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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을 뒤엎은 실패, 무엇이 원인일까?

제럴드 잘트먼(gzaltman@hbs.edu),린지 잘트먼(Lindsay Zaltman) | 16호 (2008년 9월 Issue 1)
제럴드 잘트먼, 린지 잘트먼
 
올해 29세인 드루 모블리는 그의 여름 양복 안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무더운 여름날 오후, 시계는 3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으며 그의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타이벌 피셔는 아직까지 도착하지 않았다. 쇼핑몰 입구에 서서 30분이 넘도록 CEO를 기다리고 있던 그는 검은색 승용차가 지나갈 때마다 가슴이 덜컹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나온 기자는 이미 위층 매장에 가 있었다. 시간이 지체되어 단단히 화가 나 있을 터였다. 모블리는 자신의 심장이 방망이질하듯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순간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검은색 링컨 승용차 한 대가 그의 앞에 섰다. 이윽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피셔가 함께 농담을 나누던 운전기사의 어깨를 토닥거리고는 휴대용 컴퓨터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그가 차 문을 닫을 때, 모블리는 이 키가 크고 피부가 그을린 62세의 CEO가 다른 한 손에 넥타이를 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4000만 달러가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도 이렇게 태연자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고전적인 행복한 전사는 늘 새로운 사업을 갈망하지. 설령 실패한다 해도, 그는 천상 사업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야.’ 모블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보게, 모블리.” 피셔가 말했다. “아직 아무 소식이 없습니까?” 모블리가 물었다. 그러자 피셔는 바지 주머니에서 그의 트레오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웃으며 말했다. “안경이 없으면 도통 보이지가 않아서 말이야.”
 
그는 모블리에게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여 주었다. 모블리는 최고재무책임자(CFO)로부터 아직 아무런 전화나 메시지가 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10여 개의 넥스트스테이지 매장을 재단장한 이후 한 달간의 매출 관련 데이터가 나오는 대로 CFO는 피셔에게 보고하기로 되어 있었다. 넥스트스테이지 매장은 지난 2년간 부진한 매출을 보인 끝에 최근 새롭게 개편되어 다시 문을 열었다.
 
그동안 몇몇 무선전화 회사들과 제대로 글씨를 알아볼 수 있는 화면을 장착한 휴대전화 모델 생산에 관해 논의해 왔다네.” 이렇게 말하고 나서 피셔는 자기 말을 정정했다. “내가 제대로 글씨를 알아볼 수 있는 화면, 그러니까 우리 고객들이 제대로 글씨를 알아볼 수 있는 화면을 장착한 휴대전화 말이야.” “회장님, 조급하게 굴어서 죄송합니다만 저희가 좀 늦었습니다. 기자가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셔는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팔꿈치로 모블리를 툭 쳤다. 그는 남자건 여자건, 나이가 많건 적건, 심지어 모블리처럼 그의 나이의 절반밖에 되지 않더라도 모두에게 이렇게 했다. 모블리는 문을 열었다. 서늘한 실내 공기를 느끼며 그들은 쇼핑몰 안으로 들어섰다. 한 무리의 10대 소녀들이 재잘거리며 화장품 가게로 몰려갔고, 스피커에서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위층으로 올라가니 넥스트스테이지 매장은 평소와 같이 한산했다. 테가 두꺼운 디자이너 브랜드 안경을 낀 30대의 매장 매니저가 명랑하게 그들을 맞이했다.
 
기자분은 이쪽에 계세요.” 가구 코너로 안내하며 매니저가 말했다. “좀 늦으실 예정이니까 저쪽 마사지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시라고 했습니다. 기자분은 괜찮아 보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모블리는 곁눈으로 피셔만큼 건강이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피셔 또래인 듯한 부부 한 쌍이 자기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이쪽입니다.” 피셔에게 다가서며 모블리가 말했다. “넥타이 매는 것 잊지 마세요.” 피셔는 거울을 보지 않고 넥타이를 매느라 애를 썼다. “인터뷰 중에는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해 두시고요.” 모블리가 덧붙여 말했다.
 
