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지난 DBR 112호에 실린 ‘민첩+벤치마킹+융합+전념=K-Strategy’를 통해 한국 발전의 비밀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했고 114호에서 K-Strategy의 첫 번째 전략인 민첩성(Agility), 그리고 117호에서는 K-Strategy의 두 번째 전략인 벤치마킹(benchmarking)에 대해서 살펴봤다. 이번 호에서는 그 세 번째 전략인 융합(convergence)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Psy(싸이)와 K팝 아이돌 그룹들의 경쟁력
한국의 ‘B급 가수’라고 자칭하던 Psy(싸이) 열풍이 대단하다.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서방 국가의 음악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빌보드 차트에서는 7주 동안 2위를 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여러 인지도 높은 쇼에도 출연했고 심지어 미국의 유명 여가수 마돈나의 공연에 초청가수로 등장해 마돈나와 함께 춤을 추며 팬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권위 있는 대중음악상,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erican Music Award)에도 초청받아 미국의 전설적인 랩퍼 MC해머와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렇다면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의 경쟁력은 과연 무엇일까? 많은 해외 언론들은 따라 하기 쉬운 재미있는 말춤을 주된 이유로 들고 있다. 실제로 세계 네티즌들이 동영상을 올려 놓는 유투브에서는 미국의 육사, 해사, 공군 사관생도들을 포함한 많은 팬들이 싸이의 춤을 패러디했다. 날씬하다라고 하기엔 좀 어려운 싸이는 비슷한 몸매를 가진 다른 가수들과 달리 몸에 달라붙고 반짝이는 턱시도 복장을 하고 미국의 유명 여가수인 레이디 가가(Lady Gaga)나 비욘세(Beyonce)의 춤을 흉내내기도 해 매우 재미있는 캐릭터로 알려져 있다고이 보도했다.
춤이나 복장 이외에 노래에서도 특이점을 찾을 수 있다. 2012년 10월11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인터뷰에서 싸이는 영국의 밴드 퀸(Queen)의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의 작곡과 쇼맨십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그는 본 조비(Bon Jovi), 에어로스미스(Aerosmith) 및 건즈 앤 로지즈(Guns N’ Roses)의 마니아며 Einem, Tupac, Notorious B.I.G., Dr. Dre, Snoop Dogg과 같은 힙합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싸이는 자신의 음악에 대해서 “이 모든 것들의 혼합으로 록 같은 댄스, 또는 댄스 같은 록을 하고 있다(It’s a mixture right now, I’m doing rockable dance, or danceable rock)”고 설명했다. 이렇듯 싸이의 경쟁력은 여러 가지를 섞어 이들의 시너지를 창출한 융합이라고 할 수 있다.
싸이뿐 아니라 다른 K팝의 아이돌 그룹들의 인기비결도 바로 이러한 혼합에서 비롯된다. 2012년 3월4일에 <뉴욕타임스>에 실린 ‘Bringing K-pop to the West’라는 글에서 기자는 K팝은 합성 음악, 비디오 아트, 화려한 복장, 그리고 아름다운 순수함에 성적 관능미를 섞은 융합(fusion)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티아라, 원더걸스, 슈퍼주니어와 같은 아이돌 그룹의 노래 가사는 국어와 영어를 혼합한 반복적인 후렴구를 사용했으며 여기에 맞는 안무까지 함께 맞추어 어린이, 학생, 군인 할 것 없이 머리에 중독성 있게 각인돼 쉽게 따라 할 수 있다고 표현했다.
특히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에서 불법음반이 난무해 연예기획사들이 가수나 아이돌 그룹이 새로운 앨범을 발매할 때 수익을 위해서 음반 자체의 판매보다는 국내외 공연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에 따라 유투브,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이 인터넷을 활용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됐는데 이러한 혼합 마케팅 전략은 매우 효과가 있었다고 <뉴욕타임즈>는 밝혔다. 즉, 아이돌 그룹들은 노래, 안무, 복장 등의 경쟁력 있는 각 분야와 여러 매체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까지 여러 측면에서 비빔밥과 같은 융합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다.
국가발전과 기업성장도 혼합 전략
K팝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가경제발전을 이해하는 데 있어도 이러한 비빔밥과 같은 혼합 전략이 핵심이다. 많은 학자들이 한국 경제의 발전에 대해 논하고 있는데 이들 중 Amsden을 비롯한 학자들은 한국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에 의한 반시장경제 정책에 의해서 한국의 경제발전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1993년에 발간한 World Bank 보고서와 Krueger는 친시장경제 정책이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했다고 논했다.
이렇게 상반된 논의가 발생하는 이유는 선진국의 학자들이 한국의 경제발전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기보다는 한쪽으로 치우쳐서 분석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은 빠른 산업화라는 기치 아래 여러 가지 다른 정책들을 알맞게 혼합해 활용했다. 정부가 시장을 규제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정부가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경제정책을 실시하기도 하는 등 그때그때 처한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처를 했기에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섞는 재료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오히려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아무 재료나 막 집어 넣어서 섞어버린 비빔밥은 맛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탈이 날 수도 있다. 이러한 논리는 기업경영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고 이를 잘 이해하면 기업 다각화 전략의 유용성과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혼합 전략을 경영학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이는 바로 한국 재벌들이 마구잡이식으로 아무 산업에나 진출하는 것을 일컫는 ‘문어발식 경영’이다. 문어발식 경영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관련 다각화고, 다른 하나는 비관련 다각화다. 일반적으로 산업이 발달한 선진국의 학자들과 여론들은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우위를 활용해 더 발전하기 위한 관련 다각화를 선호하고 비관련 다각화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비관련 다각화는 선진국 학자들이 보는 것과는 달리 오히려 기업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선진국의 기업들의 다각화와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였다. 발전 초기에 한국 기업들은 특별한 우위가 있는 자원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은 일단 돈벌이가 되는 비관련 산업에 진출하곤 했다. 예를 들면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이 초기에 자동차 수리업, 건설업, 조선업, 자동차 제조업 등에 진출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파악할 수 있다.
