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11월19일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12’에서는 ‘마케팅 3.0’과 관련한 마케팅 캠페인을 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사례가 발표됐다. 조원홍 현대자동차 마케팅 총괄 전무(CMO)는 공감과 공유를 큰 축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건드리는 ‘커뮤니티 밀착형 마케팅’ 사례를, 지동현 KB국민카드 부사장(CFO)은 고객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나가는 ‘공동 창조’ 사례를 발표했다. 최규복 유한킴벌리 사장은 지난 40년간 시대 변화에 맞춰 발전시켜온 ‘진정성’ 경영 사례를 소개했다. 포럼에서 발표된 기업 사례들을 요약, 정리한다.
현대자동차의 Communitization
마케팅 3.0 관점에서 현대자동차(현대차)가 어떤 마케팅을 하고 있는지 소개하겠다. 현대차는 지난 30년간 굉장히 이성적인 마케팅을 해왔고 여전히 이성적인 마케팅에 의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감성적인 마케팅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급격히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이고 신기술을 채택하는 마케팅을 했지만 이 역시 이성적 마케팅이 갖고 있는 한계를 벗어나긴 어려웠다. 자동차 회사들의 기술수준이 비슷해지면서 이제 더 이상 차의 기능이 아닌 브랜드가 전달하는 감성적 이미지가 중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현대차는 2011년 기준 406만 대를 판매해서 전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국내 판매 65만 대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약 440만 대를 판매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5위라는 성과는 이성적 마케팅의 기반이 돼왔던 품질경영, 글로벌경영의 성공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 관점에서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품질경영과 글로벌경영이라는 두 가지 방향성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비전이 ‘사랑받는 기업(Most beloved brand)’이다. 앞으로는 더욱 많은 사람이 타는 차를 만드는 회사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브랜드를 가진 회사가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브랜드 경영이 품질경영과 글로벌경영에 이어서 중요한 3대 경영으로 자리잡게 됐다. 이 브랜드 경영은 현대차가 가지고 있는 비전으로부터 출발한다. 현대차의 비전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동행’이다. 비전 속에는 고객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갖고 대한민국 대표기업 중 하나로 국내외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는 도전정신, 인류애가 들어 있다.
브랜드 경영의 시작은 어떤 브랜드 정체성을 갖느냐로부터 출발하는데 현대차는 ‘모던 프리미엄(Modern Premium)’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았다. 모던 프리미엄이란 고성능의 차를 만들고 고가의 부품을 채택해서 비싼 차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현대차만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고객들이 지금까지 기대하지 않았던 기대, 경험, 가치들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모던 프리미엄이다. 모던 프리미엄은 복잡한 것이 아니라 간결한 것을 고객들에게 전달하자는 것이고 남들이 먼저 했던 것을 베끼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창의성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우리만이 아닌 우리 고객과 사회에 대한 배려를 담고자 했다.
조원홍 현대자동차 마케팅 총괄 전무
모던 프리미엄은 마케팅 3.0이 아니면 절대로 실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현대차의 모던프리미엄은 3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고객과 공유하고 고객과 감정을 함께 느끼자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일방적 전달이 아닌 고객과 소통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고객이 직접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모던 프리미엄을 구현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한 세 가지 사례를 소개하겠다.
①Live Brilliant Campaign(감성의 공유 및 공감)
모던 프리미엄을 고객에게 어떻게 전달할까 오랫동안 고민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런 질문을 해봤다. ‘고객은 모던 프리미엄을 통해 어떤 가치를 느낄 수 있는가?’ 그 답을 얻기 위해서 자동차에 대한 정의를 다시 세웠다. 자동차는 이제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니라 삶의 중요한 공간이라는 점이다. 집이 첫 번째 공간이고 직장이나 학교가 두 번째 공간이라면 세 번째 공간은 자동차다. 사람들은 살면서 많은 아름다운 순간들을 경험한다. 그 경험을 현대차와 함께하면서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 캠페인의 목적이다. 그 생각 아래 Live Brilliant라는 커뮤니케이션 콘셉트를 개발했고 전 세계에서
1년간 동일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올해 진행한 세부 캠페인은 ‘Brilliant Talk’였다. 인생에서의 아름다운 순간들, 특히 자동차와 함께하면서 느꼈던 아름다운 순간들을 SNS상에서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현재는 ‘Brilliant Way’라는 2차 캠페인을 진행 중인데 차와 함께하는 본인의 감정을 담아 작은 영화를 만드는 캠페인으로 고객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②New Brand Complex(새로운 커뮤니티 공간 창출)
차가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닌 제3의 삶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은 자동차 매장 하면 단순히 자동차를 판매하는 공간, 관련 서비스를 받는 공간으로 이해하고 경험해왔다. 물론 아주 기본적인 기능인 판매와 서비스 기능을 여전히 담당해야 하지만 여기에 더 나은 변화를 주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예를 들어 꽃집, 갤러리, 커피숍과의 제휴 등으로 단순히 자동차를 파는 곳이 아닌 삶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를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현대차가 지향하는 브랜드를 경험하면서 더 나아가 커뮤니티에 속한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의미의 교육과 문화적 체험을 하게 하는 복합적 공간을 만들려고 계획 중이다. 이런 공간들은 단순히 회사의 이익을 위한 판매공간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설로 자리잡을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지역주민들이 이곳을 방문해 그 공간에서 서로 부딪히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다.
③Kid’s Website(새로운 세대와의 소통)
기존 고객뿐만이 아니라 미래의 고객들에게 자동차와 관련해서 어떤 경험을 줄 수 있을지, 혹은 자동차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Mobility에 맞는 경험을 어떻게 만들어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작업으로 젊은 세대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가상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자동차는 아마 인류 발명품 중 가장 유용하고 중요한 것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중요한 발명품에 대해 미래 세대들이 손쉽게 이해하고, 경험하고, 그것을 통해서 현대차를 어렸을 때부터 접하면서 즐겁고 편안하게 느끼게 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가칭 ‘부릉랜드’라고 하는 디지털 공간(가상 공간)을 구축 중이다. 이 공간 속에서 어린이들은 환경과 교통안전에 대해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다. 폭넓은 참여를 위해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추가했다.
지금까지 마케팅 3.0 관점에서 하고 있는 세 가지 활동을 설명했다. 자동차산업이 아직도 이성적 마케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감성마케팅이 향후 미래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그 관점에서 현대차의 마케팅 3.0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좀 더 요약하면 제품 측면에서의 마케팅이 아니라 인생, 감성, 스토리에 근거한 마케팅을 하고자 한다. 타깃은 우리 차를 사고자 하는 잠재적 고객뿐 아니라 이들을 포함한 커뮤니티(지역 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더 넓은 범위다. 네트워크 관점에서는 과거엔 우리 기업과 고객만을 연결시키는 네트워크를 했다면 이제는 거기에 또 다른 많은 구성원들을 참여시키는 열린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채널 또한 통합적 마케팅 차원에서 디지털,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난 수년 동안 현대차는 월드컵, 유로 등 대규모 스포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해왔다. 앞으로는 큰 목소리(Big Voice)를 내는 마케팅뿐 아니라 고객 및 지역사회와 함께 참여해서 제품 디자인도 같이하고 마케팅 콘셉트도 같이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현대차가 지향하는 브랜드 정체성을 이해시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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