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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마이너스 통찰력: 좋은 디자인은 명쾌하다

에린 조 | 126호 (2013년 4월 Issue 1)

 

 

현재 글로벌 산업디자인 트렌드의 속성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함(Design Simplicity)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디자인을 상품 차별화 요소로 강조해 성공한 회사들의 제품 디자인을 보면 과하지 않은 선과 형의 단순함이 살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Design Simplicity란 단순히 모양을 단순하게 하는 것(Simplification of Design)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을 통해 왜 심플한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 단순한 디자인의 장점은 무엇인지, 이를 매니저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1. Simplicity as a design principle

제품 디자인의 미적인 수준(aesthetic quality)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구성(composition)이다. 제품 디자인에서 좋은 구성이란 디자인적 문제를 풀어나감에 있어 불필요한 요소와 중요하지 않은 디테일을 제외해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 가장 근본적이고 단순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단순함을 강조하는 디자인의 원리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에 연결돼 있다. 미니멀리즘의 원리는 20세기 초,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일본 전통미술의 영향과 그동안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정교한 디자인이 기계로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form follows function(모양은 기능을 따른다)’이라는 기조로 시장에 퍼져나갔다. 특히 유럽 바우하우스(Bauhous) 디자인스쿨과 데 스틸(de Stijl)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며 1940년대 건축기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 1960년대 건축디자인에 큰 획을 긋는다. 루트비히 미스 반데어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에 의해 잘 알려진 ‘Less is More’라는 표현은 단순하고 기초적인 선과 형태로 시각적으로 아름다우면서 기능적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미학적 전략을 반영한다 하겠다. 이러한 사고는 미국 산업디자인에도 팽배해져 디터 램스(Dieter Rams) ‘Less but Better’와 벅민스터 풀러 (Buckminster Fuller) ‘Doing more with less’로 발전한다. 이들은 필요없는 장식을 미적, 성능적, 구조적 요소를 모두 줄여버리는 절대적인 적으로 강등시켰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대체제가 늘고 소비자의 힘이 커짐에 따라 브랜드의 중요성이 점차 확대됐다. 이에 따라 기업의 CI 및 브랜드의 시각적 표현과 차별화 요구가 커졌다. 미니멀리즘적인 디자인 원리는 먼저 상품의 로고디자인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디자이너는 레이몬드 로위(Raymond Loewy)를 들 수 있다. 그는 미국 Shell, BP, Greyhound, Coca-Cola 등 유수기업의 로고디자인을 했다. (그림 1) 특히 디자이너로서는 최초로 1949 <타임>지의 표지모델이 되는데 이는 미니멀리즘 산업디자이너로서 로위의 사회, 경제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림 2)

 

 

 

 

건축양식에 부응하는 인테리어 상품과 가구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미니멀리즘은 점점 소비자 상품의 디자인 원리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미니멀리즘은 1980∼90년대에 들어서 ‘Less is Boring’으로 시작한 포스트모더니즘과 자연을 중요시하는 자연주의 미술 기조의 반발로 그 영향이 주춤했으나 21세기 들어 산업디자인, 특히 가전제품에서는 다시 가장 중요한 디자인 원리가 되고 있다. 미니멀한 접근방법으로 현재 큰 명성을 얻고 있는 디자이너로는 Mario Bellini, Philippe Starck(그림3), Ross Lovegrove, Naoto Fukasawa 등이 있다. 하지만 단순한 디자인의 경쟁력을 가장 잘 보여준 예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애플의 제품 디자인이다. (그림4)

 

 

 

 

 

좋은 디자인 능력은 무엇을 넣는냐가 아니라 무엇을 빼느냐에 대한 통찰력이다. , 어느 시점에서 멈추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디자인 원리를 가장 단순하고 명료하게 표현한 것이 KISS인데 이는 Keep It Simple, Stupid!에서 나온 약어다. KISS 원리는 Lockheed U-2SR-71 Blackbird spy 등의 전투기로 유명한 Lockheed Skunk Works 비행기 제조사의 수석 엔지니어였던 캘리 존슨(Kelly Johnson)이 쓰기 시작해 널리 알려진 표현이다. 특히 전투 시 비행기에 기계 고장이 생겼을 때는 아주 쉽게 이를 복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대비하는 부분에서도 중요하게 고려됐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해결책이 가장 유용하고 효율적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KISS는 그후 엔지니어링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도 중요한 원칙이 되고 있다. 사실 KISS는 디자인이나 엔지니어링의 문제를 넘어 경영 전반에도 적용된다.

