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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스타트업 DNA

서로 축하해주는 ‘피르군 정신’
연쇄적 창업 문화 일궈

천백민 | 361호 (2023년 0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은 다양한 산업에 걸쳐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이버 보안, 생명과학, 기업용 IT 솔루션을 중심으로 농업정보기술, 환경테크, 푸드테크, 인사관리테크 등의 새로운 영역이 다양성을 뒷받침한다. 보험 산업의 불투명성을 고객 편의성과 AI 기술로 혁신한 인슈어테크 기업 레몬에이드, 사이버 보안 경험을 살려 디지털 자산 보호 영역을 개척한 파이어블록스, 컴퓨터 비전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소비재 산업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트랙스, 오프라인에 머물러 있던 인사 업무를 클라우드 환경에서 개선하고 있는 하이밥, 웹사이트 개발의 혁신을 거쳐 콘텐츠•미디어 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윅스 등의 사례를 소개한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피르군 정신에 따라 다른 이들의 성공을 축하하고 서로 다른 기술을 융합해 연쇄적인 창업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스타트업을 많이 배출하는 산업의 순위는 시장의 트렌드에 따라 매년 조금씩 달라진다. 이스라엘의 경제를 뒷받침하는 주요 산업은 사이버 보안(Cybersecurity), 생명과학(Lifescience & Healthcare), 기업용 IT 솔루션(Enterprise IT & Data Infrastructure), 핀테크(Fintech) 등을 들 수 있다. 7000개가 넘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매력은 광범위한 산업에서 배출되는 다양성을 들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주요 산업 이외에도 전자상거래(e-commerce), 미디어(Content & Media), 농업정보기술(AgriTech) 등이 스타트업 산업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ESG 경영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테크(ClimateTech), 기존 식품 산업에 IT를 접목한 푸드테크(FoodTech), 인사관리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능을 접목한 인사관리테크(HRTech)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이러한 다양한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고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는 스타트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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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이스라엘 대표 스타트업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는 1961년 미국으로 이민 온 유대계 폴란드인 루벤 매터스와 그의 부인이 만들었다. 그들이 만든 아이스크림은 유지방 함량이 높아 진하고 풍부한 맛이지만 대중에게 크게 어필하지는 못했다. 정체된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마케팅이었다. 광고를 통해 낭만, 자아도취, 행복과 같은 감각적 체험을 제공한다는 콘셉트로 고급 아이스크림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하겐다즈를 바칩니다’라는 문구는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길거리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점포에서 격식을 갖춰 먹는 아이스크림이라는 전략적 포지셔닝을 통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을 개척했다. 북유럽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정체성으로 삼아 하겐다즈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지만 사실 스칸디나비아에는 하겐다즈라는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북유럽’ 감성을 프리미엄 이미지로 효과적으로 각인한 매터스 부부의 대담하고 뻔뻔한 전략이 만들어낸 성공 스토리인 셈이다. 이들은 하겐다즈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고급 아이스크림이라는 포지셔닝을 선점해 새로운 아이스크림 시장을 창출했다.

