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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여행에 미치다’의 SNS 브랜딩 전략

1020 저격한 ‘여미式’ 콘텐츠. 자유여행 틈새시장 열다

배미정,이승윤 | 230호 (2017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한 평범한 대학생이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가 3년 만에 166만 팔로어 수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여행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10∼20대라면 누구나 다 아는 ‘여행에 미치다’ 이야기다. 조준기 대표와 여행을 사랑하는 20대 청년들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아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핵심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다.

1. 여행 콘텐츠의 틈새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브랜드 목표를 정하고 페이스북 채널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연령대로 명확하게 타기팅했다.
2. 서브컬처 인플루언서를 영입해 페이지의 인지도를 높이고 헤비 유저 커뮤니티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3. 예비 여행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동영상으로 콘텐츠를 차별화해 독특한 크라우드 컬처를 발전시켰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송해인(연세대 국제통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여행에 미치다’(이하 여미)는 최근 10∼20대들이 가장 많이 찾는 페이스북 여행 콘텐츠 페이지다. 현재 166만 명(2017년 7월19일 현재)의 팔로어를 이끌면서 10∼20대 여행자와 예비 여행자들의 ‘바이블’로 자리매김했다. 팔로어 수는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 25만 명, 모바일 미디어기업 메이크어스의 딩고트레블 96만 명을 압도한다. 또 피키캐스트 보유 페이지 ‘오빠랑 여행 갈래’가 124만 명의 팬을 확보하며 여미의 뒤를 쫓고 있다.

여미가 페이스북 내 독보적인 여행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면서 국내외 정부기관과 기업들이 여미를 찾고 있다.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광고대행사나 기술 전문가를 고용하지 않고 대신 여미식 콘텐츠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미에 콘텐츠 제작·관리·배포를 전적으로 맡기는 전략이다. 기업이 광고대행사 혹은 전문 프로덕션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제작한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1 가 페이스북과 유튜브 같은 디지털 채널에서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페이스북에서 광고성 콘텐츠를 내보내려면 타깃 대상 규모에 비례하는 수준의 스폰서십 광고비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기업의 직접적인 광고 메시지를 불신하는 성향이 강하다. 오히려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유저들이 모인 소셜미디어 커뮤니티에서 획득한 정보를 더욱 신뢰한다. 기업은 여미와의 콘텐츠 제휴를 통해 166만 명의 여미 유저와 소통할 수 있다. 자체 제작이나 스폰서십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말이다.

여미는 최근까지 약 120여 개의 회사·정부기관과 160여 개의 콘텐츠 제휴를 진행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콘텐츠 제휴를 통해 거둔 매출액이 5억 원. 현재 개인사업자인 조준기 대표(29세)가 운영진 6명과 함께 거둔 성과다. 이들은 모두 20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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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기 여행에 미치다 대표는 2014년 3월21일 여행 페이지를 열때만 해도 이 같은 성과를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1년여 만인 2015년 20만을 넘어선 팔로어 수는 2016년 100만으로 5배 이상 뛰었으며 올해 초 150만 명을 넘기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여미 페이지와 별도로 여미 그룹을 구성하는 24만 명의 헤비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여미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한 평범한 대학생 청년이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가 이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DBR이 여미의 성장 비결을 분석함으로써 소셜미디어상에서 브랜드 구축을 고민하는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브랜드 목표 설정

“일상에서도 여행의 즐거움을”

여미의 최초 아이디어는 대학 졸업을 앞둔 한 평범한 대학생의 취업 고민에서 시작됐다. 2014년 당시 숭실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조 대표는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학교 도서관에서 자격증 공부에 한창인 ‘취준생’이었다. 글로벌 통상학과에 재학 중이던 조 대표는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해외여행에 처음 눈을 떴다. 싱가포르 무역경진대회에서 직접 물건을 팔고, 이탈리아·미국·홍콩 등지의 무역 전시회에 다니면서 통상 현장의 실무를 경험했다. 교내 우수 학생으로 선발돼 캐나다 코트라(KOTRA)에서 2개월간 인턴십도 거쳤다.

하지만 해외 인턴이란 화려한 스펙은 조 대표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겨줬다.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것. 조 대표는 “대기업 취업만을 향해 달려가던 스스로에게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자꾸 묻게 됐다”며 “그 답이 ‘여행’이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여행하듯이 앞으로 일상을 즐겁게 지낼 수 없을까, 여행을 업으로 삼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상을 여행으로, 여행을 일상으로’란 여미 브랜드 목표는 다른 누구도 아닌 조 대표 본인의 스토리에서 출발한 것이다.

조 대표는 우선 여행을 공부해보자는 생각에 ‘travel factory’란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고 본인이 여행 콘텐츠를 만들어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카투사로 복무하면서 동료 미군들과 페이스북으로 소통했던 조 대표는 당시 또래 친구들보다 페이스북 사용에 익숙했다.

