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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t Company를 위한 예산 수립 방법

수시 변경 ‘카멜레온’ 예산안 만들기

마시모 지오다노,마무트 아크텐,마리 셰이펠 | 36호 (2009년 7월 Issue 1)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기업이 세운 예산안은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예산이 집행되기도 전에, 심지어는 예산 편성이 끝나기도 전에 벌써 쓸모가 없어지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잘못된 예산안이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을 저해한다는 점이다. 경제 전망이 주 단위로 달라지는 상황에서 과거 몇 년간의 실적이 어떠했는지는 의미가 없다. 과거 수치에 기반한 전통적 예산안은 불황에 대처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의 발목을 잡기 마련이다. 

 

 

전통적 예산 수립 방법의 한계
경제 여건이 안정된 환경이라 할지라도 기업의 예산 수립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예산 수립 방법은 △사업부별·제품군별 과거 매출 추이 분석 △비용 항목별 추이 파악과 구조 분석 △차년도 매출 및 비용 추정 △전략적 목표에 따른 배분과 조정 △각 사업부별 합의 도출 △최고 경영진의 최종 확정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이런 전통적 방식의 예산 수립에는 보통 4∼6개월의 긴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소요 기간에 비해 도출되는 결과물의 가치는 허탈할 정도로 의미 없는 경우가 많다.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 환경에서 사업부 간 조율을 통해 회계 연도 전체의 실적을 추정하는 예산을 세우는 일은 더욱 어렵다. 따라서 기존의 예산 수립 방법을 고수하다가는 비생산적 결과만 생기게 된다. 예산안은 쓸모없어지고 오히려 변화의 발목을 잡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노력했으나,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본 기업은 많지 않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담보할 수 있는 예산 편성 방법은 무엇일까?
 
새로운 접근법 - ‘빠른 기업’ 구현을 위한 예산 수립
우리는 보다 민첩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예산 편성 과정의 효율성을 증진하는 방안으로 △시나리오·이벤트 기반 예산 수립(scenario planning with trigger events) △주기적 예측치 업데이트(roll-ing forecasts) △분기별 예산 수립(qu-arterly budgeting) △제로-베이스 예산 수립(zero-based budgeting)을 제시한다.
 
이런 접근법은 기업이 불황기의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투입해야 할지 신속하게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산의 편성 과정은 물론, 집행 과정도 가속화할 수 있다. 단, 이런 대안들은 공통적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의 획기적 증대를 요구한다. 경영자들은 사업의 규모와 범위, 조직 문화 등 회사의 특성에 따라 이 대안들을 적절히 접목해 적용할 수 있다.
 
①시나리오·이벤트 기반 예산 수립
예산 수립 프로세스는 사업부 간 합의를 도출해가는 과정이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길고 어려운 과정을 통해 차기 연도에 집행할 투자 및 비용에 관한 통합된 시각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반적인 경영자들은 차기 연도의 사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 단지 추측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검토하는 경우는 드물다. 즉 미래의 변동성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이에 기반을 둔 장단기적 재무 분석을 수행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경영 환경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과 민첩성을 예산 편성 과정에 반영할 수 없다. 그 결과 사후 대응적 차원에서의 예산 수정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반면 위기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하려는 경영진은 극단적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상세한 수준의 시나리오를 수립한다.1 나아가 각 시나리오의 시사점을 반영해 사업 전략과 고객 전략, 경쟁 전략을 세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수립된 예산안은 시나리오별 추정 재무제표와 사업 계획서를 포함한다. 이런 준비를 갖춘 기업은 예산의 수정이 필요할 때 이미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라 남보다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서비스 아웃소싱이나 비상 구매 계약 활용과 같은 방법으로 비용 구조의 유연성을 확보하기도 쉬워진다.
 
이런 회사들은 자신들이 ‘주(主) 시나리오’에서 ‘대안 시나리오’로 선회하는 원인이 되는 여러 가지 ‘이벤트(event)’를 면밀히 파악한다. 즉 단기 자금 유동성의 변화, 주요 고객사 또는 협력사의 도산, 일정 수준의 시장점유율 하락과 같은 주요 변동 요인(이벤트)을 지속적으로 주시한다. 변동 요인들의 수준이 이미 정의한 상한선을 넘어설 경우, CFO는 경영진에 즉시 이를 보고해 미리 수립된 비상 대책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한다.
 
한 글로벌 헬스케어 제품 업체의 사례를 들어보자. 이 회사의 경영진은 특정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을 핵심 지표로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기본적인 제품군의 매출은 늘어나고 있음을 파악하게 됐다. 이 회사는 즉시 예산안을 대안 시나리오에 기반한 것으로 변경했다. 또한 하반기에 집행 예정인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예산 집행을 4분기 실적이 명확해질 때까지 미뤘다. 그리하여 불필요한 비용의 지출을 막을 수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CFO 차원에서 수행하는 비상 대책을 회사의 전체 조직에 적용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예산의 변경은 환경 변화의 영향이 큰 특정 사업부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다른 부서들은 기존 예산안대로 집행하면 된다. 물론 변경된 예산안이 적용되는 부서의 관리자들은 필요 자원의 확보 및 배분 방안을 다시 세우고, 인센티브 체계도 개정해야 한다.
 
②주기적 예측치 업데이트
대부분 기업들의 기획 부서는 월 또는 분기 단위로 실적을 예측한다. 그러나 이런 예측은 예산 관리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고작해야 연말 예측치를 수정하는 데 그친다. 그 결과 전사의 성과 관리 프로세스가 불투명해지고, 누구도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남은 한 해에 대한 예측치의 효용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더욱 줄어든다.
 
