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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철 박사의 마케팅 코칭

돈, 생각만 해도 이기적이 되나?

신병철 | 129호 (2013년 5월 Issue 2)

 

 

편집자주

마케팅은 이론과 실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통찰력 분야를 연구해 온 신병철 스핑클그룹 대표가 마케팅, 소비자행동, 인지심리학 분야의 주요 연구 80편을 기초로 이론과 실무 간 단절 고리(broken linkage)를 찾아내 양자를 이어주는 마케팅 코칭을 시작합니다. 복잡하고 때론 이해하기 힘든 학문적 연구들을 실제 마케팅 상황에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물건을 구매하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비용을 지불하는 일은 괴롭다. 효용이 높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비용 지불 없이 얻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소비자들은 한 푼이라도 더 싼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가격비교를 하고 공동구매를 한다. 그만큼 비용을 지불하기가 괴롭다는 것이다.

 

비용을 지불할 때 뇌에서는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소비패턴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까? 이것을 통해 어떤 실무적 시사점을 찾아 볼 수 있을까? 브라이언 넛손과 그 동료들에 의해 비용지불과 뇌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가 진행됐다.1

 

신경과학은 아직도 알지 못하는 분야가 훨씬 많고 일정한 수준에서만 상관관계가 입증되고 있기에 소비생활 전체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쾌락을 느끼는 뇌신경 부위와 고통을 느끼는 뇌신경 부위가 구매행동에 따라 어떻게 활성화되는지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추론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넛손 연구팀은 흥미 있는 연구를 진행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고 있으면 즐거움을 느끼는 부위가 활성화되고, 지불해야 할 가격을 보면 두려움을 느끼는 뇌 부위가, 비용을 지불하면 고통을 느끼는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물건 구매는 좋지만 비용 지불은 고통을 수반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이것을 통해 어떤 실무적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을까? 우선 이들의 흥미로운 실험을 간단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돈을 지불하면 인간 뇌는 고통을 느낀다

 

넛손 연구팀은 물건을 구매하고 비용을 지불할 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통해 분석했다. 피험자로는 총 26명의 성인이 참여했다. 이들에게 각각 20달러씩 현금을 주면서 원하는 물건을 탐색하고 필요하면 그 제품을 구매하라고 요청했다. 가격이 비싼 제품에서부터 저렴한 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보여주면서 구매의사를 결정하게 했다. 구체적인 실험 절차는 <그림 1>과 같다. , fMRI 장치에 들어간 피험자는 처음 4초간은 40여 개의 제품에 노출된다. 이후 4초간은 각 제품에 대한 가격을 보게 되고 이후 4초간 구매할지 말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후 2초간 쉬고, 다시 다른 제품으로 넘어가 나머지 제품을 대상으로 의사결정을 반복한다. 이런 연구 상황은 실제의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할 때 이뤄지는 구매 절차를 fMRI 조건으로 변환시킨 것이다.

 

 

측정변수는 크게 측좌핵(NAcc·Nucleus Accumbens), 전전두엽피질(MPFC·Mesial Prefrontal Cortex), (Insula) 3가지를 살펴봤다. 측좌핵은 쾌락과 관련이 높은 뇌 부위로 측좌핵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즐거움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전전두엽피질은 두려움과 관련이 높다. 마지막으로 섬은 고통과 관련이 높은 뇌 부위다. 이에 따라 제품에 노출됐을 때, 가격을 봤을 때, 비용을 지불했을 때, 피험자 뇌의 각 부위가 어떻게 활성화되는지를 살펴봤다.

 

실험 결과 구매하고 싶은 제품에 노출되면 측좌핵이, 가격 정보에 노출되면 전전두엽피질이, 비용을 지불하게 되면 섬이 각각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좋아하는 제품을 보면 즐거움을 느끼고, 가격을 보면 두려움을 느끼며, 비용을 지불하게 되면 고통을 느끼는 것과 상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fMRI 연구 결과에 대해 그 인과관계를 명확히 설명하기란 한계가 있으므로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좋아하는 제품을 볼 때에는 즐거움을 느끼고 비용을 지불할 때에는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뇌신경분석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이 연구는 제한적인 상황을 테스트한 것이지만 조금 확장해 생각한다면 흥미로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비용을 지불할 때 인간의 뇌가 고통을 느낀다는 점은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제시할까? 같은 비용이라면 한 번만 지불하게 하는 편이 고통의 횟수를 줄여 줄 수 있고, 여러 번 분할해 지불하게 하면 고통의 횟수가 증가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 총액은 동일하더라도 여러 번 나눌 것이냐, 한 번에 묶을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다운로드당 과금 vs. 월간 정액비용 과금

