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풍력발전 업체들은 2006년 대리인을 앞세워 와이오밍 주의 목장주들과 접촉했다. 풍력 터빈 설치 부지를 빌리기 위해 목장주들을 설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풍력발전 업체는 여러 명의 농장주나 목장주로부터 대규모 용지를 임대했다. 와이오밍의 목장주들은 발전소 부지를 임대해주면서 자신들이 얼마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잘 알지 못했다.
그랜트 스텀바우 미국 농무부 풍력발전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는 어느 날 풍력발전 업체들이 와이오밍 주를 종횡무진하며 목장주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목장주들이 연합체를 결성하면 더욱 유리한 조건으로 풍력발전 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이에 스텀바우는 ‘풍력발전 연합(wind association)’ 모델을 내놨다. 먼저 목장주와 농장주가 최대 10만 에이커에 이르는 부지를 발전소 용지로 내놓는다. 이후 목장주들이 연합체를 만들어 풍력발전 업체와 임대차 계약 협상을 추진한다. 임대 수익은 공동 분배한다는 구상이었다. 이후 와이오밍 주에서만 8개의 풍력발전 연합이 결성됐고, 서부의 다른 주로도 연합체 결성이 확산됐다.
풍력발전 연합은 가만히 앉아서 업체의 접근을 기다리지 않았다. 대신 수십 개 업체와 접촉해 부지 사용권 협상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치열한 입찰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덕분에 목장 한 곳이 부지 임대로 얻는 연간 사용료만 해도 수십만 달러에 달할 만큼 높아졌다. 스텀바우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풍력발전 프로젝트는 불황에 허덕이는 목장주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협상에서 당신의 입지가 불리하다면 어떠한 방법을 취하겠는가? 와이오밍의 목장주처럼 약자들끼리 연합체를 구성하면 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고, 유리한 협상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힘겨운 상대방을 다루려면 연합체를 구성하라. 자원을 한데 모아야 한다.
연합체의 이점
협상 당사자가 독자적으로 협상에 나설 수 없는 상황들이 많다. 이혼 조정, 판권 계약, 기업 합병 등이 그렇다. 이때 변호사나 대리인을 선임하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협상 당사자가 연합체라면 단체 협상도 가능해진다. 단체 협상을 하면 한두 명의 전문가를 선임할 때보다 훨씬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약자들끼리 서로 경쟁하는 대신 힘을 합치면 막강한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다.
직원이 회사와 일대일로 협상할 때, 회사 측이 해고를 운운하며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직원들이 노조를 구성해 회사와 단체 협상을 벌이면 직원 간의 경쟁을 피할 수 있다. 보수와 수당 협상도 마찬가지다. 독자적으로 협상할 때보다 더 나은 수준으로 책정될 때가 많다.
연합체는 언제 참여해야 하나?
와이오밍 주의 사례에서 만일 목장주들이 발전소 건설 업체와 일대일로 임대차 계약을 추진했다면,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 괜히 콧대를 세웠다 업체가 옆 목장과 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풍력발전 연합’의 일원이 되면 정보도 얻고, 협상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이렇듯 약자끼리 연합체를 구성하면 여러 이점이 뒤따른다. 무엇보다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있다. 자원을 한데 모으면 입지가 유리한 상대방과 협상하더라도 협상력이 강화된다. 상대방이 약자들 사이의 경쟁을 유도하거나, 협상 중단을 선포하는 일도 막을 수 있다.
상대방도 연합체와 협상해야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 협상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미국 풍력발전협회(The Ameri-can Wind Energy Association)의 수잔 윌리엄 슬론은, 협회와는 ‘원스톱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협회에 소속된 목장주들은 임대차 계약의 주요 쟁점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풍력발전 업체는 단위 면적당 더 비싼 사용료를 지불하더라도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목장주를 선호한다. 협회에 소속된 목장주들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즉 연합체는 협상 과정의 효율성을 높여 협상 당사자 모두의 이해관계를 증진시킨다. 풍력발전소 건립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소비자나 지역 주민들도 더 유리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