노년의 부부가 지나갈 때 부인이 의아스럽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눈길을 던졌다. “에리카 그로스먼 기억나시죠? 2006년에 회장님에 대해 좋은 평을 쓴 기자입니다.” 그러면서 모블리는 피셔에게 그녀가 이번에는 매장을 처음 개점했을 때만큼 우호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기자는 아마도 넥스트스테이지가 어째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지, 매장 이미지 개편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 질문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모블리가 관례를 깨고 본사 대신 매장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제안한 이유였다. 매장에서 피셔는 그의 흡인력을 발산할 수 있을 것이며, 컴퓨터 식사 테이블이나 쉽게 읽히는 이지 레드(EZ-Read) 시계 등 혁신적인 제품들을 기자에게 직접 보여 줄 수 있을 것이었다. 기자에게 생생한 사실도 전달할 수 있을 터였다.
 
여기, 이 메모를 지니 계십시오.” 모블리는 매장 개편 이전에 회사가 실시한 시장 조사에서 나온 수치들을 적은 종이를 CEO에게 건네며 말했다. “언론이 정말 알고 싶어 하는 것은 회장님의 동물적인 마케팅 감각이 아직 건재한가 하는 것입니다.” 모블리는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맞춤 서비스
피셔는 20대 후반에 베이비붐 세대의 감성, 생각, 주머니 사정에 맞춘 생활 가전 체인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지금 이 부문의 원조로 평가 받을 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 그의 회사는 라바 램프를 비롯해 컬러풀하고 트렌디하면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아파트용 가구들을 선보였다. 피셔는 늘 경쟁자보다 한 발 앞선 행보를 고집해 왔다.
 
고객들은 피셔가 내놓는 친환경 제품과 삼림 보호 정책에도 환호했다. 장년층에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를 겨냥한 넥스트스테이지 브랜드의 창조는 바로 피셔의 온화하지만 도전적인 세계관에서 비롯됐다. 고객 연령과의 융합을 시도한 브랜드 확장을 추진하면서 피셔는 이렇게 선언했다. “60대에게 맞춘 제품이라면 모두 우리 매장에서 판매하겠다.”
 
그의 고객 중에는 1960년대에 성년을 맞은 세대보다 젊은 이도 많았다. 하지만 넥스트스테이지 매장은 포크록 세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가정용품 코너로 이동하면서 모블리는 매장에 설치된 음향 시스템을 통해 60년대 포크록 밴드 버드의 노래 ‘턴! 턴! 턴!’이 흘러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회색 바지 정장을 입은 그로스먼이 모조 가죽으로 만든 마사지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흰 턱수염을 기른 한 남성 고객이 검은색 직립 플러그인 파워스트립을 살펴보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이 파워스트립은 선 채로 힘들이지 않고 전기 코드를 꽂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어 몸을 구부려 소파 뒤에 위치한 콘센트에 애써 전기 플러그를 꽂아야 하는 수고를 덜어 주는 제품이었다. 그 고객은 전기 코드를 꽂았다 뺐다 하며 제품을 시험하고 있었다. 그 전에 바퀴가 달린 하이테크 시장 바구니도 시험한 것 같았다. 빨간색 제품 하나가 그의 옆에 세워져 있는 걸 보면 틀림없었다.
 
피셔와 모블리를 발견한 그로스먼은 마시지 의자의 전원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들을 맞았다.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기자 양반.” 기자와 악수를 하려고 손을 뻗으며 CEO가 말했다. “늦어서 미안해요. 이렇게 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바로 그때 기자의 오른손에 감긴 부목이 피셔의 눈에 들어왔다. “혹시 수근관 증후군인가요?” “예, 맞아요. 타이핑을 많이 하다 보니….” 기자가 짐짓 의식적으로 대답했다. “저런, 안됐군요. 우리 매장에는 당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이 몇 가지 있답니다.” 피셔가 말했다. “카페로 가실까요? 거기가 조용하고, 또 기자님께 보여드릴 것도 있거든요.” 모블리가 말했다. “좋습니다, 뭐 여기도 조용하지만 보여 주실 것이 있다니 한 번 가 보죠.”
 
모블리는 기자를 쳐다봤다. 비꼬는 말이었을까? 이렇게 유동인구가 많은 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매장치고 넥스트스테이지에 손님이 적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그로스먼 같은 기자들이 이 매장에 대해 떠들썩하게 기사를 썼다는 사실이 믿기가 힘들 정도였다.
 
피셔의 넥스트스테이지가 전국의 고급 쇼핑몰에 문을 열었을 때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영리하고도 예상을 비켜가는 행보라고 평가했다. 많은 비즈니스 전략가들은 높은 인구 비중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붐 세대를 저물어가는 시장으로 여겼다. 5060대 연령층은 가정용품을 많이 구매하는 소비자 집단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목표 고객층에 맞춰 제작한 가정용품 시장이 존재할 것이라는 피셔의 육감에 확신을 더해 주는 많은 자료를 찾을 수 있었고 이를 홍보했다.
 
