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철 박사의 마케팅 코칭

빨간옷의 웨이트리스, 팁 많이 받는다

127호 (2013년 4월 Issue 2)

 

 

 

편집자주

마케팅은 이론과 실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통찰력 분야를 연구해 온 신병철 스핑클그룹 대표가 마케팅, 소비자행동, 인지심리학 분야의 주요 연구 80편을 기초로 이론과 실무 간 단절 고리(broken linkage)를 찾아내 양자를 이어주는 마케팅 코칭을 시작합니다. 복잡하고 때론 이해하기 힘든 학문적 연구들을 실제 마케팅 상황에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기업이나 브랜드의 색상 중 가장 대표적인 색상은 파란색 또는 빨간색이다. 파란색은 논리, 지성, 차분함을, 빨간색은 열정, 도전, 매력, 감정을 상징한다고 한다. 진짜 그런가? 파란색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지만 빨간색에 관련한 연구는 많이 있다. 빨간색은 어떤 효과를 갖고 있을까? 이것을 기업 마케팅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매력적인 빨간색

 

필자가 대학에 들어가던 해에우먼 인 레드(The Woman in Red, 1984)’라는 영화가 나왔다. 영화 포스터에 있는 매력적인 여배우 켈리 르브락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침을 꼴딱 삼키던 기억이 난다. 메릴린 먼로 이후 이렇게 대놓고 하의실종을 보여준 포스터도 없었다. 더군다나 메릴린 먼로는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지만 켈리 르브락은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만 포스터에 눈길을 멈추곤 했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코미디계에서 우디 앨런과 쌍벽을 이뤘던 진 와일더가 감독 및 남자주인공을 맡았고 도톰한 입술이 매력적인 켈리 르브락이 출연했다. 더군다나 이 영화에서 그 이름도 유명한 스티비 원더가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라는 주제가를 불러 영화의 흥미를 더욱 높였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영화의 스토리나 완성도도 중요했겠지만 영화를 기억하게 만드는 힘은 포스터와 제목이었다고 생각한다.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는 그 모습만으로도 매우 도발적이다. 특히 남자들은 이 포스터와 제목에 끌릴 수밖에 없다. 남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반응하게 된다. 빨간색 안에는 어떤 마법이 숨어 있는가?

 

빨간색 옷을 입은 웨이트리스에게는 더 많은 팁을 준다

 

니콜라스 구겐(Nicolas Guéguen)과 셀린 제이콥(Céline Jacob)은 빨간색과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들을 진행했다.1 먼저 그들은 레스토랑에서 빨간색 옷을 입은 웨이트리스와 다른 색깔의 옷을 입은 웨이트리스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봤다.

 

구겐과 제이콥은 빨간색 옷을 입은 웨이트리스와 다른 색 옷을 입은 웨이트리스로 구분해 손님들에게 서빙하게 했다. 그러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남자 손님들은 빨간색 옷을 입은 웨이트리스에게는 더 많은 팁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것은 모두 똑같았고 오직 입고 있는 옷의 색깔만 바뀌었는데 남자들이 주는 팁의 금액이 달라진 것이다. 이런 효과는 비단 옷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빨간색 립스틱, 빨간색 셔츠, 혹은 머리띠, 핀 등의 장신구에서도 같은 효과를 나타냈다. 무언가 빨간색이 웨이트리스에게 있으면 남자 손님들은 더 많은 팁을 줬다.한편 여자 손님들은 다른 빨간색에는 반응하지 않았지만 웨이트리스가 빨간색으로 머리 장식을 한 경우 더 많은 팁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들은 뭐든지 빨간색만 보이면 팁을 더 주고, 여자들은 머리 장신구가 빨간색일 때만 팁을 더 줬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까? 그것은 빨간색으로 치장한 여성이 더 섹시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성들은 흑백사진 속의 여성이 빨간색 배경 앞에 있으면 더욱 멋진 여성으로 평가했고 흰색 배경 앞에 서있으면 덜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여성들이 빨간색 머리 장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수용할 수 있는 섹스어필의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여자 손님들은 웨이트리스의 머리 장식을 귀여움의 범주로 판단해 더 많은 팁을 줬다.

