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브랜드 vs 기업 브랜드 어느 쪽 힘이 셀까?

16호 (2008년 9월 Issue 1)

안드레는 멜라토닌 약병을 멍하니 왼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손목이 움직일 때마다 병 안의 알약들이 가볍게 흔들렸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까지 가는 20시간의 비행 중에 모자란 잠을 보충할 참이었다. 릴리패드 호텔 및 리조트의 최고경영자(CEO)인 그에게는 이 출장이 미국 전역, 중동, 남미를 포괄하는 6주 간의 일정 중 마지막이었다. 그는 보잉767의 퍼스트클래스에 편하게 앉아 있었다. 기내 실내화를 신고 베개도 푹 자는 데 도움이 되도록 조절해 두었다.
 
그러나 안드레는 아직도 긴장한 채 노트북에 펼쳐진 파워포인트 파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파일은 릴리패드의 영업 및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애비게일 로스가 제출한 새로운 브랜드 전략과 관련한 것이었다.
 
처음 파일을 봤을 때 안드레는 회사의 현행 브랜드 전략도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릴리패드는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12개의 부티크 호텔과 리조트를 전 세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모든 호텔은 계약에 의해 릴리패드가 지정하는 건축양식, 인테리어, 각 지방의 문화와 입맛을 반영하는 음식메뉴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각 호텔은 고유한 무형 자산과 지역색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의 간판 호텔인 매리타임은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피셔먼스워프 근처의 버려진 회계 사무소 자리에서 시작했다. 회사의 설립자이자 이 도시의 토박이인 베시 T. 헤일은 매리타임의 개발권을 인수해 자비를 투자했다. 그녀는 회계 사무소를 높은 창문과 널찍한 거실, 멋진 도시의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테라스가 있는 8층짜리 호텔로 변신시켰다.
 
옹이가 많은 소나무 목재로 치장한 내부 장식은 늙은 선장의 집 분위기가 났다. 이 호텔은 깔끔한 마룻바닥과 고품질의 면직물 등 단순히 좋은 시설만 제공하는 호텔이 아니라 고객의 숨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디자인됐다.
 
회사의 주요 경쟁자들은 다른 방식으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들의 방식은 안드레가 ‘몰개성적인(cookie-cutter) 고상함’이라 부르는, 고급이긴 하지만 천편일률적이고 충분히 예측 가능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들의 호텔은 이국풍의 분위기가 부족했고, 이런 약점을 광범위한 고급 서비스로 보완했다.
 
안드레는 18개월 전 릴리패드의 사령탑에 올랐다. 그 후 릴리패드는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유명한 리모델링 건물인 베이사이드 맨션을 인수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신규 호텔인 아프잘의 경영권을 자산에 추가했다. 안드레는 지금 회사의 한 중역이 앞으로 운영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브라질의 독립 호텔인 라 플라자(La Plaza)의 CEO와 추가 미팅을 갖기 위해 브라질로 가는 중이다.
 
릴리패드의 이사진은 이런 방식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 점은 미국의 대규모 호텔 투자회사에서 인수 및 자산관리 전문가로 활동한 안드레가 릴리패드로 자리를 옮길 때 면접 및 이사진과의 개별 면담을 통해 이미 충분히 잘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안드레는 “더 많은 자산을 인수하려는 최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호텔이 회사의 장기적인 전략에 기여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영업 및 마케팅 담당 부사장의 발언에 상당히 곤혹스러워졌다. 마케팅팀이 수행한 설문조사에서 독립된 브랜드를 가진 개별 릴리패드 호텔의 충성 고객들은 다른 릴리패드 계열 호텔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호텔들이 같은 그룹에 속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몇몇 여행사 직원들조차 릴리패드의 호텔들이 계열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릴리패드의 호텔이나 리조트 중 한군데에 숙박한 방문객의 5%만이 이 회사의 다른 시설을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반면 포시즌이나 리츠칼튼 같이 기업 브랜드를 가진(corporate branded) 다른 호텔 기업의 교차사용률(CUR, Cross-property Usage Rate)은 매년 1015%나 됐다. 로스 부사장은 “현재 우리의 전략은 기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로운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경쟁한다는 두 가지 측면에서 자신의 역량을 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가 제안한 처방은 비교적 명확했다. 마케팅 비용과 기타 자원은 CUR을 높이기 위해 투자하고, 이를 통해 기존 고객의 생애가치를 증대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자는 것이었다. 릴리패드 브랜드를 많은 사람이 다니는 곳에 있는, 눈에 잘 띄는 모든 호텔에 내세우자는 것도 주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는 기업 로고가 문구용품이나 옷걸이 같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제품에 조심스럽게 부착돼 있었다. 호텔 전화 응대 때에도 릴리패드가 언급되지 않았으며 개별 호텔 이름만 사용됐다. 로스가 안드레와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한 목표는 릴리패드의 추종자, 즉 최고급의 릴리패드 호텔들을 돌아다니며 기념품 수집을 비롯한 수준 높은 사용 경험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충성스러운 출장 및 여행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었다.
 
