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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시대의 국제경영

세상은 늘 불확실… 멀리 길게 보자

전용욱 | 21호 (2008년 11월 Issue 2)
우리는 지금 불확실성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최근의 불확실성은 거의 ‘쓰나미 공포’에 가깝다. 이런 위험을 가중시키는 불확실성의 동인(driver)은 과연 무엇일까. 필자는 헤게모니 충돌, 네트워크 진화, 참여자(player) 증가라는 세 가지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우선 헤게모니 충돌은 그 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에 새로운 도전자들이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중국,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세력은 미국 중심의 기존 질서에 상당한 교란을 일으키며 세계경제에 중대한 불확실성을 유발했다. 특히 중국의 정치·경제적 야망은 베이징 올림픽 투자에서 나타났듯이 과도한 자원 수요를 일으키면서 주요 원자재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을 일으켰다.
 
두 번째로 통신·교통 분야의 혁신적인 기술 발달은 지역·문화·정치적 환경이라는 장벽에 의해 제약을 받아온 제한된 네트워크를 개방형 네트워크로 진화시켰다. 개방형 네트워크는 앞에서 설명한 지역·기술·문화·정치적 장벽이 사라지거나 낮아져 상호 의존도가 높아진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런 개방형 네트워크 안에서는 작은 충격이 전체 네트워크에 심각한 여파를 미쳐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에 큰 위협을 가한다.
 
마지막으로 참여자 증가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자가 다양해졌음을 의미한다. 세계 주요 산업에서는 전통적인 강자들을 위협하는 새로운 경쟁기업들이 등장했다. 중국의 전자업체 하이얼(海爾), 인도의 자동차업체 타타모터스, 프랑스의 철강업체 미탈, 중국의 컴퓨터업체 에이서(宏碁) 등의 등장으로 기존 경쟁질서가 재편되면서 경쟁 행위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졌다.
 