 

2. Why is simplicity important?

단순한 디자인이 절제된 감각자극으로 소비자에게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매력만 보여주려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단순함을 선호하는 심리를 설명할 때 사람이 사물의 전체와 부분을 어떻게 인지하는지를 설명하는 게스탈트(Gestalt) 이론이 종종 적용된다. 특히 게스탈트 이론 중 하나인 프레그난즈의 법칙(The law of Pragnanz 또는 the law of good figure)은 사람이 환경 속에서 물건을 인지할 때 가능한 가장 단순한 형태로 지각하려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인간의 뇌가 많은 것을 한꺼번에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실제 보통사람의 기억력(working memory)은 약 7개의 정보만을 동시에 약 18초 동안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사람의 뇌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패턴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뇌는 본능적으로 복잡한 형태를 단순화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복잡한 형태보다는 이미 단순화된 형태에 대해 더 좋게 반응하며 더 쉽게 처리하는 것이다(Wolf, Kluender, Levi, Bartoshuk, Herz, Klatzky, & Lederman, 2008). 이는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선택의 수가 늘어나면 의사결정의 질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e.g., Keller & Staelin, 1987; Lee & Lee 2004).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인지하는 데 있어서도 이런 경향이 명백히 존재한다.

 

상품에 좀 더 가까운 예를 들어 보겠다. 2002년 미국 전자제품협회(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에서 실시한 소비자 조사에 의하면 87%의 소비자가 전자제품을 고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를 사용 편의성(Ease of Use)이라고 답했다(Consumer Electronics, 2002). 단순함이 사용편의성과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소비자는 디자인이 단순한 제품을 쓰기 쉬운 제품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소비자가 단순한 것을 접근성이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접근성 (accessibility)이란 심리적으로 내가 쓸 수 있고 나의 사용 능력 범위 안에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을 말한다.

 

더욱이 단순한 제품은 제품이 가진 주요 요소들이 좀 더 빠르게 상호작용하며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사실 우리의 삶이 더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단순함이 주는 가치를 존중한다. 또한 단순한 상품은 사용 방법을 배우느라 쓰는 시간과 인지적 투자를 줄일 수 있으며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시장에서 고를 수 있는 대체재가 많아지고 기술의 발달로 새 상품과 프로토콜이 변하고 넘치는 현 시장 상황에서 아름다움과 기능, 구조의 단순함은 현대인이 갈구하는 인생의 요소와 부합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대상에게 보답하고 신뢰하려는 경향이 있다. 단순함이 주는 편안함과 질서, 접근성, 효율성의 모든 요소는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상품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을 도와준다.

 

 

 

 

많은 요소를 제품에 부여하면 초기 매력도는 올라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만족도는 떨어진다. Accenture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반품한 제품 중에서 약 5% 정도만이 상품의 파손이나 불량에 의한 것이고 나머지는 소비자가 상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Sherwood, 2008).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상품 사용법을 배우는 데 20분 이상의 시간을 쓰지 않으며 이 사이에 이해가 되지 않으면 포기하고 반품하는 경우가 많다(Lamb, 2006). 대부분의 소비자는 제품의 고유기능을 이해하고자 하는 경향이 크며 사용하는 기능만 항상 쓰므로 디자인과 기능의 단순함은 반품의 가능성을 많이 줄여 준다고 볼 수 있다.

 

또 디자인의 단순함은 상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소비자가 그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와도 관련이 있다. 실제 단순한 제품이 고장 나면 소비자는 그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으나 복잡한 제품일수록 문제의 원인을 제품과 결부시키곤 한다. 이는 상품 만족도와 바로 연결되는데 당연히 제품 잘못으로 규정하는 경우 그 상품의 구매 후 만족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디자인의 단순함은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현재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단순한 디자인은 재료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복잡한 디자인보다 재활용이 용이하다. 이런 트렌드는 꼭 상품디자인이 아니라 브랜드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예를 들어 요즘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제품 포장을 단순화시키고 있다. (그림 5) 이는 단순함으로 지속 가능성을 지향해 브랜드에 대한 친근감과 신뢰도를 높이고자 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 이런 전략으로 크게 성공을 한 브랜드가 무지(Muji)이고 스타벅스나 애플 등 미국 주요 브랜드들이 로고의 단순화로 이런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3. 매니저가 되새겨야 하는 Meaningful Simplicity:

실제 단순한 디자인과 기능을 가진 제품은 소비자가 이해하기도 쉽고 쓰기도 쉽다. 또한 단순한 제품은 생산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사후 서비스 요구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도 너무 극단으로 가면 원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너무 단순한 디자인은 경험이 단순해 소비자가 쉽게 실증을 낼 가능성이 있고 기능과 모양에 차별화가 힘들기 때문이다.