시장 조사 결과 베이비붐 세대는 세상이 그들의 변화하는 욕구와 취향에 부응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조사에서는 자녀의 학비 부담에서 자유로워짐에 따라 충분한 가처분소득을 가지게 된 베이비붐 세대가 전원에 마련한 별장을 채우고 가꾸는 데 소비를 늘릴 것이라는 낙관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200명 이상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전화 설문은 넥스트스테이지에 대한 잠재 수요가 충분하다는 확고한 근거를 제공했다.
 
모블리는 포커스 그룹 인터뷰에 참여한 한 소비자가 ‘타이벌 피셔(TF)의 넥스트스테이지: 당신 인생의 최고 단계를 위한 삶’이란 브랜드 메시지에 호의적인 대답을 하던 모습을 이중 거울을 통해 지켜보던 순간을 떠올렸다. 당시 인터뷰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세대에 맞게 새롭게 만든 가정용품 매장이라는 개념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들은 사용하기 편한 용구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강조했다.
 
관절염을 앓는 소비자에게 안성맞춤인 손잡이가 부드러운 대형 야채깎기 같은 기구들의 경우에는 인터뷰 참여자 입에서 특별히 고무적인 말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이건 정말 멋진데요!” 참여자의 이 말에 이중 거울 뒤편에서 함께 인터뷰를 지켜보던 피셔는 연방 기쁨의 탄식을 웅얼거렸고, 그 바람에 모블리는 인터뷰 참여자들이 들을 수 있으니 조용히 하라고 그에게 당부까지 했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1호점을 개점하자 호기심에 찬 고객들이 매장을 구경하려고 몰려들었다. 이제부터는 계속해서 고객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피셔는 예상했다. “일단 사람들을 매장 안으로 들여놓기만 하면 물건이 팔리는 건 시간 문제야.”
 
매장이 잘 굴러가고 있지 않다는 것이 뻔히 보이는 순간에도 피셔는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결국 그는 매장을 전면 개편하는 데 비용을 투자해야만 했다. 더 많은 조명과 거울을 설치해 매장 안을 밝게 만들고 음료와 스낵을 제공하는 카페테리아를 마련했다. 매장 단장과 이미지 개선에 든 총 비용은 자그마치 4000만 달러에 육박했다.
 
일인용 테이블
피셔는 기자를 카페로 안내했다. 주방용품 코너의 중앙에 위치한 이 스타벅스 스타일의 카페는 편안한 의자와 낮은 테이블들로 꾸며져 있었다. “이번 매장 이미지 개편의 주제가 바로 커뮤니티죠. 저희는 이 매장이 고객들에게 만남의 장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음식과 커피가 필수적입니다.”
 
그는 커피와 차 등의 음료 메뉴 옆에 위치한 작은 빵 판매대 뒤에 서 있는 젊은 여성 쪽을 가리켰다. “커피 한잔 하시겠습니까? 모블리, 무카페인 차 좀 가져다 주겠나?” 모블리가 음료를 기다리는 동안 피셔는 참나무 옷장, 조절 가능한 의자, 간편한 조작을 위해 큰 버튼이 달린 고급 커피메이커 등이 진열된 카페 뒤쪽 코너에서 식사 테이블 겸용 컴퓨터 책상을 기자에게 보여 줬다.
 
피셔는 터치 패드가 달린 컴퓨터 키보드 받침대가 테이블 아래에서 어떻게 밖으로 나오는지를 시연했다. 회전 팔걸이 위의 평면 모니터는 용도에 따라 눈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사용자가 ‘뒤로 기대어’ TV를 시청할 수 있고 ‘똑바로 앉아’ 컴퓨터를 사용할 수도 있었다.
 
이렇게 식사를 할 수도 있고, 인터넷 서핑을 할 수도 있고, 두 가지를 동시에 다 할 수도 있죠. 넥스트스테이지의 모든 TF 제품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발견하는 데서 탄생합니다.” 피셔가 뿌듯한 듯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목표인 고객층을 철저히 연구했습니다. 인생에서 우리 고객들의 단계에 이르면 이혼율도 높고, 자녀들은 집을 떠나고, 결국 함께 외출하거나 식사할 사람이 없어집니다. 그러나 그들은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하지요. 그러나 사회는 그들을 반기지 않습니다. 어느 식당에 간다 한들, 우리 사회에는 혼자 식사를 편히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아요. 생각해 보세요. 혼자 식당에 식사하러 가면 너무 불편해서 비참한 기분까지 듭니다. 구석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앉으라 하고, 마치 당신을 부랑자 대하듯 하지요. 때로는 휴게소에 들른 트럭 운전 기사처럼 당신을 카운터 옆 자리에 앉히기도 합니다.” 피셔는 거듭 강조했다.
 
