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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 활용 방안 물류·유통

자라 매장의 전자태그, 주차장에 달면 IoT, 유통을 ‘스마트시티’로 발전시킨다

송규봉 | 185호 (2015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스페인의 글로벌 패션 그룹 인디텍스가 운영하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 자라는 2014년 기준 22개국 700개 매장에 설치한 전자태그 장치를 2016년까지 2000개 매장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계획이 실제로 실행된다면 상품기획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유통의 전 과정에서 실시간 데이터 분석 기반 능력을 갖추게 된다. 빠른 속도(fast)로 혁신의 한 획을 그었던 업체가 이제 정확도로 또 다른 한 획을 그을 채비를 마친 셈이다.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유통, 물류 영역에서의 사물인터넷 기술은 눈을 들면 바로스마트시티와 이어질 수 있다. 자라 의류에 부착할 센서를 도시의 길거리에 부착하면 주차 공간을 빨리 찾고 전략량을 예측하는 등의 스마트시티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기로 날아온 미국산 체리

 

6월 말 국내 한 대형마트는여름철 과일 기획전을 열며 미국산 체리 450g 1팩을 7500원에 팔았다. g당 가격으로 환산할 때 체리는 자두보다 4, 수박보다 10, 바나나보다 80배 비싼 가격에 팔렸다. 여기에 이유가 있다. 당시 체리는 캘리포니아 농장에서 직접 수확해 전세항공기로 들여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 세계 체리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수확한 체리는 수확 직후 바로 포장돼 운송된다. 체리는 온도와 습기에 민감한 예민한 과일이다. 최적의 조합인 온도 0℃, 습도 90∼95%에서 보관하면 유통기간이 10일가량 연장된다. 건조상태도 중요하다. 체리는 수분을 흡수하는 특성이 있어 물에 닿으면 흐물흐물해지니 아이 다루듯 조심스럽게 운반해야 한다.

 

국내 수입 과일 전체 물량의 90% 이상이 인천공항을 통해 반입된다. 2015년 상반기(1∼6) 동안 인천공항을 통해 가장 많이 수입된 과일은 체리로 집계됐다. 인천공항 세관에 따르면 체리 수입물량은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5% 증가한 9696t이 수입됐으며 주요 원산지는 미국(9325t, 96.2%), 호주(231t, 2.4%), 뉴질랜드(104t, 1.1%)순으로 나타났다.

 

 

 

 

체리를 위한 사물인터넷

 

체리가 담긴 비행기 화물칸은 온도와 습도가 별도로 관리된다. 최적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화물은 자동온도조절이 가능한 쿨컨테이너를 이용한다. 쿨컨테이너는 출발부터 도착까지 화물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20℃에서 +20℃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설정된 온도는 최대 72시간까지 지속된다. 상품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사광선, 습기 등 외부 기후 조건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된다. 물류회사는 화물을 맡긴 고객에게 태평양 상공 위를 날고 있는 체리 컨테이너의 온도와 습도상태를 실시간으로 알려줄 수 있다. 체리 컨테이너 운반을 위해 편도에 3억 원 내외의 운송비를 지불하는 고객 입장에서 이 정도 요구쯤이야 당연한 게 아닐까.

 

체리보다 온도에 더 민감한 수송물이 있다. 생명의학품이다. DHL은 전자태그(RFID)1 기반 항공 화물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모넷(Thermonet)의 생명 과학 인증 스테이션(Certified Life Sci-ences Stations)이 대표적이다. 의약품이나 생명의학 물품처럼 온도에 예민한 화물을 맡긴 고객은 이 서비스를 이용해 운송 과정 전체에서 화물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다. DHL은 온도계 센서가 내장된 컨테이너를 사용한다. 이 서비스는 허용 범위를 초과하는 온도 변화가 생기면 고객에게 통지해준다.