안드레는 릴리패드가 모든 호텔을 하나의 브랜드 밑에 두는 것에 대해 규모의 효율성 측면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호텔 용품을 대량으로 주문할 수 있고, 광고 캠페인도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각 호텔과의 계약을 재조정해야 하고, 나름대로의 기업가 정신을 지닌 지배인들을 달래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들에게 약간의 통제권을 포기하게 하려면 엄청난 다리품과 서류작업이 필요했다.
 
안드레는 컴퓨터 스크린 오른쪽 하단에 있는 시계를 흘깃 보고 시간을 변경했다. 상파울루에 도착하려면 일곱 시간이 남았다. 릴리패드의 이사회는 2주 후에 있고, 이는 변화를 추구하거나 변화에 반대하기 위한 설득력 있는 주장을 준비하기에 적절한 시간이다. 이번 여행이 끝난 뒤에 그는 로스 및 릴리패드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샘 보일과 함께 이번 기획안을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었다. 안드레는 다시 약병을 흔들었다. 이번에는 먹어볼까 생각했지만 멜라토닌 효과를 보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평온한 아름다움과 베이글 빵
리우의 날씨는 흐렸으며, 계절에 맞지 않게 서늘했다. 카니발의 원색적인 퍼레이드와 소란한 파티는 2주 전에 끝났다. 그러나 릴리패드의 남미 담당 부사장인 커티스 프라이에게는 아직 그 여운이 남아 있었다. 그와 안드레는 부티크 호텔 ‘라 플라자(La Plaza)’의 로비에서 흘러나오는 베벨 길베르투의 음악을 들으며 운전기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한편으로 블랙베리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안드레와 프라이는 방금 라 플라자의 대주주인 몬티 오흐바와 매우 희망적인 논의를 마쳤다. 프라이는 “그의 파트너들이 뭐라고 하는지 두고 봐야겠지만 우리가 계약을 맺을 것 같군요”라고 프런트데스크 직원들이 듣지 못하도록 조용히 말했다.
 
3년 전에 문을 연 라 플라자는 브라질 해변에 있는 여타 거대 호텔들과는 다른 숙박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지역 언론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오흐바가 경쟁자들을 부르는 말인 ‘겉만 번지르르한 유리탑’들과 비교했을 때 라 플라자는 호텔이라기보다 영빈관에 가까웠다. 빌딩은 해변 위에 바로 세워져 있지 않고 하얀 백사장과 시끄러운 소음이 끊이지 않는 디스코텍에서 몇 마일 떨어진 조용한 곳에 세워졌다. 건물 형태가 특이해서 방들의 크기가 서로 달랐다. 몇몇 방에는 자쿠지(거품욕조) 대신 입식 샤워시설이 있었고, 미니바나 케이블 TV는 어떤 방에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소수이지만 사려 깊은 직원들은 모두 리우에서 태어났거나 자란 사람들로, 고객 개개인에게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고 배려하는 데 열심이었다. 오흐바는 이를 “진정한 지역색을 보여 주는 환대”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근래 들어 라 플라자는 세계 여행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오흐바는 “우리는 재작년에 작은 카니발 행사의 골드 스폰서가 되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라며 “올해는 운이 좋게도 기획회의 단계에서 알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실 축제 방문객들의 라 플라자 호텔 이용이 줄어드는 추세였고, 이 때문에 오흐바는 럭셔리 호텔들의 금기사항인 프리미엄 객실의 가격 인하를 고려하기도 했다.
 
