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마케팅과 충성도 마케팅

59호 (2010년 6월 Issue 2)

경쟁이 격화되면서 ‘록인(Lock-in)’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이 전환비용(Switching Cost·고객이 경쟁사 상품이나 서비스로 바꿀 때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 또는 포기해야 하는 혜택)을 높여 고객의 이탈을 막는 전략이다. 사실 록인이라는 말 자체는 ‘고객에게 족쇄를 채운다’는 뜻으로, 전적으로 공급자 관점의 용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기업이 고객에게 주는 실질적 혜택이 크지 않으면서도 전환비용을 지나치게 높여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때 생긴다.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사례가 이동통신사의 약정할인제도다. 약정할인제는 고객이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해당 이동통신사의 서비스에 가입하되 휴대전화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거나 요금을 할인받는 제도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고객을 오래 잡아둘 수 있어 해지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기자가 한 이동통신사의 2008년 해지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약정할인제가 고객 유지율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약정할인제의 단기적인 해지율 감소 효과는 분명했다. 약정할인제에 가입한 고객들의 해지율은 7.9%로 전체 평균 해지율인 11.2%보다 낮았다. 그런데 약정할인기간이 끝나자 고객들의 해지율은 16.3%로 급격히 높아졌다. 약정 만기 후 서비스를 해지한 고객의 4분의 1이 만기 11일 이내에, 절반이 33일 이내에 빠져나갔다. 약정할인제로 묶어둔 고객 중 상당수가 약정기간이 끝나자마자 경쟁사로 옮겨간 것이다. 결국 약정할인제가 가져온 해지율 감소 효과는 만기 이후 급격한 해지율 증가로 상쇄되고 말았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약정할인제와 같이 고객에게 족쇄를 채워 이탈을 막는 네거티브 방법보다 고객의 자발적 충성도를 높이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고객에게 구매금액이나 구매빈도, 사용기간 등에 따른 혜택을 제공하는 패밀리카드 같은 충성도 프로그램이 잘 알려진 사례다. 이는 고객이 다른 경쟁사로 옮겨갈 때 포기해야 하는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실제 이동통신사의 데이터 분석 결과, 패밀리카드에 가입한 고객의 해지율이 평균보다 0.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금액이 높은 우수고객의 경우 그 차이는 더욱 컸다. 패밀리카드에 가입한 우수고객의 해지율은 4.2%로 그렇지 않은 우수고객의 해지율 11.2%에 비해 7% 낮았다.
 
기업이 이런 충성도 프로그램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객에게 제공하는 실질적 가치가 다른 경쟁사의 대안보다 충분히 커야 한다. 둘째, 고객이 제공되는 혜택의 가치를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혜택이라도 고객이 그 가치를 쉽게 인지하지 못하면 효과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셋째, 그 성과는 고객생애가치(고객당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수입과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비용을 현재 시점의 가치로 환산한 예상 이익)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충성도 마케팅의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단기 매출과 비용만으로는 제대로 분석하기 어렵다.
 
단기 수익을 중시하는 회계 기준을 보완해 기업이 보다 장기적 시각에서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고객 유지율이나 재구매율과 같은 중장기적 성과 지표를 회계 기준에 반영해야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부 경영학자들은 고객자산(Customer Equity·현재 보유 고객의 생애가치와 미래 잠재 고객의 생애가치의 합)을 기업가치의 평가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실증적 연구 성과를 내놓고 있다. 미국에서의 연구 결과, 고객자산이 당기순이익이나 경제적 가치(Economic Value)에 비해 기업의 시장가치 변화를 더 잘 설명해주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실제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일부 선진국의 보험 감독기관은 미래 수익을 중시하는 내재적 가치(Embedded Value·예상 유지율과 손해율 등을 고려한 보험계약의 미래 예상수익의 현재가치)를 보험사들이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파괴적 혁신이 일어날지 모르는 초경쟁 시대다. 전환비용을 높인답시고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불편을 초래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고객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고, 고객의 자발적 충성도를 높이는 장기적 시각의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3호 Future Food Business 2019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