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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솔루션 업체 유라클

‘힘의 삼각관계’ 활용해 대기업 종속 막아

문권모 | 42호 (2009년 10월 Issue 1)
유라클은 전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도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예상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모바일 증권거래 시스템 분야에서 국내 1위에 올라 있으며, 점유율 80%인 디지털 케이블 방송 과금 시스템과 방송 금융(IPTV를 통한 금융 정보 서비스) 솔루션, U-헬스케어 솔루션 등 신규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라클의 매출액은 2007년 116억 원에서 2008년 159억 원, 2009년(예상) 240억 원으로 최근 3년간 급성장해왔다. 내년에는 코스닥에도 상장할 예정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8월 중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유라클 사옥을 방문해 이 회사의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꾸준한 사업 확장
공동 대표로 경영 부분을 맡고 있는 조준희 사장은 유라클의 성공 비결로 끊임없는 도전 정신과 적극적인 신사업 개발을 꼽았다.
 
“유라클이 하고 있는 사업은 거의 다 국내 최초로 시도한 것입니다. 저희는 PDA에 통신 기능이 없을 때부터 PDA용 증권 및 뱅킹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U-헬스케어 역시 국내에 개념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2005년에 기술 개발을 시작했지요.”
 
 

 
유라클은 창업 때부터 만만찮은 도전을 시작했다. 벤처 열풍이 꺼지기 시작한 2001년에 창업을 했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안정적인 대기업 해외사업부를 박차고 나와 회사를 세웠다.
 
“저는 대학 졸업 때부터 창업을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대기업에 입사한 것도 창업을 대비해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죠. 기획, 영업, 관리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금융위기 같은 것은 부차적인 문제였어요. 제대로 사업 모델을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
 
조 대표는 기술 분야의 전문가로 같은 그룹에서 일하던 박재홍 사장을 영입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경영과 기술 분야를 나눠서 맡고 있다.
 
유라클의 도전 정신은 중소기업답지 않은 꾸준한 사업 확장으로 나타났다. 유라클 경영진은 모바일 금융 솔루션에서 1위에 오른 후 고민을 시작했다. 조 사장은 “당시와 같은 상황에서 기업은 2가지 길 중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포화된 국내 시장을 떠나 해외로 진출하거나, 기존 시장에서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내놓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유라클은 후자를 선택했다. 아직 해외 진출은 시기상조이며, 유라클의 강점인 무선통신 기술은 접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업 확장은 2가지 방향으로 진행됐다. 첫째는 관련 분야 진출을 통한 채널의 다양화다. 유라클은 모바일 금융거래 솔루션을 TV와 홈 네트워크용으로 확대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두 번째 방안이다. 유라클은 기술이 아니라 고객에게 1차적 초점을 맞춘 후, 거기에 자사의 기술적 강점을 결합해 새 사업을 고안해냈다.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40∼50대 고객들이 금융 이외에 무엇을 고민하는지를 알아봤습니다. 그 결과 ‘건강’이라는 답을 얻었지요. 은행의 개인 뱅킹(PB) 서비스를 생각해보세요. PB는 고객에게 자산 관리와 법률 자문을 주로 해주지만, 여행이나 병원 소개·예약 업무도 대신해줍니다. 금융과 헬스케어는 겉으론 무관해 보이지요. 하지만 고객이 같다는 점에서 긴밀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회사의 기술력으로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서비스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5년 개발을 시작한 U-헬스케어 사업은 3년 만인 2008년부터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유라클은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신도시 아파트 1800여 가구를 대상으로 U-헬스케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으로 2만 가구에 추가로 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유라클의 U-헬스케어는 치료가 아니라 예방에 중점을 둔 서비스다. 고객들은 자신의 집에 설치된 건강 측정 기기를 통해 혈압과 맥박, 체지방량 등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고, 이상을 발견하면 유무선 통신을 통해 의료기관과 상담할 수 있다.
 