이 테이블 참 흥미롭군요. 장년층 고객들에게 어필한다는 전반적인 콘셉트도 이론적으로 훌륭하고요. 그러나 저는 고객 방문 현황이 궁금하군요. 이 매장의 구매 유형에 관해 어떤 데이터를 보여 주실 수 있나요? 일반적으로 주말에 매출이 늘어나나요?” 기자가 말했다.
 
모블리는 음료를 들고 그들에게 다가가면서 그가 적어준 메모의 수치를 기자에게 이야기하는 회장의 음성을 들었다. 그런 행운은 사실 없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이게 바로 홍보맨의 인생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회장에게 메모를 적어줄 수밖에 없었다. 열의에 차 있지 않다면 회장은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음의 변화
바로 그때 누군가 모블리의 어깨를 두드렸다. 좀 전에 그들을 스쳐 지났던 노부부 중 남편이었다. 모블리는 순간적으로 그가 물건 가격이나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를 물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대신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무슨 인터뷰냐고 질문했다. 나직한 음성을 유지하면서 모블리는 이 회사의 CEO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와 인터뷰하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남자는 매우 깊은 인상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말인데요, 죄송하지만 조금만 뒤로 물러서 주시겠습니까?” 모블리가 말했다.
 
이 말에 당황한 듯이 그는 뒤쪽으로 비켜 섰다. “이런, 실례했습니다. 저는 아내를 찾으러 가야겠네요.” 그는 침실 코너에서 커다란 호두나무 옷장을 열어보고 있는 아내를 발견했다. 상단의 가로대가 단단한 접이식 손잡이에 부착되어 있어 옷을 걸기에 편리하게 만든 옷장이었다.
 
이 옷장 정말 맘에 들어요.”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아이디어가 참 좋네요. 그런데 저 사람들은 저기서 뭘 하고 있는 거에요?” “저 사람이 이 매장의 CEO인 모양이야. WSJ와 인터뷰하고 있대.” 그의 아내는 눈썹을 추어올렸다. “아, 그래요? 저 남자 말이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젊은 남자는 누군지 궁금하네요. 꽤나 긴장한 것 같던데 말이에요.”
 
그녀는 돌아서며 탁상시계 진열대를 가리켰다. “이 시계 봤어요? 시간 맞추기가 정말 쉬워요! 그리고 이것들 좀 봐요!” 그녀는 그에게 부드러운 손잡이가 달린 주방 도구와 실리콘 냄비 받침 등 10여 가지 물건이 담긴 쇼핑 바구니를 보여 줬다. “이 물건들, 다 마술처럼 신기해요.”
 
여보, 우리 이제 그만 나가면 안될까? 우리한테 다 있는 물건이잖아.” 남편이 그녀에게 부탁했다. “왜 그래요?” 그녀는 남편의 음성에서 언짢은 기색을 느끼고는 놀라서 물었다. “우리, 콘도에 놓을 가구 보러 여기에 온 거잖아요.” “모르겠어. 이 매장 안을 돌아다니는 동안 갑갑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 내가 늙고 못생겼다는 느낌이 들어. 여기 있는 모든 물건은 다 늙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야. 매장 전체가 온통 늙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꼭 무슨 노인 시설에 온 것 같아.”
 
그녀는 남편의 팔을 두드렸다. “뭐, 우리가 나이 들어 간다는 건 사실이잖아요.” 남편이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끊임없이 그걸 되뇌고 싶진 않아. 내 말은, 여기 나오는 음악 좀 들어 봐. 그리고 계산대에 앉아 있는 젊은 애들을 좀 봐. 이 노래는 저 애들이 태어나던 20년 전에 유행하던 노래야! 여기 있는 모든 것이 내 나이를 가리키고 있는 것만 같아. 꼭 저기 앉아 있는 저 CEO가 우리가 늙어가는 걸 이용해서 돈을 벌려는 것만 같이 느껴진다고.”
 
