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중국 드론과 도심항공교통(UAM) 산업은 기술과 정책, 방대한 실증 데이터가 결합된 ‘시스템의 승리’다. 중국 기업들은 하드웨어 제조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플랫폼까지 수직 계열화해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국가적 차원의 강력한 지원을 통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 인증을 확보하는 등 독보적인 격차를 만들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단순 기체 제조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UAM을 ‘항공 데이터 산업’으로 재정의하고 국가 차원의 통합 데이터 레이크를 구축해 민간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미국이나 중동 등 안보 동맹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 중국이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선(先)실증 후(後)규제’ 방식의 과감한 제도 개선으로 민관 협업의 속도를 극대화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제조업 역량 상승과 관련해 국내 기업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제조업이 ‘저가 상품 또는 중간품 위주의 생산기지’라는 이미지를 벗고 다양한 분야에서 선도 기업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드론 시장에서 중국 기업 DJI는 단순한 점유율 1위를 넘어섰다. 기체부터 배터리, 모터, 비전 칩, 운영 소프트웨어, 데이터 플랫폼까지 모든 핵심 요소를 수직 계열화하며 사실상 글로벌 드론 생태계의 표준을 정의해버렸다. 여기에 전 세계에서 수집된 방대한 실증 데이터를 결합해 혁신의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의 ‘초격차’는 드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심항공교통(UAM) 분야의 이항(EHang)은 세계 최초로 전동수직이착륙기(eVTOL)의 상용 인증을 확보하고 도시 관광과 응급 운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기차의 BYD는 부품 내재화를 무기로 글로벌 판매 1위에 올랐고 우주 산업에서는 국가항천국(CNSA)과 민간기업이 연합해 연간 60회 이상의 발사 능력을 갖추며 저궤도 위성 통신망을 깔고 있다. 이는 개별 기업의 성취가 아니라 중국 정부가 설계한 저고도 경제(Low-Altitude Economy)·항공우주·신에너지·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청사진이 현실화된 결과다.
중국 드론·UAM·우주 굴기: 국가 전략으로 설계된 거대한 ‘공간 생태계’
지난 10년간 중국의 드론, UAM, 우주 분야 정책은 단순한 개별 산업 육성을 넘어 국가 전략 차원의 거대한 ‘공간 경제 확장 프로젝트’로 진화해 왔다. 특히 2020년을 기점으로 중국 정부는 드론과 UAM을 단순한 제조 산업이 아닌 지상 300m 이하의 공역을 활용하는 ‘저고도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권으로 재정의했다. 이는 공중 공간을 도로·철도와 같은 핵심 인프라로 간주하고 물류, 관광, 치안, 재난 대응 등 다양한 산업과 결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공간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적 기조 아래 중국 민항국(CAAC)은 ‘실증이 규제보다 먼저’라는 원칙을 세우고 수십 개의 도시를 거대한 테스트베드로 전환했다. 규제의 문턱을 낮추고 실제 도심에서의 비행을 장려한 결과, 2024년 상반기 기준 중국 드론의 누적 비행시간은 약 982만 시간에 달했다. 이 방대한 데이터는 단순한 운항 기록이 아니다. 이는 자율비행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물류 효율을 높이며, 안전 기준을 확립하는 핵심 원료가 된다. 즉 ‘도시 실증→데이터 축적→기술 고도화→상용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부 주도로 구축된 것이다.
이 판 위에서 중국 기업들은 ‘수직통합’과 ‘군-민 융합’을 무기로 산업 생태계를 장악했다. DJI가 세계 시장을 석권한 비결은 기체부터 배터리, 모터, 소프트웨어, 데이터 플랫폼까지 모든 핵심 요소를 내재화했기 때문이다. UAM 분야의 선두 주자 이항 역시 지방정부의 도시 계획과 맞물려 관광 및 여객 서비스를 실제 상용화 단계로 끌어올렸다. 특히 민간의 기술이 군사적으로 활용되고 군의 고도화된 기술이 다시 민간으로 이전되는 군-민 융합 구조는 중국 기업들의 기술 혁신 속도를 가속화하는 강력한 엔진이 되고 있다.
중국의 야심은 저고도를 넘어 우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2020년대 들어 중국은 국가항천국(CNSA) 중심의 우주 개발에 민간기업의 참여를 대폭 확대했다. 랜드스페이스, 갤러틱에너지 등 민간 발사체 기업들이 급성장하며 중국의 연간 발사 횟수는 미국과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다. 핵심은 이 우주 인프라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지상의 드론·UAM과 결합된다는 점이다. 중국은 독자적 위성항법체계인 베이더우(BeiDou)와 대규모 저궤도 위성 통신망을 통해 지상부터 우주까지 이어지는 ‘수직적 공간 인프라’ 전체를 장악하려 한다.