하지만 초창기 조 대표가 만든 페이지 ‘좋아요’ 클릭 수는 30여 개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조 대표가 300여 명의 페이스북 친구를 긁어모아 단체로 메시지를 뿌린 성과였다. 일방적인 ‘좋아요’ 요청에 친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주변 친구들의 조언을 들어 ‘여행에 미치다’로 페이지 이름도 바꿔봤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조 대표는 “페이지를 개설하고 6개월 동안은 팔로어 수가 거의 늘지 않아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명확한 타깃 설정

여행에 목마른 10∼20대 자유여행자 공략

조 대표가 속한 10대 후반∼20대 후반 연령층은 1990년대 국내외 여행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는 시기에 유년 시절을 보냈다. 대한민국 산업화와 경제 성장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로 부모의 경제력 덕택에 이전 세대보다 어린 시절부터 여가를 즐길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모 세대와 달리 저성장 기조하에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이들의 소비 여력은 부모 세대보다 줄고 있다. 여행 행태도 부모 세대와 확연히 달라졌다. 부모 세대가 여행사가 제공하는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인 여행 상품을 구매했다면 인터넷의 발달로 손안에서 해외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는 1020세대의 여행 수요는 훨씬 다양해졌다. ‘가성비 높은’ 자유여행과 더불어 대리 만족을 위한 엔터테인먼트성 콘텐츠의 수요도 커졌다.

조 대표는 10∼20대들 사이에서 자유여행에 대한 열망과 합리적인 정보에 대한 수요가 커진 데 반해 이들 문화를 대변하는 콘텐츠 시장이 부재한 데 주목했다. TV나 신문 같은 매스미디어는 대형 여행사들의 광고성 정보 위주였고, 인터넷 포털 커뮤니티는 당장 여행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검색하는 맞춤형 여행 정보가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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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 중심의 여행 관련 콘텐츠 플랫폼들은 당장 여행을 떠날 계획인 사람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였다. 일본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은 ‘네일동’, 유럽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은 ‘유랑’ 같은 인터넷 카페에 가서 원하는 정보를 검색해 찾는 식이다.

반면 순수하게 여행을 좋아하는 10∼20대 예비 여행자들이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성 콘텐츠 시장은 부재했다. 특히 10∼20대가 주 이용자인 페이스북에 대형 여행사들이 만든 브랜드 페이지 이외에 여행 관련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모아놓은 페이지가 없었다. 조 대표는 여기서 여행 문화 콘텐츠의 ‘빈 공간’을 찾는다. 새로운 여행 세태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당시 페이스북에서는 일부 아마추어 여행가들이 본인 여행기를 개인 계정 및 초창기 여행 커뮤니티인 ‘여행이 좋다’에 올리면서 수천 팔로어를 거느린 스타로 급부상하고 있었다. 페이스북 페이지 ‘여행오픈세미나’같이 아마추어 여행가들이 강연하면서 팔로어들과 소통하는 온·오프라인 모임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또 단순 이미지 위주로 여행 흥미를 유발하는 ‘여행이 좋다’란 페이지가 인기를 끌었다.


이들 여행가는 기존 대형 여행사, 패키지 중심의 획일적인 여행 문화에 도전적인 일종의 서브컬처2 를 형성하고 있었다. 남들이 감히 생각지도 못할 본인만의 특별한 여행 경험을 SNS를 통해 공유했다. 조 대표는 여행 관련 SNS 커뮤니티를 드나들며 청년 여행가들을 만나면서 통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여행 콘텐츠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조 대표는 “기존 패키지 중심의 여행 문화에서 보다 많은 10∼20대들이 자유여행을 누릴 수 있으려면 이들 콘텐츠와 관련 정보가 널리 확산돼야 한다고 믿게 됐다”고 말했다.



서브컬처 인플루언서의 영입

고전하고 있던 여미가 여행 전문 페이지로서 최초의 명성을 얻게 된 계기는 아마추어 여행가 안시내 씨 등과 콘텐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다. 당시 자유여행 서브컬처의 대표적인 인플루언서였던 안 씨의 영입은 여미의 존재감을 ‘여행 덕후 집단’에 알리는 중요한 기회가 됐다.

당시 안시내 씨는 22살의 젊은 나이에 단돈 350만 원으로 141일간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한 여행기를 여행 페이지 ‘여행이 좋다’에 올리면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이색적인 여행기에 많은 팔로어들이 환호했다. ‘여행오픈세미나’의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안 씨와 알게 된 조 대표는 안 씨의 콘텐츠를 여미 페이지에 공개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여미 브랜드의 가치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다고 여긴 외부 크리에이터를 섭외한 첫 사례였다. 페이스북 여행기를 통해 전업 여행 작가로 데뷔한 안 씨는 여행 덕후들의 ‘워너비’였다.

