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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트레이닝

팀버랜드, 아마존 보호로 세계를 얻었다

김호 | 70호 (2010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위기는재수 없는 일이 아니라 어느 기업에서나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위기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정립해놓고 비상시에 현명하게 활용하는 기업은 아직 드뭅니다. 위기관리 전문가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가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기업의 위기관리 노하우를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직접 겪은 위기관리 사례를 공유하고 싶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김 대표의 e메일로 보내주십시오. 좋은 사례를 골라 본 글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새벽 4시면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글로벌 브랜드 신발 업체 팀버랜드 (Timberland)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스워츠 (Jeff Swartz). 그에게 2009 6 1일 아침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됐다. 이날 아침을 시작으로 몇 주에 걸쳐 그는 전 세계에서 그린피스(Green Peace)를 지지하는 환경주의자들로부터 무려 65000통에 이르는 똑같은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0 9월호에 스워츠 사장이 직접 쓴 경험담에는 그 편지 내용의 일부가 공개됐다.

스워츠 (Swartz) 사장님, 귀사가 전 세계에서 판매하고 있는 신발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가죽이 바로 산림 파괴, 노예 노동, 아마존 열대 지역의 토착민의 이주, 기후 변화 등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염려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팀버랜드 신발을 살 때 제가 아마존 파괴나 기후 변화 등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하게 알고 싶습니다. 사장님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밟으실 것인지 듣고 싶습니다.”

스워츠 사장은 당장 정보기술(IT) 부서에 지시해서 환경주의자들로부터 오는 e메일이 자동으로 한 폴더에 저장되게 했다. 앞으로 이들 모두와 커뮤니케이션할 것을 염두에 두고 내린 지시였다. 그리고 임원들과의 회의에 들어갔다. 임원들은팀버랜드가 브라질에서 구매하는 가죽이 7% 밖에 안 된다. 따라서 다른 곳을 찾아보고, 환경주의자들에게는 앞으로 브라질에서 구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해서 당장 이 논란을 끝내자고 했다.

하지만 환경보호에 나름대로 관심을 가져왔던 스워츠 사장의 생각은 좀 달랐다. 그는 그린피스가 팀버랜드에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했다. 그린피스의 리포트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가축을 기르는 농부들이 목초지를 조성하기 위해 불법으로 아마존의 열대림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워츠 사장은팀버랜드에 가죽을 공급하는 브라질 업체들은 그 가죽이 어떤 소에서 얻는 것인지 알고 있나?”고 자문했다. 그는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팀버랜드에 가죽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가죽이 정확히 어떤 소에서 나오는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그린피스의 주장이 맞을 수 있다는 확신을 더 갖게 됐다. 이번에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가죽의 원산지를 정확히 추적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스워츠 사장은 이 과정에서 그린피스 및 가죽 협력업체들과 협력해나갔다. , 그린피스와는 앞으로 가죽이 어느 지역에서 오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 협력하고, 협력업체들은 이 시스템에 따라 가죽을 제공할 때에는 환경 파괴 지역에서 공급되지 않도록 철저히 확인하고 서면으로 보증을 하게 했다. 2009 7 29일 그린피스는 웹사이트를 통해 팀버랜드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감사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 이슈는 동종업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2009 7 22일 나이키는 가죽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가죽을 얻기 위해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을 서면으로 약속받기로 했다.

팀버랜드의 사례가 우리 기업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최근 수년 사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논의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더욱이 2010 11 1,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기업과 정부, 사회적 책임의 표준을 담은 ISO 26000 지침서를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최신 논의를 청취하기 위해 올해 9월 홍콩에서 열린 CSR 아시아 컨퍼런스에 참여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팀버랜드의 위기 극복 사례와 CSR 아시아 컨퍼런스의 내용을 종합해서 CSR과 위기관리의 관계를 기업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지 소개한다.

