원들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이런 문제를 잇달아 토로한다. 이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열쇠가 바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다.
 
오늘날 기업환경의 변동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업계의 질서를 뒤흔드는 규제변화나 기술발전이 나타나고 있으며, 제품과 서비스가 쉽게 모방되는 극심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2011년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지속 가능한 우위를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따라서 새로운 경쟁방식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불확실성 시대: 적응우위 지닌 자가 살아남는다
기업들이 직면한 환경변화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고객선호도가 자주 변한다. 장기적인 메가 트렌드 혹은 단기적인 유행의 영향으로 고객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이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둘째, 기술변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창조적 파괴를 가능케 하는 다양한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무엇이든 더 신속하게, 더 나은 방식으로, 더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아졌다. 셋째, 시장에서 외부 요인의 변화가 잦아졌다. 규제 변화, 언론과 미디어의 관심도, 대중과 사회의 인식과 태도 등으로 변동성이 높아졌다. 넷째, 영역별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산업 간 경계와 지리적 경계 모두 흐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는 동시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리더의 위치를 지키기가 더욱 힘들다. BCG의 분석 결과 업계 상위 3위 즉, ‘톱3’안에 드는 기업이더라도 그 위치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를 각각 비교한 결과 톱3의 위치에서 밀려난 기업의 비중은 점차 늘었다.(그림1)
 
 
특히 2000년 이후 최근에는 이 비중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2000년대 들어 변동성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기업들은 상업은행, 인터넷기업, 금속 및 광물기업, REITs(부동산 투자신탁) 기업들이다. 특히 톱3에서 밀려난 이후, 5년 이내에 업계 톱10의 지위에서도 밀려나는 기업은 더욱 많다. 5년 이내에 다른 기업에 인수되거나 파산을 선언하는 기업의 수도 역시 증가세에 있다.
 
더 이상 업계에서의 우월한 입지(positional advantage)가 영속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BCG는 전 세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업계 내 순매출 순위를 분석했다.(그림2)
 
 
그 결과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는 각 기업이 저마다 업계 내에서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순위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까지는 여러 기업들이 폭발적인 순위 상승을 기록했다. 또 2000년 이후에는 각 기업의 매출순위가 큰 변동성을 보이며 순위가 극심하게 변했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기업의 평균 매출순위 변동폭은 1.06을 기록했으나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까지는 변동폭이 6.86으로 확대됐으며 2000년 이후는 이것이 9.53으로 증가하면서 변동성이 더욱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제 일등기업이 기존의 사업모델로 안정적으로 일등기업의 입지를 지키기는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 됐다.
또 BCG가 전세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BCG 적응성 지수(BCG adaptive score)’를 기준으로 가장 적응성이 높은 상위 10% 기업과 가장 적응성이 낮은 하위 90% 기업들을 구분한 후, 1979년에 투자한 1달러의 투자금에 대한 투자수익을 비교해봤다.(그림3) 그 결과 가장 적응성이 높은 상위 10% 기업들의 투자수익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을 종합해 볼 때 이제는 기업의 적응력 즉, 적응우위(adaptive advantage)가 특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 운영과 기업 전략을 환경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바꾸면서 급변하는 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적응성을 가져야만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business model innovation)을 통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적응우위를 강화해 한 차원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적응우위 강화하라
많은 기업들은 시장 내 입지와 매출이 위협받을 때 상품에 기능 하나를 더 추가하는 등 비교적 초보적인 방식으로 대응한다. 그러나 변동성의 시대에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이루려면 적응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하나의 비즈니스 아키텍처에서 또 다른 비즈니스 아키텍처로 뛰어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새로운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을 만들어내기 위해 조직을 재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창조적 발전’의 과정을 거쳐 경쟁력과 수익성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의 가치제안과 운영모델(operating model) 두 가지로 이뤄진다. 가치제안은 기업의 목표고객 군과 상품, 서비스 구색, 매출창출 모델을 기본 구성요소로 한다. 운영모델은 가치제안을 고객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로 가치사슬, 비용모델, 기업조직을 기본 구성요소로 한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란 영업 혹은 마케팅 등 한 개 부서의 전략혁신이 아니며, 단순한 상품과 서비스 혁신 혹은 기술 혁신도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란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다면적으로 변혁시켜서 월등한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창출한 수익은 단순한 상품이나 서비스 혁신으로 얻은 수익에 비해 훨씬 더 지속성이 있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그림4)
 