그의 아내는 시계를 바라보고는 남편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어요. 그래요. 우리 커피나 마시러 가요.”
 
불길한 진동
피셔는 별안간 개미가 몸 위로 기어오르기라도 하듯 미세하게 몸을 떨었다. 모블리는 그의 휴대전화가 진동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피셔는 전화나 메시지를 받았지만, 무슨 내용인지 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있었다.
 
하느님, 제발 인터뷰하는 동안에는 회장님이 전화를 확인하지 않도록 해 주세요.’ 모블리는 속으로 빌었다. 집중하기가 어려웠던지 피셔는 기자에게 잠시 양해를 구해도 되냐고 물었다. 모블리가 기다리고 있는 곳까지 걸어왔을 때 그의 손에는 이미 전화기가 들려 있었다. 그는 안경을 꺼내 쓰고 휴대전화 버튼을 누른 다음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럴 리가 없어. 이렇게 안 좋단 말이야?” 피셔가 혼잣말을 했다. 그는 모블리를 쳐다보았다. “이건 아냐. 나 여기서 나가야겠네. 나 좀 나가게 해 주겠나?” 모블리가 말했다. “인터뷰는 마치셔야 할 것 같은데요.” 피셔가 말했다. “그 숫자들이…. 매장 개편이….”
 
CFO가 보낸 통계 수치들이 매장을 되살려보려던 시도가 수포로 돌아갔음을 나타내는게 틀림없었다. 때맞춰 음울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밥 딜런이 바로 그때 이렇게 노래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말했지. ‘조심해. 너는 추락할 거야.’ 너는 그들이 모두 농담을 한다고 생각했지.”
 
모블리는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은 회장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는 피셔에게 인터뷰를 끝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피셔는 꼼짝 않고 선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가락이 모블리의 팔 안으로 파고들었다. 모블리는 아까 자신이 쫓아 보낸 남자가 아무것도 들지 않은 빈 손으로 아내와 매장 밖으로 걸어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번역 이유진 krazylois@naver.com
 
제럴드 잘트먼(gzaltman@hbs.edu)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조지프 C. 윌슨 석좌 교수다. 린지 잘트먼(lzaltman@olsonzaltman.com)은 피츠버그 소재 올슨 잘트먼 협회의 경영 이사다. 두 사람은 <마케팅 메타포리아(Marketing Metaphoria)>를 함께 집필했다.
 
피셔는 어떻게 자사의 고객 조사 방법을 개선하고 브랜드를 살려낼 수 있을까? 네 명의 전문가가 내놓은 의견을 들어 보자.
 
소비자의 깊은 내면 파악 못한 게 최고 경영진의 실책
 
도너 J. 스터기스(Donna J. Sturgess)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소비자 사업부문의 전 세계 혁신 총괄 책임자다.
 
타이벌 피셔(TF) 팀의 고객 조사는 분석자가 소비자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잠재적인 연상, 본 사례 연구의 저자인 제럴드 잘트먼과 린지 잘트먼의 표현을 인용하면 ‘심층 은유(deep metaphor)’를 잡아내지 못했다. 피셔와 최고경영진은 이러한 심층 은유를 간과했기 때문에 거기서 드러나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
 
이들은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소비자의 태도만을 관찰했다. 이러한 소비자 태도는 모든 소비자의 반응 가운데 상대적으로 작은 일부만을 반영하기 때문에 경영진은 매출이 부진한 이유를 파악할 수 없었다.
 
기업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감성과 연관시키며 이렇게 브랜드와 연관된 감성이 구매를 촉발하기도, 차단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이 브랜드 구축과 마케팅에서 감성 전략에 집중해 온 이유다. 대표적인 예로 감성적 측면이 크게 작용하는 체중 감량 보조제 앨리(Alli)를 들 수 있다.
 
앨리는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약품으로, 식사 중 섭취한 지방의 흡수를 25% 막아 주는 제품이다. 소비자들은 이 제품을 저지방식을 포함한 체중 감량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사용한다. 앨리의 마케팅에서 우리는 TF의 넥스트스테이지 매장과 비슷한 난관에 부닥쳤다. 즉 앨리를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자신이 체중 과다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했기 때문이다.
 
TF의 넥스트스테이지 매장의 경우 문제가 연령·소외·노쇠라면, 앨리의 문제는 과체중과 이로 인한 부작용이다. 소비자의 부정적인 감정과 체중 감량의 어려움은 소비자들이 다이어트를 시작하거나 지속하는데 방해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언제나 있다. 우리는 앨리에 대한 인식과 사용 전반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불어넣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쳤다.
 