 

, 단순함의 반대 개념인 복잡함(complication)을 줄이는 것은 좋으나 단순함이 소비자 경험의 풍부함과 깊이(complexity), 또는 정교함까지 줄여 버리면 안 된다. 경험의 풍부함은 제품의 역량과도 연결이 돼 있는데 훌륭한 단순화는 인터페이스의 뒤에서 일어나는 복잡함을 감추거나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의미 있는 단순함(meaningful simplicity)’이라 한다. 이 점은 애플의 디자인 총괄 부사장 조너선 아이브의 표현에 잘 나타나 있다.

 

Simplicity isn’t just a visual style. It’s not just minimalism or the absence of clutter. It involves digging through the depth of complexity. To be truly simple, you have to go really deep.…You have to deeply understand the essence of a product in order to be able to get rid of the parts that are not essential.

-Jony Ive

 

의미 있는 단순함을 추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의미 있는 단순함은 단순히 모양과 선을 단순화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필요 없는 요소를 빼는 것이 그 기본이긴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제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경험(Core experience)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요소를 부각하면서 단순화하는 것이다.

 

실제 제품 디자인, 특히 제품 개발에 있어서는 새로운 제품에 새로운 속성을 더하며 신제품을 내놓는 것이 훨씬 더 쉬운 일이다. 많은 디자이너나 제품개발자들에게 소비자가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기술을 넣지 않는 것은 상당한 자제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것은 아무리 특정 디자인이나 기술이 완성되고 부가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해도 그것이 제품 전체가 전달하는 핵심 경험에 부합하지 않으면 버려야 하는 것이다. 매니저가 디자인의 질을 평가할 때 이 점을 항상 마음과 머릿속에 둬야 한다.

 

, 의미 있는 단순함은 기업의 매니저가 시장이 이 제품에서 원하는 핵심 경험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을 갖는 것에서 시작한다. 또한 단순함이란 경험의 깊이(complexity)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를 훌륭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뒤로 감추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림 7) 복잡함을 사용자로부터 멀리 있게끔 느끼게 해야 하지만 기능적으로는 깊이를 부여할 수 있도록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이 통일되고 조화를 이루게 해야 한다. 디자인적인 아름다움과 사용자의 경험이 제품의 핵심과 일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상품에 관련된 지식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며 이를 통해 어디에 깊이를 부여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좋은 예가 2008 Pure Digital Flip Video. (그림 8) 이 당시 비디오 기능이 점점 디지털 카메라와 핸드폰으로 융합되고 있었으나 성능이 비디오 기기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 제품은 소비자가 비디오 기기를 따로 들고 다니는 것이 조금은 부담되던 때에 자신의 일상과 발견을 공유하기를 원하는 욕구가 큰 젊은 층을 타깃으로 했다. 기존 소형 비디오 리코더와 비교해 사이즈가 약 40%가 더 작고 (높이 10 x 넓이 5), 무게가 3oz( 85g)밖에 되지 않지만 성능은 기존 카메라나 전화기의 비디오 기능보다 훨씬 훌륭했다. 사용자에게 보이는 것은 4개의 버튼과 렌즈밖에 없지만 이 네 개의 버튼이 사용자에게 주는 핵심경험의 폭은 기존 디지털 카메라와 비교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이 네 버튼을 통해 play, record, delete, zoom의 모든 기능을 직관적으로 사용하게 만들었으며 USB플러그를 내부에 장착, 언제 어디서나 Youtube, Myspace 등의 SNS에 거의 실시간 업로드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 소비자가 원하는 성능과 기능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이들이 원하는 핵심경험을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만든 것이다.