 
①가치제안에 대한 혁신 상품 판매에서 서비스 판매나 사용당 지불 체계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는 트럭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런 방식으로 혁신해 성공했다. 기존의 트럭 제조업체들은 끝없이 내려가는 가격으로 저가 트럭을 공급하고 이것을 만회하기 위해 트럭 부품판매로 마진을 메우려 했다. 기존 모델은 트럭 제조업체들이 더 많은 부품을 판매할 수 있게 단순히 저가 모델을 대량 양산하는 데에 그쳐 수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메르세데스는 보다 혁신적인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 트럭과 트럭 부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운행 킬로미터 당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체계를 도입했다. 트럭가격에는 트럭비용뿐 아니라 서비스비용, 파이낸싱비용,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연료비까지 포함시켰다. 현재 메르세데스는 차터웨이(CharterWay)라는 브랜드로 이런 트럭들을 판매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번들링된 상품을 판매해서 사용 당 지불 체계를 따르는 성공적이고 흥미로운 모델로 꼽힌다.
 
건설용 공구 제조업체인 힐티(Hilti)도 가치제안의 상당부분을 혁신했다. 우선 가치제안의 요소 중 ‘상품 및 서비스 구색’을 상품 중심에서 공구관리 서비스로 전환했다. 힐티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점차 범용화하고 있는 자사의 핵심상품을 소매업체를 통해 판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공구를 대여해주고 고객에게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또 서비스 보증, 공구 배송 및 회수 서비스, 공구도난에 대한 보험, 고객별 맞춤 로고 부착, 정기적인 최신식 공구로의 업그레이드 등을 서비스에 포함시켰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공구관련 자본지출을 줄일 수 있었고 총 비용지출 역시 30∼50% 줄일 수 있었다. 또 수익모델을 소매업체와 최종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일회성 판매 형식에서, 번들링된 상품으로 매출발생을 지속시키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밖에 애플(Apple)처럼 단순한 상품 판매가 아니라 하나의 총체적 경험을 판매하는 방식이나, 홀푸드(Whole Foods)와 같이 제품에 대한 고객의 신뢰구축을 토대로 프리미엄을 받는 방식, 구글(Google)처럼 개방형 모델을 도입하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②운영모델에 대한 혁신 운영모델에 대한 큰 폭의 혁신으로 공급망 분리와 공급망 통합 및 가속화, 최저가 상품을 제공하는 모델, 중간자를 건너뛰고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는 모델 등을 가리킨다. 패스트패션의 선두기업인 자라(Zara)는 전 세계 의류 판매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생산과 구매 계획을 수립한다.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재고를 줄이는 등 혁신적인 공급망 관리(SCM)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비용 운영모델도 큰 가치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저비용은 저마진과 동의어가 아니다. 오늘날의 시장환경에서 저비용을 통한 성장이 가능한 이유는 특정 품목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하향구매 성향으로 시장이 양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 맥도널드(Mc Donalds), 르노(Renault)의 저가모델 차량 로간(Logan)은 모두 저비용을 통해 고마진을 달성했다.
 
타타 모터스(Tata Motors)는 자동차 생산의 가치사슬을 혁신해 저비용 모델을 도입했다. 이렇게 해서 세계 최저가 차량 나노(Nano)를 출시했다. 싼 차량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생산과 설계뿐 아니라 유통과 서비스 모델까지 혁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 타타는 저비용의 개방형 개발을 실현했다. 즉, 공급업체에 구체적인 제안요청서(RFP)를 보내는 대신 공급업체가 자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부품 모듈을 제공했다. 이후 이 부품들을 조립했는데, 대형 생산공장에서 하지 않았다는 점을 눈 여겨 볼 만하다. 타타는 부품 모듈을 지방의 소규모 공장에 보내면 현지에서 부품을 조립한 후 차량을 판매했다. 이런 혁신적인 방식으로 타타는 이미 시장에 존재하던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었고, 차량 판매를 위한 대규모 딜러 네트워크도 필요 없었다. 타타는 이런 일련의 작업으로 처음으로 2500 달러의 저가 자동차 나노를 만들어냈다.
 
