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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의 신제품 개발

신속한 실패가 온전한 성공 열쇠

홍진환 | 57호 (2010년 5월 Issue 2)


기술 개발에 대한 열정으로 잘 나가는 직장을 나와 온갖 고난과 역경을 극복, 마침내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다는 중소기업의 ‘성공신화’ 는 듣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다. 여기서 ‘신화’라는 단어를 붙이는 이유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면서도 성공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애플(Apple)과 같은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시작하는 신제품 개발이지만, 중소기업의 신제품 개발 결과는 “1승 9무 90패”라고 한다. 100개의 신제품 중 소위 ‘대박’이 나는 신제품은 하나이고, 9개는 겨우 수익을 내고 나머지 90개는 실패한다는 얘기이다.
 
‘핑계없는 무덤’이 없듯, 신제품 개발의 실패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많은 중소기업인들은 실패 원인에 대해 “제품은 잘 만들었는데, 시장에서 알아주지 않아서...” “자금이 부족해서...”라고 말한다. 물론 이런 원인도 없지는 않겠지만, 이는 학부모들이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안 좋다”라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실패의 원인 분석보다는 변명이나 넋두리에 가깝다.
 
신제품 개발에 대한 기존 연구는 대부분 신제품 개발 조직 및 마케팅 전략의 수립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는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왔다. 따라서 재무 구조가 취약하고 인력 등 내부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본고는 이 같은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해 중소기업의 신제품 성공을 위한 과제들을 정리했다.
 
1.개발 관리가 아니라 프로세스 관리에 집중
제품 개발 프로젝트 관리를 잘하는 중소기업들은 많다. 시간 계획이나 인력 투입 계획 등을 상세히 수립하고, 계획 대비 세부 실행 사항도 꼼꼼히 체크한다. 그러나 정작 개발 계획을 포함한 ‘전체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중소기업은 매우 드물다. 그래서 우수한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판로를 찾지 못해 곤경에 처하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마케팅 교과서에 정의된 일반적인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는 아래 <그림2>와 같이, 아이디어의 창출과 심사, 제품 개념 정립과 마케팅 전략 수립, 사업성 분석, 제품 개발, 테스트 마케팅의 8단계를 거친다. 이 프로세스의 특징은 실제 투자가 많이 소요되는 개발 단계 이전에 아이디어나 시장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중소기업의 실제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는 위의 프로세스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그림3 참조) 중소기업들은 자사의 기술적 우수성에 대한 지나친 과신으로 목표 시장과 고객 니즈에 대한 철저한 분석없이 무조건 개발에 착수할 때가 많다. 이런 현상은 특히 엔지니어나 연구개발직 출신의 경영자들이 이끄는 중소기업들에서 많이 벌어진다. 이러한 기업들의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보면, 대개 고객(납품처)의 요구나 경영자의 지시로부터 신제품 아이디어가 나오고, 별다른 선별(screening) 과정없이 바로 개발에 착수한다. 그리고 시제품이 완성되면, 그 때부터 양산 및 상업화(판매) 계획을 세우려 한다.
 

이러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개발 단계에서 “우리 기술은 매우 중요하며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자랑하거나, “기술 개발만 완료되면 대기업들이 먼저 찾아올 것이다”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에 만병통치약이 없듯이,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은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과 같다. 또한, 기술 개발만 완료되면 저절로 팔린다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결국 개발 및 출시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소기업들도 단순 개발 계획뿐 아니라, 신제품의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출시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관리해야 한다.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의 단계를 정의하고, 단계별 통과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 심사 단계에서 기술적 완결 가능성과 상업화 가능성을 누가, 어떤 기준에 따라 평가할지 등을 미리 정해야 한다. 이런 작업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프로세스가 진척될수록 투자 비용은 크게 증가하는 탓이다.
 
프로세스 관리에서 특히 유념해야 할 사항은 자사의 제품이나 고객의 특성에 맞춰 프로세스별 역량 배분을 효과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하청 생산을 하던 중소기업들 가운데 ‘같은 성능의 제품이니 최종 소비자에게 자체적으로 판매하자’고 나섰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그 이유는 대개 산업재(B2B) 개발에서 사용했던 프로세스를 소비재(B2C)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고객의 의뢰에 따라 개발하는 B2B 제품은 시제품 및 품질 테스트 단계가 특히 중요하다. 반면 B2C 제품은 소비자 니즈나 유통 채널에 대한 조사가 개발 전에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B2C 제품을 B2B와 같은 개발 프로세스로 진행하다 실패하는 중소기업 중 상당수는 바로 소비자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유통 채널에 대한 시장 조사 미비로 낭패를 볼 때가 많다.
 
2.신속한 실패(fast failure) 여부 판단 능력 제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목표는 기술 개발이 아닌 수익 창출이다. 제아무리 훌륭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해도 시장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면 성공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많은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한번 시작했으면 반드시 끝장을 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할 때가 많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중소기업 ‘성공신화’ 역시 이 같은 고정 관념을 부추기곤 한다. 신화의 주인공 대부분은 주위의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불굴의 의지와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고난과 역경을 뚫고서 마침내 꿈을 이루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죽은 자는 말이 없다’라고 하듯, 부정적 의견을 무시하고 무모한 도전을 하다가 결국 사라져버린 기업은 이보다 훨씬 많다.
 
따라서, 성공가능성이 낮은 아이디어는 초기에 걸러내야 한다. 물론 이렇게 걸러낸 아이디어 중에 훌륭한 아이디어가 들어 있을 리스크도 있다. 하지만 신제품 개발과정은 뒤로 갈수록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일찍 중단할수록 비용이 절감된다. 포커 게임에서도 고수는 승산이 없는 게임은 미리 포기해 손실을 줄인다. 끝까지 가서 졌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손실을 최대화할 뿐이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혹은 실패를 인정할 수 없어서, 혹은 일단 시작했으니 하는 생각으로 끝까지 가기보다는 ‘신속한 실패 (fast failure)’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톰 피터슨은 ‘신속한 승리가 가장 좋지만, 신속한 실패는 신속한 승리를 위해 필요한 노력’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지향성이 높은 기업은 성공가능성이 낮은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출시를 포기하기 때문에 신제품의 성공률이 높다.
 
‘신속한 실패’를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특히 개발 책임자나 개발팀의 성과지표(KPI)를 전사적 관점에서 재정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개발팀의 성과를 개발 성공이나 성공률로 측정하려 한다면, 개발팀은 시장 성과보다는 개발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개발팀에도 시장 성과를 반영한다든지, 실패율보다는 실패 금액을 관리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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