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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결정 2.0: 집단지성의 힘

에릭 보나보 | 30호 (2009년 4월 Issue 1)
집단지성을 이용하는 정보 시장과 위키, 그리고 여러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거품 뒤에 숨겨진 실체는 무엇일까?
 
인간의 두뇌는 광범위한 환경 조건에서 인류가 번영할 수 있도록 수천 년에 걸쳐 진화한 훌륭한 신체 기관이다. 그런데 두뇌는 복잡한 것을 받아들이기보다는 피하도록 만들어졌으며, 수많은 조건을 탐색하기보다는 생존을 위해 신속하게 반응하도록 돼 있다. 즉 그동안 진화해온 인간의 의사결정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이는 특히 최근 수십 년 동안 행동경제학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연구됐다. 실제 인간의 두뇌가 편향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은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했던 우리 선조들의 환경에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쟁이 심화되고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하면서 오늘날에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응하며 잠재적 기회를 더 많이 탐색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는 인터넷과 정보기술(IT)의 발달 덕분에 고객과 직원, 주주들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접하고 있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현황을 더욱더 정확하고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여전히 미흡하다. 의사결정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며, 기회를 발견하고 평가하며 처리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탐색해야만 한다. 하지만 인간은 개별 의사결정자로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복잡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문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이 의존하면 어떨까?
 
기업은 문제 해결을 위해 팀 제도를 오래전부터 활용해왔다. 포커스 그룹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찾고, 고객 설문조사를 통해 시장을 이해하며, 연간 회의를 통해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해왔다. 그러나 ‘해결’ ‘탐구’ ‘이해’ ‘청취’ 등의 말은 이제 전혀 새로운 의미를 던져준다. 다양한 웹 2.0 애플리케이션1 을 포함한 신기술 덕분에 기업은 예전보다 훨씬 규모가 커진 ‘공동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은 정보 시장과 위키, 대중을 통한 아이디어 수집(crowdsourcing), 소셜 네트워크, 협력 소프트웨어와 같은 웹 기반 툴의 사용을 늘리며 의사결정 방식과 관련해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다.2 바로 ‘의사결정 2.0’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확산되면서 필연적으로 어떤 조건 아래서 어떤 형태의 집단지성이 가능하고 바람직하며 지불 가능한지 평가할 수 있는 사고의 틀도 필요해졌다. 이 논문에서는 이에 대한 일반적 사고의 틀을 제시함으로써, 기업이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의사결정 2.0 애플리케이션’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도움을 주고자 한다.3

 

 

의사결정 사고의 틀
운영 관리 분야에서 문제 해결은 두 단계의 과제로 구체화된다. 첫 번째는 해결책을 도출하는 단계로, 문제를 사전 정의하고 문제에 대해 활용 가능한 가정들을 설립하는 과정이다. 두 번째는 첫 단계에서 도출된 대안을 평가하는 단계다. 각 단계는 다양한 편향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4 예를 들어 해결책을 도출할 때는 이미 세운 가정을 확인하는 정보를 찾는 경향이 크다.(자기 합리화 편향) 반대되는 증거를 찾았을 때도 여전히 가정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으려 한다.(신뢰에 대한 집착) 또 해결책을 평가할 때는 존재하지도 않는 패턴을 보려고 하며(패턴 강박), 해결책이 제시되는 방법에 과도한 영향을 받는다.(사전 정의) 하지만 이는 인간 본성 때문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많은 과정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
 
집단지성을 활용하면 이러한 편향이 주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GP TIP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한 집단지성의 활용’ 참조) 예를 들어 집단지성은 다양한 관점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자기 합리화 편향과 신뢰에 대한 집착을 막을 수 있다. 또한 패턴 강박과 부정적인 사전 정의 효과를 없애는 데도 다양성을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여러 이점들 때문에 많은 기업이 웹 2.0과 다른 기술들을 통해 집단지성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해결책 도출에 특화한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예를 들어 웹사이트 ‘이노센티브(InnoCentive)’에서는 기업들이 문제를 게시해 해결책을 요청하고, 최고의 해결책으로 뽑힌 제안에 현금으로 보상해준다.5 평가 작업에 특화된 애플리케이션도 있다. HSX는 사용자들이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를 선물(先物)화해 사고파는 가상 시장이다. HSX의 거래 결과는 영화의 잠재 수익성 지표로 쓰인다. 해결책 도출과 평가 모두에 초점을 맞춘 애플리케이션도 있다. 딕(Digg) 웹사이트에서는 참여자들이 이야기 제작에 참여하고 투표를 할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이야기는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GP TIP]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한 집단지성의 활용
 
의사결정은 잠재적인 해결책을 도출하고 이를 평가하는 2가지 과제로 나뉜다. 수많은 인간적 편향이 각각의 과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아래 항목은 이 가운데 일부분이다). 그러나 이 편향들은 도달 범위 확장, 정보 총합, 자기 조직화 등 집단지성 활용을 위한 3가지 접근법으로 좁힐 수 있다.