 

 

 

물류에서 사물인터넷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분야는 어디일까? 실시간으로 화물의 상태, 위치, 정보 등 추가 서비스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영역일 것이다. 체리와 생명의학품 같은 경우 말이다. 현재 고가의 항공화물이 담당하고 있는 영역을 살펴보는 것이 첫걸음이다. 예술작품, 핵연료 같은 특수 위험화물, 럭셔리 패션 완제품, 신선식품, 경주마처럼 살아 있는 동생물, 보석류의 귀중품, 경주용 자동차와 같은 초고가 특수 차량 분야를 먼저 예상할 수 있다.2

 

체리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신선한 온도 유지가 중요한 물류를콜드체인이라고 부른다. 콜드체인이란 냉장과 냉동 물품의 생산, 배송, 저장, 판매에 이르는 일련의 물류 과정을 말한다. 콜드체인물류(Cold chain logistics)라 부르기도 한다. 콜드체인은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 원재료 획득·냉각냉장보관냉장가공냉장운송냉장 판매의 과정을 두루 담당한다. 세계 식품 분야 콜드체인의 시장 규모는 2019 2334억 달러 수준으로 커져 향후 연평균 15.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식품의 냉장·냉동유통 비율은 평균 22.4%이다.3

 

미국 서부에서 출발해 한국의 식탁까지 체리가 수송되는 과정은 복잡하다. 국내에 도착한 후 공항에서 대형 할인점 매장까지 먼저 운반돼야 한다. 이 과정에도 사물인터넷의 역할이 등장한다.

 

 

국내 물류기업들은 사물인터넷이나 RFID의 필요성은 잘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오랜 기간 투자하고 연구한 경우는 많지 않다. 그나마 CJ대한통운은 2003년부터 꾸준히 RFID 기반 물류혁신을 실험해 오고 있다. CJ대한통운의 물류센터에는 RFID 리더기가 장착된 지게차가 있다. 지게차에서 화물의 성질, 유통기한, 보관일수 등이 화면에 표시된다. 독자 개발한쿨가디언(CoolGuardian) 시스템도 가동된다. RFID 기반 온습도 관리장비인 쿨가디언 시스템은 신선식품이나 화장품처럼 온도변화에 민감한 제품에 적용된다. 입출고와 재고조사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MPS(Multi-Purpose System)는 수작업의 번거로움을 없애 작업 시간을 평균 40%가량 단축시키고 있다

 

 

 

빠르고 정확한 패션 브랜드

 

스페인의 글로벌 패션 그룹 인디텍스가 운영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브랜드 자라(ZARA) CEO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2014년 기준, 22개국 700개 매장에 설치한 RFID 장치를 2016년까지 2000개 매장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인디텍스는 판매점뿐 아니라 물류센터에도 RFID 솔루션을 확대·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라는 5억 개에 달하는 RFID를 추가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라는 전 세계 실험대상 매장에서 어떤 상품이 얼마나 팔리고 재고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좀 더 정확하고 빠르게 알게 될 것이다. 유통 분야 RFID 전문가 빌 하드그레이브에 따르면 일반적인 유통기업의 경우 재고파악의 정확도가 평균적으로 60% 내외다. RFID를 이용할 경우 재고파악의 정확도가 95% 수준으로 높아져 매출이 3∼30%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4

 

패스트 패션은 전통적인 패션산업을 혁신시키며 등장했다. 더디게 진행되던 제품생산과 물류유통의 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였기 때문이다. 2015년은 자라가 탄생한 지 꼭 40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수많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생겨났지만 자라는 여전히 업계 1위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사물인터넷이란 무기를 장착하면 후발 경쟁자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물인터넷을 바탕으로 빠르기(fast)만 한 것이 아니라 정확해지기까지 할 것이란 점이 이 브랜드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ZARA의 선도력 = 속도 + 분석력

 

나라마다 디자인 취향, 재고 상태, 경쟁 조건이 다르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도시마다, 매장마다 여건이 천차만별이다. 1975년부터 2005년까지 자라의 생산량과 가격 결정은 경험 많은 본사의 담당 임원들이 주도해왔다. 인기 상품은 각 매장 매니저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주문한다. 재고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잘 팔리는 제품 50벌을 확보하기 위해 150∼200벌을 주문해야 한다. 소위유령 주문이 넘쳐나는 원인이다. 모든 매장이 한꺼번에 주문량을 부풀리면 결국 재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는다.

