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동기부여

열정의 원천은 철저한 자기 분석

49호 (2010년 1월 Issue 2)

경쟁의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는 기업이라도 조직 구성원들에게 무한정 생산성 향상만을 요구할 수는 없다. ‘자연인’으로서의 개인의 욕구, 즉 자아실현의 욕구가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자신의 모든 잠재력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로서, 더욱 더 자기다워지고 자신이 되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욕구”라고 말했다. 따라서 자아실현 욕구는 개인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어떤 개인의 자아실현과 또 다른 개인의 자아실현이 상당히 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조직 구성원의 동기부여를 향상시키려면 개인 스스로가 자기 동력을 발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런데 꽉 짜여진 수동적 생활 패턴에 길들여진 개인이 자기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자기 주도의 변화는커녕 자신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례가 많다.

 

 
CASE 1 51세 실직자 K
K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제 막 30km 지점을 통과했는데 하프 지점부터 아프기 시작한 발바닥에서 또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2시간 30분 남짓 뛴 하프 지점에서부터 그는 뛰다 걷다를 반복했다. ‘100리 길을 뛴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나?’ K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고민을 한다. 그리고는 다시 ‘그래. 이 정도는 이겨내야 해’라고 자신을 다독였다. 사실 K에게는 이번 마라톤은 마라톤을 시작한 이래 첫 번째 풀코스 도전이다. 이제 겨우 하프코스를 두 번, 그것도 세 시간이 넘어 결승선에 들어온 것이 그의 마라톤 경력의 전부였다.
 
거의 매일같이 회식에 야근까지 하는 이 땅의 많은 샐러리맨 중 한 사람이었던 K. 지난해 9월, 24년 동안 충성을 바쳐온 회사로부터 퇴사 권유를 받았다. 그의 나이 51세. 사랑하는 아내와 대학생 딸, 고등학생 아들이 있었지만, 며칠동안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퇴사 후 급격히 변한 환경에서 K가 자신을 지켜내기란 쉽지 않았다. 함께 퇴사한 동료들과 만나 앞날을 모색하려고 무던히도 뛰어다녔다. 이력서를 만들어 무려 15개 회사에 지원해봤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낙심한 그는 술과 다시 친구가 됐다. 급기야는 부인과의 싸움도 잦아지고 자녀들과의 대화도 단절됐다.
 
그러던 어느 날, 집 근처 공원에서 밤늦도록 조깅하는 사람들을 보게 됐다. 지역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이었다. 그들의 모습이 집으로 돌아온 K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뜀박질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운동회에서는 곧잘 상품도 타서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던 그였다. 달리면서 바람의 느낌을 즐겼던 시절도 있었다.
 
다음 날 저녁, K는 그 그룹의 맨 뒤에서 같이 뛰기 시작했다. 한 달, 두 달, 거리를 늘려가고 회원들과 교류하다 결국 하프코스에 출전했다. 3시간 사투 끝에 그는 완주 메달을 목에 걸었고 엄청난 충만감을 느꼈다.
 
이제 그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낙담 속에 신세한탄으로 술과 함께 보낸 지난 6개월의 생활에서 벗어나 이제는 새벽에 혼자 운동까지 하게 됐다. 정기적으로 동호회 모임에 참석하면서 K가 알지 못했던 다양한 정보도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도 구상했다. 내년 초 집 근처에 마라톤 용품점을 내기로 했다.

 

 
“좋아하는 것을 하라”  K는 실직 후 오랫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가족을 보살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탈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좋아하는 것’을 깨닫고 하프코스에서 풀코스로, 나아가 마라톤 용품점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 목표를 설정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한 마라톤 입문은 ‘할 수 있다.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게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알게 해줬다. 그에게 지난 수개월은 스스로 동기부여를 한 기간이었다. 바로 자기 동기부여의 전형을 보여준 사례다.
 
이처럼 자기 동기부여는 가장 먼저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서 출발할 때 성공할 확률이 높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할 때 열정을 다할 수 있고, 특별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CASE 2 입사 4년차 A 대리
입사 4년차 A 대리는 최근 내년 초부터 일본 주재원으로 근무할 수 있는 ‘주재원 공개 시험’에 응시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품어온 MBA의 꿈을 접은 것은 아쉽지만 최근 들어 가장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일본 주재원으로 근무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일본어를 부전공했던 그는 이제 막 대리로 승진했기 때문에 회사 업무에 눈코 뜰 새도 없이 바빴으나 늘 MBA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외국에서 MBA 과정을 공부하고 돌아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막연한 동경이 그를 지배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회사에서 일본 주재원을 공개 모집한다는 공지 메일을 확인하고는 공개 시험에 응시하기로 했다. 그에게는 자신만의 히든카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A는 경영학보다 일본어 실력이 더 뛰어났다. 대학 시절에는 일본어로 전공을 바꾸면 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교수님의 조언을 받을 정도였다. 1년간 일본 연수 내내 친구들조차 그를 ‘일본인’이라 불렀다. 일본 친구들과의 다양한 교류는 물론, 일본과의 국가 행사나 무역 행사에서도 통역은 늘 그의 차지였다. 당시 사귀었던 많은 일본인 친구들이 지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도 큰 자산이다.
 
“잘하는 것을 하라” A 대리는 최고 등급의 일본어능력시험을 통과했다. 뿐만 아니라 작년 일본 출장 중 회사 대표를 수행한 협상 테이블에서 자신의 일본어 실력과 국제 매너로 회사에 크게 기여했다. A 대리에게는 일본어와 일본 문화에서만큼은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이것이 그가 ‘잘하는 분야’를 선택하게 된 이유다. 멀리 있는 MBA보다는 자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자기 몫을 해낼 수 있는 주재원 시험에 응시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었다. 무엇보다도 그가 이렇게 동기부여가 된 적은 없었다.
 