타타의 사례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신흥시장에서는 더 많은 혁신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기업이 혁신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던 과거와는 상황이 분명히 다르다. 실제로 BCG와 비즈니스위크가 2010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여러 신흥국 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순위에 새로이 이름을 올리며 혁신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트렌드는 2011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2010년 중국의 자동차 제조업체 BYD가 혁신적인 기업순위 8위에 오르는 등 신흥시장 기업들이 점차 혁신기업 리스트에서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기업 경영진들은 혁신에 대한 투자를 경영의 매우 중요한 우선순위로 꼽고 있다. 때문에 자국 경제의 높은 성장에 힘입어 투자의 여세를 몰아 향후 혁신모델 창출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따라서 이들 기업이 창안해내는 신규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신흥시장에서 창출된 저비용 혁신 비즈니스 모델이 거꾸로 성숙시장에서도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제록스(Xerox)는 2008년 인도에서 8개의 모노 프린터와 복합기를 출시한 뒤 미국과 서유럽 시장에서 복합기를 출시했고, 동유럽과 인도 이외의 아시아 시장에도 모노 프린터를 판매했다. 르노(Renault)는 당초 개도국 시장을 겨누고 로간을 개발해 2004년 동유럽에서 출시했다. 이후 르노는 서유럽에도 로간을 출시해 예상외의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오티스(Otis)는 여러 층의 상품 구색과 멀티 브랜드 모델로 가치제안을 차별화했다. 독립업체들을 인수하고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면서 적극적으로 중국 내에서 입지를 확보했다. 이후 오티스는 중국에서 여러 개의 하위 브랜드를 운용했다. 또 멀티 브랜드 전략을 채택해 브랜드의 통일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각 브랜드 별로 다양한 가치제안과 다양한 가격대를 제시한다. 오티스는 각 브랜드가 서로 경쟁할 수 있도록 했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 잠식은 수용하면서도 기업 전체적으로는 성장을 달성했다.
 

 
실패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블록버스터(Blockbuster)의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블록버스터는 한때 세계 최대의 영화 대여업체였으나 경영난에 시달리다 2010년 9월 파산 신청을 했다. 블록버스터의 부채는 14억6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록버스터는 영화 소비에 대한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채 온라인 비디오 대여점 등에 밀려 손실을 봤다.
 
1990년대 말부터 블록버스터의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하는 트렌드 변화가 시작됐다. 그 변화의 영향이 당장 표면화하지는 않았지만 2005년께부터 폐쇄된 매장 수가 새로 개설된 매장 수를 앞지르면서 오랜 기간 누려왔던 성장세를 접고 가시적인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한때 미국 전역에 수많은 매장을 보유하면서 비디오 대여점의 대명사로 명성을 날렸는데도 결국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진화에 실패한 것이다.
 
블록버스터의 사례에서도 보듯 시장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일지라도 시장 내의 위협을 파악하고 적극 대응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 있는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근본적인 가치제안이 손상되고 있을 때는 일시적인 가격변화 같은 대책으로는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 변화와 혁신은 뒤로 미룰수록 점점 어려워진다. 시간이 경과할수록 신규 시장참여자들이 영향력을 확대해갈 뿐 아니라 기업 쇠퇴가 시작된 이후에는 기업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지기 때문이다.
 