오흐바는 “사람들은 운영상의 개선을 통해 언제나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몇몇 직원들이 직장을 떠났고, 이 작은 호텔은 온라인 영업을 시작하느라 끙끙대고 있었다. “그러나 여러분도 알다시피 더 중요한 것은 이미지입니다. 이미지야말로 우리가 정말로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입니다.”
 
안드레와 프라이는 라 플라자에서부터 시내에 있는 릴리패드 호텔까지 오면서 오흐바의 말에 대해 여러 번 되풀이해 생각해 봤다. “내가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알죠, 그렇죠?” 자동차가 리우 중심가의 많은 교회, 기념물, 박물관들 사이로 빠져나갈 때 안드레는 이렇게 물었다. 프라이도 알고 있었다. 그는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장기 전략 회의에 참석했으며, 로스의 제안에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안드레가 말했다. “라 플라자가 우리 브랜드를 쓰게 해 봅시다. 잘 된다면 거기서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예요.”
 
프라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라 플라자가 우리 도움으로 더 많은 여행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 호텔은 환경친화적이고 모험적인 고객들에게 안성맞춤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릴리패드가 추가적인 도움을 준다 해도 업무상 출장 고객들이 라 플라자를 방문할지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프라이가 말했다. “너무나 대략적인 예측인지는 모르지만 페트로브라스나 텔레마르의 고객으로서 회의 차 방문하는 일반적인 경영자들은 무선인터넷(위피)과 헬스장을 이용할 수 있고, CNN을 볼 수 있으며, 맛있는 베이글과 크림치즈가 있는 편안한 장소를 찾을 겁니다.” 안드레는 빙그레 웃었다. 그날 아침 그는 프라이에게 그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푸석푸석한 롤과 독한 브라질 커피 대신 쫄깃한 베이글을 먹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택시가 사무실 건물 앞에 천천히 멈춰서고 있었다.
 
헤일과의 저녁식사
아이디어는 명확한 것 같군요.” 보일이 청주를 홀짝거리면서 인정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일을 하려면 뭐가 필요한 거죠?” 릴리패드의 CFO인 그는 안드레 및 릴리패드 설립자인 헤일과 함께 오즈모라는 일식집에서 주말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즈모는 샌프란시스코 금융지구에 있는 릴리패드 사무실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있었다.
 
안드레는 브라질에 다녀온 지 며칠 되지 않았다. 그리고 보일은 분기 보고서를 마치려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러나 둘 다 존경하는 친구이자 옛 동료인 헤일과 어울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로바다야키 음식을 즐기는 것은 잊지 않았다. 세 사람의 대화는 격의 없고 자유로웠으며, 헤일이 하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부터 안드레의 딸들이 대학과 직장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보일이 아내의 강력한 충고에도 불구하고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살 것인지 등 다양한 주제가 등장했다. 그러나 끝에는 항상 그렇듯 일 이야기로 되돌아왔다.
 
보일은 헤일에게 릴리패드의 최근 상황을 간추려 얘기해 주었다. 전체 계열사에 있는 1500개 객실에 매년 11만 5000명의 고객이 방문한다. 방 하나당 하루에 750달러의 수입이 들어오고, 지난 4년 동안 고객유지율은 꽤 안정적이었다. 릴리패드 같은 기업의 주요 성장 원천은 크게 두 가지다. 새로운 호텔과 계약해서 판매 가능한 객실 개수를 늘리는 방법과, 기존 객실의 점유율을 높이거나 교차판매율을 높여서 객실당 매출을 높이는 것이다. 안드레는 전자의 방법으로 성공을 거두어 왔다. 그리고 이제 로스와 그녀의 팀은 더 많은 재정적 지출을 요구하는 후자의 기회를 지적한 것이다. 이것이 보일이 요약한 내용이다.
 
보일은 릴리패드가 기업 브랜드를 지원하기 위해 본사와 개별 호텔의 전화 응대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하고 모든 마케팅 문구, 표식, 웹사이트, 침대 시트, 수건 등에 슬로건과 릴리패드 로고를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위 경영진은 모든 호텔에 대해 릴리패드 브랜드와의 일관성을 위해 재단장이 필요한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추가적인 직원이 필요한지를 평가해야 한다. 회사는 관리자와 종업원들에게 릴리패드 방식을 가르치기 위해 훈련 프로그램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호텔이 좀 더 본사와 긴밀한 연계를 갖기 위해 추가적인 조직 개편을 요구할 수도 있다. 보일은 “좀 힘들지만 할 수 있는 일이에요”라고 말했다.
 
