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샤오미, 로보락, DJI 등 중국 가전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한때 ‘고장 나면 버리는 저가 제품’으로 취급되던 중국산 가전이 이제는 완전히 다른 얼굴로 돌아왔다. 특히 로봇청소기 등 일부 카테고리에서는 이미 중국 브랜드가 프리미엄 포지션을 차지하며 경쟁 구도를 재편하고 있다. 이들의 약진 뒤에는 글로벌 브랜드의 OEM 생산을 통해 축적된 제조 역량, 센서·배터리·모터·AI 기술을 민첩하게 결합하는 혁신 체계,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C커머스를 활용한 공격적인 해외 직판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 특유의 높은 기준을 충족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제품보다 비싸더라도 직구를 감수하고 번거로운 초기 세팅을 기꺼이 감수할 정도로 성능과 사용자 경험이 인정받고 있다. 그 결과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빠르게 무너지면서 국내 가전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2025년은 한국 전자 산업 역사상 ‘가장 낯선 경쟁’이 시작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양강 구도가 지배하던 안방 시장에 중국 브랜드들이 주연급 플레이어로 등판했기 때문이다.
변화의 파고는 거셌다. 지난 1월 샤오미가 한국 지사를 공식 출범하며 유통 대리인을 거치지 않는 직진출 전략을 가동했다. 이미 로봇청소기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된 로보락은 공격적인 오프라인 확장을 통해 브랜드 팬덤을 구축했고 하반기에는 BYD 등 전기차 진영까지 가세하며 하드웨어 생태계 전반으로 전선을 넓혔다. 2024년이 알리·테무 등 ‘C-커머스’의 가격 공세가 시작된 해였다면 2025년은 중국의 ‘프로덕트(Product)’ 자체가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를 통과한 해였다.
이러한 공세의 이면에는 중국 기업들의 생존 본능과 질적 진화가 공존한다. 내수 시장의 극심한 과열을 피해 해외로 눈을 돌린 이들 중국 가전 기업은 더 이상 ‘카피캣’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질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로봇청소기, 드론 등 신가전 영역에서 중국 기업은 이미 글로벌 스탠더드를 정의하는 기술 리더십을 확보했다. 가격경쟁력 위에 압도적인 품질과 사용자 경험을 얹어 까다롭기로 소문난 한국 소비자마저 설득해 낸 것이다.
‘중국산은 쓰기 찜찜하다’는 심리적 장벽은 어떻게 무너졌는가. 그리고 그들은 어떻게 기술적 우위를 점했는가. 2025년의 끝자락에서 중국 가전의 부상이 한국 시장에 던지는 충격과 그 성공 방정식을 해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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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섭peterks@kotra.or.kr
KOTRA 중국 우한무역관장
윤기섭 관장은 한양대에서 중어중문학과 아태지역통상학을 전공하고 미국 럿거스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KOTRA에서는 중국의 수도이자 IT 기업의 요람인 베이징과 알리바바와 딥시크의 고향 항저우를 거쳐 자율주행 대표 도시 우한에서 근무하고 있다. 다년간의 중국 근무를 바탕으로 한양대와 방송대에서 학생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