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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움’에 대한 역사적 고찰

‘남성 大금욕의 시대’는 끝났다. 남녀 모두 미모로 평가받는 때가 온다

조승연 | 206호 (2016년 8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남성이 화장과 옷차림에 관심을 쏟는 모습을 부정적으로 보게 된 것은 프랑스혁명 이후부터일 것이다. 프랑스혁명으로 민주 사상이 전 유럽의 중산층들에게 확대됐다. 원래 유럽의 귀족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화려한 복장으로 드러냈고, 이는 새롭게 떠오른 중산층들에는 눈엣 가시로 통했다. 한편 남성이 화장을 하고, 옷으로 멋을 부리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은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이 일어난 지 한참 뒤인 19세기 후반에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그 무렵, 영국은 전 세계를 식민지화하는 대제국으로 부상했고 그와 함께 제조 기반도 성장했다. 하지만 당시 제조 공장들의 열악한 환경 탓에 여성 근로자들은 경제 활동에 참여하기가 어려웠고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남녀차별 현상은 서구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생산자로 자리 매김한 남성에게패션은 전혀남자다운 것이 아니었고 본성에 역행하는 이런 이데올로기는 한동안 지속됐다.

 

 

“너의 지갑에 들어 있는 돈 액수만큼 비싼 옷을 사라. 옷은 인격을 대표한다.”

요즘 회자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400여 년 전, 영국 문호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 나온 말이다. 프랑스로 떠나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조언했다. 이 말 한마디 속에서 르네상스 시대, 유럽 남자들의 인생관을 느낄 수 있다. 화장을 하고, 옷을 잘 챙겨 입는 남성들의 그루밍과 패션 시장의 급성장은 현 시대를 대표하는 사회 트렌드 중 하나다. 1990년대엔 어땠는지 기억들 나시는지. 이때만 해도 옷이나 화장에 신경 쓰는 남자들을메트로섹슈얼1 이라 불렀고, 때로 이들의 성 정체성을 의심했다.

 

1999년 제작돼 2000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아메리칸 사이코의 첫 장면이 당시의 분위기를 말해준다. 주인공인 크리스찬 베일은 첫 장면에서 완벽한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다양한 화장품을 바르며 화장품의 종류와 브랜드, 옷장 속의 수많은 패션 브랜드들을 줄줄이 외운다. 당시 미국의 극단적 소비 문화에 빠진 나머지사이코로 변하는 캐릭터의 면모를 엿보게 하는 묘사다. 이때만 해도그루밍(grooming)’, 즉 화장품을 쓰고 모양을 내는 남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남성 그루밍은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동아시아 시장에서 남성 패션 및 그루밍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젊은 남성들이 피부 잡티를 감추려고 BB크림을 바르고 출근하는 것이 예사로워졌다. 20여 년 전만 해도 남자가 화장품을 바른다는 말만 들어도 주변 사람들이정상이 아니라고 놀리지 않았던가.

 

하지만 시야를 좀 더 넓혀보면 남성들의멋부림은 지극히정상적인 일이었다. 인류의 긴 복식사를 놓고 보면 남성 화장품 및 패션 시장의 부상은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이를남자답지 못하다고 봤던 20세기의 트렌드가 정상이 아니라고 할 만했다. 1, 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사회적으로 강요된전사적 남성성탓에 남성들이본성을 잃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평화시대에 접어들자 억눌렸던 패션 감성이 비로소 다시 살아난 셈이다.

 

 

 

남성 대()금욕기(1880∼1960?)

 

패션 역사학자 브렌트 셰넌(Brent Shannon) 19세기 말을남자들의 대금욕 시대(Great Masculine Renunciation)’라고 부른다. ‘남자답다라는 말을 정치, 사회, 군사 등 대외적인 일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패션, 향수, 인테리어 따위의사사로운일에 관심을 가지면 절대로 입신(立身)할 수 없다는 전시적 관념이 지배적이었던 시기다.

 

20세기 초는 19세기에 시작된 남성 대금욕 시대의 연장선상에 있었고 21세기로 접어들면서야 남성 그루밍과 패션 시장이 붐을 이루게 됐다. 이런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남성관의 변화는 전쟁과 깊은 연관이 있었고, 전쟁 시대의 폐막이 정상적인 남성관 부활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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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승연

    -(현)오리진보카 대표
    -(현)문화전략가
    -UnfroZenMind 외부 상임이사
    -국제 마케팅 리서치 참여
    -<피리부는 마케터>, <이야기 인문학>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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