 

 

 

구글의 초기 화면 디자인도 이 원칙을 잘 보여주는 예다. 야후처럼 모든 것을 첫 화면에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검색창만 보이는 극도로 단순한 초기 화면 디자인은 인터넷이나 컴퓨터와 친숙하지 않은 사람도 겁내지 않고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단순한 초기 화면을 사용한다 해서 구글의 검색 기능이 야후나 기존 어느 검색 엔진보다 효용이나 깊이가 적은 것이 절대 아님을 우리는 익히 알 수 있다. 구글은 검색 엔진의 핵심 경험은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가장 쉽게, 빨리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을 일찍 간파했다. 그래서 입력하는 키워드에 따라 그 다음 보여지는 정보의 내용이 달라지게 만들었다.

 

특정한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은 디자이너의 영역이지만 이를 평가하고 이 과정(process)을 리드하고 이에 참여하는 것은 매니저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에 매니저도의미있는 디자인 단순화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디자인 단순화 과정에서는 ‘Progressive Disclosure’라는 원리가 중요하다. 점진적 노출, 또는 단계적 정보 공개라고 불리는 이 원리는 사용자가 한 번에 볼 수 있는 옵션의 수를 줄이고 어떤 초기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다음 보여지는 옵션의 내용과 수를 조절해 가는 것이다.

 

디자인 지식이 없는 매니저에게 이 원론을 통한 디자인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TV 리모트 콘트롤을 예로 들어 보겠다.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는 현재 가장 복잡한 디자인 중 하나가 TV 리모콘이다. (그림 9) 아이러니하게도 TV 자체의 디자인은 한없이 간결해지고 있는데 이를 조종하는 리모콘은 디자인의 향상이 별로 없는 듯하다. 이런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Progressive Disclosur 원리에 부합해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먼저 (1) 반복적 디자인 요소 제거 (2) 비슷한 기능 한데 모으기(grouping) (3) 한 디자인 요소로 할 수 있는 기능의 통합 (4) 직관적인 배열이다.이런 과정을 거쳐 현대적이며 인간적인 심미 요소를 가진 제품으로 새로 태어난 리모콘의 한 예가 <그림 10>이다.

 

 

 

 

<그림 10>은 다기기를 조정하는 리모콘(universal remote control) 디자인인데 이는 위에서 필자가 강조한 complexity를 디자인 simplicity로 가려 사용자의 경험의 폭은 증감시고 사용의 직관성을 추구하는 meaningful simplicity의 또 다른 예가 되기도 한다. <그림10>에서 보여주듯이 이 리모콘 하나로 여러 가지 TV뿐 아니라 오디오, 비디오까지 조작하는데 각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보여지는 디자인은 심미적으로 아름답고 단순한 단추 몇 개밖에는 없다. 가운데 큰 버튼은 유저로 하여금 다른 기기를 조정할 수 있는 모드로 전환시키고 한 모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중요한 버튼을 쉽게 나열해 놓았다. 이렇게 기능을 모으고 통합 배치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의 사용패턴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사용패턴의 이해와 디자인의 단순함을 통해 (1) 사용자의 경험은 더욱 더 풍부해지며 (2) 기능이 효율적이고 (3) 사용이 직관적이며 (4) 기능의 유용함이 더 늘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림 9>의 경우는 이런 원론과 함께 기존 제품처럼 답답한 색상과 재질의 플라스틱을 만지는 느낌이 아니라 투명한 재질감이 사용자의 손을 투영해 따뜻함과 감정을 증진시키는 효과도 있다.

 

 

 

 

 

 

