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와 맥락연구
Article at a Glance – 마케팅
소비자의 지각에 의존하는 조사만으로는 숨겨진 욕구를 파악할 수 없다. 소비자의 니즈는 ‘이미 존재하는 니즈’와 ‘숨겨진 니즈’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이미 존재하는 니즈는 현재 고객의 마음속에 있는 욕구로서, 쉽게 표현될 수 있다. 반면 숨겨진 니즈란 소비자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표현할 능력이 없는 니즈를 말한다. 여기에서 필요한 개념이 디즈(deeds)다. 디즈란 겉으로 드러나는 소비자의 행위 자체만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마케팅 이론에서 지금까지 쓰여온 의사결정을 포함하는 소비자행동(consumer behavior)과는 다르다. 행위 그 자체만을 뜻한다. 소비자는 속과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이러한 속과 겉이 다른 소비자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소비자의 디즈를 이해하고 디즈를 행하는 소비자의 소비 맥락, 특히 소비 문화와 정서를 이해해야 한다. 맥락연구는 일반적으로 연구 설계와 현장 자료 수집, 코딩 및 분석, 통찰력 획득 및 상품 콘셉트 개발 등 4개 단계로 진행된다. |
새로운 상품을 적시에 성공적으로 출시하지 못하면 회사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이 되기도 한다. 스마트폰 시장이 도래하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뒤늦게 대처했던 기업들이 최근에 극심한 손실을 겪고 있다. 세계 최대의 휴대폰 업체로 영광을 누렸던 노키아(Nokia)는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업무용 스마트폰 1위 업체였던 블랙베리(BlackBerry)는 파이낸셜홀딩스 주도의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물론 저가형 메시징폰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LG전자도 마찬가지로 한때 큰 어려움을 겪었다. 노키아, RIM, LG전자 모두 애플 아이폰이 시작한 터치스크린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성공한 제품은 다 쓰러져가는 회사를 살리기도 하고, 신생기업을 최고의 다크호스로 만들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가 퇴진까지 했던 애플사를 되살린 것은 그 유명한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이었다. 외산 브랜드에 밀려 기업매각이라는 수모를 겪었던 국산 운동화 브랜드 프로스펙스를 선도기업으로 만든 워킹화 ‘프로스펙스w’ 등이 기업의 운명을 가른 대표적인 신상품들이다.
그렇다면 실패한 신상품은 왜 실패했을까? 그리고 성공한 신상품은 무슨 이유로 성공했을까? 실패 사례와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서 왜 소비자 디즈를 관찰하고 이해해야만 하는가를 설명하고, 디즈를 관찰하고 이해하기 위한 조사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디즈란, 소비자의 겉으로 드러나는 행위 그 자체만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마케팅 이론에서 지금까지 쓰여온 의사결정을 포함하는 소비자행동(consumer behavior)과는 다른 행위 그 자체만을 뜻한다. 디즈(deeds)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소비자행동의 개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모 페인트 회사의 ‘화이트보드 페인트.’ 이 상품의 콘셉트는 석고보드로 된 사무실 벽면에 이 하얀색 페인트를 칠하면 ‘하얀색 벽면을 화이트보드로 활용할 수 있는 페인트’였다. 발상의 출발은 요즘 아크릴 판을 벽에 설치하고 이 판을 화이트보드 대신 사용하는 행위, 즉 디즈를 보고 난 후였다고 한다.
그러나 디즈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개발 초기 치명적인 약점은 칠의 표면이 울퉁불퉁해 잉크가 미세한 공간에 배는 것이다. 제대로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몇 번 회의를 하고 나면 지저분해져 더 이상 화이트보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결국에는 벽을 다시 칠해야 했다. 이 페인트 개발자는 아크릴 판을 화이트보드로 사용하는 행동(디즈)은 관찰했으나, 칠판을 지우는 행동(디즈)은 고려하지 않았다. 화이트보드도 펜으로 글을 쓴 후 하루만 지나도 잉크가 말라붙어 잘 지워지지 않는다. 말라붙은 글씨를 지우기 위해 화이트보드를 열심히 지우는 막내 사원의 모습을 관찰해보지 않았거나, 자신이 화이트보드를 지워본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이후 개선된 제품이 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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