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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스타트업 정육각-왓챠-발란 연쇄 추락

조인후,정리=배미정 | 431호 (2025년 12월 Issue 2)
매력적 성장 서사 뒤엔 구조적 적자
익성 개선은 없이 투자 의존 패착
Article at a Glance

2025년 스타트업 발란, 정육각, 왓챠가 줄지어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충격을 줬다. 이들 기업은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덩치가 커질수록 손실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정육각은 고비용 구조, 왓챠는 IP 경쟁력 부재, 발란은 거품 성장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들의 실패는 성장 지표와 서사에만 집중하고 경제학의 기본 원리와 수익성 검증에 소홀한 채 투자에 의존해 온 한국 스타트업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세 기업의 실패가 주는 교훈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생존은 현금흐름과 이익 창출이라는 ‘비즈니스의 본질’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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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여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연이은 충격파가 몰아쳤다. 3월 발란을 시작으로 7월 정육각, 8월 왓챠에 이르기까지, 한때 ‘예비 유니콘’으로 불리며 수백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던 기업들이 불과 몇 달 사이에 줄지어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들 모두 외형적인 ‘스케일 업(Scale-up)’에는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덩치가 커질수록 손실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가 가속 페달만 밟으며 질주하다 결국 추락해 버린 형국이었다. 이들의 몰락은 단순한 경기 침체나 불운의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구조적 결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예고된 참사’에 가깝다. 2025년 스타트업 생태계에 경종을 울린 정육각, 왓챠, 발란의 사례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이들의 성장과 좌절이 남긴 시사점을 냉정하게 짚어보자.


1. 정육각: 스토리텔링은 완벽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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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 후 24시간 내 배송.’ 이 직관적인 콘셉트는 많은 투자자의 관심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제주 돼지고기의 맛에 감동한 카이스트 출신 수학 영재가 미국 유학을 포기하고 창업했다는 스토리는 브랜드에 진정성을 더했다. 포브스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선정, 중소벤처기업부 예비 유니콘 선정에 이어 2022년에는 창업 6년 차 스타트업이 24년 차 대기업 계열사인 초록마을을 900억 원에 인수하며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찬사까지 받았다. 하지만 매력적인 성장 스토리의 이면에서 수익성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었다. 2021년 기준 제품 매출 원가율은 114%에 달했다. 말 그대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매출이 늘수록 적자폭도 함께 커지면서 창업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첫째, 타깃 시장을 지나치게 좁혔다. 2025년 10월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물 소비트렌드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돼지고기의 온라인 구매 비율은 11.6%에 불과하다. 여전히 슈퍼마켓(34.9%), 정육점(17.1%), 대형마트(16%) 등 오프라인 매장이 지배하는 시장이다. 정육각은 이 10% 남짓한 온라인 시장에서 냉장육으로, 그중에서도 10~15%에 불과한 삼겹살과 목살이라는 특정 부위로 타깃을 좁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초신선 프리미엄이라는 더 좁은 세그먼트를 만들었다. 시장을 쪼개고 또 쪼개어 들어간 그곳은 경쟁자가 없는 ‘블루오션’이 아니라 아무도 진입할 이유가 없었던 ‘불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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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인후jimmycho1@live.com

    작가

    조인후 작가는 기업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해 대중과 공유하는 비즈니스 스토리텔링 작가다. 브랜드 전략, 스타트업 생태계, 마케팅 혁신, 벤처캐피털을 주제로 글을 쓰며 14년간 네슬레, 중고나라, 매일유업 등에서 축적한 현장 인사이트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현재 스위트바이오 전략마케팅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며 『넥스트 커머스』 『1% 가능성에 투자하는 사람들』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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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리=배미정

    정리=배미정soya1116@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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