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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M 투자 수익률

CRM 투자 효과, 장기적으로 봐라

임승희 | 31호 (2009년 4월 Issue 2)
고객관계관리(CRM)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CRM에 어느 정도 투자해야 합리적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국내 기업의 CRM 투자 규모는 216억 원에 그쳐 2001년보다 37.6% 줄었다. 반면 같은 해 전 세계 CRM 시장 규모는 98억 달러로 2001년에 비해 51.3% 높아졌고, 2007
2011년에는 연평균 12.6%의 높은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CRM 투자는 해외 기업들의 시류에 역행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CRM에 대한 회의론마저 나오고 있다. 막대한 CRM 투자에 대한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CRM ROI(투자 수익률)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효과적인 CRM은 수익 창출의 동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실증적 조사 결과는 CRM에 대한 투자가 기업의 재무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침을 보여준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공급회사 SAP가 CRM을 실시하고 있는 24개 기업들을 42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 이 기업들은 CRM을 통해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수익을 창출하는 지속적 혁신과 같은 성공의 동력을 얻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이러한 동력에 힘입어 15%에서 144%에 이르는 ROI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도, 김지경, 우상진(2004)의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사건 연구 방법론을 통해 CRM ROI를 평가했다. 그 결과 CRM 신규 투자로 인한 기업 가치 증가율은 평균 1.9%였으며, 이를 시가로 환산하면 평균 403억 원의 수익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회사 필립스의 사례를 보면, 효과적인 CRM 전략 실행이 수익 창출에 긍정적으로 기여함을 알 수 있다. 필립스는 2002년 이후 가전 시장에서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CRM에 투자했다. 기업 고객과 일반 고객 모두와 장기적 관계를 맺음으로써 고객 로열티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고객과 밀착 관계를 형성한 결과, 필립스의 온라인 판매가 늘어났고 매출도 700만 달러 증가했다. 필립스는 CRM을 통해 고객의 욕구와 선호도에 대한 세부 정보를 수집했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타깃 마케팅 캠페인은 고객의 응답률을 높였으며, 그 결과 350만 달러의 수익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정됐다. 뿐만 아니라 필립스는 CRM을 바탕으로 유럽과 북미 지역 B2B 고객들에게 주문 상황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주문 과정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해 약 1080만 달러의 비용 감소 효과를 거뒀다. 결과적으로 필립스는 20032007년 동안 26%의 ROI를 확보했다.
 
자사의 CRM 성과 목표 정해야
문제는 CRM 소프트웨어를 설치한다고 해서 바로 투자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CRM 투자에 대한 성과가 체계적으로 측정되고 관리돼야 한다. CRM 성과 측정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 구체적 방법이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2006년 9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회담에서는 CRM을 실행하고 있는 250개 기업 중 겨우 17%만이 ROI를 추정하고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렇다면 CRM ROI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ROI는 용어 그대로 총 투자 비용 대비 수익의 비율을 뜻한다. 따라서 ROI 측정을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수익을 정의하고 이를 측정 가능한 변수로 바꾸는 일이다. CRM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유형과 무형의 요소, 정량적 요소와 정성적 요소를 포함하는 매우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개념이므로 이를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CRM ROI를 측정하려면 자사가 CRM 도입을 통해 기대하는 혜택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CRM으로 인한 성과는 크게 ‘매출 증대’와 ‘비용 절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표1>에서 보듯이 각 차원의 세부 항목을 자사의 CRM 목표에 따라 측정 가능한 세부 항목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이를테면 매출 증대의 성과와 관련해서는 총 매출액과 같은 기본적 수치 외에도 CRM으로 증가한 고객 유지율이나, 교차 판매 및 업셀링(up-selling)으로 늘어난 수익률, 그리고 이로 인해 증가한 매출을 측정할 수 있다.

한편 비용 절감의 성과 측면에서는 마케팅 비용, 고객 획득 비용, 영업사원 생산성 증가로 줄어든 비용 등을 세부 측정 항목으로 고려할 수 있다. CRM은 ‘고객 생애 가치’가 높은 고객들에 대한 선별적 투자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무차별적으로 대규모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활동에 비해 정확한 타깃을 겨냥해 마케팅 활동을 수행하므로 타깃에 접근하는 데 드는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CRM을 통해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고객을 끌어들이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확하게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어 유치 가능성이 낮은 고객에 대해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객 정보에 기반한 과학적 마케팅 활동으로 재고 회전율 및 고객 접점에서의 고객 응대 서비스 질을 향상시켜 유통 비용을 줄이고 영업 사원의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다. CRM으로 향상된 고객 만족과 고객 로열티 같은 정성적 요소에 대해서도 이를 정량화해 CRM을 통해 얻은 성과 지표로 고려할 수 있다.
 