헤일이 점잖게 웃으며 “우리가 처음 시작한 것과는 매우 다르게 됐군”이라고 말했다. 회사 설립자로서 임원회의와 이사회에서 항상 ‘악마의 대변자’ 역할을 해 온 그녀는 좌우에서 음식을 주고받던 신사들에게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두 릴리패드 같은 기업이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공통적인 인식이 있어. 그런데 그런 무형적인 것들을 개별 호텔 관리자에게 어떻게 설명할 거야? 내 말은 그들이야 말로 변화를 실행하고 전달해야 하는 사람들인데, 그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베시, 브랜드가 전달하는 약속은 항상 같아요. 아름답고 독특한 장소에서의 하나밖에 없는 경험 말이에요”라고 안드레가 말했다. “호텔의 변화는 현재 운영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고객들이 우리 호텔들을 하나로 이해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겁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매리타임을 사랑하는 고객이 댈러스와 런던, 버진아일랜드에도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는 말이지요.”
 
변화가 크건 작건 간에 여전히 모든 호텔에 일관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는 거잖아?”라고 헤일이 말했다. “그리고 그건 개별 브랜드가 하는 약속과 정반대라는 거야. 그렇지 않아?” 그녀는 고객들이 큰 변화의 수용을 망설인다면 강력한 기업 브랜드가 그렇게 필요할까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졌다. “예를 들어 매리타임과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매리타임에 투숙할 때 세상에서 가장 독립적이고 비밀스러운 공간에 있다고 느끼는 고객들은 ‘릴리패드 매리타임’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싫어할 수도 있어.”
 
잘 들으라고. 나는 영업 및 마케팅 담당 부사장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야.” 헤일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녀는 80%의 매출을 주는 20%의 고객으로부터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지적했고, 기업 브랜드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품질 관리 문제에 대해 상기시켜 줬다. “태리턴에 있는 지배인을 생각해 봐. 좀 간섭하길 좋아하는 사람이잖아. 나는 그가 다른 호텔에 얽매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그는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어. 여태까지 스스로의 계획에 의해 일해 왔고, 꽤 성공했잖아.”
 
기업 브랜드 체제 아래에서 호텔 지배인들은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메뉴 항목이나 고객을 위한 행사 등 호텔의 차별적인 이미지 구축을 위해 그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홍보 활동을 할 수 있다. 보일은 지배인들이 직원들의 임무 할당, 구매 주문 등과 같은 일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얘기를 이사회에서 아이번 휴에게 해 봐.” 헤일은 이 사안에 대한 태리턴 매니저와의 대화를 상상하고는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때 나는 주말에 약속이 있어 참석하지 못할 것 같아.”
 
수요일은 으스스하고 비가 왔다. 릴리패드 이사회는 매리타임의 카운팅룸에서 15분 뒤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안드레는 호텔로 급히 들어와 로비에 있는 커다란 돌로 된 벽난로의 온기로 언 몸을 녹이고 있었다. 그는 우산과 코트의 빗방울을 털어내면서 오후에 마무리하려고 했던 미해결 문제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안드레는 남아프리카에 있는 프라이와 연락했다. 라 플라자 건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는 헤일에게 지난 저녁시간 동안 얘기한 투자 사안에 대한 서류를 보냈다. 비서인 베키에게는 이사회에 필요한 모든 자료가 사외이사들에게 배포되었는지를 확인하도록 했다.
 
준비시간이 몇 분 지나고 매리타임 직원들과 농담을 주고받은 뒤 안드레는 로비 끝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거기에는 그의 동료 몇몇이 호텔이 이사회를 위해 준비한 다과를 들고 있었다. 몇 걸음 가지 않아 그는 잡지 트래벌 최신판이 탁자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 호의 기획기사는 세계 최고 호텔의 연간 순위였다. 안드레는 본능적으로 잡지를 집어 들고 순위를 훑어보았다. 그는 베이사이드, 매리타임이 다른 몇몇의 호텔과 함께 상위에 올라있는 것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릴리패드의 호텔들이었지만 그것을 나타내는 문구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에 비교하면 페닌슐라나 오베로이 같은 호텔은 더 적은 수가 언급되었지만 모기업과의 연계는 명확히 밝혀져 있었다. “우리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최고의 소규모 호텔 경영 기업이군.” 그가 투덜거렸다. 안드레는 잡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대신에 서류가방에 집어넣고는 동료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번역 오영건 kwonoy@hotmail.com
 
체키탄 S. 데브(Chekitan S. Dev, chekita.dev@cornell.edu)는 코넬대 호텔경영학부의 마케팅과 브랜드 관리 담당 조교수다.
 