조 사장은 유라클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해 “비전(토털 라이프케어 서비스 프로바이더)을 토대로 사업을 확장하고 다각화하되, 각 부분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기술 못지않게 경영 전략에도 중점
기술 중심 기업들은 보통 한 분야에 집중해 ‘끝장’을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남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독보적이고 뛰어난 기술이 사업 성공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 중심주의는 경영진의 시야를 좁혀 때로는 기업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조준희 사장은 “보통 중소기업은 기술 개발이나 생산에만 치중하지만, 유라클은 전략과 기획을 기술과 함께 키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소위 ‘갑을(甲乙)’ 관계나,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기술을 빼앗기는 문제에 대해 예상과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중소기업에 제대로 된 전략이 없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어떤 사업 영역이든 수익을 노린 기존 강자가 입성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에 대해 불평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실수죠. 저는 중소기업이 제대로 된 전략을 세우지 못하기 때문에 대기업에 기술만 이전하고 버림받는 경우가 생긴다고 봅니다. 심지어 벤처기업도 외주기업의 것을 빼앗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런 문제는 어디서나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최고경영자(CEO)라면 정부의 실책이나 대기업의 착취를 탓하기 전에 자신의 역량부터 생각해봐야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문제는 전략적으로 해결해야지, 정서적으로 풀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유라클은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모범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사는 거의 모든 사업을 대기업과 함께 진행한다. 대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 명성을 얻고 사업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조 사장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서로 윈윈(win-win)하기 위해서는 사업 구조를 짤 때부터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대기업이 못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유라클이 A그룹의 정보기술(IT) 계열사가 잘하는 분야와 관련해 A그룹과 함께 일한다면, 당연히 추후에 노하우나 기술을 뺏길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대기업 계열사가 못하는 것을 하면 그럴 확률이 줄어들죠.”
 
유라클이 보통 삼자 구도로 사업을 구성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U-헬스케어의 경우 유라클과 포스코건설, 서울대병원이 함께 사업을 한다. 이러면 ‘힘의 균형’이 생겨 주도권이 한쪽으로 쏠리는 일이 적어진다. 한 곳이 빠지면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누구도 섣불리 배신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세밀한 조직 및 인력 관리
많은 중소기업들은 조직이 커지면 관리가 안 되는 문제에 부딪힌다. 유라클은 조직 및 인력 관리에서도 많은 공을 들여왔다. 조직 관리는 거시와 미시적 측면에 모두 신경을 쓴다.
 
유라클은 작은 회사이지만 3개의 사업 본부마다 개발, 영업, 마케팅, 기획 조직을 별도로 갖추고 있다. 각 사업 부문의 역량을 모으고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얼핏 보면 일반적 상식에 어긋나는 듯한 이런 조직 구조는, 회사 공통 부서에서 담당자들이 업무를 이것저것 맡다 보면 ‘사각지대’가 생기고 일의 밀도가 떨어진다는 경험에서 나왔다. 유라클은 유연하고 빠른 중소기업의 장점을 살려 시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모든 부서가 상호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정례적으로 ‘컨버전스 회의’도 열고 있다.
 
인력 육성과 유지에 대한 노력도 각별하다. 조 사장이 “일본의 종신고용 기업에서 교훈을 얻으려 한다”고 말할 정도. 유라클은 직원 개개인의 업무 부담을 조절해주고, IT 벤처기업의 ‘대명사’인 초과 근무와 야근도 상당 부분 없앴다. 개발 업무 담당자들은 초과 근무를 해야 할 때도 있지만, 동종업계의 다른 회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유라클은 특히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프로젝트를 몰아서 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업무량 집중이 고성과자 이탈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역량이 뛰어난 인재에게 업무를 너무 몰아주거나, 역량이 떨어진다고 일을 덜 주지 않도록 구조적으로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성과를 낸 사람에게는 확실히 보상을 해줘 이익의 13%를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조 사장은 현재의 벤처기업 풍토에 일침을 가했다.
 
“벤처기업은 단순히 기술을 자랑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업가 정신을 갖고 사업을 해야 합니다. 요즘에는 정주영 회장 같은 분이 없다는 게 참 서글퍼요.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진정한 기업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취재와 집필에는 배수진 인턴연구원(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이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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