 

이미 수많은 서비스에서 정액제를 시행하고 있다. 개별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각각 과금하는 방식보다 일명 패키지로 묶어서 과금하는 쪽에 소비자들의 저항이 덜하기 때문이다. 넛손 연구팀의 실험 결과를 보면 그 이유가 명확해진다. 다운로드당 얼마씩의 비용을 지불하면 그때마다 인간의 뇌는 고통을 느낀다. 뇌가 고통을 느끼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러나 같은 비용을 패키지로 묶어 월 1회 과금하면 동일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고통의 횟수는 단 한 번으로 끝난다. 어떤 것이 더 선택하기 쉬울까? 당연히 제품당 과금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다.

 

몇 가지 사례를 더 생각해보자. 회전초밥집을 생각해보자. 눈앞에서 돌아가는 회전초밥을 보면 즐거움이 느껴지지만 한 접시 먹을 때마다 비용지출을 확증해야 되니 그 고통의 양은 먹은 접시만큼 증가한다. 이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택시 미터기의 과금 방식도 비슷하다. 기본요금에서 주행거리가 증가할 때마다 일정한 금액이 눈앞에서 증가하게 된다. 택시 미터기의 말발굽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그것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뇌는 고통을 느낀다. 그런 측면에서 비용 지출을 제품당, 서비스당 나누어 지불하게 하는 건 효율적이지 못한 전략에 해당한다.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다운로드당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사람보다 패키지 요금으로 구매하는 사람이 더 많은 건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마케터는 항상 소비자의 비용 지불 횟수를 줄여주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돈만 생각하면 사람은 이기적이 된다.

 

미네소타대 칼슨경영대학원의 캐슬린 보 교수와 동료 연구진은 사람은 돈을 생각하면 이기적이 되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2 이들은 사람들이 진짜 돈은 물론 돈과 관련된 정보를 받는 것만으로도 이기적인 행동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밝혀냈다. 보 교수 연구팀은 우선 사람들을 세 집단으로 구분해 각기 다른 정보를 제공했다. 통제집단인 첫 번째 집단에는 돈과 관련 없는 정보를 제공했다. 두 번째 집단에는 직접 돈을 가지고 행동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세 번째 집단은 급여, 가격 등과 같이 돈에 대한 정보만 제공했다. 이와 같이 세 가지 조건으로 15분씩 행동하게 한 후 조금 어려운 수준의 문제를 해결하게 했다. 측정항목은 타인에게 도움을 얼마나 요청하는가였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그림 2>의 도표 A와 같이 돈과 관련 없는 정보를 제공받았던 통제집단은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으나 직접 돈을 만진 집단과 돈과 관련된 정보에 노출됐던 집단은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그러나 직접 돈을 만진 집단과 돈과 관련된 정보에 노출됐던 집단 간에는 차이점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돈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하는 경우와 적게 접하는 경우의 차이를 보기 위한 실험도 진행했다. 돈에 대한 정보량은 돈과 관련한 비디오, 에세이, 글의 양에 많이 노출시키거나 적게 노출시키는 것으로 조절했다. 그 결과 <그림 2>의 도표 B에서처럼 돈과 관련한 정보에 많이 노출되면 타인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증가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 돈과 관련한 정보에 노출되면 노출될수록 타인과 협력해서 과업을 수행하려 하기보다는 자기 혼자서 독립적으로 일을 하려는 성향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은 돈과 관련된 정보에 노출된 피험자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의자의 위치를 더 멀리 떨어뜨려 앉으려는 경향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돈에 노출되면 이익과 손실에 대한 개념이 더 강력히 활성화돼 개인적인 사고를 하는 경향이 커지게 된다. 그만큼 돈은 사람을 이기적으로 만든다. , 돈에 노출되면 독립적이 되고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으려 하며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줄이려는 성향이 증가한다. 그만큼 이기적이 된다는 뜻이다.

