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한 평범한 대학생이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가 3년 만에 166만 팔로어 수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여행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10∼20대라면 누구나 다 아는 ‘여행에 미치다’ 이야기다. 조준기 대표와 여행을 사랑하는 20대 청년들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아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핵심 성공 요인은 다음과 같다.
1. 여행 콘텐츠의 틈새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브랜드 목표를 정하고 페이스북 채널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연령대로 명확하게 타기팅했다.
2. 서브컬처 인플루언서를 영입해 페이지의 인지도를 높이고 헤비 유저 커뮤니티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3. 예비 여행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동영상으로 콘텐츠를 차별화해 독특한 크라우드 컬처를 발전시켰다.
편집자주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송해인(연세대 국제통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여행에 미치다’(이하 여미)는 최근 10∼20대들이 가장 많이 찾는 페이스북 여행 콘텐츠 페이지다. 현재 166만 명(2017년 7월19일 현재)의 팔로어를 이끌면서 10∼20대 여행자와 예비 여행자들의 ‘바이블’로 자리매김했다. 팔로어 수는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 25만 명, 모바일 미디어기업 메이크어스의 딩고트레블 96만 명을 압도한다. 또 피키캐스트 보유 페이지 ‘오빠랑 여행 갈래’가 124만 명의 팬을 확보하며 여미의 뒤를 쫓고 있다.
여미가 페이스북 내 독보적인 여행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면서 국내외 정부기관과 기업들이 여미를 찾고 있다.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광고대행사나 기술 전문가를 고용하지 않고 대신 여미식 콘텐츠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미에 콘텐츠 제작·관리·배포를 전적으로 맡기는 전략이다. 기업이 광고대행사 혹은 전문 프로덕션에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제작한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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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페이스북과 유튜브 같은 디지털 채널에서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페이스북에서 광고성 콘텐츠를 내보내려면 타깃 대상 규모에 비례하는 수준의 스폰서십 광고비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기업의 직접적인 광고 메시지를 불신하는 성향이 강하다. 오히려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유저들이 모인 소셜미디어 커뮤니티에서 획득한 정보를 더욱 신뢰한다. 기업은 여미와의 콘텐츠 제휴를 통해 166만 명의 여미 유저와 소통할 수 있다. 자체 제작이나 스폰서십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말이다.
여미는 최근까지 약 120여 개의 회사·정부기관과 160여 개의 콘텐츠 제휴를 진행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콘텐츠 제휴를 통해 거둔 매출액이 5억 원. 현재 개인사업자인 조준기 대표(29세)가 운영진 6명과 함께 거둔 성과다. 이들은 모두 20대이다.
조준기 여행에 미치다 대표는 2014년 3월21일 여행 페이지를 열때만 해도 이 같은 성과를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1년여 만인 2015년 20만을 넘어선 팔로어 수는 2016년 100만으로 5배 이상 뛰었으며 올해 초 150만 명을 넘기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여미 페이지와 별도로 여미 그룹을 구성하는 24만 명의 헤비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여미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한 평범한 대학생 청년이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가 이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DBR이 여미의 성장 비결을 분석함으로써 소셜미디어상에서 브랜드 구축을 고민하는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브랜드 목표 설정 “일상에서도 여행의 즐거움을”여미의 최초 아이디어는 대학 졸업을 앞둔 한 평범한 대학생의 취업 고민에서 시작됐다. 2014년 당시 숭실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조 대표는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학교 도서관에서 자격증 공부에 한창인 ‘취준생’이었다. 글로벌 통상학과에 재학 중이던 조 대표는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해외여행에 처음 눈을 떴다. 싱가포르 무역경진대회에서 직접 물건을 팔고, 이탈리아·미국·홍콩 등지의 무역 전시회에 다니면서 통상 현장의 실무를 경험했다. 교내 우수 학생으로 선발돼 캐나다 코트라(KOTRA)에서 2개월간 인턴십도 거쳤다.
하지만 해외 인턴이란 화려한 스펙은 조 대표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겨줬다.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것. 조 대표는 “대기업 취업만을 향해 달려가던 스스로에게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자꾸 묻게 됐다”며 “그 답이 ‘여행’이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여행하듯이 앞으로 일상을 즐겁게 지낼 수 없을까, 여행을 업으로 삼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상을 여행으로, 여행을 일상으로’란 여미 브랜드 목표는 다른 누구도 아닌 조 대표 본인의 스토리에서 출발한 것이다.
조 대표는 우선 여행을 공부해보자는 생각에 ‘travel factory’란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고 본인이 여행 콘텐츠를 만들어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카투사로 복무하면서 동료 미군들과 페이스북으로 소통했던 조 대표는 당시 또래 친구들보다 페이스북 사용에 익숙했다.
하지만 초창기 조 대표가 만든 페이지 ‘좋아요’ 클릭 수는 30여 개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조 대표가 300여 명의 페이스북 친구를 긁어모아 단체로 메시지를 뿌린 성과였다. 일방적인 ‘좋아요’ 요청에 친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주변 친구들의 조언을 들어 ‘여행에 미치다’로 페이지 이름도 바꿔봤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조 대표는 “페이지를 개설하고 6개월 동안은 팔로어 수가 거의 늘지 않아 답답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