 
목적이 해결책의 도출이건, 평가건, 아니면 둘 다건 간에 기업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3가지 유형의 접근법을 고려해야 한다. 도달 범위 확장, 정보 총합, 자기 조직화가 그것이다. 각각 장단점이 있고, 많은 의사결정 2.0 애플리케이션들이 다양하게 이 접근법들을 조합해 활용하고 있다.
 
1. 도달 범위 확장 아이디어를 수집(도출)하거나 평가할 때, 기업은 기존에 속하지 않았던 사람이나 그룹을 활용하고자 한다. 조직 내부의 위계질서나 기능적 문제에서 벗어나고 싶거나, 외부의 도움을 얻고 싶을 때 이런 경향이 크다. 도달 범위를 확장한다는 것은 해결책을 도출하거나 평가하는 개인의 수를 늘리는 것으로 그 가치는 매우 크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은 참여자 수 자체의 힘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다. “감시자가 많으면 모든 버그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은 가장 흔히 인용되는 문구로, 많은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투입되면 실수를 모두 잡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저변에는 당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외부에 있으며, 그 사람들은 당신이 기대하지 않는 곳에 있다는 철학이 깔려 있다. 이노센티브에서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종종 전혀 다른 분야에서 나온다.6
 
2. 정보 총합 기업은 수많은 원천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해 일종의 평균화 작업을 실시한다. 기존의 의사결정 집단에서 나온 정보를 총합하거나, 더 광범위한 사람들에게서 나온 정보를 포괄하기 위해 도달 범위를 확장하는 것과 함께 이 프로세스를 사용한다. 여기서 전체는 부분의 합, 또는 그것의 평균과 같은 뜻으로 정의된다. 다수의 법칙을 애플리케이션에 직접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예다. 예를 들어 군중들에게 단지에 들어 있는 젤리의 수를 추정하게 하고 모든 응답을 평균화하는 식이다. 좀더 복잡한 예는 정보나 예측 시장에 이를 적용하는 경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양성과 전문성 간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다.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이 2가지는 다양한 수준으로 필요하다. 예를 들면 베스트 바이7 에서는 다양한 예측 활동에 내부 정보 시장을 활용한다. 몇 가지 활동은 성공적이었지만, 경쟁사에 대한 정보와 관련해서는 내부 정보 시장의 성과가 형편없었다. 경쟁사에 대해서는 베스트 바이 직원들의 정보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3. 자기 조직화 그룹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메커니즘은 전체적으로 부분의 총합보다 훨씬 큰 결과를 낳는다.8 참여자들의 상호작용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자기 조직화 사례로는 위키피디아(Wikipedia)와 인텔리피디아(Intellipedia·정보당국이 사용하는 위키피디아의 CIA 버전), 딕이 있다. 이러한 애플리케이션에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참여에 정보를 추가하거나 삭제하면서 가치를 창출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위험이 따른다. 상호작용 메커니즘이 적절하게 설계돼 있지 않으면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훨씬 작아질 수 있다. 그룹 사고는 자기 조직화의 단점 중 하나다.

 

 
주요 이슈
의사결정을 개선하기 위해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은 개념적으로는 간단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 실행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주요 문제는 구체적인 실행 과정에서 발생한다. 관리자들은 최소한 다음의 주요 문제들을 고민해야 한다.
 
통제 모든 형태의 집단지성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문제는 바로 통제의 실패다. 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첫 번째는 단순하게 원하지도 않고 의도하지도 않은 결과가 나온 때다. 집단은 기업에 해로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관리자의 잘못된 점을 들춰낼 수 있으며, 집단지성을 부적절하게 적용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즉 의사결정 그 자체는 해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조직 차원에서 이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경우다. 셋째는 책임감의 부재다. 집단이 내린 잘못된 의사결정에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게다가 기업은 이러한 의사결정의 눈덩이 효과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 자기 조직화를 통해 어떤 의견은 자가 증폭하며 비선형적인 추진력을 얻는다. 만약 조직과 무관한 참여자가 집단에 개입하면 여론이 잘못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통제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외부인의 참여 여부다.
 
