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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종합

“항상 신선!” 딜레마 풀어야 ‘장수名品’

장대련 | 35호 (2009년 6월 Issue 2)
불황기에 기업이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자사의 핵심 역량을 잘 살려내야 한다. 핵심 역량의 중요한 원동력이 바로 브랜드다. 코카콜라나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기업은 브랜드의 위력만 잘 활용해도 경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주위 환경이 복잡하고 불확실할수록 소비자가 친근하고 확실한 브랜드를 찾기 때문이다. 호황기에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브랜드를 이것저것 구매하며 실험해보지만, 불황기에는 익숙하고 친숙한 브랜드만 찾는다. 브랜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는 셈이다. 

장수 브랜드는 일관성과 신선함 동시 추구
그렇다면 익숙하고 친근한 브랜드, 즉 장수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그 답은 간단명료하다. 브랜드의 ‘일관성(consistency)’과 ‘신선도(freshness)’만 잘 관리하면 어떤 브랜드도 장수할 수 있다.
 
우선 일관성을 보자. 이는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비슷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브랜드를 홍보하는 방법이 워낙 많다 보니 본의 아니게 혼란스러운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줄 수 있다. TV 광고에서 유명 모델을 내세운 화장품 회사가 잡지 광고에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무명 모델을 쓴다고 가정해보자. 이 2가지 광고가 얻을 수 있는 상호 보완 효과는 전혀 없다. 오히려 각각의 개별 효과마저 상쇄될 수 있다.
 
때문에 마케팅 업계에서는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IMC)’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1 이때 통합의 핵심이 바로 일관성이다. 소비자가 브랜드의 일관된 모습과 느낌을 각인한다면 기업은 큰 노력 없이도 소비자 마음속에 좋은 위치를 굳건히 차지할 수 있다.
 
일관성을 고수해 우수한 성과를 거둔 대표 브랜드는 바로 ‘앱솔루트 보드카’다. 이 브랜드는 30년 동안 무려 1500개에 달하는 광고에서 똑같은 캠페인을 펼쳤다. 광고의 핵심은 앱솔루트 보드카의 독특한 병 모양을 강조하는 데 있었다. 이렇듯 단순한 캠페인을 고수했음에도 지난 30년간 앱솔루트 보드카의 매출은 무려 1500배 늘어났다. 게다가 수많은 세계 보드카 브랜드 중 유일무이한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한국의 장수 브랜드 역시 일관성이 돋보인다. 다시다와 맥심은 다른 브랜드처럼 수시로 광고 모델을 바꾸지 않았다. 각각 김혜자와 안성기라는 모델을 20년 넘게 기용하며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기업이 브랜드의 일관성을 고수하려면 브랜드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 브랜드가 유명해지면 많은 기업들은 그 ‘유명세’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는 욕심을 갖는다. 유통망도 무분별하게 넓히고 판매 수단도 가리지 않는다. 이런 방법으로 단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모르나 브랜드의 장수에는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독일 바이어스도르프의 니베아 브랜드는 거의 100년 동안 세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바이어스도르프는 많은 국가에서 니베아 사용권을 몰수당했다. 하지만 차츰차츰 사용권을 다시 사들여 결국 50년이 지난 1997년에야 이 작업을 마쳤다. 바이어스도르프는 한때 브랜드 확장을 이유로 스킨케어 이외의 다른 제품들도 취급했다. 하지만 이런 확장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에 손해만 준다는 점을 깨닫고, 1999년 스킨케어 제품에 집중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니베아 브랜드의 관리 역사가 곧 기업의 역사인 셈이다.
 
나이키는 철저한 중앙집권 브랜드 전략으로 성공했다. 처음 유럽에 진출했을 때 나이키는 아디다스나 퓨마와 같은 강력한 경쟁자들 때문에 매우 고전했다. 나이키는 유럽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유럽 현지 동업자에게 브랜드 판권을 넘겼다. 현지 마케팅 전략도 그들에게 맡겼다.
 
그 결과 나이키는 고가 제품이라는 좁은 세분 시장에만 진출할 수 있었다. 게다가 유럽 각국의 광고 전략과 유통망이 모두 달라 일관성 있는 브랜드 육성이 불가능했다. 결국 나이키는 1990년대 초 라이선스 계약을 모두 폐기하고, 브랜드의 목표 고객과 광고 및 유통 전략도 세계적으로 통일시켰다. 삼성이 세계 전자제품 시장에서 톱 브랜드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도 나이키처럼 철저한 중앙집권 브랜드 전략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선함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항상 새로운 모습과 느낌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은 싫증을 잘 낸다. 아무리 한 브랜드에 오랫동안 충성을 다짐했던 소비자라 해도 자신도 모르게 다양성을 원할 때가 있다. 현대 소비 트렌드의 다양화는 신선함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더욱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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