먼저 우리는 제품에 다이어트를 도와주는 파트너 같은 느낌이 드는 이름을 붙였다. 우리는 제품 패키지를 아름다우면서도 유용하게 만들고자 했다. 단순히 알약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식이요법에 대한 정보와 음식 조리법 등을 함께 담은 용기를 만들었다.
 
이 개념 아래 탄생한 셔틀(Shuttle)은 앨리를 세 알씩 포장한 용기로, 소비자들이 다이어트를 시작한 뒤 식사 때마다 한 알을 복용하기 쉽도록 만들어졌다. 우리는 셔틀이 그저 하나의 약 포장 이상의 의미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기를 바랐다.
 
손에 잡았을 때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느낌을 통해 마치 다이어트를 도와주는 파트너의 손을 잡은 듯한 느낌을 받도록 했다. 실제 셔틀은 다이어트 중인 소비자가 과거의 식습관을 고쳐나가는 기간에 일시적으로 손에 잡을 수 있는 대상이라는 인식 아래 만들어졌다.
 
이러한 방식으로 앨리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담긴 심층 은유에 호소한다. 본 사례 연구의 저자들이 사용한 용어를 빌어 말하면 앨리는 체중 감량 과정을 통해 소비자가 경험하게 되는 육체적·정신적 변화에 호소한다. 이러한 은유나 감정은 포커스 그룹 인터뷰나 설문 조사 등의 전통적인 소비자 조사 과정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서는 브랜드와 연관된 소비자의 감정을 조사하고, 이 감정이 어떻게 하면 우리가 브랜드에 투영하고자 하는 경험을 소비자에게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다. 1대1 면접 또는 소비자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그들의 행동을 살펴보는 인구 관찰과 같이 단순한 기법도 소비자의 감정을 파악하는 귀중한 렌즈다.
 
고객은 현재 모습보다 이상적 미래에 관심가진다
 
알렉스 리(Alex Lee)는 손잡이가 달린 가정용품 ‘굿 그립’을 생산하는 뉴욕 소재 기업 옥소인터내셔널(OXO International)의 사장이다.
 
이 회사가 확장한 브랜드를 정상 궤도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일반 소비자, 특히 베이비붐 세대에게 적용되는 원칙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즉 소비자는 그들의 현재 모습보다 그들이 되고자 하는 이상적인 모습과 연관된 브랜드에 끌린다는 원칙이다.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노스페이스(North Face)와 판타고니아(Pantagonia)의 광고에는 이 회사의 옷을 입고 유모차를 끌거나 개를 산책시키는 도시 거주자 대신 전문 등반가나 서퍼들이 등장한다.
 
내가 이러한 원칙을 새삼 떠올린 것은 몇 년 전 일이었다. 사용하기 편한 제품을 만든다는 우리의 디자인 철학을 적용해 핵심 사업인 주방용품에서 어떤 다른 분야로 브랜드를 확장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해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실시하던 때였다.
 
우리는 인터뷰 참여자들에게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 주고 그 가운데 옥소 브랜드의 사용자와 비사용자를 골라 보라고 했다. 공통적으로 인터뷰 참여자들은 이상적인 체격에 재미있고 성공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옥소 제품의 사용자로 꼽았다. 보수적이고 나이가 많으며 체격이 덜 좋아 보이는 사람들은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로 분류했다.
 
옥소 제품을 소유하고 있던 모든 인터뷰 참여자는 실제로 전자보다 후자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우리는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할 때 시력이 나빠지거나 손놀림이 둔해진 사용자들의 요구를 고려하지만 20대나 30대 고객들이 선호할 만한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우리는 이러한 제품들을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는 도구’로 포지셔닝하는 것은 브랜드에 부정적 이미지만 더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보편적 디자인’이라는 옥소의 철학을 마케팅 포지셔닝에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이유다.
 