의사결정자 대상을 확대하는 문제는 조직의 경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가볍게 다뤄져서는 안 된다. 외부에 조직 정보를 공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가 아주 다른 외부인에게도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집단의 의견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거나, 잠재적으로 해가 되는 방향으로 결정되면 이로 인해 나타나는 피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일단 램프의 요정이 병에서 나오면 다시 집어넣기는 어렵다. 반면 다양성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인을 활용하면 아주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다양성 vs 전문성 앞서 얘기했듯 집단지성을 활용한 의사결정에는 다양성과 전문성 간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어떤 문제는 다른 것에 비해 다양성에 바탕을 둔 접근법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참여자들이 문제에 무지하면 다양성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9 또 다양성의 실제 분포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설문조사에 표본 편차가 존재하는 것처럼 대규모의 다양성에도 편차가 생길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잘못된 의사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당면한 문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긍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참여자를 선정해야 한다.
 
반면교사로, 핀란드 축구단인 팔로커호-35(PK-35)의 사례를 살펴보자. 몇 년 전 팀 감독은 팬들이 휴대전화 투표로 축구단의 선수 선발과 훈련, 게임 전술을 결정하는 데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10 불행하게도 그 시즌 PK-35의 성적은 형편없었다. 감독은 해임됐으며, 팬이 주도하는 의사결정 방식도 폐지됐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대다수 애플리케이션이 의사결정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많은 참여자를 활용하고 있지만, 이때 참여자들은 반드시 참여에 유용한 필수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조직 내외부의 몇몇 사람만이 갖고 있는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한 의사결정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델파이 기법 같은 전통적인 툴로 체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접근해 예측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몇몇 기업은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하고 있다. HP연구소는 시장을 예측하는 데 소규모 그룹의 집단 브레인 파워를 활용하는 해결책을 고안해냈다. 이 접근법은 간단한 게임을 통해 참여자의 위험에 대한 태도를 도출하고, 이 정보를 활용해 시장 행동을 수정하는 방식이다.
 
참여 사람들을 집단 업무에 참여시키는 동기는 매우 다양하다. 현금 보상이나 시상 등의 인센티브를 주면 명시적 보상이 중요한 시장 예측과 같은 활동의 참여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쓰레드리스(Threadless) 웹사이트에 티셔츠 디자인을 보내는 것은 인정보다는 현금 보상을 받기 위해서다.
 
가치 중심의 인센티브도 역시 중요하다. 위키피디아와 같은 오픈 소스 활동에서 보듯, 커뮤니티 참여자들은 지식 교환, 경험 공유, 시민 의식에 대한 바람 등으로 강력한 참여 동기를 갖는다. 내부적으로 수준 높은 직원 참여를 계속 유지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구글에서 조직 내부의 시장 예측 프로그램에 가장 흥미를 보이고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은 신입사원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참여도는 떨어진다. 따라서 기업은 새롭고 열정에 찬 참여자들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 참여도를 높게 유지하고,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규제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허용되면, 누군가가 잘못 행동할 확률은 그룹의 크기에 비례해 커진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암묵적인 행동 규범이 사람들의 행동을 지배하도록 상호 규제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한 사람의 평판이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참여자들이 과도하게 잘못되는 것을 두려워하면 지나치게 보수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예측과 같은 집단 활동에서 시장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증권거래위원회와 같은 중앙기관이 필요하다.
 
지적 재산권 또 다른 고려 사항은 지적재산권 문제다. 이 문제는 2가지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첫째, 기업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얻기 위해 문제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공개 정도를 조절하고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특히 지적 재산권을 신중하게 보호해온 기업은 더욱 그렇다. 둘째는 기업이 조직 밖에서 아이디어를 구할 때 그 결과로 나타나는 지적 재산권의 소유를 누구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또한 참여자가 부여하기로 한 지적 재산권을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
 
