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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교수의 경영 거장 탐구

악보도 지휘자도 없지만...21C조직, 재즈 즉흥 연주 배워라

신동엽 | 57호 (2010년 5월 Issue 2)

21세기 초경쟁 환경에서 조직의 가장 중요한 역량은 급변하는 상황에 얼마나 적시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다. 조직이론 분야의 거장인 미국 미시간대의 칼 와익 교수는 예상 못한 급박한 위기와 기회가 수시로 발생하는 21세기 초경쟁 환경에서는 20세기형 관료제 조직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조직, 바로 재즈 즉흥 연주에 필요한 순발력을 지닌 고신뢰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재즈와 오케스트라
와익 교수는 20세기형 조직과 21세기형 조직의 근본적 차이를 오케스트라와 재즈에 비유한다. 20세기 초 이후 현대 클래식 음악의 발전을 선도해온 거장들 중에는 유독 미국 흑인 음악에서 유래한 재즈에 매료된 사람들이 많았다. 거쉰, 케이지, 라벨, 쇼스타코비치, 사티, 글래스 등 현대 음악의 거장들은 재즈를 클래식 음악보다 진보한 형태의 미래형 음악으로 극찬했다. 뿐만 아니라 직접 재즈와 클래식을 접목한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이 거장들이 특히 놀라워했던 점은 재즈의 즉흥연주 방식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클래식 오케스트라는 악보를 그대로 연주하고, 지휘자가 전체 단원을 일사불란하게 리드한다. 개별 악기가 각각 연주하는 부분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어 다른 악기의 음을 절대 침범하지 않는다. 무대 배치 구조도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악기별로 서로 분리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멜로디를 연주하는 바이올린 등의 주 악기들부터 상대적으로 자주 소리를 내지 않는 타악기들이 무대 앞에서부터 확실한 서열을 가지고 순서대로 앉아 있다. 같은 악기도 가장 권한과 역량이 뛰어난 파트 장으로부터 신임 단원의 순서로 앞에서부터 서열별로 앉는다. 모든 단원들은 전체 오케스트라의 리더인 지휘자만 올려다 보는 반면, 지휘자는 높은 지휘대에서 전체 단원들을 내려다 보며 절대적 권한을 행사한다.
 
현재 우리가 주변에서 보고 있는 대부분의 대기업이나 공공 조직들은 오케스트라와 완벽하게 같은 원리로 운영된다. 미리 정해진 규칙과 절차에 따라 모든 의사결정과 행동이 이뤄지고, 상하간 엄격한 위계질서가 유지되는 관료적 조직은 20세기 현대 산업사회의 도래와 함께 등장한 후 100년간을 풍미했다.
 
반면 현대음악의 거장들이 극찬한 재즈 연주는 오케스트라와 전혀 다른 구조를 갖는다. 재즈 즉흥 앙상블에서는 별도의 지휘자와 미리 정해진 악보가 없다. 대신 모든 연주자들이 각자 알아서 자기가 생각하는 최선의 멜로디와 박자를 연주하며 다른 연주자들과 조화를 찾는다. 연주자 중 누군가 전혀 예상 못한 멜로디나 박자를 연주하면 다른 연주자들은 주저없이 즉시 자율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과정에서 누구의 지휘나 명령도 없다.
 
재즈 즉흥 앙상블에는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연주자의 구분이 없다.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중요성을 가진 수평적 파트너 관계라는 뜻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어느 부분에서 강하게 치고 나가며 리더십을 발휘하면 다른 구성원들은 자발적으로 뒤로 물러나서 받쳐준다. 반대로 어떤 사람이 약해질 때 그 사람의 멜로디나 박자를 대신 이어받아 앙상블을 이끌어 나간다.
 
와익 교수는 예상 못한 급박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21세기 글로벌 초경쟁 환경에서 재즈형 조직이 훨씬 더 우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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