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내내 위기 상황을 경험한 후, 기업 경영진은 미래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많은 이들이 다시 전략적 사고를 시작하면서 세상이 변했음을 깨닫고 있다. 이들이 보기에 지난 위기는 단순한 경기 순환의 일부분이 아니라, 경제 질서 자체를 바꿔놓는 사건이었다. 과연 옳은 생각일까?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환경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원동력이 무엇이며, 여기에 어떤 불연속성이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맥킨지&컴퍼니는 비즈니스 환경을 구성하는 여러 요인 중 개도국의 성장에서부터 사회에서 변화하고 있는 기업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요인들을 살펴봤다. 필자들은 이 글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런 요인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고,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전략을 제시하려 한다.
경영 환경 트렌드의 일부는 변함없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의 등장을 알리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필자들이 앞으로 몇 달 동안 더욱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지금의 상황은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세상이 금융위기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1. 자원 부족
금융위기 발생 직전, 에너지에서부터 식량에 이르기까지 여러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하지만 불황은 변화를 몰고 왔다. 원유 가격이 6개월 만에 배럴당 140달러에서 40달러로 급락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공급 부족 현상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경제 위기로 자원 생산 시설 투자가 지연된다면 공급 부족이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원유의 여유 생산 능력은 2010년부터 2013년 사이에 (불황의 심각성과 지속 기간에 따라) 유가가 급등했던 2007년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마찬가지로 물 부족 현상도 인구 증가와 산업화, 기후 변화로 인해 심각해지고 있다. 2030년쯤이면 물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지역에 세계 인구의 85%가 거주하게 될 전망이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는 물이 부족한 국가에서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략 전문가들은 자원 가격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심지어 자원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 상황에 대비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구글은 북서태평양의 수력발전소 근처에 서버 시설(server farm)을 만들기 위한 땅을 미리 확보해두고 있다. 필자들은 앞으로 몇 년 안에 ‘자원 생산성’, 즉 석유나 물, 기타 자원의 한 단위를 투입해 얻을 수 있는 산출량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세계화는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전에 필자들이 면밀하게 관찰했던 모든 트렌드 가운데 가장 안전해 보였다. 그렇지만 최근 세계적인 경제 통합의 몇몇 측면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수요 감소와 함께 국제 교역 규모가 줄어들면서 ‘재화 및 서비스 세계화’의 성장세가 한동안 정체기를 맞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세계화라는 트렌드 자체가 뒤집히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치적인 손익을 따졌을 때는 도하 라운드 타결 같은 방법으로 무역 자유화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자유무역 자체에 전면 공격을 퍼부을 경우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비자 물가가 높아지며, 경제 회복을 점치기가 힘들어진다. 물론 일부 국가에서 포퓰리즘에 입각한 정책을 들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제 교역 시스템이 회복될 가능성이 그보다 훨씬 더 크다.
한편 ‘인재의 세계화’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각국 정부가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대중을 의식해 관련 규정을 강화한다면 이민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 추세를 볼 때 서구 국가들은 결국 노동력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개도국은 계속 엄청난 수의 대졸자들을 양산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의 놀라운 발전 덕분에 지식 중심 업무가 전 세계로 골고루 분산될 전망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경영 및 기술 인력과 관련된 글로벌 시장 규모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금융의 세계화’는 더욱 취약한 실정에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의 시장이 점차 밀접한 관계를 맺어가고 있어, 문제가 생길 경우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퍼져 나가게 된다고 주장한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최악의 반응을 생각해보면 자본 통제의 부활(가장 생산적인 용도로 자원이 분배되는 것을 방해한다), 일관성 없는 규제 체계의 증가, 조화롭지 않은 금융 정책, 혁신을 억압하는 규제 환경 등을 들 수 있다. 최상의 경우로는 세계 금융 시스템의 투명성 증대, 규제 기관과 중앙은행 간의 긴밀한 협력, 한층 개선된 위기관리 접근 방법 등을 들 수 있다.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전략 전문가들은 다양한 세계화 시나리오를 가정한 다음 비즈니스 모델의 타당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화와 서비스, 자본, 인재가 국경을 넘어 자유롭고 공정하게 이동하는 시나리오 △교역 상대국에서 공정하지 않은 규제 및 관세 시스템을 적용하는 시나리오 △세계적으로 무역 보호주의가 되살아날 시나리오 등을 가정해볼 수 있다.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 이런 분석의 목표다. 질문은 △어떤 환경에서 관세로 인해 가장 바람직한 생산 시설의 위치가 달라지는가 △어떤 환경에서 자본의 제약으로 해외 사업부의 가치가 떨어지는가 △어떤 환경에서 노동력의 이동에 제약이 가해져 자국이나 타국에서 핵심 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역량이 줄어드는가 등이다.
기업과 사회의 관계는 금융위기 발생 이전부터 경색 징후를 보였다. 불황이 시작된 이후 기업에 대한 신뢰는 가파르게 하락했다. 2008년 12월의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Edelman Trust Barometer)’에서는 세계 20개국 성인의 62%가 “1년 전보다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다”고 답했다.
기업의 전략 전문가들은 왜 이런 현상에 신경을 써야 할까?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면 기업의 모든 활동이 한층 힘들어진다. 소비자의 신뢰 수준이 낮아지면 개별 기업의 거래 비용이 높아지고, 브랜드 가치가 낮아지며, 인재의 확보·유지·관리가 어려워진다. 기업에 대한 낮은 신뢰 수준은 궁극적으로 불매 운동, 부정적 여론, 원치 않는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
재계 전체의 측면에서는 기업 경영의 ‘판단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을 대중이 신뢰하지 않게 되면, 결국 ‘규범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이 등장하게 된다. 그러면 규범을 따르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생기며, 그만큼 유연성이 떨어지게 된다(2000년 미국에서 회계부정 사건이 터진 후 사베인-옥슬리 법안이 도입됐을 때와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