 
③비즈니스 아키텍처 혁신 가치제안과 운영모델을 포괄하는 혁신으로서 주로 비즈니스 아키텍처를 재발명하는 수준의 모델이다. 페이스북(Facebook)처럼 오픈 소스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 경우와 페이팔(PayPal)이나 이베이(eBay)처럼 개인 대 개인 연결을 도입한 모델이 이에 속한다. 자사의 핵심역량을 활용해서 일견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사업에 진출해 성공하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버진(Virgin)처럼 일회성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계속적인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실현해 항공, 모바일, 음악, 미디어, 통신 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특히 인접 사업영역으로의 확대라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성공한 사례로는 이케아(IKEA)를 들 수 있다. 이케아는 전세계 각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가구 브랜드다. 그런데 이케아는 러시아에 진출하면서 매장을 개설하는 곳마다 인근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크게 오르는 것을 경험했다. 이케아는 이를 지나치지 않았다. 이케아는 두 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즉, 매장을 통한 상품판매와 더불어 쇼핑몰 개발로 부동산 가치 상승의 기회를 잡는 것이다. 현재 이케아는 새로운 사업인 메가몰(Mega Mall)로 러시아에서 기존의 단독 소매사업 외에 쇼핑몰 개발과 운영에서 많은 수익을 얻고 있다. 이는 기존의 자산과 역량을 지렛대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 언제 해야 하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할 때가 왔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각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항목들을 점검해야 한다. 첫째, 사업이 포화됐는지 여부다. 둘째, 기존 가치제안의 손상 여부다. 셋째, 자사 차별화의 상실 여부다. 넷째, 전략적 시야가 좁아졌는지의 여부다. 다섯째, 업계를 뒤흔드는 변화가 발생했는지의 여부다. 이를 따져보기 위한 체크리스트는 <그림5>와 같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단계
체크리스트 결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필요하다고 결정한 기업이라면 다음과 같은 단계를 밟는 게 좋다. 우선 도처에 있는 기회들을 효과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또 가장 유망한 프로젝트를 가려내서 잠정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시범 운영한 후 가장 적합한 것을 골라 확대 적용시켜야 한다. 그런 다음 성공한 프로젝트의 성과를 확산시키기 위해 단편적인 프로젝트들을 하나의 모델로 체계화하고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포트폴리오를 잘 관리해야 한다. 이상의 각 단계들이 바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성공요인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주요 요인을 보다 상세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혁신의 기회 식별: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하고 그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 이때 현 비즈니스 모델의 각 요소를 업계 트렌드, 고객 선호도 변화, 경쟁사 대비 경쟁우위를 기준으로 평가해봐야 한다. 그 동안 간과했던 고객이나 불만을 가진 고객들을 분석해보면 유용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파악하는 것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혁신 기회를 찾는 첫걸음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도입: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선두주자가 반드시 그 비즈니스 모델을 창안해낸 기업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기업이 창안한 모델을 성공적으로 적용하고 확산시킨 기업이 많다. 다른 기업이 처음 도입한 아이디어라도 성공적으로 이를 조직 전체에 출범시킨 기업이 승자가 된 경우가 많다. 즉,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 적용하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가장 핵심적인 단계가 될 수 있다. 일례로, 정부 규제의 변화로 제네릭(generic) 항공부품의 판매가 허용되자 많은 브랜드 엔진과 부품의 수익이 날아갔다. 이때, GE 에어크래프트엔진(GE Aircraft Engines)은 사용당 지불(pay-per-use) 체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업계에서 이 모델을 처음 창안한 기업도 심지어 처음 도입한 기업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비즈니스 모델의 여러 요소를 재구성해 사용당 지불이라는 모델로 수익성을 확보한 최초의 회사다. 뿐만 아니라, GE 에어크래프트엔진은 신규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충분한 자원과 독립성을 보장했다.
 
필요한 플랫폼과 스킬의 개발: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 과정, 역량 그리고 모델의 시범운영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근본적으로 기존의 모델을 뒤흔드는 것이므로 내부의 저항이 강할 수 있다. 따라서 조직이 근시안적인 시각에 고착되지 않고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우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와 역량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혁신의 함정을 경계하라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서 유의해야 할 함정은 무엇인가?
프로젝트 과잉:이는 적절히 조율되지 않은 혁신 프로젝트가 너무 많을 때 발생한다. 때로 중복되는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혁신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필요한 자원투자도 받지 못하면서 프로젝트 투명성만 없어지는 경우다.
 