 

자라도 재고를 늘 걱정한다. 일년에 단 한 번의 공식 세일 시즌을 통해 재고를 최대한 많이 판매하되 최대한 제값을 받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다. 2005

자라는 당시 MIT 경영대학원 제레미 갤리언(Jeremie Gallien) 교수 등의 제안을 받아들여 세일 시즌을 위한 판매량 예측과 최적 가격모형을 개발했다.

 

 

 

<그림 5>는 당시 연구진이 수행한 모형개발에 관한 논문을 한 장의 개념도로 요약한 것이다. 우선제품모델매장색상사이즈가 기초 데이터로 쓰였다. 가장 기본적인 고려사항으로계절세부 브랜드국가할인행사 그룹을 반영했다. 전 세계 매장의 일별 판매 현황이 일 단위와 주간 단위로 반영됐다. 시간 변수도 반영됐는데 요일, 주중, 주말의 차이를 반영했다.5

 

18개월의 연구 기간 동안 1400개 이상의 모형이 만들어지고 실제 판매결과와의 비교 작업이 진행됐다. 2007년 기준, 자라의 예측모형에 의해 전체 매출의 3∼4%가 늘었다. 한화로 바꾸면 약 3340억 원에 해당하는 액수다.6 이런 기존 데이터 분석과 예측역량에 사물인터넷의 효율성과 속도가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라가 추진하는 RFID 기반 매장과 물류 변화는 이미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분석역량 위에 포개지며 제대로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저 빠르다고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과 직관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해온 내부 전통을 과감하게 바꿔 모형을 만들고 현실 속에서 모형의 적중률을 강화해온 데이터 분석력을 갖춘 것이 자라의 경쟁력이다. 2014 RFID가 갖춰진 매장 700개가 2016년까지 2000개로 확대된다면 자라는 지역, 매장, 재고, 생산의 전 과정에 걸쳐 새로운 실시간 데이터 분석 기반 능력까지 갖출 것이다. 사물인터넷을 잠깐 유행하는 기술 트렌드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판도를 읽고 주도할레이더계기판처럼 활용하려는 것이다.

 

 

관점의 확장 - ‘스마트 시티의 출발

 

체리 수송을 위해 항공기 화물 컨테이너 내부에 부착한 온습도 센서를 비행기 날개 쪽 엔진으로 옮겨보자. 다만 항공기 엔진이 뿜어내는 3700도의 온도를 견딜 수 있는 센서여야 한다. 전 세계 170개국 4500여 대의 항공기에 엔진을 공급하고 있는 롤스로이스는 사물인터넷의 선두주자다. 출항 전후로 항공엔진을 점검하는 것을 넘어 운항 중인 항공기의 엔진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피고 있다.

 

롤스로이스 본사에는 24시간 운영되는 운항관리센터가 있다. 전 세계 롤스로이스 항공엔진과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이곳 센터에서는 비행기 엔진으로부터 매일 다양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전송 받아 분석한다. 마치 의사가 내시경으로 환자 내부를 살피듯 엔진 내부에 설치된 각종 센서와 모니터를 이용한다. 항공기 이륙, 고도상승, 비행, 착륙 과정의 여러 지점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항공기 엔진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업무에 활용한다7

 

 

 

필자는 IoT를 한 업계의 영역에 한정해 따로 살펴보기보다는 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트렌드로 접근해야 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물류, 유통에 국한하지 않고 시각을 도시 전체로 확대시키려고 한다.