릴리패드의 호텔들이 기업 브랜드와 개별 브랜드 중 어느 것을 마케팅에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래에 전문가 4명이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개별 호텔들은 기업 브랜드의 명성을 통해 전 세계 여행자들을 유인할 수 있다”
 
호스트 슐츠(Horst Schulze)는 애틀랜타에 있는 웨스트페이스 호텔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이자 대표이사다. 그의 회사는 카펠라와 솔리스라는 유명 브랜드도 소유하고 있다. 그는 리츠칼튼의 대표이사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했다.
 
릴리패드의 목표가 장기적으로 가시적이고 실제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면, 회사는 애비게일 로스가 제안한 글로벌 브랜딩 전략을 추구하고 기업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호텔 관리의 두 가지 큰 자산은 계열 호텔과 기업 브랜드다. 릴리패드는 강력한 기업 브랜드를 통해 ‘호화로운 경험의 단순한 집합’을 넘어설 수 있다. 기업 브랜드는 기존 사업과 잠재적인 주변 사업에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릴리패드 브랜드를 사용하는 크루즈나 콘도 등도 가능하다. 그리고 호텔 간의 교차 홍보를 통해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고, 고객에게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대량 구매를 통한 공급 효율성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름 없는 기업은 이런 것들을 달성할 수 없다.
 
CEO인 안드레는 전 세계에 수천 개의 독립된 호텔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미래의 계약 후보들이고 향후 성장의 원동력이다. 많은 호텔 소유자들은 그들이 독자적으로 잘 구축한 브랜드를 호텔관리 회사에 넘겨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일이 잘 되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브랜드 구축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력한 기업 브랜드와 연계되면 그들 호텔의 가치는 상승한다. 이는 관리회사와 호텔 소유주 간의 윈윈 상황을 만든다.
 
개별 호텔들은 기업 브랜드의 명성을 통해 전 세계 여행자들을 유인할 수 있다. 내가 처음으로 중국 여행을 간다고 생각해 보자. 나는 새로운 문화를 탐험하고 싶지만 내가 묵을 곳은 편안한 곳이기를 원한다. 내가 라 플라자 같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호텔 이름을 온라인 리스트에서 본다면 여행사에서 아무리 차별적인 시설과 위치를 강조한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호텔 목록에서 페닌슐라나 오베로이 브랜드 호텔을 본다면 그리로 갈 것이다. 신뢰성은 호텔 산업에서 중요한 경쟁우위다.
 
CEO는 고객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시장 조사는 고객과 그들의 전환 비용(switching cost), 현재의 시장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나는 4년 전에 그런 경험을 했다. 인맥, 고객에 대한 이해, 명품 시장의 성장 트렌드, 내가 가진 금융 및 기타 자산을 기반으로 나는 비교적 짧은 기간(810년) 안에 두 개의 강력한 호텔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솔리스와 카펠라는 고품격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로서 이들은 각각 서로 다른 가치를 제안한다. 솔리스는 단체 여행객을 대상으로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펠라는 개인 여행자를 위한 브랜드로 공항으로 마중을 나간다든지, 특별한 식단을 준비해야 한다든지 하는 개인적인 요구 사항을 모두 충족해 준다. 이들 브랜드를 관리하면서 솔리스와 카펠라 계열 호텔들이 지역색과 신뢰성을 동시에 지니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같은 방식으로 릴리패드는 지역에 특화된 혜택을 계속 제공할 수 있으며,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호텔 간의 일관성(적절한 수압이라든지 샤워시설 옆에 있는 고리, 다리미판 가까이에 있는 전기 콘센트 등)도 강조할 수 있다.
 
결국 안드레는 호텔 소유주와 지배인들이 새로운 전략을 채택하도록 설득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는 지배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아이번 휴가 새로운 전략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는 회사를 떠나야 한다. 강력한 브랜드는 강력한 추진력을 필요로 한다. 개별 지배인의 영향력을 용납하지 않는 프로세스가 요구되는 것이다. CEO가 지배인들의 기분에 따라 살 수는 없다.
 