안 씨는 본인이 홀로 배낭여행하면서 느꼈던 솔직한 감정을 적은 장문의 글과 사진을 여미 페이지에 올렸다. 페이스북 내에 여행 콘텐츠 자체가 많이 없었던 당시 어린 여성이, 더욱이나 혼자서 최소의 돈으로 긴 시간 세계 일주를 해냈다는 사실은 서브컬처 집단에도 큰 충격이었다. 155㎝의 작은 체구와 앳된 외모의 안 씨가 자기 키만 한 큰 배낭을 메고 힘겨워하는 여행 사진은 안 씨가 적은 글의 진정성을 극대화시켰다.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분명히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며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는 안 씨의 이야기가 여미를 통해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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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씨가 여미에 올린 콘텐츠는 10만 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1만4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에는 안 씨의 도전과 용기를 응원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거나 거짓말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하지만 악의성 댓글에 안 씨와 여미가 구체적인 여행 정보를 알리는 등 적극적으로 답변하면서 오히려 댓글 창이 예비 여행자들 사이에 투명하고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무대로 돌변했다. 조 대표는 “기존 안 씨의 페이스북 페이지 개인 팬뿐 아니라 새로운 팬들까지 몰리면서 여미 팔로어가 순식간에 7만 명에서 14만 명으로 두 배나 늘어났다”며 “급속한 성장세에 스스로도 놀랐다”고 회상했다.

조 대표는 안 씨의 뒤를 이어 청춘유리, 부부여행가 임성혁 씨같이 당시 화제가 된 아마추어 여행가들의 이야기를 여미에 줄줄이 공개했다. 이로써 여미는 자유여행의 인플루언서들이 모이는 문화 공간이라는 모양새를 갖춰갔다. 또 안시내 씨에 못지않은 본인의 여행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는 유저들의 제보가 쏟아지면서 조 대표는 페이지 내 별도 그룹을 만들게 된다.



아이콘 브랜드의 탄생

1. 1%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의 힘

2014년 말 헤비 유저들의 요청에 따라 조 대표는 여미 페이지에 비공개 그룹을 개설한다. 그룹은 헤비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여행 정보를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공간 역할을 했다. 헤비 유저들의 적극적인 정보 업로드와 댓글 태그를 통해 게시물이 친구 네트워크로 확산을 반복하면서 여미 페이지 팔로어는 2016년 7월 100만 명을 돌파하게 된다. 현재 여미 그룹에는 24만 명의 헤비 유저들이 자유롭게 여행 관련 정보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또 이와 별도로 여행 동행을 구인하거나 오프라인 소모임 및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는 별도 친목 그룹에서 2만 명의 유저가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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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미의 공식 운영진은 조 대표를 포함해 콘텐츠 담당 4명, 브랜드 담당 2명 등 총 6명이다. 여미 페이지에는 하루 평균 2∼3건의 이미지 또는 동영상 게시물이 올라온다. 조준기 대표와 소수의 팀원이 이 정도 양의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소수의 운영진이 160만여 팔로어가 구독하는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여미를 지지하는 ‘커뮤니티’ 덕분이다. 조준기 대표는 “초반에 여미에 올라온 콘텐츠의 70%는 여미 그룹 멤버들이 올린 것”이라며 “그룹에 회원이 올린 콘텐츠 중 우수한 콘텐츠를 선별해 공개 페이지에 올린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여행 콘텐츠는 다른 분야보다도 시의성과 현장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운영진이 사무실에서 제작할 수 있는 콘텐츠에 한계가 있다”며 “그룹 구성원들의 아이디어와 제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 제이콥 닐슨(Jakob Nielsen)은 인터넷 사용자들의 1%가 적극적으로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집단이며 이들 1%가 나머지 90%의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관망하는 사람들과 9%의 단순 확대 재생산 집단을 이끄는 집단이라고 정의했다. SNS를 기반으로 비즈니스하는 기업은 이 1%의 집단을 만들어내고 관리하고, 이들이 해당 기업의 브랜드 토대가 되는 문화를 장려해야 한다.3

여미는 팔로어 수가 어느 정도 모이자 향후 콘텐츠의 질을 보장하고, 커뮤니티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해줄 1%의 크리에이터 집단을 관리해나갔다. 유저들이 경쟁적으로 여행기를 올려 여미 문화에 참여하고 확장시켜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여미는 그룹 회원이 제작하거나 제작에 참여한 콘텐츠를 제작자인 회원 이름과 함께 여미 페이지에 공개했다. 여미가 인정한 콘텐츠 제작자라는 일종의 인증이다. 이들이 제공한 콘텐츠에 대한 보상으로 여미 로고가 박힌 스티커, 여권지갑, 배지, 수건 등 여행용품을 모은 기념품을 제공해 소속감을 부여했다. 이로써 일부 자유여행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서브컬처가 여미를 통해 수면 위로 올라왔고 또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들 크리에이터는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협력적 경쟁구도를 갖추면서 여미만의 크라우드컬처4 를 만들어 나갔다.