 

예컨대 센서를 도시의 길거리에 부착하면 스마트시티의 기반이 된다. 싱가포르는 열섬현상(Heat Island)이 심각하다. 도시의 콘크리트가 고열을 품고 있으면 도시 전체가 뜨거워진다. 높은 온도 때문에 실내 냉방기에 사용되는 전력량은 가파르게 증가한다. 도시 전체 온도를 1도만 내려도 에너지 소모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싱가포르는 수풀공원을 조성하거나 가로수를 꼭 필요한 장소에 심어 열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라의 패션 매장에 설치한 RFID를 도시의 주차장에 적용하면 스마트파킹(Smart Parking)의 출발이 된다. 주차장 바닥과 전신주에 센서를 설치해서 현재 빈자리가 어디인지 스마트폰 앱으로 알려준다. 대도시 도심을 주행하는 자동차의 30%가 주차장을 찾기 위해 배회하는 차량이라는 분석이 있다. 주차장을 찾지 못하면 불법 주정차의 단계로 넘어간다. 1991년부터 2014 7월까지 서울시의 주차 단속 건수는 500만 건이었고 부과된 과태료는 21000억 원이었다. 사물인터넷을 이용하면 주차 문제는 좀 더 빨리 해결되고 배회하는 차량은 줄어들 것이다.

 

 

 

스마트시티 - 경계에서 모색하고 함께 확장하다

 

2014 6월 인텔은스마트 아메리카프로젝트를 출범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San Jose) 시청과 함께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공동 프로젝트다. 새너제이 곳곳에 센서를 설치한 뒤 교통 흐름, 주차장, 공공 자전거, 민원 처리에 관한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개선 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스마트 아메리카새너제이 프로젝트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환경이다. 도시 곳곳의 센서에서 확보된 대기오염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해 도시 전체의 공기를 더 맑게 만들려는 것이다.8 미국 도시들은 시민과 기업 유치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새너제이는 단지 똑똑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욱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 사물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 (그림 8).

 

 

 

구글에는 구글어스 아웃리치(Google Earth Outreach)라는 별도의 팀이 있다. 구글 지도를 제작하는 여러 부서 중 하나다. 구글어스 아웃리치는 도시의 대기오염 상태를 시각화한오염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구글 외에도 환경 관련 센서제작 벤처기업에클리마(Aclima)’, 중앙정부 전담기관환경청(EPA)’, ()국립연구소로렌스-버클리 연구소가 참여하고 있다. 구글은 지도 제작에 사용하는 거리영상 촬영 차량을 이용하고 있다. 여기에 대기오염 측정센서를 장착하기로 했다. 구글 차량으로 길거리 차원의 생생한대기오염 지도제작에 나선 것이다.(그림 9)

 

 

이들의 계획은 전 세계 도시를 누비고 있는 스트리트뷰 차량들에 오염감지 센서를 장착해 다양한 대기오염 상태를 측정하는 것이다. 시범 운행은 한 달 동안 진행됐으며 이산화질소, 산화질소, 오존, 일산화탄소, 메탄, 공기 부유 고형물, 휘발성 유기 화합물에 대한 750시간 분량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프로젝트 범위를 확대해 2015년 가을부터 샌프란시스코 일대 오염 지도 제작을 실시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구글 지도 제작 차량이 움직이고 있는 전 세계 여러 도시로 프로젝트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인텔과 구글의 발걸음에서 세 가지를 주목하려 한다. 첫째, ‘에서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수요를 최대한 먼저 탐색하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추진자와 수요자 모두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전인미답의 사업 대신 익히 알려진 영역에서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물인터넷에서 현재 시도되고 있는 것의 70%는 사실 새롭지 않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연결한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30%는 아무도 가지 않은 영역이다.” IBM 사물인터넷 사업부 전략담당 부사장 존 탐슨(John Thompson)의 지적이다.9 이미 알려진 70%에서 기반을 확보해 미지의 30%에서 어떤 차별적 역량을 확보하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신사업을 외부로부터 고립된 방식으로 내부에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잠재수요자와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교훈이 사물인터넷 사업 추진의 전략적 영역에 관한 것이라면 두 번째 교훈은 사업 추진 방식에 관한 것이다. 인텔과 구글 사례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연구소, 벤처 등과 함께 일하면서 이슈, 고충, 업무방식, 의사결정, 핵심사항, 장애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해 경험을 습득하는 방식을 택한 점이다. 사내 연구소에서 만들어서∼’ 하고 외부에 공개하고 다시 현장의 피드백을 얻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 향후 성공률과 확장성을 원천적으로 높이고 있다.