레모네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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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네이드(Lemonade Inc)는 하겐다즈처럼 독특한 전략을 통해 보험 산업을 재창조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AI를 통해 보험산업의 혁신을 이루는 인슈어테크(InsureTech) 분야에 해당한다. 보험은 만약의 불행한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훌륭한 금융 상품이지만 보험중개인의 수수료,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약관, 가입자의 기대와 다른 보험 금액, 보험금 청구의 복잡함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레모네이드의 공동 창업자 다니엘 슈라이버(Daniel Schreiber)는 창업 당시 20년 경력의 변호사였다. 변호사였던 본인조차 보험 정책이 이해하기 힘든 약관으로 표현된 것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레모네이드는 보험중개인이 필요 없는 AI 기반 앱을 출시하고 소셜미디어로 소통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를 대상으로 한 부동산 임대 관련 보험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레모네이드는 고객이 납부하는 보험료 중 정액 요금만을 수수료로 취하고 나머지 금액은 고객이 청구하는 보험금 지불 및 재보험에 사용한다. 그리고 청구되지 않고 남은 금액은 고객이 선택한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레모네이드가 기브백(Giveback)이라 부르는 기부 금액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이 많은 MZ세대의 큰 호응을 얻었다. 레모네이드는 2015년 창업 후 바로 시드 라운드에서 세쿼이아캐피털(Sequoia Capital)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부동산 임대 영역에 더해 자동차, 애완동물, 생명보험으로 사업의 범위를 늘리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2017년 12월에 소프트뱅크가 주도한 라운드C를 통해 1억2000달러를 유치함으로써 본격적 성장 궤도에 진입하면서 시장에서의 인지도도 얻게 된다. 2020년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16억 달러 규모의 시장 가치를 인정받으며 상장에 성공한다. 레모네이드는 생활 속의 불편함에서 창업의 아이디어를 얻고, 산업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을 활용했다. 또한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결합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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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블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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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사이버 보안 산업에는 500여 개의 스타트업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사이버 보안 분야는 클라우드 보안(Cloud Security), 데이터 보안(Data Security), 네트워크 보안(Network Security), 산업 보안(Industrial Security), 인공지능 보안(AI Security) 등으로 세분화된다. 사이버 보안 산업은 미국과 함께 이스라엘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이버 보안 산업이 발전한 이유는 적대적인 국가로 둘러싸여 있는 이스라엘의 특수성과도 관련돼 있다. 적국의 동태를 살피고, 사이버 침입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사이버 보안 기술은 총성 없는 전쟁을 수행하는 무기다. 그래서 8200부대 및 탈피오트와 같은 엘리트 부대들이 제일 많이 투입되는 분야가 사이버 보안이고, 이들은 군대에서 연구개발했던 경험과 기술력을 가지고 제대 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시작한다.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을 거래하는 거래소가 해킹을 통해 탈취됐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2017년에 라자루스그룹(Lazarus Group, 북한 정찰총국의 해커 부대라고 알려져 있다)이 4개의 거래소를 해킹해 2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훔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체크포인트(Check Point)에서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대규모 사이버 침해를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금융 해킹에서 디지털 자산으로 사이버 범죄가 이동하고 있고 디지털 자산을 보호하는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태스크포스에 소속돼 있던 3명은 디지털 자산 보호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2018년 6월에 파이어블록스(Fireblocks)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한다. 20년 경력의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이 창업을 하자마자 400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가 들어왔고,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세쿼이아캐피털과 같은 외국계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이에 지금까지 총투자 유치 금액은 10억 달러가 넘는다. 파이어블록스는 금융기관이 보안을 유지하면서 디지털 자산 거래 운영을 간소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거래소, 암호화폐 지갑 및 거래 상대방 간에 자산을 안전하게 전송할 수 있도록 자사의 기술을 통해 안전은 물론 거래의 편의성도 돕고 있다. 