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2 불고기브라더스

우아하고 향기로운 고깃집의 변신

27호 (2009년 2월 Issue 2)

식당에 들어서면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젊은 그리터(greeter)가 인사를 건네며 좌석을 배정한다. 고급 인테리어로 꾸며진 식당 안은 재즈 음악이 흐르고 한쪽 벽면에는 와인 바처럼 수십 종의 와인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무전기를 차고 이어폰을 꽂은 서버가 다가와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다. 불고기·꽃등심·갈비·된장찌개 등을 파는 고기구이 전문점이라고 소개돼 있지만 식당 안팎 어디에서도 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가 나지 않는다. “여기가 고깃집 맞아?” 불고기 전문식당 ‘불고기브라더스’를 찾은 고객들의 반응은 대부분 이와 같다.
 
경쟁이 극심한 외식 산업은 경기침체의 직격타를 맞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최근 불황의 여파로 동네 식당과 프랜차이즈 식당이 잇달아 도산하고 있으며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도 폐점 매장이 속출하는 등 구조조정의 바람이 거세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 불고기브라더스는 2006년 10월 1호 매장을 낸 이래 현재 직영 매장 13곳을 운영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호황기 때 패밀리 레스토랑 선두업체들이 4∼6년이 걸려 10여 개 매장을 낸 점을 감안하면 불고기브라더스의 실적은 놀랍다. 첫해 2억 원이던 매출은 2007년 92억 원에서 지난해 148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외식업체 대부분이 긴축경영에 들어간 올해도 불고기브라더스는 매장 3곳을 더 늘릴 계획이다.
 
불고기브라더스는 TGI 프라이데이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을 국내에 정착시킨 정인태 회장과 이재우 사장이 ‘한식의 표준화·대중화·산업화·세계화’를 내걸고 만든 브랜드 한식당이다.
 
‘메뉴뱅크’로 똑같은 맛을 내다
불고기브라더스가 이처럼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한식당을 대형화·체인화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표준화된 맛 개발에 있다. 한식은 주방장의 손맛에 의존하는 등 조리법이 매뉴얼화 돼 있지 않아 그동안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발전하지 못했다.
 
정 회장과 이 사장은 식당을 열기 전 6개월 동안 청와대에서 궁중음식을 담당한 20년 경력의 조리장과 메뉴 개발만 하며 조리법을 표준화했다. 된장찌개의 염도, 김치의 산도, 과일의 당도에서부터 양념의 분량, 냉면 면발을 씻는 물 온도와 횟수까지 계량화하고 불의 세기, 온도, 조리 시간 등을 매뉴얼화 했다.
 
이재우 사장은 “모든 사람의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맛의 기준을 잡고 이를 매뉴얼화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보편타당한 맛을 찾기 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수히 품평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식당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정성, 손맛, ‘빨리’가 아니라 신입사원도 쉽게 알아보고 똑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매뉴얼이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계량화·매뉴얼화된 모든 조리법은 불고기브라더스의 ‘메뉴뱅크’에 담겨 있다. 불고기브라더스의 모든 직원은 메뉴뱅크에 담긴 매뉴얼화된 조리법에 따라 전 매장에서 똑같은 레시피로 통일된 맛을 내고 있다.
 
다른 한우 고깃집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 가격도 대형화·체인화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쇠고기 구매 유통 경로를 대폭 줄인 데다 대량 구매 방식으로 가격을 확 낮췄다. 또 많은 프랜차이즈 식당이 본사가 식자재를 일괄 구매하는 것과 달리 불고기브라더스는 본사가 가격 협상을 한 뒤 13개 매장이 직접 식자재를 구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배송·저장 등의 물류 프로세스를 아웃소싱해 비용을 대폭 줄였다. 대량으로 쓰이는 고기 양념이나 식혜 등의 후식도 아웃소싱으로 만들고 있다. 과감한 아웃소싱을 통한 비용절감은 저렴한 판매가격으로 이어져 한식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식 서비스 도입
불고기브라더스는 고객들이 어느 매장에 가더라도 동일한 수준의 품격 있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도 매뉴얼화·표준화했다.
 
이를 위해 패밀리 레스토랑식 고객 서비스를 도입했다. 매장에서는 ‘고깃집 아줌마’ 대신 말끔한 외모에 유니폼을 차려 입은 20, 30대 직원들이 그리터, 테이블 담당 서버, 테이블을 치우는 버서, 바텐더 등의 업무를 나눠 맡는다. 이들은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으며(눈높이 서비스), 고객이 주문한 뒤 음식이 나가는 시간까지 체크하며(서비스 타임) 서빙한다. 불고기브라더스는 이러한 서비스 기법과 프로세스를 매뉴얼화해 직급별 ‘서비스 핸드북’으로 만들어 전 직원들에게 교육한다.
 
작은 방법으로 고객을 감동시키는 틈새 서비스도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따왔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음식이 나오기 전에 공짜로 제공한 ‘부시맨 브레드’의 빵 서비스로 고객을 끌며 선두업체로 올라섰다. 불고기브라더스도 이를 본떠 애피타이저로 고구마·감자·옥수수 등을 제공한다. 원하면 집에 갈 때 포장도 해준다. 또한 고깃집으로는 독특하게 홍시·유자·복분자·딸기 등으로 만든 에이드 음료를 다양하게 구비했으며, 패밀리 레스토랑처럼 청량음료로 무한리필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크한 한국식 스테이크하우스’의 분위기를 내도록 전문 컨설팅을 통해 전 매장의 인테리어는 물론 음악·조명까지 통일했다. 인테리어는 패밀리 레스토랑식 부스형 좌석에 한국형 격자무늬를 접목해 동서양의 분위기를 조화시켰다. 초기에 가요나 클래식 위주로 선곡하던 매장 음악은 식당 콘셉트에 맞춰 경쾌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재즈로 바꿨다. 매장 내 조명도 공간별로 색상과 밝기를 달리했다. 통로는 어둡게 하는 대신 좌석 부분은 간접조명을 써 은은한 분위기 속에서 고객들이 편안함을 느끼도록 했으며, 불판 쪽은 스포트라이트의 직접 조명을 비춰 고기 익는 모습이 돋보이도록 했다.
 