결국 중국의 드론, UAM, 우주 산업의 약진은 개별 기술의 승리가 아니라 ‘시스템의 승리’다. 다가올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은 항공우주, 신에너지, 6G, AI를 하나의 거대한 기술 생태계로 통합하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의 부상을 단순한 위협 이상으로 느껴야 하는 이유는 중국이 정책, 기술, 자본, 도시, 데이터를 하나의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게 만드는 압도적인 시스템 설계 능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래 산업 경쟁의 본질이 ‘기술 싸움’에서 ‘생태계 싸움’으로 전환됐음을 시사한다. 한국의 정책과 기업 활동: ‘스케일과 속도의 제약’이 존재 한국은 드론·UAM·우주 산업에서 방향성 자체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명확히 설정했다. 정부는 UAM 로드맵 수립, 드론 특별자유화구역 지정, 우주항공청(KASA) 출범 등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고 민간기업들 역시 수소 드론, UAM 기체 설계, 소형 위성 등 개별 기술 영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축적해 왔다. 특히 2020년 출범한 ‘UAM Team Korea’는 국토부·산업부·과기부를 중심으로 통신사, 공항공사,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협력 구조를 만들며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형식과 설계만 놓고 보면 글로벌 표준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체감되는 위기감은 줄어들지 않는다. 이는 기술의 완성도나 비전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정책이 실제 시장과 운영 단계로 전이되는 과정이 지나치게 느리고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실증은 여전히 특정 구역, 특정 기간, 특정 목적에 한정된 방식으로 설계돼 있으며 공공 안전과 행정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증이 곧바로 상업 운항이나 서비스 확대로 이어지기보다는 개별 프로젝트 단위의 ‘검증 행사’로 소모되는 경우가 많다.
우주 분야 역시 컨트롤타워는 갖췄지만 정책 목표와 산업 현장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누리호 고도화와 민간 우주 산업 육성이라는 방향은 분명하나 이를 장기간 뒷받침할 안정적인 민간 투자 환경과 스케일업 경로는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 드론·UAM·우주 산업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은 기술개발과 제도 설계는 비교적 앞서 있지만 이를 일상적 운영과 시장 확대로 연결하는 단계에서 속도와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결국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해법 한국은 이처럼 개별 기술 역량, 인력 수준, 연구기관의 연구 품질을 놓고 보면 절대 뒤지지 않는다. 실제로 배터리, 수소연료전지, 정밀 위성, 고신뢰 부품, 통신 기술 등에서는 중국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되는 영역도 적지 않다. 그러나 중국은 정책, 산업, 기술, 시장, 자본, 데이터가 수직적·수평적으로 통합된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을 구축해 뒀고 이 시스템이 혁신의 속도와 규모를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의 차이를 혁신 속도, 시장 규모, 정책·제도 구조, 산업 구조, 데이터, 자본, 조직·문화라는 일곱 가지 관점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1) 혁신 속도: 중국이 ‘선(先)실증 후(後)규제’라면 한국은 ‘선(先)규제 후(後)실증’이다. 중국은 규제보다 실증을 우선순위에 두고 도시 단위로 과감하게 테스트를 허용한다. 실증이 데이터를 낳고 데이터가 상용화를 앞당기는 선순환 구조가 빠르게 반복된다. 반면 한국은 실증 공간이 제한적이고, 승인 절차가 복잡하며, 데이터 기반 업데이트보다는 사전 규정 준수에 무게를 둔다. UAM과 드론이 시연 이벤트나 공공 서비스에 머무는 사이, 중국과의 시장 진입 속도 격차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벌어지고 있다.
2) 시장 규모: 중국은 흔히 ‘규모의 경제’를 가진 나라라고 평가되지만 드론과 UAM, 우주 산업에서는 ‘규모의 실증’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14억 인구와 수백 개 도시는 단지 잠재 수요가 많은 시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증과 운영을 병행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국내에 무한하게 존재한다는 뜻이다. 300개가 넘는 도시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저고도 경제와 UAM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도시마다 실증 노선이 수십, 수백 개씩 운영되면서 eVTOL 관광, 도심 물류, 응급 의료 등 다양한 서비스가 상업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DJI 같은 기업은 이러한 환경에서 산업용 드론만으로도 연간 수십만 대를 보급하며 그에 따르는 학습 데이터를 손에 넣는다. 반면 한국은 인구와 국토 규모가 작아서가 아니라 제도 och 정책 구조상 실증이 소수 지자체와 한정된 기간에만 허용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실증의 규모’가 극히 제한돼 있다. 실증 공간은 서너 곳에 불과하고 그것조차 단기 이벤트 형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으며 도시 간 데이터와 경험의 공유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는 구축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축적되는 데이터도 소규모에 머문다.
