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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K5

표나지 않게 튀고 싶다 한국적 심리를 잡다

이방실 | 71호 (2010년 12월 Issue 2)
형만한 아우가 없다고 하지만 기아자동차 K5에 이런 통념은 통하지 않는다. 10년 넘게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현대자동차 쏘나타를 제치는 파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비록 석 달간(2010년 6∼8월)에 그친 승리이기는 했지만, ‘국민차’라는 명성을 얻을 만큼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쏘나타(신형 YF쏘나타 기준)를 압도했다는 데 모두가 주목했다.
K5는 5월 24일 출고 전 사전 계약 건수만 6000여 대에 달하는 등 출발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더니, 급기야 6월과 7월 두 달 연속 판매량이 1만대를 넘었다. 10월말 기준 K5의 누적 판매대수는 4만8309대. 당초 기아차가 K5 올해 목표 판매 대수로 잡은 3만4000대를 1만 대 이상 초과했다. 지금도 주문 후 2개월은 기다려야 신차를 접수할 수 있을 정도다.
K5는 2005년 11월 로체 출시 이후 4년 5개월 만에 선보이는 풀 체인지 차량이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중형 세단을 만든다는 야심 찬 목표 아래 2007년 초 프로젝트명 TF로 개발을 시작, 총 4000억 원이 투입됐다. 기아차 최초의 준대형차로 작년 11월 24일 첫 선을 보인 K7의 뒤를 잇는 두 번째 ‘K시리즈’ 신차이기도 하다.
K시리즈는 정의선 부회장이 디자인 경영을 위해 2006년 영입한 아우디·폭스바겐 수석 디자이너 출신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CDO)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첫 작품이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기아차에 국내 자동차 업계 최초로 ‘패밀리 룩(family look)’을 도입하고 ‘직선의 단순함(Simplicity of the straight line)’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입힌 장본인이다. 로체 이노베이션, 포르테, 쏘울, 쏘렌토R 등에 ‘호랑이 코’ 형상을 본 뜬 자동차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을 도입, 멀리서도 한 눈에 기아차임을 알 수 있도록 했다. 간결한 직선을 통해 고급스럽고 세련된 라인을 선보이며 기아차의 디자인 혁신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제품 콘셉트 개발부터 양산에 이르는 자동차 생산 전 과정에 슈라이어의 손길이 거쳐간 차는 K시리즈가 처음이다. 한마디로 K시리즈는 2006년 이후 기아차가 추진해 온 디자인 경영이 처음으로 내놓은 ‘적자(嫡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DBR이 2010년 11월 한국 광고학회 소속 교수 및 마케팅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기아차는 “제품의 디자인이나 패키지 차별화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브랜드는 무엇입니까”라는 항목에서 다른 후보군들에 압도적인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실제 기아차가 K5 구매고객 4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외관 디자인 때문에 K5를 구입했다는 응답 비율(복수 응답)이 전체의 54.4%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구매 고객의 연령층 변화 감지해.. ‘꽃중남·미중년’ 고객 타깃
통상 자동차 신제품을 기획해 양산하는 데까지 3년6개월에서 4년이 소요된다. 자동차 평균 보유 기간이 5년 정도를 감안하면, 새로 내놓은 신제품을 또다시 변경해 풀 모델 체인지 차량을 내놓는 데에도 통상 4∼5년이 걸린다. 이 말은 곧 자동차 신제품을 기획할 때는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고려해 10년 뒤에도 팔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다. 그만큼 변화하는 시장 환경을 잘 간파해 한 발 앞서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2007년 초 출범한 K5 개발팀도 고객 분석부터 시작했다. 옵티마, 로체 등 기존 중형차 구매 고객층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주 고객층이 40대에서 30대로 변해가는 트렌드를 감지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체 구매자 중 40대 비율이 가장 많았지만, 서서히 30대 연령층의 비중이 높아지더니, 급기야 2005년 30대 구매자 비율이 40대 구매자 비율을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김중대 기아차 국내마케팅팀 차장은 “40대 연령층 구매 비율은 2003년 26%에서 2008년 20%로 하락했지만, 30대 연령층은 같은 기간 25%에서 27%로 상승했다”며 “과거엔 경제적 부담은 물론 젊은 사람들이 비싼 차를 구입하는 걸 곱게 보지 않는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 때문에 최소 40세는 넘어야 중형차를 사는 분위기였지만 30대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젊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수입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객군 연령층에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운전하는 재미(fun to drive)를 원하는 젊고 활동적인 ‘영 패밀리(young family)’를 목표 고객으로 설정했다. 이른바 ‘꽃중남’ ‘미중년’ 등 젊은 감각의 라이프 스타일과 개방적 사고 방식을 가진 30대 중반∼40대 고객들이 중형차 구매층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브랜드 콘셉트는 다소 보수적이었던 기존 패밀리 세단과 차별화된 ‘영 패밀리(young family) 대상의 고성능 스포티(sporty) 중형 세단’으로 잡았다. 개발 방향은 자연스럽게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스타일과 운전하는 재미로 초점이 모아졌다.
젊은 감성에 걸맞은 디자인을 추구하기 위해, 벤치마킹 차종에도 변화를 줬다. K5 이전 중형차 모델인 로체의 경우 GM 말리부, 포드 몬데오 등 무난한 디자인의 미국 차량을 벤치마킹했지만, K5 개발 때는 폭스바겐 파사트, 닛산 알티마 등 세련된 디자인과 뛰어난 드라이빙 성능, 효율적 연비가 특징인 유럽과 일본 차량을 집중 분석했다. 김 차장은 “과거엔 승차감이 좋고 잔고장 없이 튼튼하고 오래가기만 하면 소비자들이 대체로 만족했었다”며 “그러나 주요 구매 연령층이 젊어지고 전반적인 소비 트렌드가 기능 중심에서 감성 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디자인, 운전하는 즐거움, 연비 효율성 등이 우수한 유럽과 일본 차량으로 벤치마킹 대상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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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실

    이방실smile@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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