고기 굽는 냄새 대신 전통주 소믈리에
불고기브라더스는 온몸에 배일 냄새 걱정 때문에 고기 먹기를 망설이는 고객들에게 우선적으로 어필한다. 고기를 구워도 연기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도록 테이블당 약 800만 원을 투자해 하향식 배기 시스템을 갖춘 최고급 불판을 설치했다. 특수 통풍 시스템이 연기와 냄새를 빨아들여 매장 바닥 아래에 설치된 배관 시설을 통해 밖으로 내보낸다. 이 때문에 일반 고깃집처럼 천장에서 내려오는 환풍구도 없어 고객들은 앞사람과 얼굴을 마주보며 식사할 수 있다.
 
테이블에서 가위를 사용하지 않고 고기가 한입 크기로 잘라져 나오는 것 또한 이 곳의 특징이다. 이 사장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작은 부분까지도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에 맞춰야 한다”면서 “고객들도 위생적이라며 이를 더 반긴다”고 설명했다.
 
불고기브라더스는 지난해 10월부터 매장의 와인 리스트를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전국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한산소곡주·황진이·세시주·안동소주·문배주 등 전통주 18가지를 들여놨다. 그리고 모든 매장마다 ‘전통주 소믈리에’를 뒀다.
 
전통주 소믈리에는 고객들에게 술에 얽힌 역사나 제조와 관련된 기후·풍토, 술의 맛·성분 등을 설명하며 고객 취향과 모임의 분위기에 맞는 전통주를 추천한다. 이 사장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곁들여 추천해 주면 고객들이 상당히 좋아한다. 전통주의 맛이나 향에 따라 와인 잔에 따라주기도 한다. 이 덕분에 현재 전통주 매출이 전체 매출의 4∼5% 수준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고객과의 관계를 많이 맺어라
이 사장은 “식당 비즈니스는 ‘점(點)’이 아니라 ‘선(線)’”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한 번의 좋은 서비스로 고객을 붙잡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고객과 관계를 맺으면서 지속적인 고객 서비스와 고객 만족을 제공해야 진정한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식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 기법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진정으로 고객을 감동시키는 것은 ‘내가 진정으로 환영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이다. 손님들과의 관계를 많이, 지속적으로 맺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불고기브라더스는 매장마다 단골 사진첩이 있다. 매장당 400명에서 최대 2000명까지 단골 리스트를 만들어 손님의 사진과 이름·취향·특징 등을 기록해 둔다. 이를 외운 직원들은 고객을 알아보고 ‘아는 척’을 하며 식성에 맞춘 메뉴를 추천한다. 계절 반찬이나 양념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
 
또 ‘테이블 비지트(table visit)’라고 명시된 서비스 매뉴얼에 따라 새로운 고객이 오면 모든 직원은 테이블을 찾아가 인사하며 얼굴을 익힌다. 매니저급은 새 고객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명함을 몇 개나 받았는지, 새 고객의 특징은 어떠한지 파악해서 ‘테이블 비지트 리포트’까지 작성해야 한다. 교육 받은 서비스를 제대로 실행에 옮기도록 매뉴얼화 한 것이다.
 
이 사장은 “내가 누구인지 알아봐 주는 것만큼 큰 친절이 없다. 모든 직원이 일일이 찾아가 아는 척하며 인사한다고 귀찮아하는 손님은 아무도 없다. 고객은 단순히 밥만 먹고 가는 게 아니라 대접을 받고 간다고 느낀다. 그러면 그 손님은 우리 식당을 또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직원 참여로 만들어낸 현장 중심 서비스
불고기브라더스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으로 고객의 의견을 듣는 ‘고객의 소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 직원들이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전날 접수된 고객의 소리를 놓고 내부 토론을 벌이는 것이다. 불만 사항이 접수되면 24시간 내에 처리한다는 원칙을 세워 놓았다. 고객 불만에 대한 해결책과 절차 등은 모두 문서화된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전 매장의 점주·서비스매니저·조리매니저 등 관리자들이 참석해 열리는 간부회의에서 매장별 정보가 공유된다.
 
이 사장은 “이러한 정보 공유로 비슷한 실수를 다른 매장에서 줄일 수 있게 됐다”면서 “90% 칭찬을 목표로 설정해 매장에 접수된 고객의 소리를 모든 고객이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객 불만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한 직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는 ‘직원제안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제안 제도에 따라 식음료의 품질을 높이는 방법, 업무를 간소화해 효율을 높이는 방법, 좋은 서비스 방법 등 업무 성과를 높이는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직원은 0.5∼4.0%의 인센티브나 진급 기회를 얻는다.
 
이 사장은 “열심히 일만 하는 사람보다 주인의식을 갖고 각종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직원을 우선시한다”면서 “매장에서 시작되는 현장 중심의 서비스, 현장 중심의 아이디어는 이를 바탕으로 나온다”고 강조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