 

 

셋째, 경계확장형 시도를 주목해보자. 인텔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반도체와 센서 제조역량을 기반으로스마트시티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자신들의 강점인 지리정보역량에 환경 이슈를 접목했다. 이런 시도를컴퍼스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다. 제도작업에 사용하는컴퍼스(compass)’의 중심축은 뾰족하고 다른 축에 연필을 꽂아 원을 그린다. ‘컴퍼스는 중심에 확고한 원점을 잡고, 나머지 축을 넓게 벌리며 원을 그린다. 중심은 확고하되 외연은 자유롭다. 컴퍼스로 원을 그리면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경계가 그어진다. 자기 분야와 타 분야가 만나는 새로운 경계를 획득하는 것이다.

 

이 사례들은 국내 많은 기업들이 독자적이나 배타적으로만사물인터넷을 추진하려는 추세를 점검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가을 한 국내 통신사의 사물인터넷 추진팀과 일한 적이 있다. 서울의 구청 한 곳과 IoT 기반 주차장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6개월을 검토한 끝에윗분들께서 ROI를 강하게 따지신다는 이유로 끝내 좌절되고 말았다. 그냥 내부 실험으로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시범사업을 매우 한정된 범위에서 해보자는 취지였다. 예산이 크지 않아도 진행할 수 있는 이 작은 시범 프로젝트에도 국내 기업은사업성을 요구했다. 지나치게 신중한 검토, 부적절한 사업성 진단, 내부 실험 우선 정책이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됐다.

 

2004년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는 위성영상을 놀라운 속도로 지도에 시각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벤처기업, ‘키홀(Keyhole)’을 탐방하고 나섰다. 세르게이는 이 회사를 보자마자 바로 인수 욕심을 냈다. 키홀을 인수해 구글이 어떻게 이익을 남길 수 있을까. 이사회에서 키홀 인수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을 때 사업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어떤 방법으로 수익을 낼지 나도 몰라요. 하지만 분명히 이익을 남길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10  세르게이는 이렇게 답변을 얼버무렸다. 10여 년이 지난 2015년 현재, 구글에서 구글 지도가 없다고 상상해보자. 사물인터넷에 관한 논의에서도윗분들의 판단은 정말 결정적이라 할 수 있다. 이를기회로 볼 것인가, ‘비용으로 볼 것인가.

 

DBR Mini Box

 

 

 

 

사물인터넷, ‘나무를 동시에 보라

 

사물인터넷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한번 검토해봐.’

상사가 과제를 이렇게 던진다면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우선사물인터넷의 개념과 관련 기사를 검색하고 동향과 전망이 잘 요약된 보고서 몇 편을 읽는다. 골자를 추려 보고서에 반영한다. 만약 여기까지 준비과정이 비슷하다면 다른 사람들이 제출한 보고서와 70∼80%가 똑같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자료를 읽어서 비슷하게 요약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에 관한 조사와 연구에도 전략적이고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워런 버핏은 지난 2월 매출이 하락한 IBM 주식의 지분을 더 늘렸다. 구글이나 애플이 아닌 IBM에 계속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워런 버핏이 한 개의 회사에 투자를 결정할 때는 경쟁회사의 주식을 100주씩 구입한 후에 10∼15년치 연차보고서를 받아본다. 그리고 투자대상 회사가 속한 산업에 관한 보고서까지 모조리 구해다가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읽는다’.i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워런 버핏은 지난 50년간 한 해도 빼먹지 않고 IBM의 연차보고서를 정독했다. 그는대기업 중에서 IBM처럼 향후 계획과 목표달성에 성공적인 곳은 보지 못한 것 같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ii

 

IBM의 최근 연차보고서를 살펴보자. ‘IBM CEO의 편지에는 2015 IBM의 전략적 사업방향을 세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방향은 명확하다. 우리는 추가로 4억 달러를 데이터, 클라우드, 산업별 분석솔루션(industry-specific analytics solutions) 개발에 투자해 차별화의 깊이를 확보할 것이다.” IBM CEO가 언급한 전략사업에는 금융(사기방지), 정유, 가스, 항공, 사물인터넷이 있었다.iii

 