3) 정책 구조: 중국은 저고도 경제, 항공우주, 신에너지, AI를 하나의 거대한 클러스터로 설계한다. 국무원, 군, 지방정부가 목표를 공유하고 가치사슬 전체를 묶어서 움직인다. 반면 한국은 드론(과기·산업·국토부), UAM(국토부), 관제(과기부·항공기관) 등으로 정책이 파편화돼 있다. 우주항공청 출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처별 개입이 혼재된 분절 구조는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고 이해관계 조정을 어렵게 만들어 ‘국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중국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게 한다.
4) 산업 구조: 중국은 수직통합을, 한국은 모듈형 분절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드론, UAM, 우주 산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기체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핵심은 부품, 소프트웨어, 운영능력, 데이터, 대량생산 체계, 관제 인프라를 얼마나 잘 통합해 하나의 완결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느냐에 있다. 중국의 DJI, BYD, 이항은 핵심 부품부터 서비스 플랫폼까지 수직통합해 기업 하나가 생태계 전체를 설계한다. 반면 한국은 기체, 운항, SW, 부품이 각기 다른 기업에 분산돼 있고 주로 MOU 형태의 느슨한 협력에 의존한다. 이는 전문성에는 유리할지 모르나 통합된 솔루션을 시장에 빠르게 내놓는 데는 취약하다.
5) 데이터 격차: 드론과 UAM은 본질적으로 하드웨어 산업이 아닌 데이터 산업이다. 중국은 연간 수백만 시간의 비행 데이터와 민·군 통합 항공우주 데이터를 축적해 AI 자율비행 알고리즘을 혁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공공 서비스 위주의 제한적 운용으로 데이터 축적이 미미하며 민간 데이터 공유 체계도 부족하다. 데이터의 양과 다양성 부족은 아무리 좋은 기술 인력이 있어도 AI 기술을 고도화할 수 없는 근본적 한계를 만든다.
6) 자본의 성격: 중국은 국가 펀드와 지방정부 투자를 통해 10년 이상의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을 지원하며 실패를 용인한다. 반면 한국의 정부 R&D는 2~3년 단위 단기 성과에 집중되고 민간 벤처투자 역시 회수가 빠른 분야로 쏠린다. ‘자본 투입 → 실증 → 매출’의 주기가 긴 우주·UAM 산업 특성상 장기 자본의 부재는 한국 산업이 영원히 ‘파일럿 단계’에 머물게 할 위험을 높인다.
7) 조직문화: 중국은 국가와 도시, 기업이 하나의 프로젝트팀처럼 명확한 장기 목표(예: 2030년 달 기지 건설)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반면 한국은 연구기관(논문), 기업(매출), 정부(임기 내 성과)의 목표가 분산돼 있다. 10년짜리 거대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통합된 비전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시스템 단위로 밀고 들어오는 경쟁자를 이기기 어렵다.
한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마주한 위기의 본질은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이다. 혁신 속도, 실증의 규모, 정책과 제도의 통합도, 산업 구조의 수직통합 여부, 데이터 축적 능력, 장기 자본의 뒷받침, 조직과 문화의 시스템 지향성에서 중국은 이미 새로운 수준의 경쟁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한국이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개별 기술 경쟁력을 강조하는 기존 프레임을 넘어 산업 전체를 감싸는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고 움직이게 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중국처럼’이 아니라 ‘중국이 못하는 방식으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마주한 위기의 본질은 개별 기술 역량이 아닌 ‘시스템’에 있다. 따라서 대응 전략 역시 단순한 ‘기술개발’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기술의 고도화를 넘어 산업을 감싸는 전체 시스템의 설계 방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이다. 규제 중심 국가에서 실험 중심 국가로, 분절된 구조에서 통합 운영 시스템으로, 제조 중심 사고에서 데이터·서비스 중심 산업으로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취해야 할 6가지 핵심 전략을 제언한다.
