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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디지털 자산과 거래의 미래

김현진 | 323호 (2021년 06월 Issue 2)

올 3월 열린 크리스티 온라인 경매에서 디지털 아트 작가 비플의 작품 ‘매일: 첫 5000일’이 무려 6930만 달러(약 785억 원) 낙찰됐다는 소식은 산업계와 예술계를 동시에 놀라게 했습니다. JPG 그림 파일로 만든 작품에 ‘불과’한데도 현존 작가의 작품 낙찰 가격 중 3위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작품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277년 역사를 자랑하는 크리스티 경매 사상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 미술품이 거래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NFT는 쉽게 설명하면 누구나 복제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에 소유권을 부여하는 기술입니다. 블록체인에서 생성한 ‘정품 인증서’로도 불립니다.디지털 세상에 거래의 기본 요소인 소유의 개념을 적용했기에 ‘거래의 미래’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미지 파일 형태로 만들어지는 디지털 아트는 복붙(복사+붙여넣기)으로 무한히 복제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기존 미술 시장에선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NFT 덕에 ‘복제 불가능성’이라는 미술계의 오랜 고정관념을 깰 수 있게 됐습니다.

미국 네티즌 사이에서 ‘재앙의 소녀’로 알려진 사진이 온라인에서 가상 화폐 이더리움의 단위로 180이더(약 5억5000만 원)에 거래된 사례 역시 온라인에서 이미 공유재가 된 디지털 사진 파일 또한 자산 가치를 가질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16년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주택가 화재 현장 앞에서 묘한 웃음을 짓는 소녀의 모습이 담긴 이 사진은 미국 네티즌들이 각종 재난 현장 사진에 이 모습을 합성하며 재밌어하는 ‘밈(meme)’의 소재가 된 바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올 4월, 국회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잘못된 길” “어른들이 이야기해줘야 한다”며 부정적으로 언급한 발언이 박제돼 ‘은성수 코인’이라는 이름의 NFT로 1이더리움(약 27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취재 기사를 NFT로 만든 세계 첫 사례라는 이 예처럼 칼럼, 표지 등 미디어 콘텐츠도 NFT로 제작, 거래될 수 있습니다.

NFT에 열광하는 또 다른 산업군 중 하나는 럭셔리 시장입니다. 명품 시계 브랜드 제이콥앤코는 초고가 라인 중 하나를 올 4월에 판매하면서 명품 시계가 NFT로 판매되는 세계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구찌 등 MZ세대 마케팅에 발 빠르게 반응하는 대표 럭셔리 기업들 역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NFT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구매 기록과 위조 여부를 관리하는 등 상품의 안전 거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럭셔리 업계에 특히 매력적입니다. 또한 현실과 가상 공간이 동일한 가치로 공존하는 메타버스가 뜨면서 가상 공간 속에서의 거래에도 NFT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직은 많은 사람이 가보지 않은 길인데다 부작용 또한 이미 심심찮게 불거지고 있어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자산과 거래에 대한 의심과 불안은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비플의 작품 역시 구매자가 디지털 아트와 가상 자산 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기업, 메타퍼스의 최고재무책임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NFT 미술 거래를 통해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가상 자산 거래에 익숙지 않은 소비자들에겐 여전히 쓰기 불편해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진다는 점도 아직은 큰 단점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에 눈치를 보는 사이에 블록체인과 관련된 거래, 결제 시장은 이미 미래의 길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은행권의 예를 들어 “이미 많은 20대가 가상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보유한 자산을 취급하지 않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다”는 김서준 해시드 대표의 주장에도 수긍이 갑니다.

현재 단계에서 이 기술과 시장에 대응하는 현실적인 선택으로 전문가들은 시장의 변화에 귀 기울이고,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변화를 예측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합니다. 디지털 자산의 영역 확장과 거래 기능을 중심으로 블록체인의 현재와 미래를 짚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가 ‘거래의 미래’를 대비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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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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