사이버 보안 기술은 디지털 자산을 다루는 핀테크 분야에서 점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자산과 같이 새로운 영역에서는 GRC(Governance, Risk and Compliance – 거버넌스, 위험 및 규정 준수)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운영의 기준과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보안 기술은 GRC 기반의 기업 운영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파이어블록스를 중심으로 이스라엘에서는 100여 개의 스타트업이 디지털 자산 보안 산업을 구축하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트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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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2018년, 계산대를 거칠 필요가 없는 새로운 유형의 식료품점 아마존고(Amazon Go)를 오픈해 화제가 됐다. 아마존은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쇼핑’을 구현하기 위해 컴퓨터 비전, 센서 융합, 딥러닝 등의 기술들을 조합했다. 컴퓨터 비전과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판매자에게 영업 상황을 제공하고 소매점에는 매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탄생한 기업이 트랙스(Trax)다. 이 회사는 소비자 패키지 상품(Consumer Packaged Goods, CPG) 산업에서 15년 경력을 갖고 있던 드로어 팰트하임과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2번의 엑시트(Exit) 경험을 갖고 있던 조 바르 엘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소비재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은 자사 제품의 판매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데 어려움을 갖고 있었다. 소매점이나 마트와 같은 유통업체 또한 어떤 제품의 판매량이 좋은지 판매 후에나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윅스(Wix)는 진열된 제품을 이미지 인식 기술(Image Recognition Technology)로 구분한 후 데이터 분석을 제공함으로써 제조업체는 자사의 제품이 어디에서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 유통업체는 자신의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인기 상품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게 했다. 즉, 진열대에서 제품을 고르는 시간, 제품을 선택하는 성별 및 나이, 진열대에 남아 있는 제품에 대한 분석을 함으로써 제조사 및 소매점은 영업과 재고 관리를 빅데이터 기반으로 할 수 있게 함을 의미한다. 트랙스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모바일 보고서를 제공하는 편의성을 바탕으로 코카콜라(Coca-Cola), 네슬레(Nestle), 헨켈(Henkel) 등 전 세계 370여 개 소비재 제조회사와 소매점을 고객사로 갖고 있다. 현재 미국, 유럽, 중국과 일본에 진출하며 전 세계적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다. 2013년 설립 후 그동안 10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2023년 나스닥 상장을 통해 유니콘(Unicorn)을 꿈꾸고 있다.

하이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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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직원이 채용돼 신입사원 교육을 받고, 부서에 배치되고, 업무에 따른 평가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승진하고, 성장을 위해 부서를 옮기고, 또 다른 기회를 찾아 이직하는 것이 인사 업무의 일반적인 흐름이다. 인사(Human Resource) 업무를 사람에 의존하던 환경에서 기술을 통해 자동화하고 개선하는 것을 HR테크라고 한다. 시장 조사 전문 기관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는 전 세계 HR테크 시장이 24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2029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7.5%를 기록하며 4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시장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이스라엘 HR테크 스타트업은 150여 개에 이른다. 하이밥(HiBob)은 2015년에 4명의 연쇄 창업가(Serial Entrepreneurs)가 설립했다. 이들 공동 창업가는 적게는 20명에서 많게는 2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회사를 관리한 경험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운영했던 회사들을 돌아보며 ‘실패와 성공의 차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공통적으로 나온 대답은 ‘사람’이었다. 인재가 성공의 열쇠임을 알고 있지만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양한 인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하이밥은 직관적이고 데이터 중심적인 플랫폼 기반의 솔루션으로 고객의 요구에 따라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 하이밥이 제공하는 인사 정보 시스템(Human Resource Information System)을 통해 인사 업무 관련 서류들을 통합 관리하고, 신입사원이 입사했을 때 마치 회사가 1대1로 관리하는 것처럼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개인과 팀, 그리고 부서의 성과 관리 현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인사 업무를 서류와 e메일 중심이 아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직원들은 본인의 인사 정보를 더 쉽고 친근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고 경영진과 인사팀은 좀 더 역동적으로 인력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이점이 시장에서 평가를 받은 결과, 하이밥은 2022년 8월까지 D라운드까지의 투자 유치를 통해 총 4억2400만 달러 확보했다. 투자 유치와 더불어 AI 기반의 업무 환경 분석 기업 카시오페아(Cassiopeia)와 포르투갈 기업인 뷰글(Bugle) 인수를 통해 기술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면서 또 다른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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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전문 기업인 드비어스(De Beers)는 유대인 상인들이 다이아몬드 가격을 높게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했다. 