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el Discussion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현태(서울시립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12’ 기조연설 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충성 고객을 확보하려면 기업 활동 전 영역에 고객을 참여하게 해야 한다”며 “기업은 고객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어떤 과정을 통해 구매가 진행되는지 그 여정을 꼼꼼히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과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국가별로 기능을 달리할 필요가 없는 아이폰처럼 제품을 표준화해도 괜찮은 업종이 있는가 하면 캠벨 수프처럼 국가나 지역적으로 선호도가 다를 수 있는 업종도 있다”며 “이런 차이점은 본사에서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지역 매니저가 특성을 파악해 지역별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패널토론에는 코틀러 교수와 유창조 한국마케팅협회장(동국대 교수), 이유재 서울대 교수, 이성용 베인&컴퍼니 총괄대표, 문종훈 SK마케팅&컴퍼니 대표가 참석했다. 토론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유창조 회장: 코틀러 교수의 명성에 걸맞게 국내 최고 학자들과 CEO들을 초청해 이번 포럼을 기획했다. 이번 행사의 목적은 마켓3.0 전략과 미래 성장 전략을 심도 있게 다루는 데 있다. 바로 질문으로 들어가겠다. 먼저 이유재 교수님께서 질문하시겠다.
이유재 교수: <마켓 3.0> 책에 나오는 키워드부터 질문하겠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충성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커스터머 오너(Customer Owner) 창출이 불가피한데 이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커스터머 오너를 창출하는 데 가장 어려운 도전은 무엇인가? 그리고 커스터머 오너를 창출한 성공 사례나 경험을 공유해 달라.
필립 코틀러 교수: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기업이 제품을 개발했다고 해서 거기서 끝이 아니다. 커스터머 오너를 확보한 기업에는 어떤 곳이 있고, 어떤 이유 때문에 성공했는지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말씀드리겠다. 기업은 상품 이상의 것을 개발해야 한다. 고객을 끌어들여야 한다. 고객 삶에 끼어들고 고객을 제조 과정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
할리데이비슨 예를 들겠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사는 것과 야마하나 BMW 오토바이를 사는 것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사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 완전히 새로운 친구들, 완전히 새로운 활동을 만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할리데이비슨 고객은 단순히 오토바이를 사는 것이 아니다. 커뮤니티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여러 가지를 공유할 수 있다. 수염을 기른다든지, 가죽 재킷을 입는다든지.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함께 선행을 하기도 한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애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다. 애플은 한마디로 갖고 싶은 아이템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가졌어도 아이튠즈, 맥을 더 가져야 한다. 하나씩 갖다보면 전체적인 하나의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이 안에 갇힌 소비자는 꼼짝 못한다. 다른 브랜드로 이동할 수가 없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기업은 몇 개 안 된다.
캐터필러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 캐터필러 기계를 하나 사면 기계를 움직일 수 있도록 다른 장비를 사야 한다. 하나를 사면 수많은 기계들을 다 사야 한다. 시스템을 구성하고 그것을 하나씩 맞춰가는 방식이다.
레고도 좋은 예다. 레고에는 이런 말이 있다. 고객의 여정을 지켜보라. 이는 고객이 어떻게 구매 활동을 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라는 의미다. 자동차를 구입한다고 해보자. 소비자는 자동차 모델 중 여러 가지를 놓고 비교하고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고 인터넷 검색도 할 것이다. 이런 과정 중에 접점(touchpoint)이 있다. 접점이 가장 많이 만나는 곳(high touch)에서 고객과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그래야 여러분의 브랜드로 고객을 끌어들여 구입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일거수일투족을 고객과 함께하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아마존을 보자. 아마존을 보면 끊임없이 더 많은 것들을 준다. 책을 사려고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내가 어디서 책을 사는지, 내가 필요로 하는 책이 무엇인지를 바로 알려준다. 책을 사려고 접속했는데 보니까 전자제품도 팔고 옷도 판다. 친구가 내 이름을 올리고 ‘이 책을 갖고 싶어’라고 게재해두면 친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정확하게 선물할 수도 있다.
유창조: 자발적 몰입이라는 용어가 있다. 커스터머 오너를 유도하는 방식이 바로 그런 것 같다. 두 번째 질문은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에 대한 것이다. 일종의 코크리에이션(co creation)이라고 볼 수 있는데 코크리에이션을 중간 단계라고 하면 크라우드 소싱은 매스 마케팅과 함께 극단적인 오른쪽에 있는 것 같다.
