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곡선-고객의 이익을 한눈에

36호 (2009년 7월 Issue 1)

업력 30년, 종업원 100명, 매출액 300억 원, 사장 나이 45세. 그렇다면 전문 경영인일까? 궁금했다. 에둘러 언제부터 이 회사에 있었냐고 물었더니, 미국에서 MBA를 따고 가업을 이었단다. 회사를 실내 바닥재 전문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눈은 글로벌을, 마음은 초우량을 지향하는데, 발은 남동공단에 있다 보니 고민이 많아 보였다.
 
많은 고민 가운데 하나만 풀어보라고 했더니, ‘왜 세련되게 고객을 관리하지 못할까?’란다. 그래서 그저 팔기만 하려 하지 말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미리 파악한 후 그들에게 컨설팅 하듯 접근해 성공을 돕자는 취지에서 영업부를 ‘고객컨설팅사업부’로 개편했다고 한다. 어느 화창한 화요일 아침, 고객컨설팅사업부 직원들과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고객에게 세련된 영업을 하려면 고객이 누구인지, 그 고객의 특성과 우리 회사와의 거래 관계는 어떠한지 잘 알아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래서 고객을 어떻게 구별하고, 그 고객별로 어떻게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지 물었다. 금방 답이 없기에, 아침의 짧은 미팅이지만 하나라도 똑똑히 설명할 요량으로 칠판에 ‘고래 곡선’이라고 썼다. “웬 고래?”라고 묻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운을 뗐다. 바다에서 고래를 본다고 가정하자. 수면 가까이 떠오른 고래의 옆모습은 고래 등만 수면 위에 있고, 머리와 꼬리는 수면 아래에 있다. 고객을 수익성이 가장 높은 고객부터 순서대로 줄을 세우고, 각각의 수익성을 누적시켜 더해 나가면 마치 고래 모습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름이 ‘고래 곡선(whale curve)’이다.

수익 극대화 포인트는 고래 등의 정점이고, 그 점을 지나면 고객 수익성은 점점 줄어들어 나중에는 거의 없어지게 된다. 즉 어떤 고객은 이익을 주지만, 또 어떤 고객은 오히려 손해를 끼친다는 말이다. 이를 보면 어떤 고객이 고마운지, 어떤 고객이 회사에 피해를 주는지 구분된다.
 
고래를 보면서 고객컨설팅사업부 직원들은 새로운 영업 작전을 짤 수 있었다. 그저 모든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고객의 수익성을 구별해야 한다. 고래의 머리에 있는 고객에게는 고객관계관리(CRM)를 강화해 최고의 서비스(특별 케어)를 제공하고, 넓은 고래 등에 해당하는 고객 그룹에는 소홀하지 않을 만큼 접촉(차별 터치)하면 된다. 또 꼬리에 해당하는 고객은 손해를 주는 고객임을 감안해 이에 상응하는 관리(이별 연습)를 해야 한다. 이것이 이날 자문의 성과였다.
 
편집자주 서비스 경영과 생산 관리, 물류 등을 연구해온 김연성 인하대 교수가 비즈니스 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툴을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벤처기업 사장을 역임하고 <생산관리> <품질경영>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저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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