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꿰어야 보배”… 검색에서 분석의 시대로

데이터의 중요성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과연 우리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데이터가 많이 생성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대량의 데이터가 저절로 생겨나고 있지만 그 데이터가 개개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알 수 없다는 의미다.

필자는 직접 회사를 운영하고 시행착오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분광 분석 전문 스타트업인 파이퀀트는 양질의 데이터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를 위해 빛을 이용해 물질의 성분을 분자 단위까지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음식부터 시작해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과 피부의 상태, 의료 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분광 분석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양질의 성분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원래 파이퀀트가 창업할 당시, 첫 번째 사업 아이템은 아이들의 먹거리를 걱정하는 부모를 위해 분유를 분석하는 것이었다. 성분 분석이 필요한 영역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수적인 것에서 출발하고자 했다. 그래서 의식주 중에서 먹거리 문제부터 접근하기로 했다.

영유아는 자신이 먹는 것에 문제가 있더라도 의사 표현이 어렵다. 부모는 아이가 먹고 난 다음 신체상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뒤늦게 음식물에 문제가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그래서 아이가 먹는 음식물에 대한 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주고자 분유를 분석하기로 했다. 그런데 시장의 수요는 예상과 달랐다. 고객은 분유 분석기를 필요로 하기보다는 좀 더 신뢰성 있는 브랜드의 식품을 구매하는 데 관심이 더 컸다.

이에 특정 상품에 한정하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석 타깃을 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먹거리 중에서도 전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가 바로 물이기 때문이다. 빛 반사도를 분석함으로써 오염 물질, 음용 가능 여부 등 물의 안전도를 확인할 수 있다.

많은 기업이 파이퀀트의 분석 솔루션을 활용해 기존 제품을 분석하기 시작하는 변화를 지켜보면서 이제 검색 엔진을 사용한 ‘검색’의 시대에서 ‘분석’의 시대가 새롭게 열리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그동안 검색을 통해서는 예컨대, 현재 지금 내가 마시고 있는 커피의 칼로리, 내가 먹는 음식에 유해 물질이 포함되지는 않았는지 여부 등 내가 필요로 하는 성분 데이터를 아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성분 분석 기술을 통해 ‘나’를 중심으로 맞춤형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성된 나의 데이터가 쌓이면 인공지능(AI)과 연결해 내가 살아가면서 영위하는 모든 것에 대한 분석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이런 데이터 분석은 개개인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그동안 분광 기술은 달에서 물을 찾는 일, 혹은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공룡의 DNA를 분석하는 데 쓰이는 등 전문가를 위해서만 쓰이는 기술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파이퀀트는 이 기술을 사람들의 일상에 적용함으로써 ‘분석’에 기초한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창출하고 있다. 파이퀀트가 생성하는 데이터는 기존 온라인 플랫폼이 확보할 수 없는 데이터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파이퀀트의 목표는 기존에 구글 등 플랫폼 기업 중심의 ‘검색’ 시대에서 ‘분석’ 시대를 열어나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제 스마트폰 없는 일상을 상상할 수 없듯, 파이퀀트의 분석 솔루션이 없는 일상을 상상할 수 없는 시대를 기대해 본다.

피도연 파이퀀트 대표 doyeon@piquant.tech
피도연 대표는 개발자 출신으로 2015년 파이퀀트를 창업해 분광학 기반의 사물인터넷(IoT)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 최초로 2019년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이후 로레알을 포함한 글로벌 뷰티 브랜드, 2021년 더본코리아와 협약을 맺는 등 다양한 영역에 진출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2년 미국 최대 규모 투자 행사인 SelectUSA에서 아시아퍼시픽 분야에서 우승했으며 미국, 영국 등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