회원들이 경쟁적으로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인플루언서들이 여미에서 탄생했다. 여행 관련 콘텐츠로 충성도 높은 팔로어를 확보한 여미가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공개하고 그 가치를 심사받는 테스트베드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승아 씨는 여미를 통해 데뷔한 여행 작가의 한 사례다. 이승아 씨는 여미에서 충성도 높은 팔로어, 곧 명성과 영향력을 확보해 현재 1인 크리에이터로 독립해 활동하고 있다. 조준기 대표는 “이승아 씨같이 여미를 통해 데뷔한 크리에이터들이 많아지면서 그룹 게시물의 수준이 경쟁적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각자의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1인 크리에이터들이 여미에서 소위 ‘대박 작품’을 만들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2. 정보 전달보다 감성 공략

기존 페이스북의 여행 관련 페이지와 차별화된 여미의 특징은 여행 관련 ‘정보 제공’보다 ‘감성 공략’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여미의 타깃층은 당장 여행 계획은 없지만 언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들이다. 당장 여행을 떠날 사람들은 목적지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맞춤형 정보를 찾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정보 전달형 콘텐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과도하게 긴 텍스트는 읽기 귀찮고, 방해만 되는 요소일 뿐이다. 조 대표는 “일방적으로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은 여행사뿐 아니라 TV나 신문 같은 매스미디어들이 이미 충분히 하고 있다”며 “여미 콘텐츠의 목표는 10∼20대 청년들이 보다 여행을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떠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예비 여행자들의 감성을 공략하는 데 최적인 소셜미디어였다. TV나 매스미디어, 인터넷 검색포털 사용자들은 이성적으로 정보에 접근한다. 특정한 의도를 갖고, 원하는 시간대에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이용한다. 반면 페이스북은 실시간으로 친구 소식이 자동 업데이트되는 공간이다. 뉴스피드에서 콘텐츠의 선택은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충동에 따라 이뤄진다. 따라서 친구들의 공유·댓글·좋아요 같은 반응을 이끌어내려면 기본적으로 콘텐츠가 재미있거나 흥미로워야 한다. 조준기 대표는 “동영상을 제작할 때 특정 정보 전달에 얽매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어떤 포즈나 표정이 더 튀고, 웃겨서 유저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를 신경 쓴다”고 말했다.

여미 콘텐츠는 철저하게 페이스북 유저들의 감성 반응 경로에 기초해 제작된다. 우선 카드뉴스보다 동영상이 주를 이룬다. 여행 현장의 재미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동영상에 여행 정보를 담은 자막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영상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된다. 조 대표는 “10∼20대 페이스북 유저들은 글씨가 많은 게시물을 좋아하지 않으며 공유하기도 부담스러워한다”며 “하지만 재밌는 동영상은 더 많은 친구들과 공유하는 데 거부감이 없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광고 제휴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

여미 동영상이 유저들의 감성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크게 3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첫 번째로 ‘비글미5 ’ 넘치는 남성 캐릭터가 여심을 유혹한다. 여미의 브랜디드 콘텐츠인 ‘세 훈남 시리즈’에서 주인공 세 훈남의 외모는 연예인처럼 조각같이 잘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카메라에 ‘메롱’을 하거나 ‘에네르기파’를 쏘는 동작을 하는 등 엉뚱한 표정과 장난기 섞인 제스처에서 세 훈남만의 비글미가 돋보인다. 또 동영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수영, 다이빙 장면은 이들의 180㎝의 훤칠한 키와 근육질 몸매를 선보이며 성적 매력을 뿜어낸다. 캐릭터에 반한 많은 여성 유저들이 “금사빠6 다” “같이 여행 가고 싶다”는 댓글로 팬심을 표출했다.

두 번째로 음악에 맞춰 반복되는 춤이 재미있고 중독성이 강하다. ‘세 훈남 시리즈’ 홍콩과 방콕 편에는 세 청년이 일렬횡대로 서서 똑같은 동작의 춤을 추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 말춤을 춘 것처럼 이들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장소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생뚱맞은 동작을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선보인다. 세 훈남 홍콩 동영상에는 단순히 팔과 다리를 음악 비트에 맞춰 번갈아 뻗는 동작이 나오는데 어려운 기술이나 진지한 예술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 청년이 진지하게 스텝을 맞추는 모습 자체가 웃기다. 세 훈남 방콕 동영상에는 가수 박진영의 ‘엉덩이 춤’을 어설프게 패러디한 동작을 반복해 성적인 매력까지 뿜어냈다.