한국의 개발 초기 시장은 그다지 크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경쟁력이 있는 좋은 제품을 찾기보다는 그냥 제품 자체를 찾는 경향이 더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 가장 효율적인 경영보다는 시장에서 필요한 수요를 맞추면서 수입원을 최대한 늘리는 방식을 선택하게 됐다. 즉, 비관련 다각화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또한 당시 발전을 하는 데 있어 한국의 기업들의 자금력은 매우 부족했다. 기존 이론은 여분의 자금을 활용해 기업의 몸집을 불리는 방식의 다각화를 논했지만 한국 기업들은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서 비관련 다각화를 했다. 예를 들어 삼성의 경우 설탕제조업과 의류제조업을 통해서 자금을 마련했고 이를 전자 등 다른 산업에 투자했다. 비록 산업 연관적인 측면에서 이들은 비관련 다각화로 보이지만 큰 그림에서 보면 기존의 시각과는 달리 관련 다각화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경제발전의 초기에서는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있는 비슷한 산업들에만 진출하기보다는 매우 다른 산업에 마구 진출하는 경향을 보인다. 혼합, 즉 비빔밥과 같은 전략을 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성숙해지면서 마구잡이 혼합의 모습이 아닌 시너지를 중시하는 융합으로 점차 바뀌어간다. 기존에 진출한 분야에서 점차 전문성을 획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여러 산업을 유기적으로 엮어가면서 시너지를 높이는 것이다.
융합전략: 혼합(Mix)과 시너지 창출(Synergy-creation) 전략
앞에서 혼합을 경영학에 적용해 기업의 다각화에 대해서 살펴봤는데 마구 섞는 것은 비관련 다각화이고 유기적으로 잘 섞는 것은 관련 다각화다. 더 이해하기 쉽게 비유를 하자면 비관련 다각화는 서로 조화를 이루지 않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관련 다각화는 맛있는 비빔밥처럼 기업이 소유한 계열사들을 서로 관련 있게 연결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이 발전 초기를 지나 중기에 접어 들었을 때의 사례들을 살펴보면 이렇게 혼합하면서도 시너지 창출 효과를 나타내는 관련 다각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DBR의 110호에 실린 ‘영웅을 기술자로 분석해야…’에서 들었던 예와 같이 서산 간척 공사 시 최종 물막이 공사에 활용됐던 ‘정주영 공법’은 건설과 조선의 공법을 융합한 것으로 당시 현대그룹의 다변화된 사업 포트폴리오에 의한 시너지 효과로 볼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경제위기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완제품 사업 부문이 부진하면 부품사업 쪽이 받쳐주고 부품이 부진하면 완제품이 밀어주는 식의 ‘사업 포트폴리오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전문성이 있는 부분을 서로 혼합해 시너지를 창출한 것이다.
일본의 소니는 무모하게 전문성과 관련성이 없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뛰어들어 큰 낭패를 봤다. 비빔밥의 재료를 잘못 배합한 것이다. 한때 소니는 삼성전자와 여러 측면에서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나은 면이 많은 회사였지만 소니가 영화, 음악, 비디오 게임 산업 등에 진출하면서 두 회사의 위상은 현격히 달라졌다. 기존의 하드웨어 분야와 새로운 소프트웨어 분야가 시너지를 창출하기보다는 서로 충돌하기 시작하면서 소니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는 많은 문제점을 낳게 됐다.
물론 한국에도 비빔밥의 재료를 잘못 배합해서 실패한 기업들의 사례가 다수 있다. 일례로 국내의 한 유수한 제과업체는 전문성과 관련성이 없는 건설업에 진출했다가 엄청난 적자를 보고 도산하기도 했다. 제과업과 건설업이 궁합이 맞지 않는데 억지로 비빔밥을 만든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모 그룹도 자동차 산업에 진출했다가 혼난 적이 있다. 따라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는 무조건적인 혼합(Mixing)이 아니라 이로 인해 나타날 시너지 창출(Synergy-creation)을 고려해야 한다. 문어발식 경영이 아니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관련 다각화를 하라는 이야기다.
융합전략은 초기 발전 시기의 한국 경제에 여러 산업을 동시에 발전시키면서 큰 도약을 이룰 수 있게 해준 힘이었으며 또한 새로운 분야가 계속적으로 등장하면서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글로벌 시기에도 혼합과 시너지를 활용해 곧바로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에 적응하면서 각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 원동력이었다. 성공의 기본 조건으로 ‘철저한 장인정신과 전문성’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전문성은 ‘전문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전문성’으로 ‘Mix & Synergy’의 경쟁력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서양의 경제학 이론과는 다른 이러한 융합전략을 잘 이해한다면 학문적인 측면이나 실무적인 측면에서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휘창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cmoon@snu.ac.kr
필자는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에서 강의했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경쟁력, 경영전략, 해외직접투자, 문화경쟁력 등이다. 현재 국제학술지편집위원장도 맡고 있다. 다수의 국내외 기업, 외국정부(말레이시아, 두바이, 아제르바이잔, 중국 광둥성), 및 국제기구(APEC, UNCTAD, IBRD)의 자문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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