CASE 3 입사 17년차 P
누가 봐도 무던하게 회사 생활을 해왔던 입사 17년차 P. 지난 가을에 돌연 사표를 내고 회사를 그만뒀다. 남들이 승진할 때 같이 승진하고 무엇 하나 뒤질 것 없었던 그의 퇴직은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제부터 여행 작가의 길을 가겠다”는 그의 꿈은 주변 사람들에게는 큰 모험으로 보였다. 하지만 평소 여행의 즐거움을 알고 있는 터라 누군가가 여행 이야기를 하면 우선 휘파람부터 나오는 P의 앞을 가로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에게는 아내와 대학생 딸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큰 결정을 하게 된 것은 더 이상 꿈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동료들은 극구 말렸지만 아내와 많은 논의 끝에 결정한 것이라 최소한 가족은 그의 응원군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데는 3년 전 보름간 유럽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후 여행담을 사진과 함께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작년 여름에는 미주 지역, 올해는 동남아시아 지역을 여행하면서 역시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렸다. 그의 맛깔나는 글솜씨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고, 출판사로부터 여행기를 책으로 내자고 제의가 왔다. 그는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자유인’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무난하게 회사 생활을 해왔지만 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실제로 P는 여행할 때 가장 행복했고,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쓸 때면 가슴이 벅찼다. 그는 내년 봄에 자기 책을 출판할 계획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무난하게 처리하면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해온 P였지만, 좀처럼 신명이 나지 않았었다. 그런 그가 3년 전 유럽 여행 직후 시작한 블로그 활동에서 잃어버린 줄 알았던 ‘꿈’을 복원시켰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따라 여행을 즐겼던 그는 대학 시절 친구들과 다녔던 여행지에서도 늘 새로운 경험을 했고 여행이 가져다주는 신비로운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다. 여행을 일로 삼으면서 즐겁게 인생을 살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면서 자기 생각과는 다른 직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고 일상생활이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여행다운 여행도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 그런 그가 지난 유럽 여행을 계기로 다시 여행을 필생의 ‘업(業)’으로 생각하게 됐다. 현실요법의 대가인 윌리엄 글래서는 “언제나 우리는 우리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바람(want)’을 현실에서 찾으려고 행동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P는 자신의 바람을 가지고 있었으나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우연한 계기를 통해 이를 구체화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 본 3가지 사례에서 K, A 대리, P가 자신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었던 계기는 각각 다르다.
 
K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해 마라톤 하프코스 완주의 성취감을 맛보면서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K가 자신의 존재감을 찾았고 창업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K의 자기 동기부여는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혹은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자기 동기부여의 답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A 대리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선택하면서 자기 동기부여를 했다. 특정한 분야에 탁월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 스페셜리스트가 조직에서 잘 대우받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만큼 역량이 있는 사람은 ‘힘’이 있다. A가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일본 주재원 시험에 응시하기로 한 것은 자신만의 역량, 즉 ‘잘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 자기 동기부여 때문이다. ‘잘하는 것’을 할 때 능률과 생산성이 올라간다.
 
P는 ‘하고 싶은 것’에서 자기 동기부여를 한 사례다. 자신의 ‘꿈’이나 ‘희망’처럼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도 없다. 윌리엄 글래서는 “좋은 세계(Quality World)는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 세계 안에 있는 것들만이 우리의 주요 관심사다. 우리는 이 세계 안에 들어 있는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좋은 세계와 관계가 없는 것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좋은 세계에 담겨 있는 P만의 사진은 그가 늘 동경하던 ‘하고 싶은 것’이었다.
 
자기 동기부여는 곧 자기 주도의 변화를 의미한다. 위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자기 동기부여는 인생을 새롭게 결정짓거나 전혀 다른 영역에 도전하게 하는 힘이 될 수도 있다. 또 자기 동기부여는 자신이 수립한 목표나 방향성에 대한 접근 방법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자기 동기부여의 기회는 어떻게 찾을 것인가?
그런데 사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기 동기부여의 기회를 갖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을까?
 
인사 전문 컨설턴트인 매튜 델루카는 이를 위해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한 분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 분석은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도모하는 자기 동기부여로 가는 첫걸음이다.(표1)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 사람은 누구나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그 무엇이 있는 것일까?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과거의 좋은 추억을 상기해보거나 취미 생활의 일부 중에 자신이 편한 상태에서 즐겼던 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려봐야 한다. 그중에서 자신이 아무런 조건 없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신이 ‘잘하는 것’은 어떻게 찾을 것인가? 리더십 분야의 대가인 마커스 버킹엄과 도널드 클리프턴은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어떤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자신이 맨 처음에 나타낸 무의식적인 반응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인간의 무의식적인 반응은 자신의 숨겨진 강점, 즉 ‘잘하는 것’이 노출되는 순간이다. 학습에 대한 속도를 측정해보는 것도 ‘잘하는 것’을 발굴하는 방법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 자신이 확신을 갖고 있는 신념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목숨과도 같은 귀한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 이에 대한 열정은 어느 정도인가?’를 자문해보는 것이 ‘하고 싶은 것’을 찾는 열쇠다.
 
자기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꾸준히 탐색하고, 자신을 ‘행동’하게 만들 만한 그 무엇을 찾아야 한다. 조직 구성원들을 이끌고 있는 리더는 구성원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이에 맞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개개인의 동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조직 성과를 높이는 훌륭한 운용 전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타인의 부드러운 속삭임이나 보상보다는 자기 의지로 내딛는 자신만의 발걸음에 미소를 지을 것이다. 그 세계가 험할지라도.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