브랜드 명칭과 어휘 표현은 매우 중요하다. ‘타이벌 피셔(TF)의 넥스트스테이지’는 유아용 배변 훈련 기저귀 이름으로는 적절할지 몰라도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아이팟을 사용하는 요즈음의 60대 소비자를 겨냥한 매장 이름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광범위한 고객 조사가 피셔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꿈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데이터를 잘못 해석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는 고객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경영자는 고객과 시장에서 나오는 신호에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이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옥소인터내셔널은 사용자 조사가 반드시 첨단 과학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 매니저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있고, 우리가 판매하는 종류의 제품을 애용하며, 모든 직원이 자사 및 경쟁사의 제품이 가진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옥소 직원들은 회사 밖에서 친구들과 모임을 가질 때 종종 가장 싫어하는 제품에 대한 주제를 꺼내곤 한다. 우리는 회사 로비에서 사람들에게 옥소 제품을 공짜로 나눠주며 제품에 대한 의견을 듣는 간단한 설문 조사를 실시해 왔다. P&G가 우리가 설문 조사를 진행하는 광경을 봤다면 선별되지 않은 뉴욕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우리를 무모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작은 표본이 시장 목소리를 대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진리를 발견했다.
 
사용자들이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숨겨진 욕구를 찾았을 때 우리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배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 나온 계량 컵의 상품성을 검토하면서 우리는 사용자들이 물의 양을 조절하는 동안 컵 측면의 수치를 읽으려고 반복적으로 고개를 숙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것을 계량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불편한 점으로 지적하지 않았다. 이 점에 착안해 옥소의 다각도 계량 컵은 내부가 곡선으로 처리되어 위에서 보아도 계량 수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때로는 가장 중요한 신호가 경영자 자신의 본능적인 직관에서 나오기도 한다. 피셔의 사례에서도 그가 자신의 내면에 좀 더 귀 기울였다면 고객 설문 조사나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없었던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의 나이에 맞는 행동을 권하는 브랜드를 그리 좋아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 말이다.
 
고객 마음속의 변화 파악 위한 조직 체계 구축하라
 
후지카와 요시노리(藤川佳則)는 도쿄 히토쓰바시 대학 국제기업전략 대학원 국제비즈니스전략 부교수이자 대외문제 부학장이다.
 
이 회사는 더 많은 고객 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타이벌 피셔(TF)의 넥스트스테이지 매장에 대한 고객들의 의견은 매우 일관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 개인의 마음속에서도 지극히 긍정적인 감정과 지극히 부정적인 감정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고객들은 이러한 상반된 감정까지 인식하지 못한다.
 
이 점에서 본 사례는 고객들이 그들의 감정을 말로 표현할 것이란 전제 아래 실시되는 전통적인 조사 기법이 고객의 태도를 응집되게 잡아내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 경우다. 이 회사는 소비자가 느끼는 감정뿐 아니라 무의식적 심리까지도 심층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 거대 제약 회사가 최근 자사의 두 가지 진통제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을 이와 같이 심층적으로 조사했다. 조사 대상인 두 가지 진통제는 아세타미노펜 계열과 이부프로펜 계열이었다. 전통적 고객 조사 결과 고객들은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고 두 가지 진통제를 혼용하고 있었다. 이에 마케팅 담당자들은 각각의 약품을 차별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고객들의 심층 은유를 파악하기 위한 1대1 면접에서 회사는 두 가지 약품을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제품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나타내는 이미지를 선택해 보라고 주문했다. 많은 응답자가 어머니의 그림을 골랐다. 이를 통해 진통제를 사용할 때 많은 사람이 어머니가 주던 약을 그대로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더욱 깊숙이 파고든 결과 회사는 아세타미노펜을 사용한 어머니와 이부프로펜을 사용한 어머니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어떤 소비자들은 어린 시절에 콧물이 나고 머리와 목이 아프면 어머니가 그들에게 증상을 진정시켜 주는 음료를 마시게 하고 집에서 쉬라고 말하며 아세타미노펜을 주었다고 기억했다. 반면에 어머니가 이부프로펜을 주었다고 기억하는 다른 소비자들은 아프더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학교에 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여기서 회사는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총체적인 인식의 실마리를 찾았다. 즉 고객들의 머릿속에서 아세타미노펜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병이 빨리 낫도록 할 때 먹는 약, 이부프로펜은 아프더라도 학교나 직장에 가야 할 때 먹는 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약에 대한 소비자의 이러한 감정은 제품 차별화의 잠재적인 근거를 제공했다. 회사는 이러한 인사이트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함으로써 두 제품을 매우 차별적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었다.
 
