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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이미지의 파괴력을 체감하다

김도형 | 57호 (2010년 5월 Issue 2)


편집자주DBR이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에게는 그만큼 명예나 명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굳이 명예나 명성까지는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에게는 평생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하나 있다. 바로 평판(reputation)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로 외부에 비쳐지는 평판, 즉 브랜드를 갖고 있다. 어떤 기업은 좋은 브랜드 덕분에 상품의 실질가치보다 높은 대가를 받기도 하고, 어떤 기업은 좋은 상품에도 불구하고 내세울 만한 브랜드가 없어 고전하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필자가 LBS에서 수강한 브랜드 매니지먼트(Brand Management) 과목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수업의 특징
LBS 학생들은 수십 개의 과목 중 10여 개의 과목을 선택 수강할 수 있다. 필자가 이 과목을 선택한 이유는 과거에 참여했던 컨설팅 프로젝트 경험 때문이다. LBS 입학 전 한 소비재 회사의 기업회생(turnaround)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필자는 제품전략 수립을 담당했다. 이때 브랜드라는 무형자산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브랜드 매니지먼트 수업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수업마다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에서 살펴보는 회사의 직원이 직접 강사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둘째, 런던시내에 위치한 주요 회사들의 주력매장(flagship store)을 방문해 회사별 브랜드 관리 방식을 직접 보고 평가해본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업 방식 덕분에 학생들은 세계 유명 회사들의 브랜드 관리 담당자로부터 그들의 성패사례를 직접 들을 수 있고 흔히 접해왔던 제품들을 브랜드 관리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수업 내용을 토대로 브랜드 관리에 대한 교훈을 요약한다.
 
브랜드의 정의와 가치
브랜드라는 주제는 누구에게나 친숙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수많은 브랜드에 노출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랜드와 관련된 몇 가지 질문을 자문해보면 이 주제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제품의 이름 내지는 로고를 잘 만들면 좋은 브랜드가 되는 것인지, 제품이 좋으면 브랜드라는 것이 굳이 꼭 필요한지, 좋은 브랜드라는 것이 실제로 어떤 효용이 있는지 등의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세계 최대 광고회사인 WWP에 따르면 상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브랜드는 소비자가 구매하는 것이다. 또 상품은 경쟁사가 복제할 수 있지만 브랜드는 복제할 수 없다. 상품이나 기업의 물리적인 속성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의 머릿속에 심어져 있는 이미지를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 이미지가 확실한 대표적인 사례로 볼보(안전), 나이키(도전과 승리), 3M(혁신) 정도를 들 수 있다. 브랜드가 중요한 이유는 좋은 브랜드를 가진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훨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식품 기업 다농(Danone)의 생수제품 에비앙(Evian)은 시장 대비 월등히 높은 마진으로 판매하는데 이는 물 자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에비앙이라는 브랜드 덕분에 가능하다. 유럽의 명품 회사들이 만들어내는 명품 소비재들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들의 제품은 100% 가깝게 복제할 수 있지만 브랜드가 떨어져나간 구두나 핸드백에 수십 또는 수백만 원의 가격을 지불할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가격의 상당 부분이 상품 자체보다는 브랜드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브랜드 아파트 도입도 브랜드의 효과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 중 하나다.
 
하지만 브랜드가 항상 효자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기존 브랜드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현대차는 최근 꾸준히 자동차 평가기관으로부터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고 있으나 여전히 품질에 상응하는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해외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현대차=저가 자동차’라는 이미지가 박혀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자동차 회사 볼보도 마찬가지다. 볼보는 안전이라는 이미지로 확실한 브랜드를 구축했지만 젊고 세련된 차를 선호하는 고객층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쟁사 제품과의 안전성 격차도 크지 않거니와 안전이라는 이미지가 딱딱하고 재미없게 비쳐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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