CRM ROI, 이렇게 접근하라
이처럼 복합적 특성을 지닌 ROI를 보다 정확히 측정하고 그 결과를 올바로 해석하려면, CRM ROI를 어떤 관점에서 이해해야 할 것인가?
 
첫 번째, CRM ROI를 ‘전략적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CRM은 단순히 소프트웨어 설치만을 뜻하지 않는다. 핵심은 CRM을 어떠한 전략적 목적으로 어떠한 프로세스상에서 이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따라서 CRM은 기업 성과를 개선하는 전략적 운영 방식으로서, 독립된 프로젝트가 아니라 전사적 전략으로 간주돼야 한다. ROI를 전략적 의사결정을 위한 근거로 활용하려면 CRM 활동을 통해 기대하는 바, 즉 ‘수익’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내려야 하며, CRM ROI에 대한 평가는 CRM의 전략적 목적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따라서 CRM ROI 측정을 위해서는 CRM의 목표에 따른 수익을 정의하고, 이를 측정 가능한 세부 요소로 구분해 자사의 목표에 맞는 ROI를 평가해야 한다.
 
두 번째, CRM ROI를 ‘장기적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CRM에 투자한 지 불과 1년 뒤에 CRM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성급한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CRM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목표는 고객 유지로 고객 생애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CRM으로 인한 단기적 이익은 CRM 효과를 충분히 포괄할 수 없다. CRM ROI에 정확히 접근하려면 이월 효과(carry over effect)와 누적 효과(cumulative effect)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현재 시행하는 CRM 전략의 효과는 당해 연도에만 제한적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내년도 혹은 그 이후 연도로 지속적으로 이월돼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그 효과가 쌓임으로써 또 다른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이처럼 CRM ROI는 일회성으로 측정할 것이 아니라 그 효과를 지속적으로 측정함으로써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세 번째, 수익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정교화된 정의를 바탕으로 CRM ROI를 이해해야 한다. 앞에서 CRM으로 나오는 수익은 유·무형의 요소를 포괄하며, 정성적·정량적 측면에서 두루 정의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CRM으로 인한 수익이 매우 복합적인 구조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CRM 성과가 단순히 재무 성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더욱이 CRM 목표를 재무적 성과로 평가하는 경우에도 이 둘의 관계가 직접적 인과관계를 갖지 않고, 매개 요인에 의해 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CRM 전략→서비스 질 향상→고객 만족도 향상→로열티 증가→매출 증대와 같은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따라서 측정 시점에서 CRM 전략으로 발생한 매출 증대 같은 긍정적 재무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해도 당장 실망할 필요는 없다. 서비스 질과 고객 만족 같은 정성적 요소에서 긍정적 효과가 생겼다면, 이후 이것들이 긍정적 재무 성과를 만들어내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와튼 스쿨의 라비 애런 교수는 ‘수익 거리(revenue distance)’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이는 일련의 비즈니스 활동이 기업의 수익 발생 활동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측정하는 개념으로, 정보기술(IT) 투자 자체와 이 투자가 만들어내는 수익 메커니즘 사이의 차이를 뜻한다. 수익 거리가 멀수록 IT 투자에 대한 계량적 가치 투자가 어렵게 되는데, 대부분의 IT 투자는 수익 거리가 먼 특성이 있다. 따라서 CRM 역시 수익 거리가 먼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고 볼 때, 재무 성과에만 한정해 CRM 효과를 규정하면 CRM의 효과를 제한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CRM 효과를 매개하는 요소들에 대한 종합적 고려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CRM ROI를 CRM으로 인한 ‘순수한’ 효과로 이해해야 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CRM으로 인한 순수한 효과는 해당 기업 또는 해당 제품이 얻은 총 가치(total value)가 아니라 CRM으로 인해 추가된 가치(added value)로 측정해야 한다. 즉 동일한 기업 조건과 동일한 마케팅 활동에서 CRM 활동만을 하지 않았을 때가 CRM 성과 측정의 기준선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업의 매출 증대와 비용 절감의 성과는 단순히 CRM 전략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기업의 총체적 활동을 종합한 결과다. 때문에 이들의 효과를 분리해 CRM의 순수한 효과만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면 CRM 전략을 수행한 이후 늘어난 매출이 같은 시기에 나온 신제품의 효과이거나, 판매 촉진과 같은 마케팅 활동으로 인한 결과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이 CRM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요인을 통제함으로써 보다 정밀하게 CRM ROI를 측정할 수 있다.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고객 생애 가치의 증진을 추구하는 CRM은 고객이 떨어져 나가기 쉬운 불황기에 더욱 강조되는 전략이다. 성과에 대한 관리 없는 무조건적인 CRM 전략은 효과적이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CRM ROI에 대한 종합적 시각을 바탕으로 고객 관리를 전략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숙명여대에서 경영학 학사 학위를, 고려대에서 경영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주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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