드비어스는 먼저 다이아몬드 광산 채굴권 매입을 통해 전 세계 공급량의 80%를 차지하는 독점 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한다. 하지만 독점적 지위의 기업도 1930년 대공황의 위기는 피할 수 없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드비어스가 택한 것은 마케팅 전략이다. 다이아몬드와 러브스토리를 연결하는 마케팅 콘셉트를 잡고, 유명인이 애인에게 다이아몬드를 선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남자의 내레이션으로 다이아몬드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결혼반지는 다이아몬드 반지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매스컴을 통해 다이아몬드와 사랑, 결혼식을 연상시키는 데 성공하자 사람들은 그것이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전통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결혼반지로 다이아몬드를 선물하는 전통은 한 회사가 만들어낸 마케팅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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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잘 만들어진 마케팅 전략은 하나의 회사를 성공시키고 산업을 만들어내는 힘을 가진다. 스토리의 힘을 잘 알고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콘텐츠에 기술을 결합해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콘텐츠 및 미디어 산업에서는 800여 개의 스타트업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대표적인 기업이 윅스(Wix)다. 2006년 아비샤이 아브라하미, 나다브 아브라하미, 지오라 카플란 등 세 명의 창업자는 새로운 스타트업을 구상하다가 ‘모두를 위한 웹사이트’를 만들어보자고 의견 일치를 봤다. 2006년 창업 당시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은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분야였고 구축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전문가만이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구심과 수요는 많으나 양질의 공급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시장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이들은 코딩이나 디자인 기술이 없어도 누구든지 쉽게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오픈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oftware Development Kit, SDK)를 바탕으로 파트너, 개발자, 웹디자이너의 커뮤니티를 조성해 창업 3년이 채 안 된 시점에 100만 회원을 확보했다. 2013년에는 나스닥에 6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고 상장했다. 그동안 8개의 회사를 인수하며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지금은 12개국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윅스는 월 4.5달러에서 26달러까지 부담이 적은 구독료를 통해 전 세계 2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에는 지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편리한 사용과 서비스를 통해 200만 고객이 윅스를 이용하고 있다. 윅스는 웹사이트 개발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블로그, 쇼핑몰, e메일 마케팅 등 말 그대로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콘텐츠에 대한 종합적인 솔루션 제공자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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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창업가 만드는 ‘피르군’ 정신

피르군(firgun)은 감사를 전하는 말로 ‘질투심과 이기심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이 이룬 성과와 업적을 내 일처럼 기뻐하는 감정’을 의미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다른 사람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상 쉽지 않은 일이다. 이스라엘은 900만 명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인구가 적은데다 군 생활을 하기 때문에 더 쉽게 연결되는 사회다.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기보다는 스타트업이 성공했을 때 많은 사람이 축하해주고 기뻐해 준다면 기업가는 또 다른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연쇄적인 창업가가 되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다. 피르군은 이스라엘 기술 기업가들이 좋아하는 단어 중에 하나라고 한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특징 중 하나는 연쇄적인 창업가가 많다는 것이다. M&A를 통해 성공적으로 엑시트를 했다고 해서 건물주가 되거나 여행을 하면서 여생을 보내기보다는 또 다른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창업가들이 대부분이다. 9번의 연쇄 창업을 한 기업가도 본 적이 있다. 연쇄 창업을 할 때 예전과 똑같은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물인터넷(IoT) 전문가와 사이버 보안 전문가가 만나 사물인터넷에 특화된 보안 기술을 개발하거나 AI와 블록체인을 결합해 AI 기반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드는 식이다. 피르군 정신을 통해 서로의 성공을 축하해주고, 연쇄적인 창업과 이종 기술들의 결합으로 파생되는 영역이 많은 것이 이스라엘 스타트업 산업의 종류가 다양한 이유다.


천백민 상명대 지능•데이터융합학부 조교수 bmchun@smu.ac.kr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상명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과 Stratasys에서 근무하며 ICT와 3D프린팅 분야에 오랜 경험을 쌓았으며 창업을 통해 이스라엘 스타트업 기술을 국내에 소개하는 사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상명대에서 신기술과 스타트업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