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당연한 핵심 경영 과제로 인식해 가고 있다. 고객, 임직원, 규제당국뿐 아니라 심지어 주주까지도 기업의 경영 활동이 좀 더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모두가 지속가능경영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본말이 전도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들은 친환경 캠페인을 통해 지속가능경영을 구가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빛 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허다하다.
친환경 PR의 기본은 투명성
친환경적인 실천보다 말이 앞서는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된다. 오늘날에는 누구나 풍부한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친환경 활동은 철저히 분석되어 파헤쳐지고, 인터넷 블로그와 게시판,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뿐 아니라 시대 흐름에 발맞추려 애쓰는 전통적 매체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반박되곤 한다.
그렇다면 이런 기업들이 직면하는 리스크는 무엇인가. 수년 전 미국의 7개 주는 모빌케미칼을 상대로 이 회사 제품인 헤프티 쓰레기 봉지가 생분해성이라는 주장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 이유는 우선 봉지가 매립된 상태에서는 분해되기 위해 필요한 햇빛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봉지가 분해된다 하더라도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단지 작은 플라스틱 조각으로 부서지기 때문에 봉지가 생분해된다는 주장은 과잉광고라는 것이었다. 모빌은 결국 다음해에 벌금을 내고 즉시 광고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이 사건으로 모빌은 금전적인 손실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부정적 여론으로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받았다.
좀 더 최근에 있었던 유사한 사례로는 2008년 3월 시애틀 외곽지역에 신축된 친환경 호화 주택의 화재사건을 들 수 있다. 이 주택의 개발업자는 생태학적으로 민감한 연어 서식지 인근에 주택을 건설하면서 친환경을 표방했다가 본의 아니게 환경단체인 지구해방전선(ELF) 급진주의자들의 분노를 사게 됐고, 이는 결국 방화사건으로 이어졌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떠한 언론 플레이라도 투명성보다 좋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친환경 관련 PR에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검증작업이 수반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들은 친환경에 대한 PR을 시행하기 이전에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실을 확실히 갖춰 놓아야 한다.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경청하라
친환경이라는 측면에서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석유 시추, 화학 제조, 탄광, 항공 수송 모두 산업 성격상 지저분하며 오염을 일으킨다. 그 누구도, 심지어 환경단체들도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엄청나게 변화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해관계자와 환경 감시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기업들이 좀 더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환경 파괴에 대한 책임을 지며, 친환경 프로그램에 투명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석유기업 셸오일의 사례는 이해관계자를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 준다. 1995년 이 회사는 북대서양에 설치한 원유 채취 플랫폼인 ‘브렌트 스파’를 바다 밑으로 가라앉히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그린피스가 이끈 환경 단체와의 분쟁을 일으켰고, 이후 셸 제품의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국제 여론조차 부정적으로 변하자 이 회사는 결국 원래의 결정을 번복하고 시추장치를 분해해 내륙으로 옮겨와 처리해야만 했다.
그러나 셸의 전문가들이 처음부터 일관되게 주장해온 것처럼 시추장치를 바다에 침몰시키는 것이 그것을 분해해 내륙으로 운반해 오는 것보다 더 친환경적이라는 사실이 이후에 판명됐다. 셸은 이 사건을 교훈 삼아 이제는 이해관계자들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공개적으로 대화함으로써 셸은 캐나다 오일샌드로부터 자원추출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고, 기업이미지 홍보와 이윤 추구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지수의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은 반드시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기업이라기보다 투명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지닌 기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듀폰 같은 화학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 지수가 높은 대표적 기업이다. 기업들은 외부환경자문위원회를 구축하고 투명한 평가 매트릭스를 채택함과 동시에 필수적인 관련 보고 항목을 선정해 운영함으로써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포괄적으로 보라
지속가능경영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수자원 활용, 토지 활용, 쓰레기 관리, 유독물 처리 등 이 범주에 포함되는 분야는 매우 많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내는 데 신경 쓰지만, 지속가능경영의 선두주자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 올 수 있는 분야에 선별적으로 집중 투자하여 커다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이상적인 지속가능경영은 기업 가치와 환경보전을 모두 극대화하는 분야를 파악해 집중하는 것이다. 한 예로 코카콜라는 지속가능경영 플랫폼을 세 가지 축으로 구성하고 있다. 수질 중성화(Water Stewardship), 환경 친화적 포장, 기후 및 에너지 보전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