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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의 시작은 ‘시장 쪼개기’

230호 (2017년 8월 Issue 1)

미국 공항, 그중에서도 국내선들은 연발, 연착이 심하기로 악명이 높다. 세계적 정보 분석 기업인 RELX그룹에 따르면 2017년 6월 미국 주요 허브(Hub) 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의 20∼25% 정도가 연발했다. 세계 공항 평가에서 몇 년째 1위를 고수한다는 인천공항의 연발률도 그들과 비슷한 23%대다. 문제는 얼마나 늦게 출발했는가인데 인천공항이 평균 35분인데 비해서 미국의 허브 공항들은 모두 60분 이상이고 뉴욕의 JFK는 70분이었다.

비행기 출발이 지연되면 탑승객들은 대개 공항 탑승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게 된다. 지연된 출발 시간이 명확하게 표시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떨 때는 항공사의 아무런 공식적 알림도 없이 표시판에 새겨진 출발 시간을 넘겨버리기도 한다. 그럴 경우 보통 게이트 바로 앞의 탑승 카운터에 나온 직원의 발표를 놓치면 안 된다는 불안감 때문에 근처에서 마냥 기다리게 된다. 간혹 비행기 출발이 심하게 지연돼 식사 시간을 넘기면 항공사에서는 해당 승객들에게 간단한 스낵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형적인 미국 편의점 음식’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스낵은 구성이나 맛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렇게 탑승 게이트에서 움직이기가 여의치 않은 승객들을 위한 음식 배달 서비스가 최근 등장했다. 탑승 게이트까지 음식을 배달해주는 에어포트셰르퍼(Airport Sherpa)라는 기업에서 만든 ‘에어셰르퍼(Air Sherpa)’ 앱이 7월에 출시돼 미국 동부의 볼티모어/워싱턴DC공항에서 시험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서부의 샌디에이고에서는 ‘앳유어게이트(At Your Gate)’라는 스타트업이 동일한 이름의 앱을 내놓고 탑승 게이트로의 음식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앳유어게이트는 공항 내 음식점과 소매점에서 사전 주문을 하고 특정 지점에서 픽업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랩(getgrab.com)과 파트너 관계로 서비스를 준비했다고 한다. 그랩의 서비스 영역을 탑승구 게이트로 확장한 셈이다. 미국 언론에서는 에어셰르퍼나 앳유어게이트를 음식 배달의 대표격인 ‘심리스(Seamless)의 공항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에도 배달 서비스는 많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음식 배달이다. 에어셰르퍼는 거대 음식 배달 서비스가 존재하는 가운데 ‘공항’, 게다가 공항 안에서도 ‘탑승 게이트 입구’라는 아주 특정한 장소로 좁혀 들어갔다.

마케팅의 시작은 세분화(Segmentation)다. 소규모지만 기반을 마련하는 틈새시장은 바로 그렇게 쪼개서 들어가며 만들어진다. 음식 배달과 같이 포화 상태라고 생각하는 시장에서도 공항 탑승 게이트처럼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는 개인의 경험이나 관찰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충족되지 못한 욕구(Unmet needs)’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타당성을 검증할 때 비로소 마케팅의 기본 전략인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시장 세분화-목표 시장 설정-포지셔닝)’ 유용성도 높아질 것이다.

탑승 게이트까지의 음식 배달 서비스 자체를 한국에서 똑같은 형태로 적용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연 시간이 긴 편이 아니고 항공사의 공지 서비스도 상대적으로 잘 이뤄진다. 대기실 같은 공적 공간에서 취식을 꺼리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굳이 공항이 아니라고 해도 어느 부문에서나 음식 배달처럼 포화 상태로 보이는 업종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사각지대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각지대를 포착하고, 신사업이나 제품, 새로운 프로그램 아이디어로 연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박재항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parkjaehang@gmail.com

필자는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 이노션 마케팅본부장,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미래연구실장, 기아차 마케팅전략실장 등을 역임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현재 글로벌 마케팅기업인 하바스그룹 한국법인에서 국내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트렌드 분석 및 마케팅 실행 전략을 제시하고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플래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저서로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 <브랜드마인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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