마지막으로 여미 동영상에는 스피드가 두드러져 지루할 틈이 없다. 한 곳에서 촬영된 장면은 2초가 채 안 돼 다음 장소로 넘어간다. 배경 장소가 빠르게 전환되면서 여행의 박진감과 주인공들의 역동성을 생생하게 살린다. 심지어 주인공들이 순간 이동의 동작을 취하는 사이 배경 화면이 수차례 바뀌기도 한다. 주인공들은 어디서든 한시도 가만 있질 않으면서 보는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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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미에서 동영상을 보고 장소명, 서비스 내용, 가격 같은 구체적인 여행 정보가 궁금한 유저들은 댓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영상을 보고 해당 여행 스토리에 흥미를 느낀 유저들을 자연스럽게 댓글로 유도하는 전략이다. 동영상 제작에 참여한 배우들이 직접 댓글을 남겨 팬들과 대화해 진정성을 더한다. 여미 게시물 댓글 대부분에는 친구 태그가 수개씩 달려 있다. 댓글을 보고 여행 정보까지 학습한 유저들이 태그로 다른 친구들을 소환한 것이다. 유저들은 앞으로 여행을 같이 떠나고 싶거나 여행 추억을 공유하고 싶은 친구들끼리 게시물을 공유함으로써 유대감을 느낀다.

3. 통념 깨뜨린 자발적 아마추어리즘

남자 1=“오늘 홍콩 갈 준비됐어?”

남자 2=“응”

남자 3=“나두우♡”

남자 1=“그래, 그럼 가자!!”

작년 11월18일, 샤워를 마친 근육질의 세 청년이 호텔 침대 이불 속에서 속삭이는 대화로 시작하는 3분짜리 동영상이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뜨겁게 달궜다. ‘세 훈남의 홍콩 여행(3 guys trip in Hongkong)’이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은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380만 번 조회됐다. 10만 명이 ‘좋아요’를 눌러 팬임을 인증했으며, 댓글만 무려 6만8000여 개가 달렸다. 동영상이 나간 후 여미 페이지에 ‘좋아요’를 눌러 팬임을 인증한 페이스북 유저는 150만 명을 넘어섰다. 조준기 대표는 “홍콩관광청의 의뢰로 제작한 세 훈남 동영상이 여미의 브랜디드 콘텐츠가 되면서 이후 다른 제휴사와 라오스, 방콕의 세 훈남 시리즈까지 연이어 제작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20대 세 청년의 홍콩 여행기를 담은 이 동영상은 샤워 중인 남자의 발을 보여주는 첫 장면부터 야릇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청년들은 홍콩의 여러 장소에서 단체로 같은 춤을 추면서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촬영 배경은 홍콩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나오지 않는다. 다만 빠른 음악을 배경으로 세 청년의 역동적인 춤과 신나는 표정이 클로즈업되면서 여행지에서의 흥분만 고스란히 전달한다. 여행 전날 밤, 호텔 침대 속에서 설레어 하는 장면에서 시작한 동영상은 세 청년이 역시나 알몸으로 같은 호텔 방에 누워 “홍콩 쥑이네∼”라고 말하면서 끝난다.

이 영상은 촬영 배경이 된 홍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지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홍콩을 여행하고 싶은 감정을 갖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홍콩 현지인들까지 환호하면서 홍콩 현지 뉴스에도 소개됐다. 홍콩관광청과 제휴해 만든 동영상이지만 전혀 광고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맨 마지막 화면에 가서야 ‘HONKONG TOURISM BOARD’(홍콩관관청)라는 문구를 통해 홍콩 홍보영상이라는 점을 언급할 뿐이다.

세 훈남 동영상에 나타난 ‘여미스러움’을 조준기 대표는 ‘자발적 아마추어리즘’이라고 정의했다. 여미는 전문가주의를 의도적으로 배격한다. 최대한 자연스러우면서도 개성 있는 영상을 연출함으로써 누구나 여미처럼 여행하고, 또 여행기를 올릴 수 있다고 어필한다. 댓글에는 동영상을 찍는 데 사용한 카메라 기종과 영상편집에 사용한 프로그램을 안내하기도 한다.

여미의 콘텐츠의 제휴 절차는 다른 광고 대행업체들이 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광고주와 계약한 후 제작 기획해 스토리보드를 전달하고, 콘텐츠 제작, 중간 수정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해 페이스북 페이지에 포스팅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실제 제작 과정은 철저하게 ‘여미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초 제작 기획 단계에서 여미는 광고주와 스토리보드를 협의한다. 여행 콘셉트와 주요 방문 장소 등을 대략적으로 결정한다. 일례로 홍콩 세 훈남 동영상을 기획할 때 홍콩관광청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홍콩의 자연 경치, 트레킹 코스를 소개해달라고 주문했다.