릴리패드 기업 브랜드가 가져오는 재무 위험이 잠재 보상보다 더 클 수 있다.”
 
질 그래노프(Jill Granoff)는 뉴욕에 있는 리즈 클레이본(Liz Claiborne)의 직영 브랜드 담당 부사장이다. 그녀는 이 회사의 ‘러키브랜드진’ ‘주시쿠튀르’ ‘케이트스페이드’ 브랜드 및 기업의 전자상거래와 아웃렛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최고의 브랜드는 감성적인 연결을 강화하고 고객의 인식뿐 아니라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사람들은 브랜드가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고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한다. 이는 자동차, 커피, 핸드백, 또는 호텔 숙박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고 브랜드는 고객의 기분을 좋게 하는 무형의 가치를 제공한다.
 
릴리패드의 많은 호텔들은 고객의 기호에 맞는 품격 높은 무형자산인 강력한 유인 요소들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중 몇몇은 이미 세계 최고의 호텔 리스트에 올랐다. 안드레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릴리패드 브랜드가 개별 호텔 브랜드보다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가이다. 사례에 제시된 매리타임과 라 플라자를 비롯해 다른 호텔들에 대한 풍부한 정보와 릴리패드 브랜드에 대한 제한된 설명을 기반으로, 나는 기업 브랜드를 우산 브랜드로 사용하는 전략이 기업의 이익과 매출을 성장시키기보다 모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릴리패드 브랜드의 요소들은 계열 호텔을 통해 조심스럽게 나타나는 반면에 회사는 기업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 많은 비용이 수반되는 대규모 활동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결국 재무적 위험이 잠재적 보상보다 더 클 수도 있다. 그리고 릴리패드 설립자인 베시 헤일이 지적했듯이 관리과 일관성, 품질에 대한 중요한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호텔 상품의 판매 강조점(selling point)과 시설은 국가별로 꽤 다르기 때문이다.
 
소매 업계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메이시(옛 페더레이티드 백화점)와 메이컴퍼니의 합병을 생각해 보라. 두 개의 백화점 그룹을 통합해 전국적인 메이시 브랜드를 만들려는 노력의 와중에 경영진은 메이 고객들의 충성도를 과소평가했다. 메이 고객들이 기대하고 좋아하며 의존했던 판매촉진 프로그램을 메이시가 감축하자 많은 고객은 새로운 메이시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것을 중단했다. 매장 중심의 판매촉진 자금을 전국적인 기업 마케팅 캠페인으로 돌리려는 노력은 예전의 메이 고객들을 실망시켰고, 메이시는 지난 봄에 4개월 연속 매출 하락을 경험했다. 모브랜드가 부정적인 후광효과를 준 것이다.
 
내가 예전에 근무한 에스티로더에서도 또 다른 사례를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화장품 브랜드를 수십 개 보유하고 있지만 개별 브랜드로 커뮤니케이션할 것을 요구한다. 에스티로더 브랜드의 이상적인 이미지가 맥의 무관심한 개인주의나 클리니크의 깔끔하고 단순한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공동 브랜딩을 하려는 노력은 혼란을 일으키고 고객들이 떠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리즈클레이번에서도 우리는 유사한 상황을 경험했다. 주시쿠튀르와 러키브랜드진은 모두 로스앤젤레스(LA)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하나는 섹시하고 도발적인 LA 여성이라면, 다른 하나는 정통성 있고 침착한 로큰롤에 기반을 둔 브랜드다. 둘 다 대기업 체제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활용하고 있지만 리즈클레이번 브랜드로 마케팅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한 장점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은 실수다. 고전적 브랜드인 리즈클레이번의 연상이 이들 브랜드의 현재 이미지에 손상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브랜드의 독특한 DNA, 고객과의 연계, 입소문(buzz), 라이프스타일 포지셔닝 등을 유지하는 것의 가치를 인정한다. 그러나 원료 조달, 물류, 공유된 운영 서비스 등의 하부 효율성을 통한 성장성 및 효율성 향상도 인정해야 한다. 릴리패드도 유사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구매, 부동산 관리, IT, 운영 등에서 효율성을 추구해 재무적 건전성을 개선하고 현재 보유한 독특한 호텔들의 성장을 구조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강력한 브랜드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릴리패드를 개별 호텔의 이름에 추가하는 것은 그 호텔들의 본래 속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대신에 릴리패드는 그들의 독특한 호텔을 여행업자들에게 더욱 공격적으로 홍보하고, 미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호텔들을 선별해 인수하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
 
안드레는 기업 브랜드를 위해 개별 브랜드를 희생하지 말아야 한다.”
 