첫 번째 전략은 한국을 ‘실험국가’, 즉 실증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국가로 전환하는 것이다. 중국의 속도는 기술력이 아닌 ‘실증 우선 전략’에서 나왔다. 한국도 이 속도전에 진입하려면 행정·규제 구조부터 혁파해야 한다. 인천, 세종 등 개별 도시 단위의 실증을 넘어 저고도부터 도심, 항만, 공항, 우주 통신까지 통합 실증할 수 있는 ‘초공간 실증구(K-항공모빌리티 특구)’를 국가 차원에서 지정해야 한다. 이곳에서는 365일 상시 실증과 야간 운항, 도심 광역 운용이 일상처럼 허용돼야 한다. 핵심은 ‘선규제, 후실증’에서 ‘선실증, 후규제’로의 제도적 전환이다. 미국 FAA처럼 특정 조건하의 예외를 허용한 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규범을 정교화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UTM(UAS Traffic Management, 무인비행장치 교통관리체계), V2X(Vehicle to Everything, 차량·사물 통신),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위성항법시스템) 등 관제·통신·데이터의 국가 표준을 정부가 깔아주고 민간은 그 위에서 자유롭게 혁신하는 개방형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두 번째 전략은 ‘중국이 강한 영역에서 중국을 이기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스케일과 비용 경쟁은 중국의 홈그라운드다. 대신 한국은 중국이 구조적 제약을 가지는 4가지 영역을 공략해야 한다.
①
고신뢰·고품질 시장: 수소 드론이나 극지·군수 분야처럼 고난도·고위험 환경에서는 한국의 기술 신뢰성이 우위를 점한다.
②
국제 규범 시장: ICAO(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 국제민간항공기구) 기준, 데이터 프라이버시 등 국제 규범 준수가 필수적인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이 선호된다.
③
방산·우주-민간 융합: 쎄트렉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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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지구 관측 위성처럼 군사·산업 데이터를 아우르는 Dual-use 모델은 중국 기업의 진입장벽이 높은 영역이다.
④
전략적 동맹 시장: 미국, 유럽, 중동(UAE, 사우디) 등 안보 동맹국과의 협력 프로젝트에서는 한국이 중국보다 확실한 파트너십 우위를 가진다.
세 번째 전략은 이 산업을 기체 제조가 아닌 ‘데이터 산업’으로 정의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승자는 기체를 잘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도시를 운영하는 ‘항공 데이터 기업’이 될 것이다. 비행 로그, 기체 상태, 위성 정보 등은 AI 자율비행 알고리즘의 핵심 자산이다. 한국은 이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국가 데이터 레이크’를 구축하고 민간이 이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책과 자본 역시 파블로항공, 볼로랜드 같은 운영·관제 소프트웨어 기업을 ‘플랫폼 기업’으로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궁극적 목표는 도시 데이터(교통, 안전, CCTV 등)와 항공 데이터를 결합해 도시 운영 자체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네 번째 전략은 정부는 단순한 MOU 조정자에서 ‘미션형 국가 프로젝트 설계자’로 변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강점은 국가, 지방, 기업이 하나의 조직처럼 움직인다는 점이다. 한국도 명확한 미션을 중심으로 조직이 정렬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예컨대 ‘2030년까지 국산 eVTOL 상용 노선 10개 구축’ ‘2032년 위성 50기 군집 완성’ 같은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고 민·관·지자체가 공동 KPI를 공유해야 한다. 공공 조달 역시 단순 구매를 넘어 초기 시장을 형성하는 마중물로 재설계돼야 한다.
다섯 번째 전략은 ‘국내 테스트 후 해외 스케일업’ 전략을 산업 구조에 내재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소한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UAE,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 신기술 수용성이 높은 국가를 글로벌 전진기지로 삼아야 한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중동 프로젝트나 현대차 슈퍼널의 미국 선(先)인증 전략처럼 해외에서 먼저 실증과 상용화 경험을 쌓고 그 데이터를 국내로 역수입하는 방식이다. 이는 인프라 구축 시간을 단축하고 국내 규제 이슈를 우회하며 방대한 글로벌 데이터를 확보하는 효과적인 우회로다.
마지막 전략은 한국 생태계의 한계를 보완할 전략적 협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대기업, 스타트업, 연구기관이 모이는 협업은 단순 MOU가 아닌 ‘문제 해결형 팀’으로 설계돼야 한다. ‘자율비행 고도화’ 같은 구체적 문제를 중심으로 6개월마다 MVP(최소 기능 제품)를 내놓는 실리콘밸리식 민첩성을 이식해야 한다. 또한 ICAO, UTM 등 글로벌 표준 논의에 적극 개입해 초기 주도권을 확보하고 공공과 민간이 함께 리스크를 분담하는 공동 투자 플랫폼을 통해 장기 투자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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