 

마케팅적 교훈

 

사람은 비용을 지불할 때 고통을 느낀다. 생살과 다름없는 돈이 나가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같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고통을 줄일 수 있을까? 쾌락적 편집 가설(Hedonic Editing Hypothesis)에 따르면 크게 4가지 접근법이 가능하다.

 

첫째, 복수의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나누어 제공하는 게 효과적이다. , 무언가를 제공할 때 한꺼번에 다 주지 않고 여러 번에 걸쳐 나누어 제공하는 편이 낫다. 제품을 할인해주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똑같이 10%를 할인해 준다고 하더라도 통으로 10% 할인해 준다고 말하기보다는 재구매 할인 2%, VIP 할인 3%, 특별할인 5% 등 세 가지 할인을 합쳐 총 10%를 할인해준다고 정보를 제공하는 편이 소비자에게 더 큰 효용을 안겨준다.

 

둘째, 여러 손실이 발생하면 합해서 처리하는 게 좋다. 여러 번에 걸쳐 비용을 나누어 지불하면 소비자의 뇌는 그만큼 더 고통스러워한다. 이럴 경우, 합하여 한꺼번에 처리하게 하면 훨씬 유리한 상황이 벌어진다. 테마파크에서 개별 놀이기구에 비용을 과금하기보다 자유이용권을 구매하게 하면 단 한 번의 비용 지출로 인해 고객이 느끼는 심리적 손실감, 고통을 줄여줄 수 있어 그만큼 심리적 혜택이 증가한다.

 

셋째, 이익과 손실이 동시에 발생한 경우 이익이 손실보다 더 크다면 합하여 처리하는 게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주식투자를 생각해보자. A주식에서 10만 원을 벌고, B주식에서 5만 원을 잃었다고 치자. 이 경우엔고객님께서는 이번에 주식 투자를 통해 총 5만 원의 수익을 보셨습니다라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좋다.

 

넷째, 이익과 손실이 동시에 발생했지만 손실이 이익보다 더 크다면 두 사건을 나누어 처리하는 게 좋다. 주식투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A주식에서 5만 원을 벌고, B주식에서 10만 원 손실을 봤다면고객님께서는 A주식에선 5만 원 수익을 보셨지만 B 주식에선 손해를 보셨습니다라고 나누어 이야기하는 편이 고객의 슬픔을 줄여줄 수 있다.

 

4가지 방법이 소비와 구매에 관련한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손실과 획득에 대한 기본이론을 활용해 좋은 일은 더 즐기고, 안 좋은 일은 그 영향력을 낮춰주는 매우 훌륭한 방법이 될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기쁨의 양은 늘려주고 슬픔의 양은 줄여주는 가격 전략 및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성하는 게 핵심이다.

 

한편, 소비자에게 마케팅 정보를 제공할 때에는 돈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될까? 소비자들이 이기적이 돼야 하는 상황에서는 돈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 안락한 노후 생활과 관련된 프로그램이나 고수익을 보장하는 투자 상품 등에 대해 설명할 때에는 돈 얘기를 꺼내는 게 효과적이다. 반면 타인과의 교류가 필요한 순간에는 돈을 얘기하지 않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상품을 광고할 때라면 돈 이야기보다는 친구들과의 우정을 얘기하는 게 더 낫다. 자칫 돈 이야기에 집중하다가는 친구들 간 이기심만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신병철 스핑클그룹 총괄 대표 bcshin03@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경영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및 박사(마케팅) 학위를 받았다. 저명 학술지인에 브랜드 시너지 전략과 관련한 논문을 싣고 브랜드와 통찰에 대한 연구 및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CJ그룹 마케팅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저서로 <통찰의 기술> <브랜드 인사이트> <통찰모형 스핑클> 등이 있다.

 

  • 신병철 | - (현) 브릿지컨설팅 대표 (Brand Consulting Agency)
    - 숭실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2005~현재)
    - 고려대 경영대/경영대학원,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원, 외국어대학교 경영대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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