케빈 레인 켈러(Kevin Lane Keller, kevin.l.keller@tuck.dartmouth.edu)는 뉴햄프셔 하노버에 있는 다트머스 대학 터크 경영대학원의 E. B. 오스본 마케팅 석좌교수다. 그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포드, 밀러 맥주, 프록터앤갬블 등의 기업이 브랜드를 분석하고 브랜드 아키텍처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어 왔다.
 
릴리패드 호텔과 리조트는 반드시 브랜드 간의 연결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하는 사업상 이유는 명백하다. 그러나 안드레는 이를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우선 개별 브랜드 가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업 브랜드를 개별 브랜드보다 강조하려는 계획은 위험한 발상이다.
 
릴리패드 계열의 개별 호텔은 각각 그 지역 내의 다른 호텔보다 문화적으로 차별화한 여행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암묵적인 약속을 고객에게 하고 있다. 그러나 라 플라자의 수공예 목욕가운이 중국산이고, 거기에 릴리패드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면 유일무이한 약속에 어떻게 믿음이 가겠는가. 선택한 브랜딩 전략이 고객에게 거짓으로 느껴지거나 고객의 경험을 혼란스럽게 한다면 문제가 있다.
 
릴리패드 계열 호텔의 브랜드들은 고객의 마음속에 상당히 차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훌륭한 강점이다. 그러므로 릴리패드의 경영진은 객실에 눈에 띄는 변화를 주는 대신에 회사의 교차 판매를 높여 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behind the scenes)’ 변화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미 실행 중인 기업 브랜드의 약한 노출(코트걸이에 로고를 부착하는 것 등)은 시간이 지나면 고객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릴리패드가 다른 자원(인터넷과 여행 업계의 다양한 참여자들)을 좀 더 잘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개별 호텔의 웹사이트를 모기업 사이트와 연결시킴으로써 고객들에게 릴리패드 계열 호텔들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브랜드 팬’으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키울 수도 있다. 여행사 및 여행 관련 잡지와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과거보다 기업의 이야기를 좀 더 심도 있게 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안드레와 그의 팀은 기업의 브랜드 관리에 대한 두 가지 접근법 사이에서 올바른 균형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릴리패드는 강력한 상향(bottom-up) 접근법을 신봉해왔다. 즉 개별 호텔의 관리자들이 자체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해 왔다. 이 방법은 릴리패드의 호텔들이 여행 잡지의 순위 목록에 오른 것으로 보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가 올바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릴리패드의 영업 및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CEO에게 하향(top-down) 접근법, 즉 모든 브랜드 가치 제안이 모기업으로부터 나오는 방법을 고려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재 가장 부족한 부분인 명확한 기업 브랜드 전략이 없으면 실패할 것이다.
 
안드레는 릴리패드 기업 브랜드를 자사의 모든 시설에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게 포지셔닝할 필요가 있다. 그는 명백히 현재의 브랜드 가치 제안을 기반으로 작업을 시작해야 하며, 릴리패드가 경쟁사들보다 지나치게 사치스럽고 요란하지 않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릴리패드는 차별적인 문화적 경험을 확실한 지역색과 함께 제공하고 있다. 물론 각각의 계열 호텔은 이런 활동을 서로 차별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독특함’에 대한 고객의 전반적인 기대를 충족시킨다는 공통분모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릴리패드는 목표시장을 더욱 잘 이해해야 한다. 업무상 여행객 중 단지 일부만이 일반적인 여행자들과 동일한 욕구와 필요를 갖고 있다. 안드레는 경쟁사의 브랜딩 전략도 좀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애버크롬비&켄트 같은 회사도 릴리패드처럼 독특하고 품격 높은 여행 서비스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들은 브랜드의 전문성(expertise)을 강조해 호텔 고객들에게 전문가가 안내하는 이집트 피라미드 관광이나 프로선수들과 폴로경기를 할 수 있는 기회 등을 제공한다.
 