첫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오해는 단순히 기업이 사회를 위해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이런 사고의 연장선상에서 기업 실무자들은 종종좋은 일로서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을 하는 게 위기 상황에서 훌륭한방패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여긴다. 또 실무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을 자신들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련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관련이 없는 게 좋을지 고민한다. 예를 들어 제품과 관련 있는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여론이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더 악화될 것을 걱정한다.

여기서 세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보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은 무엇을 기준으로 개발해야 하는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위기관리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결국 무엇을 의미하는가다. 이 세 질문은 모두 밀접하게 얽혀있다. 이에 대해 세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해본다.


첫째, 기업이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것은 단순히좋은 일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기업들은 불우이웃 돕기, 장학재단 설립, 재난 성금, 공공 캠페인 등 수많은 좋은 일들을 해오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이런 좋은 일은 사회적 책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사회적 책임을 이해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할 때, 제일 중요한 키워드는스테이크홀더의 기대치(stakeholders’ expectation)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이 불우이웃 돕기에 매년 거액을 기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업은 경영의 투명성과 관련 전문가 및 NGO들로부터 계속 지적을 받아오고 있다. 또 국민들은 이 기업이 경영권 세습과 관련해 보다 투명하게 행동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때 불우이웃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은좋은 일이지만, 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은 경영 투명성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둘째, 또 하나의 키워드는 책임(responsibility)이라는 단어의 재해석에서 나온다. 책임을 뜻하는 responsibility라는 단어를 반응을 뜻하는 response와 능력을 뜻하는 ability로 나눠 해석하기도 한다. , 책임을반응을 하는 능력으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먼저 스테이크홀더의 기대가 무엇인지에 기업이 귀를 기울이고, 그 기대치를 모두 충족하라는 게 아니다. 그 기대치에 대해 어떤 것은 조치를 취하고, 어떤 것은 왜 조치를 취할 수가 없는지에 대해반응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담배 회사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는 담배 생산을 하지 말라는 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담배회사의 입장에서 담배 생산을 포기하는 것은 당장 불가능할 것이다. 이들의 책임이란 무조건 담배 생산을 포기하겠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자신들이 담배의 위험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어떻게 생산하고 있으며, 농가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고, 담배의 위험성을 공중에 알리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셋째, 기업의 입장에서 법(law)과 기대(expec-tation)라는 두 가지 잣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물론 기업은 법을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법의 잣대보다는 한 단계 더 높은 기대라는 잣대에서 형성된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경영권 승계나 자신들의 실수 및 잘못 등으로 문제가 불거졌을 때 법에 의한 제재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법적으로 정당화되면 자신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곤 한다. CSR 아시아의 회장을 맡고 있는 리처드 웰퍼드(Richard Welford)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법을 지키는 것을 넘어서서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의 기대가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청취하며, 그들과 함께 솔루션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팀버랜드의 사례가 훌륭한 것은 스워츠 사장이 환경주의자라는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의 우려 표명을 무시하거나 대충 넘기지 않고, 오히려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되짚어보는 기회로 삼았다는 점이다. 만약 그가 이들의 요구를 제대로 듣고 반응하지 않았다면 2009 6 1일 그가 받기 시작한 65000통의 편지는 팀버랜드에 큰 위험의 전조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서 이 위험을 또 하나의 기회로 전환시켰다.

결국 제대로 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은 단순히좋은 일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들과의 능동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이를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전략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은 훌륭한 위기 예방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한국외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미국 마켓대에서 PR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KAIST 문화기술 대학원 박사 과정에서위기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연구 중이다. 글로벌 PR 컨설팅사인 에델만 한국 대표를 거쳐 현재 더랩에이치 대표로 있으면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에게 위기관리 노하우를 전하는 코칭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 김호 김호 | - (현) 더랩에이치(THE LAB h) 대표
    - PR 컨설팅 회사에델만코리아 대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
    -서강대 영상정보 대학원 및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 교수

    hoh.kim@thelab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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