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착한 식당, 착한 경영

다른 가게들이 원가 낮추기 바쁠 때 좋은 재료 고집한 파스타집… 결론은?

Article at a Glance

대부분의 파스타 집이 통상 한 봉지에 1200원에서 2000원 사이인 건면, 한 캔에 4000원 정도인 토마토소스를 사용해 파스타 요리를 만든다. 파스타 1인분에 100원어치의 면, 300원어치의 토마토소스가 쓰이는 셈. 그런데 이렇게 저렴한 재료 원가에도 불구하고 많은 파스타집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심지어 문을 닫는다. 반면 연희동의 작은 골목에 위치한 파스타 집 ‘에노테카 오토’에서는 셰프가 손수 생면을 만든다. 최고 등급인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만 사용하고 생바질로 직접 바질소스를 선보인다. 다른 가게들이 원가를 낮추기 바쁠 때 아낌없이 재료에 투자한 이 식당에는 눈치 빠른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편집자주

많은 식당들이 수지타산을 맞추려고, 더 자극적인 맛으로 손님들의 발길을 불러모으려고, 더 쉽고 빠르게 음식을 만들려고 재료를 은근슬쩍 바꿔치기하거나 적절치 않은 첨가물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는 외롭게 손님과의 약속을 지켜온 ‘착한 식당’들도 있습니다. ‘먹거리 X파일’의 진행자로 착한 식당과 그 경영자들을 만나온 김진 기자가 착한 식당에서 만난 ‘착한 경영’의 비밀을 소개합니다.

20230621_114153


원가가 이리 낮은데 왜 망하는 파스타 집 수두룩할까

파스타 집 창업이 ‘붐’인 시절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이탈리아의 한 지역 이름을 딴 프랜차이즈 업체는 그 당시 엄청난 인기와 매출을 자랑했다. 대학생들의 필수 데이트 코스라고나 할까. 여기에 TV 드라마 ‘파스타’까지 인기를 끌면서 창업인들 사이에서는 ‘파스타 불패’라는 신화까지 생길 정도였다. 지금도 조금 과장하자면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파스타와 피자를 파는 이탈리아 음식점이 있다. 중국집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의 주변에도 파스타 집 창업에 뒤늦게 도전했다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사례가 많다. 한마디로 ‘공급 과잉’ 상태다.

이렇게 파스타 집이 우후죽순 들어선 데는 한국인이 유독 이탈리아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더, 파스타 원가에서도 결정적인 비밀을 찾을 수 있다. 고급스런 분위기에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배경으로 차려진 파스타 한 그릇의 가격은 대략 1만5000원에서
2만 원 사이다. 해산물 파스타를 예로 들어보자. 해산물이 그다지 많이 들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대다수 레스토랑에서 1만 원 중후반대의 가격을 매겨놓고 있다. ‘뭐, 이탈리아 음식이니깐.’ 사람들은 순대국밥 가격이 7000원에서 8000원으로 1000원 오른 것에는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이탈리아 음식 가격에는 왠지 무덤덤하다.

해산물파스타와 해물짬뽕을 나란히 놓고 살펴볼까. 해산물파스타와 해물짬뽕에 들어 있는 해물 종류와 수를 직접 세서 비교해봤다. 식당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해물짬뽕에 오징어, 주꾸미, 해삼 등등 더 많은 해산물이 들어가 있었다. 해물짬뽕은 비싸 봐야 8000원이다. ‘어디 해산물파스타를 해물짬뽕이랑 비교해’라고 역정 내는 이도 있겠지만 국적은 다르나 두 음식 모두 해산물을 이용한 면 요리 아닌가. 원가는 짬뽕에 훨씬 못 미치지만 음식 가격은 두 배, 세 배 이상인 파스타. 이러니 파스타 집이 예비 창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적나라하다. 올리브 오일에 마늘 향이 감미로운 1만6000원짜리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의 원가는 얼마일까. 재료비만 산정했을 때 470원에서 810원 사이로 측정됐다. 1000원도 안 되는 가격이다. 부드러운 크림에 고소한 베이컨과 풍미 가득 치즈가 담긴 1만8000원짜리 ‘카르보나라’ 파스타의 원가는 1460원에서 2470원으로 조사됐다. 생토마토가 풍성히 들어간 1만7000원짜리 토마토 파스타는 약 1250원에서 1880원의 원가가 측정됐다. 물론 인건비, 임대료 등 각종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적어도 원가 대비 마진율은 해물짬뽕보다 파스타가 월등히 높다.

파스타에 대한 ‘준거 가격’을 한번 매겨볼까. 준거가격이란 소비자가 본인의 경험과 상식 등을 토대로 구매를 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가격이다. 파스타 원가 분석 결과를 받아본 필자의 준거가격은 아무리 높게 매겨도 4000원이 채 안 됐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퀄러티의 식재료들을 쓰기에 이렇게 원가가 저렴한 걸까. 먼저 파스타의 생명인 면의 경우 식당에서는 99% 건면을 쓴다. 식당에서 도매상을 통해 구입하는 가격을 살펴보면 통상 한 봉지에 1200원에서 2000원 사이인데 면 1㎏에 12인분 정도가 나온다고 하니 1인분에 쓰이는 면은 단돈 100원어치인 셈이다.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인 토마토소스. 통조림캔 형태로 된 제품이 많이 쓰이는데 이 토마토소스는 한 캔에 4000원 정도다. 15인분이 나오니 한 그릇에 쓰인 토마토소스는 약 300원어치 정도다. 크림파스타 소스를 만드는 데는 대체로 비싼 생크림 대신 싼 휘핑크림이 쓰인다. 올리브유의 경우, 식당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급의 ‘포머스’ 등급 오일이 쓰이는 곳이 적지 않다.

100원짜리 면에, 300원어치의 토마토 통조림 소스를 얹어, 값싼 올리브유에 볶아낸 파스타. 그런데 ‘반전’은 원가가 이렇게 낮음에도 불구하고 망하는 파스타집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파스타 집 공급이 수요 대비 지나치게 많아서인가? 단순히 공급 과잉이 원인이라면 공급 대비 수요가 충분한 곳을 잘 선택하고, 스왓(SWOT) 분석을 통해 강점을 키우고 약점을 보완하면 성공해야 할 터. 하지만 목 좋은 대학가에 위치하고도 실패하는 케이스가 수두룩하다. 필자는 100일 걸려 어렵게 찾은 착한 파스타 집의 성공 케이스에서 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가입하면 무료

  • 김진

    김진Holyjjin@donga.com

    -2010년 동아일보 입사
    -채널A 개국 이후 방송기자 및 앵커
    -2014년부터 ‘먹거리 X파일’의 진행을 맡아 착한 식당들 발굴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
DBR AI

아티클 AI요약 보기

30초 컷!
원문을 AI 요약본으로 먼저 빠르게 핵심을 파악해보세요. 정보 서칭 시간이 단축됩니다!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