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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녹색 사업 추진 사례

‘녹색 신사업’ 게임의 룰을 바꿀 기회

강문정 | 56호 (2010년 5월 Issue 1)


최근 삼성전자가 “늦었지만 태양광에 집중해 2015년까지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전후해 삼성에버랜드도 환경·에너지 사업 확대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작년 상반기 태양광 정부 보조금이 대폭 낮아지자 관련 업계에서 경제성이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던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현 정부가 2008년 8·15 경축사에서 녹색 성장 비전을 발표한 뒤 1년 반이 지났다. 하지만 한국 기업 중 녹색 사업에서 성공 경험을 가졌거나 사업 전략에 대해 숙고하고 있는 기업은 소수에 그치고 있다. 녹색 사업이 성장의 필수 요소인지, 아니면 버블이 끝나면 사라질 유행에 지나지 않는지 확신을 갖지 못한 기업이 많다.
 
녹색 사업이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명확한 시장 정의 및 자사 포지션 파악이 전제 조건
녹색 사업 전략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외부 환경과 내부 역량을 명확히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다.
 
1. 최신·정통 시장 정보 및 지식을 갖출 것:녹색 사업은 전기, 열, 물, 자동차, 조명, 환기 등 생필품을 생산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단시간에 ‘대박’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며, 투자 규모는 중소기업 수준을 벗어난다. 그렇다고 이 분야가 대기업의 독무대도 아니다. 신성장 동력으로 신재생 에너지 분야를 비롯한 17대 품목을 선정한 정부의 목표는 전기자동차, 와이즈선박, 원자력, 스마트그리드, 폐수 처리 플랜트 등 완제품을 만드는 대기업과 원재료 및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을 통한 수출 산업화에 있다.
 
녹색 사업은 향후 일정 기간 자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 정부 정책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2009년 6월 미국의 연비 규제 발표와 동시에 한국에서는 보다 강력한 연비 규제책이 발표됐다. 완성차 매출 중 8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글로벌 시장 수성을 위해서라도 녹색 전략 실천이 불가피하다. 연비 규제가 강화되면 완성차 업체만 타격을 입는 게 아니다. 철강 등 각종 부품의 경량화가 필수적이다. 가치사슬 참여자 모두가 영향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한국의 신재생 에너지 보급 정책은 2012년부터 발전 차액을 보조하는 체제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체제로 전환된다. 기업들은 2012년 2%를 시작으로 2022년 10%까지 매년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 기업들은 이에 필요한 부지 및 신재생 에너지원, 재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준비된 기업들은 다양한 신규 사업 모델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
 
2. 자사의 포지션(正位) 파악:녹색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시장 정보 및 지식 확보 외에도 자사 위치의 명확한 파악이 필수적이다. 특히 온실가스 다(多)배출 기업에 해당되는지, 신규 투자 여력이 있는지, 기존 주력 사업이 가치사슬 내에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 어떤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이라면 싫든 좋든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 한국이 포스트교토 체제에서 의무 감축국에 포함될지 여부가 불확실하고 작년 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구속력 있는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고 해서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아도 된다고 결론 내서는 안 된다. 한국은 개도국 중 가장 높은 자발적 의무 감축량을 발표했고 이에 따른 목표 관리제, 배출권 거래 제도 등이 담긴 저탄소 녹색 성장 기본법이 4월부터 발효됐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 아니라 하더라도, 전자, 자동차, 선박, 금융, 섬유, 의류, 화학, 식음료 등 대부분 산업에 친환경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단지 완제품 규제 강화 때문만이 아니다. 최종 소비자의 인식 변화로 ‘친환경적 특성’이 주요 구매 요인으로 등장했다. 기업들은 경쟁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친환경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표1)
 
한국 기업의 녹색 사업 추진 사례
아직 현재 진행형이지만 녹색 사업 분야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해 녹색 사업 전략 및 실행 계획 수립과 관련한 시사점을 살펴보자.
 

사례 1 - 기존 사업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및 경쟁력 제고
포스코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및 친환경 제품 개발을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 상실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세계 3대 철강 그룹 중 하나로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에 속해 있는 포스코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소비량 감축을, 중장기적으로는 공정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에너지 회수 설비를 도입하고 부생가스를 활용해 에너지 소비량을 줄였다. 이와 더불어 이산화탄소 분리 및 고정화 기술, 수소 제조 기술 및 에너지 절감 기술 등 중장기 혁신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는 또 생산-사용-폐기에 이르는 제품 생명주기의 전 과정에 친환경 개념을 도입해 고기능 신제품 개발과 공정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 오염 물질 배출과 에너지 사용 최소화, 사용 단계에서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 재활용을 염두에 둔 폐기 등 원칙을 바탕으로 개발된 친환경 제품이 전체 개발 제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80%를 차지한다.
 
사례 2 - 원가 절감과 수익 증대 동시 추구
포스코는 최근 대체 에너지로 부상하고 있는 청정 석탄(clean coal) 기술을 활용, 천연가스를 합성천연가스로 대체하는 데도 1조 원 이상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의 주력 사업인 철강 사업에 대량의 천연가스를 사용하는데, 이를 천연가스보다 저렴하고 가격 변동폭이 적은 석탄을 원료로 한 합성천연가스로 대체한다면, 원가를 절감하면서 가격 변동 위험도 완화시킬 수 있다.
 
포스코는 또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계열사인 포스코파워가 한국의 3대 신재생 에너지원 중 하나인 발전용 연료 전지 사업에 진출해 국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또한 주력 사업에서의 효율성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최대 도시가스 공급업체인 삼천리는 주력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성장의 정체에 직면한 삼천리는 집단 에너지, 해외 자원 개발, 신재생 에너지 등 녹색 사업에 진출함으로써 매출 증가와 원가 절감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신규 사업에 필요한 다수의 유휴 부지를 보유하고 있고, 신규 사업으로부터 기존 사업에 필요한 원료를 유리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례 3 - 보유 역량을 바탕으로 한 신사업 협업 모델
포스코는 청정 석탄 사업을 위해 국내 최대 정유 업체인 SK에너지와 제휴했다. 청정 석탄 기술을 활용하면 합성천연가스 외에 합성석유, 합성메탄올 등 다양한 제품을 제조할 수 있다. 포스코는 국내 민간 업체로는 유일하게 대량의 석탄 처리 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SK에너지는 국내 최대 주유소 보유 업체다. 따라서 양사가 제조 기술과 판매처를 공유하면 합성 휘발유 생산과 판매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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