IBM 2008스마터 플래닛사업부 산하에사물인터넷(IoT) 추진본부(Initia-

tive)’를 구성했다. 2010년대를 맞이하기 전에 전략 분야를 미리 확정해놓은 것이다. IBM의 전략방향은스마터 플래닛(Smarter Planet)’에 잘 농축돼 있다. ‘스마터 플래닛이라는 개념 아래 비즈니스, 도시, 산업별 솔루션이 망라되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데이터, 컨설팅 사업이 융합된다. 워런 버핏이 주목한 IBM의 전략적 목표 설정과 달성 능력이스마터 플래닛에 압축돼 있다. 그리고스마터 플래닛을 전진시키는 구체적 사업 영역으로사물인터넷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IBM사물인터넷에 관해 무슨 사업을 하고 있는지 그것만 따로 떼내어 살펴보면 전략적 맥락을 놓치게 된다. IBM이 어떻게 전략사업을 재편해 왔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런 맥락 속에서 사물인터넷을 조망할 때나무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사물인터넷 시대의 나침반

 

사물인터넷도 잠깐의 유행으로 끝날 것인가? 시스코 창업자 존 챔버스는향후 10년 사이 지금 잘나가는 회사의 40%는 사라질 것이다고 단언했다. 사물인터넷 시대를 주도하려는 시스코가 일부러 불안감을 조성하려고 하는 말일까. 섣부른 결론을 서둘러 내리기 전에 차분하게 우리가 속한 조직 내부와 외부, 각자가 속한 산업 분야와 외부 타 산업의 상황을 둘러보자.

 

 

 

 

 

새로운 항해에는 새로운 지도와 나침반이 필요하다. <그림 10> OECD 산하 사물인터넷에 관한 연구모임에서 발표한 내용이다.11 사물인터넷에 대한 다양한 보고서와 발표자료들이 있지만 상당수가 나열적이거나 파편적이다. 맥락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망대의 시야를 제공받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림 10>이 치밀하고 완성도가 높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 전반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갖기 위한 하나의 출발점은 될 수 있다.

 

<그림 10>이 분류하는 사물인터넷의 기술 기반과 응용 분야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자신이 속한 분야와 연관되는 영역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날카로운 논평이 아니다. 자신이 서 있는 현실 세계를 바꿀 수 있는 행동 지침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신의 절실한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 대안으로서 사물인터넷의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술혁신이란 돌아보면 뚜렷하게 궤적이 보인다. 1995년부터 2015년 사이 인터넷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1995년만 해도 인터넷의 미래를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점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고 온갖 예언과 논쟁만 가득했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인터넷 시대를 가장 성공적으로 건너온 사람, 조직, 기업은 누구인가? 저마다의 목록이 다를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이 일찍 대비했건, 늦게 합류했건 기술변화의 방향을 자신만의 기회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유감스럽게도 기술혁신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이런 불확실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에게 필요한 질서를 창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림 10> 한복판에 일부러 점 하나를 찍었다. ‘좌표 제로라고 불러보자. 지도 제작은 좌표의 원점을 정해야만 시작할 수 있다. ‘좌표 제로에 서서 360도로 각 영역을 둘러보자. 자신이 서있는 중심점에서 바라볼 때 새로운 기회를 알려주는 신호는 무엇인가? 누군가는 미동 없이 그 자리를 지킬 것이다. 누군가는 아예 자신의 업을 근본적으로 재해석하려 시도할 것이다. 마치 페이스북에 항공사업부가 만들어져 무인항공기로 인터넷망을 연결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송규봉GIS United 대표 mapinsite@gisutd.com

 

송규봉 대표는 ㈜GIS United에서 공간데이터 분석을 하며 연세대 생활환경과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GIS를 전공했으며 와튼경영대학원과 하버드대에서 GIS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미국 인터넷산업의 지도> <비즈니스 GIS>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공공정책을 위한 빅데이터 전략지도>가 있다.

  • 송규봉 송규봉 | - (주)GIS United 대표
    -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교수
    - 와튼경영대학원, 하버드대 GIS연구원
    mapinsite@gisut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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