 

흥미로운 건 빨간색 치장을 한 여성을 다른 색으로 치장한 여성보다 훨씬 더 좋게 볼 때 오직 성적 매력도 측면에서의 평가만 높아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절성, 도덕성, 지성 등의 다른 측면에 대한 평가는 전혀 증가하지 않았고 오직 성적 매력도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빨간색 옷을 입으면 성적으로 더 자유로울 것이라고 평가하는 비율도 증가했다. 그러니까 레스토랑에서 여성에게 팁을 더 많이 주는 이유는 그녀들이 더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호의를 받아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기도 했다.남성들은 빨간색 옷을 입은 여성에게 더 많은 팁을 주면서 무의식적으로 교제를 위한 선물로 생각하는 성향이 있다. 결국 남성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나 부유함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리고 더 많은 호감을 유도하기 위해서 여성들보다 더 많은 팁을 줬던 것이다.

 

빨간색 옷과 관련된 또 다른 연구를 살펴보자. 애덤 파즈다(Adam Pazda)와 그 동료들은 간단한 실험을 통해 남자들이 왜 빨간색 옷을 입은 여성을 더 섹시하게 생각하는지를 연구했다.2 젊은 남성 96명에게 한 여성의 사진을 보여줬는데 다른 것은 모두 동일하되 드레스 색깔만 빨간색, 회색, 녹색, 파란색으로 바꾸어 제시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사진을 보면서 매력도와 로맨틱 지수를 측정하게 했다. 간단한 실험 결과 빨간색 옷을 입은 여성을 가장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로맨틱 지수도 매우 높게 나타났는데 이것은 남성이 여성에게 접근했을 때 보다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내는 수치다. 그만큼 빨간색 옷을 입은 여성을 더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접근했을 때 더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빨간색 옷을 입은 여성을 좋아하는 이유는 빨간색 자체가 성적인 매력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진화론적 관점으로 설명될 수 있다.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들의 암컷은 배란기에 가까워지면 혈류량이 증가해 피부의 주요 부위가 붉은색을 띠게 된다. 이렇게 붉어진 피부는 수컷들을 유혹하는 신호로 작용한다. 바로 이런 점이 빨간색이 매력적인 색으로 보이게 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즉 빨간색은 영장류에게 짝짓기를 유도하는 유혹의 색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관점에서 남녀 간의 사랑으로 표현되는 하트는 빨간색이고 여성의 립스틱도 빨간색이다. 빨간색 옷을 입은 여자라면 무조건 남성들의 주목을 끌기 마련이다. 주목받고 싶다면 빨간색 옷을 입으면 된다. 남성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고 싶은 여성이라면 빨간색 옷을, 그렇지 않은 여성이라면 다른 색상의 옷을 입어라.

 

 

빨간색, 인체 반응 속도를 높인다

 

빨간색이 반드시 유혹의 색으로서의 역할만 하는 건 아니다. 빨간색을 보면 힘이 증가하고 근육의 반응 속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에 따라 단거리 육상이나 높이뛰기, 역도처럼 순간적인 힘과 스피드가 요구되는 스포츠에 빨간색을 응용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앤드루 엘리엇(Andrew Elliot)은 빨간색을 접할 때 인체의 근육과 속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아보기로 하고 일련의 실험을 진행했다.3 엘리엇은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크게 두 그룹으로 구분했다.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빨간색으로 쓰인 숫자를 읽게 한 후 금속으로 된 잠금 장치를 주고 스스로의 힘으로 열도록 지시했다. 또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회색으로 된 글자를 읽고 잠금 장치를 열게 했다. 이후 두 번째 실험이 진행됐다. 46명의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구분한 뒤 한 그룹에게는 빨간색으로 된꽉 쥐다(Squeeze)’라는 단어를 보고 악력기를 쥐게 했다. 두 번째 그룹은 파란색으로 된 단어를, 세 번째 그룹은 회색으로 된 단어를 각각 보고 악력기를 쥐게 했다.

 

놀랍게도 첫 번째 실험과 두 번째 실험의 결과가 일치했다. 빨간색을 보고 난 그룹이 금속으로 된 잠금 장치를 더 빨리 열었으며 악력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빨간색을 접하게 되면위험하다는 개념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근육이 빠르게 반응한다. 흥분하거나 화가 나면 혈류의 흐름이 빨라져 얼굴이 붉어지고 순간적으로 힘이 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빨간색은 이성을 유혹하는 색이기도 하지만 순간적으로 힘과 스피드를 내게 만드는 색이기도 하다. 색상의 힘은 이렇게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태권도, 레슬링 등과 같은 격투 경기에서는 빨간색 옷을 입는 것이 승패에 유리하다고 한다. 이러한 효과에 대해 러셀 힐(Russell Hill)과 로버트 바튼(Robert Barton)은 빨간색이 진화적, 문화적으로 지배력, 공격성과 연합돼 있어 빨간색 옷을 입은 선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했다.4 또한 노버트 헤이지맨(Nobert Hagemann) 등은 빨간색이 심판의 지각 판단에 영향을 주어 빨간색 옷을 입은 선수에게 유리한 판결이 난다고 주장했다.5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빨간색이 심판에게 심리적인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동일한 성과를 다르게 평가하도록 만든다.