프로젝트 확산 실패:프로젝트 시범운영을 시작한 직후의 흥미가 가라앉은 후 적절한 후속조치와 관심이 투입되지 않는다면 프로젝트가 실제 비즈니스에 성공적으로 확대 이식 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시범운영을 함으로써 오히려 혁신 모델이 죽어버리게 되는 셈이 된다. 또 시범운영의 결과를 평가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시범운영의 결과가 모호하게 표시되거나 시범운영의 결과를 제대로 확증하지 못함에 따라 프로젝트 확산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오래된 아이디어에 대한 집착:모든 기업에는 ‘유령 프로젝트’가 있다. 성과도 내지 못하면서 사라지지도 않는 프로젝트들을 말한다. 제약업계에도 이런 예가 있다. 제약회사 영업인력과 의사 간의 온라인 교류를 지원하는 ‘e디테일링(e-detailing)’이 대표적인 사례다. 마무리할 때가 된 프로젝트는 제때 끝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다른 훌륭한 아이디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혁신 프로젝트 진행팀의 단절: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독자 팀이 기업의 전체 비즈니스와 지나치게 동떨어지면서 비즈니스에 대한 혁신의 파급효과도 떨어지고 다른 부문의 지원을 받지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혁신 모델과 아이디어를 검증할 자원도 없고 조직 전체의 협력을 끌어낼 힘도 없다. 사업의 주류와 비즈니스 모델 혁신 노력을 분리할 때 발생하는 장점도 물론 있다. 그러나 이상의 단점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아이디어 개발 단계에 그침: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면서도 이를 실제 시범운영 작업과 프로젝트 확대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기업도 많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 노력에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이 창의력 부족에만 있다고 본다면 이는 커다란 착각이다. 실행력이 중요하다.
 
조직내부의 니즈에 집중하는 근시안적 시각:많은 기업들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기업 외부에서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고객 니즈를 따라가지 못하고 조직 내부의 니즈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내부 우선순위를 토대로 외부로 확산시켜나가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외부로 눈을 돌려야 한다.
 
과거에 대한 집착:지금까지 적용해온 모델을 과잉평가하고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아이디어를 평가절하하려는 구태나 습성에서 탈피해야 한다. 조직의 이런 습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가시적인 리더십이 요구된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대해 회의적인 기업이라면 다음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BCG와 <비즈니스 위크>의 공동 조사에서 2005년 이래 한 해도 빠짐없이 전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1위로 선정된 대표적인 혁신기업인 애플은 불황기를 거치면서도 성장을 계속한 몇 안 되는 테크놀로지 기업으로 매 분기 거의 빠짐없이 높은 성장을 나타내고 있고, 시가총액 기준으로도 현재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BCG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 혁신기업들을 분석해본 결과, 이들 기업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리스크를 감수했다. 강력한 의지의 경영진이 있었고 이들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둘째, 혁신기업이 반드시 혁신을 처음 도입한 기업은 아니었다. 즉,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고 도입해서 기존 기업들을 위협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셋째, 초기투자를 매우 이른 시기에 집행했다. 강력한 초기 마케팅 캠페인 등을 위해 적절한 자금투입을 초기에 했다. 넷째, ‘강력한 하나의 혁신’으로 혁신기업으로 부상한 경우가 많았다. 또 이렇게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일궈낸 뒤 계속적으로 진화해갔다.
 
 
아직까지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기업이라면 지금이 바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할 때는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애플을 비롯한 많은 기업이 이미 달성한, 또 지금도 달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혁신을 우리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혁신으로 우리 기업이 경쟁에 임하는 방식을 바꿀 것인가? 아니면 한발 더 나아가 업계를 지배하는 게임의 룰과 경쟁의 판도 자체를 바꿔버릴 것인가? 어떤 상황에서든지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이 질문은 계속 되어야만 한다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거쳐 미국 미시간대에서 기업전략 및 국제금융 전공으로 MBA학위를 취득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설립 멤버로 소비재, 중공업, 물류, 유통, 건설, 철강,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04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