디자인의 단순함, 특히 미니멀리즘적인 접근방식에서 조심해야 할 점은 자칫 인간 감정을 딱딱하고 차갑게 만들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전반적으로 장식적이고 곡선적인 빅토리안 타입의 디자인은 사람에게 여유 있고 편안하며 아늑한 느낌을 주는 반면 단순한 선과 형의 모던디자인은 공식적이며 차갑고 구조적인 느낌을 준다. 하지만 제품디자인이 사용자로 하여금 쓰기 불편하다는 인식을 주기 시작하면 매일 사용해야 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그 제품은 말 그대로 장식품이 된다. 그러므로 디자인에 있어서 의미 있는 단순함은 반드시 인간의 감성요소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자칫 차가울 수 있는 단순함을 친근함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경영전략 전반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애플사의 “I am a PC / I am a Mac”이라는 광고 캠페인이다. (그림 11) 애플은 디자인이 인간의 감정을 편안하고 부드럽게 해줘야 한다는 점을 일찍 간파하고 이를 제품 디자인 개발뿐아니라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하 마케팅의 원리로도 십분 활용했다.이 광고에서도 보여지듯이 화면에 나오는 것은 아무 장식이 없는 하얀색 배경에 PC Mac을 대표하는 사람뿐이다. 아무런 불필요한 요소가 없는 광고 디자인은 시청자로 하여금 광고 메시지에 집중하는 것을 도와주는데 주요 메시지는 애플은 친근한 휴먼프로덕트(Human product)라는 것이다. 이처럼 성공적 제품 디자인 전략은 상품 특성과 철학, 방향, core value에 맞는 기업 전략이 전천후로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매니저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부분은 이런 모든 점은 제품 개념(concept)을 정하고 개발하는 시점에서 최적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디자인적이며 마케팅적인 통찰, 소비자에 대한 이해, 효율적 유저 인터페이스를 만들 수 있는 기술구축, 소통 디자인에 대한 더 많은 노력과 시간 배분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책상 앞에서의 브레인 스토밍만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매니저는 디자인 연구 방법(design research methods), 즉 적극적인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과 소비자들이 제품을 실제로 쓰는 모습을 관찰하는 연구(product-in-use research)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1)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이란 미리 시험 삼아 모형을 제작해보는 것을 말한다. 프로토타이핑은 대략적인 아이디어를 관념적이 아닌 시각적이고 경험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한다. 프로토타이핑은 절대 완전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문제점과 개량할 부분이 있는 프로토타이핑이 제품 사용과 디자인적 문제를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디자인 인터페이스와 이를 최적으로 구축하는 방식을 고민할 때는 기술팀, 디자인팀, 시장조사팀, 매니저가 유기적으로 소통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이런 결정에 많은 도움을 주는것이 프로토타이핑이다.

 

(2) Product-in-use research는 사용자가 프로토타이핑이 된 제품을 직접 써보는 것을 관찰(observe)하며 상품을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실제 유저의 경험을 관찰해 제품 사용 시 어디서 현실적 문제가 발생하는지, 어떤 부분이 좀 더 기능화되거나 단순화돼야 하는지를 실증적으로 검증해 반영할 수 있다.

 

매니저들이 책상을 박차고 나가 상품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때 성공적인의미 있는 단순함이 완성된다 하겠다.

 

 

References

Byung-Kwan Lee, and Wei-Na Lee, 2004, The effect of information overload on consumer choice quality in an on-line environment, Psychology & Marketing, 21 (3), 159-183.

Consumer Electronics Shopping Issues, 2002, August 1,

http://www.marketresearch.com/Consumer-Electronics-Association-v2340/Consumer-electronics-Shopping-Issues-II-844854/

Gregory M. Lamb, May 15, 2006, A fast rate of return http://www.csmonitor.com/ 2006/0515/p13s02-stct.html

James Sherwood, June 3rd, 2008, Most ‘malfunctioning’ gadgets work just fine, report claims: Lazy consumers blamed for most product returns,

http://www.theregister.co.uk/2008/06/03/accenture_gadget_study/

Kevin Lane Keller and Richard Staelin, 1987, Effects of Quality and Quantity of Information on Decision Effectiveness,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14 (2), 200-213

Wolfe, Jeremy M., Kluender, Keith R., Levi, Dennis M., Bartoshuk, Linda M., Herz, Rachel S., Klatzky, Roberta L., and Lederman, Susan J. (2008). “Gestalt Grouping Principles”. Sensation and Perception (2nd ed.). Sinauer Associates.

 

 

에린 조 파슨스 전략디자인경영학 교수 choje@newschool.edu

에린 조(Erin Cho) 교수는 전략 디자인 경영과 브랜딩, 기업 혁신을 연구한다. 서울대 의류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위스콘신대 메디슨 캠퍼스에서 글로벌 공급망관리(global supply chain management)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워싱턴주립대, 컬럼비아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세계 최고의 디자인 교육기관으로 꼽히는 뉴욕 파슨스에서 테뉴어를 받고 전략 디자인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9년 파슨스 최고교수상(University’s Distinguished Teaching Award)을 수상했으며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한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2013년은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초빙 교수로 재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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