안드레와 그의 동료들이 기업 브랜드를 강조하고 싶다면, 그것이 무엇을 나타내는가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또한 대기업 구조가 릴리패드가 이미 이루어 놓은 성공을 희생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고객과 문화를 기준으로 기업 브랜드 사용 타당성을 따져보라”
 
제즈 프램턴(Jez Frampton: jez.frampton@interbrand.co m)은 뉴욕에 있는 컨설팅 회사인 인터브랜드(Interbrand)의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다.
 
브리티시 항공의 전임 CEO 중 한 명은 예전에 내게 “회사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는 브랜드에 대해 1년에 한 번 정도밖에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5년 뒤에 그가 정년이 될 무렵에는 브랜드에 대해 하루에 한 번 꼴로 생각했다고 한다. 이것은 21세기의 브랜드 관리가 무엇인지를 요약해 보여 준다.
 
모든 기업에서 브랜드는 막대한 가치가 있는 자산이다. 그러나 대다수 CEO들은 이 분야에 대해 정식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그래서 영업과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우리는 뭔가를 다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면 CEO는 어려운 위치에 처하게 된다.
 
릴리패드 사례에서 안드레는 기업 브랜드와 아이덴티티에 대한 주관적이며 감성적인 화제에 휩쓸리게 됐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브랜드가 장기적인 사업 전략에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자산임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들은 브랜드 관리를 피상적인 방법으로 바라보고 있고, 이는 다른 많은 기업들(특히 맥도날드나 디즈니 수준의 명성과 서비스와 품질을 추구하는)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안드레와 그의 동료들은 브랜딩 문제를 단순히 이름을 바꾸는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기업 브랜드를 ‘고객’과 ‘문화’라는 중요한 두 가지 렌즈를 통해 체계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고객:안드레와 다른 사람들이 릴리패드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그들은 고객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음이 분명하다. 어떤 때는 개별 호텔이 사람들의 선망과 이상을 충족시켜 준다고 묘사한다. 이것은 개별 호텔 브랜드를 감성적이고 정서적인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안드레는 사례 연구의 끝부분에서 릴리패드라는 기업 브랜드가 실행과 운영 차원에서 호텔 관리를 위한 최고 무기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브랜드는 항상 다른 것과 차별화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좀 더 집중적이고 특화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누가 릴리패드의 현재 고객이며, 미래의 고객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자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시장 조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인터브랜드는 릴리패드와 같이 브랜드 문제를 고민하는 글로벌 호텔 기업을 위해 가치 기반의 모델링 도구를 개발했다. 이 도구는 고객 만족도 점수와 고객 경험 요소의 최적화된 관계를 결정함으로써 각각의 시설에서 어떻게 가치가 창출되는가를 밝혀준다. 이를 통해 최고 경영진은 새로운 브랜드 투자를 위한 강력한 사업 자료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매출과 시설 간 CUR을 증가시킬 수 있다.
 
궁극적으로 릴리패드란 이름을 어떻게 고객의 마음속에 포지셔닝하는지가 릴리패드가 브랜드로서 어떤 미래를 가지게 될 것인지와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 버진 브랜드를 예로 들어보자. 이 브랜드는 하나의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항공사와 주류·초고속인터넷 등에 두루 쓰인다. 여러 비즈니스의 상품이 공유하는 버진브랜드의 속성은 ‘소비자를 섬기겠다는 버진의 약속(Virgin’s commitment to serving customers)’이다.
 
문화:릴리패드에서는 각각의 시설 관리자가 자체 영지를 담당하는 주군이다. 이것이 안드레가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첫 번째 문제다. 그리고 나는 그가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인식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브랜드 구축을 위해서는 계산서를 발행하거나, 디자인을 담당하거나, 영업이나 인수를 담당하는 등 릴리패드의 고객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모든 사람을 조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안드레는 여러 다른 산업의 경험 있는 인력을 영입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만든 것이 아니야(not-invented-here)’란 반발과 더불어 ‘여기선 해본 적이 없어(not-executed-here)’란 반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릴리패드의 고위 경영진이 기업 브랜드의 역할을 증대한다면 이것은 또한 고객에게 새로운 기대를 창출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경영활동이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그 결과는 적어도 브랜드명 변경에 대한 투자의 손실이고, 최악의 경우 고객의 불만족을 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