문종훈 대표: 대부분의 이노베이션은 실패한다고 말씀하셨다. 크라우드 소싱에도 해당되는 것 같다.
<이코노미스트>에서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크라우드 소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아티클을 실은 적이 있다. 하지만 현대 마케팅에서 대중이 참여하고 협력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간과할 수 없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이노베이션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인은 무엇인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은 무엇인가?
코틀러: 항상 좋고 나쁜 양면을 다 살펴봐야 한다. 크라우드 소싱은 아이디어 자체만으로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스크를 간과하기 쉬운데 고려해야 할 리스크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프로젝트를 시행했는데 참가자 숫자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 예컨대 공모전을 열었을 때 5000명이 참가할 줄 알았는데 수백 명만 참여했다고 하자. 그러면 이 프로젝트를 계속해야 하나? 아니면 끝내야 하나? 그만둔다면 회사 이름에 먹칠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전에 이 프로젝트가 과연 대중의 흥미를 끌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지 봐야 한다. 둘째, 최고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의 문제다. 응모한 아이디어들을 걸러내는 과정이 작동하겠지만 버리는 것이 많을 것이다. 최종 후보로 10개 아이디어가 남았다고 하자. 뽑힌 10개 가운데 한 개만 골라야 하는데 이때 또 대중이 선택하도록 한다면 이중 크라우드 소싱이 된다. 결국 한 명의 우승자가 결정되는데 나머지 9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상위 10명 안에 들어서 성공 확률이 보였는데 최종 선정이 안 됐다면 “내 아이디어가 더 좋았는데 왜 안 뽑혔을까, 이 회사 별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긴다. “다시는 이 회사 제품을 구입하지 말아야지”라며 실망하는 참가자가 많을 것이다.
사실 크라우드 소싱과 관련된 경험이 부족해서 케이스 문헌도 많지 않으므로 잘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2∼3년 내 어떤 방식이 좋을지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코크리에이션과는 좀 다르다. 코크리에이션은 고객과 좀 더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회사가 고객에게 가서 의견을 구하는 것이다. 회사 기밀이기 때문에 참여시키지 않거나 발설하지 않기로 약속해서 개입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성용 대표: M&A는 기업의 성장 관점에서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본시장이 커지면서 더 부추겨지는 것 같다. 사모펀드나 공모펀드를 통해 자금을 마련해서 인수합병에 성공한 기업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질문은 성공 확률에 대한 것이다. 저서에서 M&A의 성공 확률이 낮다고 했는데 어떻게 하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특히 아시아 또는 한국 기업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코틀러: 나는 M&A보다는 유기적 성장을 선호한다. 유기적 성장은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새로운 스킬이 필요한데 이때 경쟁사가 가지고 있는 스킬을 사버리는 것이 M&A다.
같은 국가 내에서 M&A 하는 것과 국경을 가로질러 외국 회사를 M&A 하는 것은 다르다. 구분해야 한다. 한국 회사끼리는 문화와 언어가 같지만 외국 회사는 그렇지 않다. 삼성이 월풀을 인수한다고 가정해보자. 월풀 직원들이 어느 날 갑자기 한국 회사를 위해 일하게 됐다. 이들이 어떤 감정을 가질까? 만약 별다른 변화 없이 M&A 했다면 인수할 이유가 없다. M&A 후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핵심 직원들, 중책에 있는 사람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으므로 사기가 저하된다. 법적 소송이 걸릴 수도 있다. 반독점법에 어긋나면 안 된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마이클 포터 교수가 30년 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인수된 회사의 30%는 재앙이다. 피인수회사 직원들은 인수회사가 잘 모르고 인수한 것 같다. 사전 지식이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M&A 후 핵심 인재가 떠나버리는 문제도 있다. PwC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패 확률이 82%나 된다.
M&A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M&A에 실패하면 그런 경험이 쌓이고 연습이 되면서 배울 수 있다. HP 같은 회사는 상당히 많은 회사를 인수해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제품에 취약점이 있는지 파악하고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닌 회사를 인수하거나 없는 스킬을 가져올 수 있는 경우 M&A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지만 한국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M&A를 하라고는 못하겠다. 특히 유기적 성장이 아닌 M&A는 하지 말기 바란다.
유창조: M&A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원래는 마케팅 영역이 아니었지만 고객의 가치 창조라는 점에서 보면 마케팅 담당자들의 관리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 담당자들의 관리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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