스토리 진행, 화면 구성 같은 구체적인 콘티는 대부분 촬영 현장에서 결정했다. 특히 동영상에서 화제가 된 도입부, 호텔에서의 알몸 샤워 컷은 호텔에 도착한 배우 3명이 직접 낸 아이디어였다. 조준기 대표는 “현장에서 직접 배우들이 느낀 감정, 그 순간을 캐치해낸 자연스러운 영상을 선호한다”며 “팬들은 전문가가 찍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영상에 훨씬 크게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제작 과정 자체를 실제 배우들이 여행을 가는 콘셉트로 진행한다. 세 훈남 동영상에 나온 배우는 전문 모델이 아니다. 1명은 여미의 영상 감독, 다른 2명은 여행을 좋아하는 일반인 프리랜서다. 조 대표는 “주변에 있는 잘생기고 키 큰 친구들을 모아 재밌게 여행 다녀오자는 생각으로 제작했다”며 “그런 케미나 즐거움이 실제 영상에도 잘 묻어났다”고 전했다. 실제로 자유여행을 다녀오는 콘셉트로 촬영했기 때문에 제작 기간도 2주가 채 안 걸렸다. 보통 콘텐츠 1개당 최초 계약부터 페이지 업로드까지 걸리는 기간은 3주가 채 안 된다는 설명이다.

모든 장면에서는 배경보다 사람이 중심이 된다. 여행 현장에서 실제 느끼는 기분을 배우들이 익살스러운 표정이나 과장된 포즈 등으로 표현한다. 10∼20대들이 또래 친구들과 여행을 즐기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이다.

보는 사람이 ‘인위적’이라고 어색하게 생각할 만한 내용은 광고주가 요구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홍콩 동영상에는 관광청이 요구한 트레킹 코스뿐 아니라 홍콩의 유명한 관광 명소들도 다수 등장한다. 일반인들이 홍콩에 여행 갔을 때 놓칠 수 없는 스폿들은 모두 영상에 담았다. 오히려 야경 같은 홍콩의 관광 명소와 그와 대조되는 홍콩의 자연 경치 화면을 연달아 혹은 동시에 보여주면서 홍콩의 반전 매력을 선사했다.



한 번은 동영상을 찍는데 호텔 광고주가 자사의 다양한 호텔 계열사를 한 영상에 다회 노출을 희망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4박5일 동안 자유여행을 하면서 숙소를 2번 이상 옮기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여미는 자연스러운 여행 동선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광고주에게 2개 호텔만 노출시키자고 역제안했고, 이로써 성공적인 바이럴 사례를 만들 수 있었다.

여미 동영상은 광고주를 노출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광고주가 있는 동영상의 경우 게시물에 ‘By 여행에 미치다 × 기업명’이란 짤막한 문구로 제휴 회사가 어디인지 밝힌다. 하지만 동영상에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며 많아야 한두 번 스치듯이 노출시킨다.

여미식 아마추어리즘의 광고 효과가 극대화된 사례는 LG전자와 제휴해 만든 ‘세 훈남의 라오스여행’ 동영상이다. 세 훈남이 라오스에서 물놀이하는 모습 등을 담은 2분짜리 동영상은 마지막에 “이 영상은 모두 LG G6로 촬영됐습니다”란 문구 하나로 LG 핸드폰 G6 광고임을 알렸다. 여행기인 줄만 알고 동영상에 푹 빠졌던 유저들은 마지막에 가서야 이 영상이 LG G6 광고임을 깨닫고 무릎을 쳤다. 댓글에는 “LG 마케팅 센스가 좋다”는 감탄사가 이어졌다. 조준기 대표는 “해상도 높은 고급 카메라로 찍었을 법한 동영상을 보여주고 마지막에 일반인이 스마트폰으로 찍었다는 반전을 보여줌으로써 LG G6의 존재감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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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미식 콘텐츠 마케팅

여미를 활용한 콘텐츠 마케팅은 기업의 새로운 광고 전략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기업은 페이스북 플랫폼을 광고로 활용할 때 크게 두 가지 방식을 활용했다. 첫째, 페이스북 플랫폼에 광고비를 지불하고 특정 타깃층을 대상으로 광고 콘텐츠를 노출시키는 것이다. 광고비는 클릭 수나 도달 횟수에 따라 과금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페이스북 광고 콘텐츠에는 ‘Sponsored’라는 문구가 상단에 명시된다.

다음으로 기업이 직접 브랜드 페이지를 만드는 방식이 있다. 별도의 광고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지만 콘텐츠를 광범위하게 노출하려면 그만큼 페이스북 페이지 팬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 게 과제다. 기업은 ‘좋아요’ 클릭 수를 최대한 많이 끌어내기 위해 자체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힘쓴다.