한 글로벌 인터넷 회사가 이런 주먹구구식 접근법을 채택했다. 이 회사는 일부 사업 부서의 예측치와 실제 실적 간의 차이가 계속 커져감에도, 당해 연도 전체의 실적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낙관했다. 재무 부서가 이 문제를 지적하고, 예측과 실제의 간극 해소를 위한 방안을 제안하고자 했다. 그러나 최고운영책임자(COO)와 해당 사업부장의 반발에 부딪혀 별 효과를 볼 수 없었다. 결국 목표 달성이 불가능함을 해당 사업부가 인정할 즈음에는 이미 대응 조치를 취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일부 선도적인 기업들은 중요한 재무 변수에 대한 12∼18개월 예측치를 매월 또는 분기별로 업데이트(rolling)하는 프로세스를 공식화하고 있다. 경영진은 이런 접근법을 통해 경영 실적상의 문제와 그 책임 소재를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예측치와 실제 실적이 빗나가기 시작할 때 바로 대응할 수 있다. CFO가 이런 프로세스를 관리하며, 매월 또는 분기별로 CEO와 COO, 사업부장들을 소집해 예측과 실적 간 차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 관련 사업부장들이 경영 실적에 대해 허심탄회하고 심도 있게 논의함으로써 향후 개선 방안을 뽑아낸다.
 
그러나 예산과 관련된 협업에 익숙하지 못한 기업들에 있어 이런 새로운 접근법의 도입은 매우 큰 문화적 변화를 요구한다. 사업부장들은 자신이 공언한 수치에 대해 책임을 지는 동시에,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 앞서 소개한 인터넷 회사의 경우, 예측과 실제 간 차이를 논의하기 위해 관련 사업부장들을 소집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 따라서 CFO는 사업부장들의 마인드를 변화시키는 데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③분기별 예산 수립
극도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시기에는 장기적 목표에 대해 잠시 잊고, 눈앞의 3개월에 전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심한 경영난에 처해 기업 회생을 시도하고 있는 회사들은 연간 예산 수립 방식을 보다 전술적인 분기별 프로세스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연간 매출이나 수익성보다는 비용 절감 및 운전자본 관리와 같은 단기적 재무 지표 관리에 주력하라는 뜻이다. 분기별 접근법을 적용할 경우 예측 프로세스가 개선되고, 보다 실시간에 가까운 자원 배분이 가능해진다. 또 각 분기 말 실적을 검토해 문제를 신속히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 시각에서 볼 때, ‘분기별 예산 수립’은 단기 성과에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따라서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장기적 성장 중심으로 선회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④제로-베이스 예산 수립
극도로 불확실한 지금의 경제 환경에서 많은 기업들이 획기적인 비용 절감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통상적인 예산 수립 방법은 사업 환경의 근본적 변화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경영자들이 사업 모델 자체를 재검토할 수 있도록 고안돼 있지 않다. 대다수 회사의 예산안은 과거의 예산을 기반으로 수립되며, 인플레이션이나 특정 제품의 매출 추이에 따른 점진적인 조정만이 가능하다.
 
‘제로-베이스 예산 수립’은 인플레이션 문제가 극심했던 1970년대 중반에 고안됐다. 2 이 방법은 각 사업부별 예산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하도록 한다. 즉 사업부별로 서로 다른 가설(예를 들어 시장 규모의 30% 위축과 같은 상황)을 상정해 매출과 비용을 추정한다. 경영진은 전사 전략과의 정합성과 예상 투자 수익을 고려한 평가 순위에 따라 투자와 비용 지출의 우선순위를 책정한다. 경영진은 각 사업부의 예산을 개별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항목으로 분류함으로써 희소한 자원을 어디에 먼저 투입해야 하는지 쉽게 결정할 수 있다.

여기서는 큰 변화를 겪고 있는 통신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의 통신 업체들은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차세대 네트워크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문제는 차세대 네트워크로부터 예상되는 단기적 매출이 미미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유럽의 한 통신 업체는 이런 상충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제로-베이스 예산 수립 방법을 도입했다. 이 회사는 먼저 전체 비용을 단위 부서별로 논리적으로 배분했다. 또 ‘신규 자본 지출(3세대 네트워크 구축 등)’과 ‘유지 보수 지출’ 등의 경비 유형을 분류했다. 그런 후 각 부서별 비용 항목을 ‘유지’ ‘협의’ ‘삭감’으로 구분했다. 마지막으로 경영진이 비용 지출의 우선순위를 재무적 수익과 전사 전략과의 정합성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이런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이 회사는 목표했던 20%의 비용 절감을 달성할 수 있었다. 절감된 비용은 미래 성장을 위해 투자했다.
 
이런 접근법은 그렇지 않아도 오래 걸리는 예산 편성 프로세스를 몇 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따라서 제로-베이스 예산 수립은 비용 절감의 기대 효과가 큰 영역들에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본 지출과 영업비, 구매비와 같은 주요 비용 항목이 그 대상이다.
 
회사의 비용 중 최대 지출 항목을 파악해 그중 실질적으로 삭감할 수 있는 영역을 파악하는 일은 매우 유용하다. 직원 급여나 영업점의 부동산 임대료는 상대적으로 유연성이 떨어져 변경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반면 광고비나 자본 지출과 같은 항목들은 매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기업이 예산 수립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예산 수립에 일반적으로 소요되는 4∼6개월은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에는 너무 오랜 기간이다. 예산 수립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CFO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확대해 전략과 예산의 일치를 추구해야 한다. 또한 핵심 지표를 중심으로 예산을 관리하고 관료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새로운 예산 수립 방법을 도입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이에 성공하는 기업들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주 이 글은 The McKinsey Quarterly 인터넷판(2009년 5월)에 실린 원문 ‘Just-in-time budgeting for a volatile economy’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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