 

헤이지맨과 그의 동료들은 동일한 태권도 경기에 대한 심판의 채점이 선수가 빨간색 옷을 입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이러한 주장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이들은 42명의 심판을 실험 참가자로 모집했다. 참가자로 모집된 심판들은 평균 8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사람들이었다. 연구자들은 비슷한 태권도 실력을 가진 남자 선수 5명의 시합 동영상을 찾은 뒤 이들의 장비 색을 빨간색 혹은 파란색으로 조작했다. 그리고 실험 참자가인 태권도 심판을 대상으로 각 선수에 대해 채점을 하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빨간색 옷을 입은 선수가 파란색 옷을 입은 선수보다 일관되게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심판들은 자신들은 결코 유니폼 색상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빨간색이라는 심리버튼이 갖고 있는 힘을 살펴봤다. 빨간색은 여성을 더욱 섹시하게 보이게 하고 더 많은 팁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또 순간적인 파워를 증가시키고 심판들에게 더 유리한 이미지를 주기도 한다.

 

빨간색은 대체로 피와 관련돼 있다. 빨간색 피는 매우 강렬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피가 보이면 순간적으로 생각이 변화하게 된다. 선혈이 낭자하다, 피가 튄다, 핏발이 선다, 피가 거꾸로 솟구친다 등과 같이 피와 관련된 표현을 보면 우리의 심리도 순간적으로 변화한다. 책을 읽다가 이런 표현을 보게 되면 순간적으로 더 집중하게 된다.

 

일본의 국기는 오직 하얀색 바탕위에 빨간색 원 하나다. 기본적으로 피를 솟구치게 하는 에너지를 갖고 있다. 더군다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한 욱일승천기는 빨간색 원에서 에너지가 방사되는 모양을 하고 있다. 욱일승천기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 에너지가 변화함을 느낀다. 빨간색이 사방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이처럼 도발적인 국기는 없다. 그래서인지 황국 군복을 입은 일본 극우세력이 욱일승천기를 들고 소총을 메고 행진하는 모습은 매우 도발적으로 보인다.

 

반면에 이들을 바라보는 한국 사람이나 중국 사람들은 어떤 느낌일까?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인들에게서 받은 수탈과 착취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를 보는 한국 사람이나 중국 사람들은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거꾸로 피가 솟구치는 기분을 느낀다. 기본적으로 욱일승천기는 싸움을 유발한다. 이렇게 보면 욱일승천기는 나치의 문장보다 더 위험한 상징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케팅 코칭

 

색깔을 이용한 마케팅은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들은 저마다 고유한 브랜드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브랜드의 특성과 색상을 어떻게 매칭시키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빨간색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왜 그런가? 빨간색은 피와 생명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피를 보면 흥분한다. 싸움 중에 누군가 피가 나면 갑자기 싸움이 격해지기도 한다. 바로 이 점이 다양한 형태의 빨간색 효과를 유도한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이 빨간색 옷을 입으면 더욱 섹시해 보이고 머리에 빨간색 장신구를 하면 귀여운 느낌을 함께 얻게 된다. 물론 빨간색 립스틱의 효과는 더할 나위 없이 크다. 여성의 경우 필요한 순간에 빨간색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 젊은 여성들에게 더 효과가 크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흔이 넘은 여성들에게는 그 효과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또한 빨간색은 운동과 같이 순간적인 힘이 필요하거나 투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매우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짧은 순간 근육의 힘을 키우기도 하고 더 강력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이 색상을 활용한 마케팅을 고민하고 있다. 이때 가장 먼저 고민해 봐야 할 색상이 빨간색이다. 에너지와 열정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 빨간색을 활용해보라. 빨간색이 지닌 힘이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지도 모른다.

 

신병철 스핑클그룹 총괄 대표 bcshin03@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경영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및 박사(마케팅) 학위를 받았다. 저명 학술지인에 브랜드 시너지 전략과 관련한 논문을 싣고 브랜드와 통찰에 대한 연구 및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CJ그룹 마케팅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저서로 <통찰의 기술> <브랜드 인사이트> <통찰모형스핑클>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