최근에는 여미와 같은 크라우드컬처 기반의 미디어와 제휴해 자사 브랜드를 알리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고객들이 자사의 직접적인 광고 메시지를 불신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강력한 팬을 확보한 신뢰 집단을 활용해 마케팅하는 효과가 더 크다고 기업들이 체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미는 다양한 기업과 콘텐츠 제휴를 맺지만 해당 기업의 브랜드를 철저히 ‘여미화’해 배포한다. 여미 유저들은 여미식 콘텐츠를 본인의 피드에서 보고 싶어 하지 기업 브랜드를 부각시킨 콘텐츠를 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광고대행사, 전문 프로덕션 회사를 통해 광고를 직접 제작하려면 수천만∼수억 원의 예산을 투자해야 하지만 여미를 통하면 콘텐츠 1편당 1000만 원을 채 안 들이고도 페이스북에서 평균 40만∼50만 회 조회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여미의 수익성은 여미식 여행 문화를 담은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하는 데 달려 있다. 이를 위해 여미는 광고주와 계약할 때 최대 도달 횟수를 보장하지 않는다. 다만 30만∼40만 회 수준의 최소 도달수만 보장할 뿐이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광고주 측의 광고 효과보다는 여미 팬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기 위한 조치다. 조준기 대표는 “여미 콘텐츠의 목표는 기업의 특정 정보 제공이나 상품판매가 아니다”며 “팬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새로운 여행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유저들은 여미를 함께 만들어가는 팬들이지, 여미가 공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최소 도달수를 보장하지 못해 광고주를 실망시킨 적은 없다고 한다.

또 여미가 만든 콘텐츠의 소유권과 저작권은 ‘여미’가 보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여미 로고가 박힌, 여미가 제작한 콘텐츠는 여미 공식 홈페이지, 여미 공식 SNS 계정에서만 재편집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조준기 대표는 “여미 콘텐츠는 철저하게 여미 페이지 커뮤니티를 위해, 여미 포맷에 따라 제작됐기 때문에 여미가 저작권을 갖는 게 맞다”며 “다만 일부 광고주의 요청이 있을 때는 납품계약을 따로 체결해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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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드 콘텐츠를 넘어 대안적인 여행 문화 지향

여미는 다른 여행 플랫폼과 차별화된 콘텐츠로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여미는 바람직한 여행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준기 대표는 여미를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통해 바람직한 여행 문화를 선도함은 물론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모색하는 사회적 기업을 표방한다”고 소개했다.

여미는 공개 페이지에 올라오는 여행 콘텐츠의 윤리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여미 그룹에 팬들이 올리는 글도 엄격한 규칙에 따라 검열된다. 예를 들어 대형 여행사들이 태국 여행 상품에 필수적으로 포함시키는 코끼리 트레킹 같은 동물 쇼는 여미 콘텐츠에서 찾아볼 수 없다. 동물 학대가 의심되는 비윤리적인 관광산업이라는 이유로 여미 운영진이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여미는 회원이 부적절한 글을 올릴 경우 통보 없이 즉시 삭제와 영구 제명 조치를 할 수 있음을 운영 기준을 통해 명백히 밝히고 있다. 광고성 및 선정적 내용의 글, 여행 시 법 혹은 도덕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한 글은 엄격히 검열한다. 여미 회원이 올린 동영상을 보고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는 등 이성에게 사적으로 불쾌한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 등이 신고 혹은 적발될 경우에도 무통보 영구 제명될 수 있다. 과도한 노출 혹은 셀카 위주의 사진의 업로드도 자제해달라고 밝히고 있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을 지향하면서도 건전한 여행 문화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히 대응하고 있다. 조준기 대표는 “그룹 운영 기준은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팬들과의 토론을 거쳐 수시로 업데이트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여미의 크라우드 컬처에 공감한 중소기업과 여행 상품을 공동 제작하는 방식의 코브랜딩 작업도 늘어나고 있다. 작년에 여행 배낭 브랜드 ‘킬리’와 진행한 ‘여행배낭 제작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킬리는 여미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자유여행객들이 꼭 필요로 할 만한 소재와 구성의 여행 배낭을 저렴하게 제작하기로 하고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를 통해 펀딩을 받았다. 1차 목표 펀딩 금액이 500만 원이었는데 실제로 3126%인 1억5629만 원을 모았으며 이후에도 앵콜 문의가 들어와 최종적으로 목표 금액의 1만234%인 5억1171만 원을 모집했다. 여미 브랜드를 신뢰한 자유여행객들이 대거 배낭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여미는 배낭 이외에도 자유여행객들에게 필요한 지도, 라면 같은 여행 제품을 여미식 콘텐츠로 제작해 SNS상에서 효과적으로 바이럴해 오프라인 구매까지 이끌어냈다. 앞으로도 다양한 종류의 여행용품이 여미 브랜드 내에서 혹은 코브랜딩을 통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오프라인 애드보킷 관리는 관건

여미는 앞에서 소개한 방식으로 다른 미디어와 차별화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해 자체 브랜드를 구축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금도 여미와 비슷한 형식을 갖춘 후발주자들이 여행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여미가 이들에게 따라잡히지 않으려면 어떤 부문을 보강해야 할까.