이처럼 국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과거에 비해 가일층 국제화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획재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비중은 지난해 이미 3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2003년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전년과 비교해도 49% 이상 증가했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의 경우 터키, 인도, 중국, 미국, 유럽 등지에 생산기지를 건설한 가운데 연간 자동차 생산량인 375만 대 중 100만 대를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또 향후 2010년까지 국내와 해외 생산 비중을 5대 5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지에 공장을 세우더라도 경영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은 본사에서 내릴 수 있다. 그러나 해외의 경제 동향이나 외국 정부의 정책은 공장 운영과 관련해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불확실성이 낮은 선진국에 대한 투자보다 중국, 인도, 베트남, 동유럽 등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나라에 대한 투자를 큰 폭으로 늘리고 있어 전반적인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불확실한 국제 경영 환경 속에서 상대적으로 더 어렵고 힘든 싸움을 해야 하는 우리 기업이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효과적인 글로벌 경영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다음 다섯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1. 불확실성이 상수임을 인정하라
글로벌 경영을 할 때 불확실성은 더 이상 기업 경영의 ‘변수’가 아닌 ‘상수’이다. 즉 불확실성은 예기치 못한 사건이 아니라 항상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운명과 관련한 결정적인 의사결정은 최고경영자(CEO) 등 톱매니지먼트팀(TMT)이 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CEO가 불확실성을 간과한 경우에는 큰 손해를 보거나 기업이 도산할 수도 있다. 또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CEO뿐 아니라 하급관리자도 엄청난 ‘소용돌이’를 만들 수 있다. 최근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서 보여 준 ‘불확실성’이 좋은 예다. 현재 현대아산은 사업 중단과 함께 9월까지 400억 원 손실, 연말까지 최대 1000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관광객을 책임지고 교육하는 하급관리자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면 현대아산은 지금의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영 환경에서는 조직원 모두가 항시 긴장상태를 유지하면서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2. 현미경보다 망원경을 이용하라
종래에는 특정 사건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이런 사건이 발생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만 고민하면 됐다. 즉 현미경으로 특정 사건을 집중적으로 관찰하면 어느 정도 위험에 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사건 자체를 넓은 시각에서 고려할 수 있는 ‘망원경’이 필요하다. 이런 ‘망원경’의 구체적인 모델 가운데 하나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들 수 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발생 가능한 사건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기업의 의사결정을 미리 고려함으로써 기업이 맞닥뜨리게 되는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잘 활용한 대표적인 기업이 로열 더치셸이다. 다국적 기업인 로열 더치셸 입장에서 미래 석유자원의 확보는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로열 더치셸은 러시아 원전 확보를 목적으로 사할린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소련의 붕괴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정책 변화와 관련한 시나리오 플래닝을 바탕으로 큰 이익을 본 것이다. 이처럼 여러 상황에 대한 예측과 변수들을 고려한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최적의 선택을 한다면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3. 무거운 지팡이를 버려라
어떤 기업들은 국제 경영 환경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목적으로 수많은 변수를 모두 관리하려는 무리한 전략을 세운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기업이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글로벌 시장에 시의 적절하게 적응하기 어렵게 만든다. 즉 지나치게 다양한 변수를 모두 고려하다 보면 기업이 스스로 무거운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것과 같다. 무거운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것은 차라리 지팡이를 안 들고 다니는 것만 못하다. 무거운 지팡이 때문에 힘을 모두 소진해 정작 중요한 일에 기운을 쏟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매번 변화하는 상황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발 빠른 적응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중동시장에 발전소를 지으려고 하는 건설사는 미리 현지 국가에 대한 정보, 공사 계획 등 발생할 수 있는 변수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결국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래에서는 기존 계획에 치중하기보다 외부 환경 및 상황에 맞춰 움직이는 현장 중시 경영이 필요하다. 이런 현장 중시 경영은 단기간에 가장 정확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지혜와 결단력을 함께 필요로 한다. 최근 포스코는 2010년까지 1차 제철소 준공을 마무리할 계획으로 인도시장에 진출했다. 그동안 포스코의 성공을 이끈 ‘속도’라는 강점을 인도시장에서도 유지하려 한 경영진은 인도 시장에 대한 자신들의 이해를 맹신했다. 결국 3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치며 포스코는 실수를 인정했고, 정치가와 주민 입장을 다시 파악한 뒤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4. 숨겨진 역량에 집중하라
불확실함이 내포된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숨겨진 역량(hidden asset)을 찾아 이를 핵심 역량으로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매출이나 순이익 향상 등 ‘숫자의 환상’에 빠지기보다 그 기업만이 고유하게 가진 강점을 찾아내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발전시키라는 것이다. 일본의 세븐일레븐은 편의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편의와 속도보다 신선함이라는 요소를 강화해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또 세계적인 곡물 메이커인 카길은 자사의 재무관리 능력과 경영 능력을 통해 곡물 이외에도 유통·무역·철광석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할 수 있었다. 핵심 역량 중심의 경영을 글로벌 시장에서 펼쳐야 한다.
 
5. 단단한 계란을 바구니에 더 담아라
단단한 계란을 바구니에 더 담으라는 것은 결국 글로벌 포트폴리오 전략에 있어 진출 시장 및 사업 영역을 재구축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과 사업이 얼마나 안정적인가를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라는 것이다. 한 가지 구체적인 방법은 자신이 진출한 시장들을 수익성과 위험성이라는 두 개의 잣대로 포트폴리오 분석을 실시해 이 가운데 고위험 저수익 사업장을 파악하고 해당 사업장에 대한 투자규모를 조정함으로써 회사의 전체적인 위험 수준을 낮추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내일을 알 수 없는 경영환경에서 위험을 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업들이 확실한 미래에 안주할 수 있었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제 기업들은 발생 확률이 낮은 극단적인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불확실한 상황을 도약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석사(회계학·경영과학 전공) 학위,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국제경영) 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겸 경영전문대학원장을 맡고 있으며, 차기 한국경영학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국제경영>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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