통계적으로 보면 회사가 이러한 정보를 얻는데 너무 작은 표본에 의존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과 오랜 면접을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때문에 많은 회사가 이러한 종류의 조사를 통해 가설을 세우고 이것을 전통적인 양적 조사를 통해 검증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유사 방법을 통해 피셔 역시 장년층에 접어든 베이비붐 세대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대규모 설문조사와 다른 여러 조사를 통해 그들이 세운 가설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과 인지과학을 바탕으로 하는 이 조사 기법은 또 다른 중요 기능을 지니고 있다. 어떻게 하면 고객과 브랜드 사이에 경쟁사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심리적인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유대감은 제품의 일반화가 이윤을 위협하는 오늘날의 시장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고객의 감정을 심층적으로 조사하지 않고도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회사가 있다. 일반적으로 이 회사들은 고객들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감지하는 데 타고난 감각을 지닌 경영자를 두고 있다. 이들 경영자는 소비자 감정을 회사의 마케팅과 브랜드 구축에 본능적으로 융합할 줄 아는 ‘전문 소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아무리 수완이 좋은 마케팅 전문가라 해도 고객의 욕구와 불만을 읽어내는 데 착오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은 고객의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조직 체계를 구축하고, 이에 관한 체계적인 접근법을 마련해야 한다.
 
나이 들었다는 느낌 주는 매장 내 모든 물건 없애라
 
루이스 카본(Lewis Carbone)은 미니애폴리스 소재 컨설팅 회사 익스피리언스 엔지니어링(Experience Engineering)의 창업자이자 최고경험책임자(CEO: chief experience officer)이다.
 
이 회사의 고객 조사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매장과 그 제품에 대한 고객의 숨겨진 감정을 알게 된 지금 타이벌 피셔(TF) 팀이 넥스트스테이지 매장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다.
 
심층 은유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며 브랜드가 고객에게 어떠한 느낌을 주는지를 파악하는 데 열성적인 회사에도 고객에 대한 심층 지식을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마케팅에 적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좋아요. 그런데 이런 정보를 도대체 어디에 적용해야 하죠?” 이것이 필자가 컨설팅 과정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다.
 
내가 컨설팅을 담당하던 한 병원은 광범위한 조사를 통해 응급실의 주요 은유가 움직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움직이고 있다는 분위기를 감지할 때 환자와 환자 가족들은 무의식적으로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은 모르던 것을 아는 방향, 고통을 받는 상태에서 위안을 받는 상황으로 각각 움직이기를 원한다. 사람들은 그들의 삶이 움직이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 사실을 실제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도전이었다. 우리는 병원과의 협의 끝에 환자와 가족들이 거치는 여러 치료 과정 속에서 다양한 종류의 움직임을 경험하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이에 가족들은 대기실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는 대신 병원 이쪽저쪽으로 환자와 함께 이동하며 전 과정을 지켜봄으로써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의료진이 사용하는 말도 “이제 이쪽으로 환자분을 모시겠습니다” 대신 “이제 다음 단계로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로 바뀌었다.
 
수년 간에 걸친 연구를 통해 병실에 물을 두는 것이 치료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여기서 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움직임, 유동성이다. 이 점을 생각하면 분수 또는 물을 이용한 다른 설치물이 지니는 효과를 이해하기 쉽다.
 
넥스트스테이지 사례에서 첫 번째 단계는 고객들이 매장에서 좋은 기분을 느끼지 못하는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매장이 고객들에게 스스로 늙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는 단서가 주어진다.
 
AARP는 긍정적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노화 문제 기구다. AARP는 수 년간 50세 이상의 회원들을 모집하면서 협회의 우편물을 받았다는 사실이 곧 인생의 내리막에 접어들었다는 표시로 받아들여지는 현상을 극복하고자 노력해 왔다.
 
넥스트스테이지의 경우 고객이 느끼는 감정을 마케팅에 적용하는 법은 우선 매장에서 고객에게 나이가 들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장년층을 위해 만든 물건을 판매하는 매장에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판매하려고 진열한 시계를 없애거나, 공간을 더 넓어 보이게 하기 위해 설치한 거울을 치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카페를 없애거나 구조를 바꿀 수도 있다. 나이든 사람들과 한 공간에 앉아 있으면 그들 사이의 공통점인 나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고객이 스스로에 대해 현재보다 더 나은 느낌을 갖기를 바란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와 설문 조사에서 잠재 고객들은 분명히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드는 것이 훌륭한 생각이라고 응답했을 것이다. 참여자들은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많다는 걸 본다면 매장에서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요.”
 
하지만 이는 진실이 아니다. 고객들은 종종 자신의 깊은 속내를 정확히 표현하지 않는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기업은 무엇이 고객들로부터 브랜드를 멀게 또는 가깝게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1대1 면접을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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