먼저 최근 기업의 콘텐츠 제휴 요청이 늘어나는 가운데 여미식 콘텐츠의 질을 유지해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현재 여미에 광고 제휴 요청이 늘어나면서 전체 콘텐츠에서 여미가 광고 제휴를 통해 직접 제작하는 콘텐츠의 비중이 초창기 30%에서 50%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 같은 네이티브 형태의 광고가 많아질수록 본래 여미식 콘텐츠의 성격이 희석될 위험이 커진다. 또 일부 헤비 유저들이 1인 크리에이터로 독립하면서 앞으로 콘텐츠 관리가 어려워질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에 조준기 대표는 일부 크리에이터를 정규 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인력을 보강하고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으로 채널 다각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페이스북 페이지로 유명해진 여미는 인스타그램, 네이버 포스트, 카카오스토리 같은 다른 SNS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에 비하면 다른 채널에서의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조준기 대표는 “현재는 SNS 중 메이저 채널이 페이스북이라고 보고 페이스북 유저들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언제든지 트렌드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다른 채널을 대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미가 10∼20대뿐 아니라 다른 세대를 아우르는 여행 콘텐츠 업체로 거듭나려면 페이스북뿐 아니라 다른 SNS 채널에 적합한 콘텐츠 다각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여미 유저 경로를 온라인 채널에서 오프라인 채널로 확장시켜나가는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 여미는 초창기에 오프라인 모임을 주최했지만 최근에는 인력 부족과 관리상 어려움으로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여미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유저들 사이에 오프라인 채널을 통한 소통 갈증이 커지고 있다. 또 콘텐츠를 소비하는 헤비 유저들의 아이디어나 적극적인 참여는 향후 여미가 여행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제작하고 사업화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헤비 유저들은 여미 브랜드를 구성하는 주요한 지지자(애드보킷·advocate)인 만큼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을 통해서도 이들과의 접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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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크리에이터 시장은 커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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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아 씨(25·사진)는 여미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여행기가 화제가 돼 아예 여행 작가로 데뷔한 대표적인 인플루언서이다. 부경대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승아 씨는 2015년 10월부터 2016년 6월까지 18개국을 여행하면서 올린 여행기를 바탕으로 최근 <쫄보의 여행>이란 책을 펴냈다. 이승아 씨는 “책 읽고 글 쓰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영상 제작 지식도 전무했던 내가 여행 작가가 된 게 신기할 따름”이라며 “무모한 여행 도전과 페이스북이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이승아 씨는 ‘여행에 미치다’를 통해 데뷔한 제1호 여행 작가이다. 초창기 여미에 게시물을 올렸던 안시내 여행 작가는 여미 이전부터 서브컬처에서 유명했던 반면 이승아 씨는 여미에서 최초로 발굴, 인증한 작가이다. 여미에 올린 본인의 여행기를 눈여겨본 출판사의 제안으로 올해
4월에 책을 펴냈다.

이승아 씨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인정받아 현재 여미뿐 아니라 ‘여행가게’ ‘여행다녀오겠습니다’ 같은 각종 여행 관련 페이스북 페이지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 수입을 받는다. 최근에는 여행 관련 콘텐츠를 유튜브 동영상으로도 내보내기 시작했다. 1인 크리에이터이자 1인 문화 기업으로 독립한 것이다.

콘텐츠는 전적으로 이승아 씨 본인 손으로 만든다. 포토샵 같은 UCC 제작 기술은 유튜브 채널에서 독학했다. 이승아 씨는 “SNS 세계에서 자발적인 크리에이터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흉내내는 콘텐츠는 이제 먹히지 않기 때문에 솔직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통해 또래 친구들의 공감을 얻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아 씨 같은 1인 크리에이터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미래의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TV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쪽으로 문화 콘텐츠 산업의 지형이 변화하면서 1인 미디어의 확산이 빨라지고 있다. 아직 한국은 시장 초기 단계로 뚜렷한 현황은 집계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이 1인 크리에이터를 새로운 직업군으로 선정해 미래의 직업으로 인정함에 따라 1인 크리에이터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i) 여미는 여행 관련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전파하는 동시에 이승아 씨 같은 창작자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i) 박지혜, “국내 1인 미디어시장 현황 및 발전 가능성”, 산업경제(2017년 4월)



생각해볼 문제

1 소셜미디어상에서 10~20대 1인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기업은 이들이 형성한 독특한 문화를 기반으로 어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까.


2 소셜미디어에서 기업의 직접 광고에 대한 유저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독창적인 브랜드를 구축하려는 기업은 어떤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할까.
기존 매스 미디어 마케팅 전략과 어떤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할까.


  • 배미정 배미정 | -동아일보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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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윤 이승윤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 학위,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 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커뮤니티는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등이 있다.
    seungyun@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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