메커니즘 디자인
모든 문제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메커니즘 디자인이다. 이는 기본적인 질문에 수없이 답을 내려야 하는 문제다. 예를 들어 모든 참여자에게 동등한 발언권을 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몇몇 개인에게 더 큰 발언권을 주어야 하는가? 후자라면 몇몇 특별한 사람들은 어떻게 선발해야 하는가? 실제로 집단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올바른 메커니즘을 디자인하는 일은 단순하지도, 명확하지도 않다. 그리고 참여에 대한 법칙으로 수없이 다른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메커니즘 디자인에서 고려해야 할 또 다른 기본 문제는 분산화된 의사결정과 분권화된 의사결정 가운데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하느냐다. 분산화된 의사결정은 집단지성의 가장 친숙한 형태로,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다. 반면 분권화된 의사결정은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위임받는 구조다. 매니아이즈(ManyEyes)와 스위블(Swivel)과 같은 웹사이트에서는 참여자들이 다른 사람들이 탐색 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업로드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특정 지역의 이산화탄소 정보를 올리면, 다른 사람은 동일한 지역의 주택 개발 정보를 올린다. 그리고 세 번째 사람은 2개의 데이터를 연구해 연관성을 조사한다. 2004년 쓰나미부터 카타리나 태풍까지 수많은 천재지변에 대해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방대한 자료는 분산화된 의사결정의 힘을 보여준다.11 똑같은 상황에서 중앙 기관이 만든 정교한 계획은 실패하기 쉽다. 본사에서 이뤄진 의사결정은 지역 실정이나 현장의 현실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장에 도움을 주는 정보를 가진 사람들의 집단지성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상향식의 문서화된 의사결정보다 확실히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정부 중개자 역할을 효과적으로 함으로써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지금까지 집단 의사결정은 주로 실험적인 차원에서 이뤄졌다. 위키피디아 같은 성공 사례는 잘못된 메커니즘 디자인 때문에 실패했던 수많은 프로젝트를 참고로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단순해 보이는 위키피디아 같은 애플리케이션도 실제로 신중하게 선발된 편집자들의 복잡한 위계구조 덕분에 유지되고 있다. 성공적인 메커니즘 설계는 아주 작은 변화에도 뜻하지 않은 부정적 결과에 부딪힐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성공한 애플리케이션을 똑같이 복제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정보당국이 위키피디아 디자인을 직접 복제해 개발한 인텔리피디아가 있다.
 
성공에 대한 정의
기업은 연구개발, 시장 조사, 고객 서비스, 지식 경영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의사결정 2.0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있다. 성공을 위해서는 애플리케이션 유형도 중요하지만, 관리자들은 몇몇 핵심 측정치가 프로세스의 후반부에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보 시장이 내놓은 예측이 정확한지는 상황이 발생한 후에야 알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관리자들은 최종 평가가 이루어지기 전 애플리케이션을 평가하기 위해 가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요 지표들을 고려해야 한다.(GP TIP ‘집단지성으로 의사결정이 더 나아지는가?’ 참조) 예를 들어 어떤 정보 시장에서는 참여자의 수와 지역적 다양성이 주요 지표일 수 있다.
 
[GP TIP] 집단지성으로 의사결정이 더 나아지는가?
 
기업은 다양한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집단지성을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관리자들은 어떤 주요 측정치와 지표들을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여기에 제시된 정보는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이다.

 
주요 측정치와 지표는 프로그램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공통적인 주요 지표는 참여도다. 즉 애플리케이션이 의미 있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자극하고 유지하는가이다. 참여도는 가볍게 다룰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실패한 의사결정 2.0 프로젝트 대부분은 참여도 부족이 주요 실패 원인이다. 참여자들은 일정 수준으로 대접받기를 기대하며, 종종 참여하는 것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을 구성하는 데도 기여하기를 원한다.
 
전반적으로 많은 의사결정 2.0 애플리케이션은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성과가 좋지 못하다. 하나는 많은 툴들이 참여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결과물이 정확하지 못하거나 과정 자체가 조작에 취약한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일부 애플리케이션은 종종 일정 수준의 품질 보증을 보장하는 외부 참조 과정도 부족하다.12 반면 수많은 참여자를 보유한 애플리케이션이라도 성공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위키피디아가 가장 잘 알려진 사례지만 다른 사례도 많다. 딜리셔스(Delicious)에서는 사용자가 특정 단어와 관련된 북마크를 달 수 있으며, 사이트에 유용한 통합 정보도 제공된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이 남아 있다. 집단지성이 의사결정의 편향을 실제로 바로잡을 수 있는가? 대답은 간단치 않다. 2006년 미국 대선 전에 인트레이드(Intrade) 웹사이트는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압승할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측했다. 이는 많은 정치학자와 예측 전문가들이 항상 예측에 실패한 부분이다. 그러나 2008년 이 사이트 예측 시장의 멤버 하나가 존 매케인 상원위원이 버락 오바마 상원위원을 대선에서 이길 것이라는 예기치 않은 예측을 단독으로 내놓았다. 다른 사례에서도 집단적 의사결정 과정은 편향된 결과를 보였다. 정보 시장에서는 이러한 편향이 개인의 의사결정 방식에서 패턴 강박이나 사전 정의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의사결정 2.0 애플리케이션은 일반적으로 실제 상황에서 다른 예측 활동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집단지성 분야의 초기 참여자인 필자는 위키피디아가 실패할 것으로 내다봤다. 위키피디아가 왜 성공했고,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여전히 필자에게 큰 의문점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힘은 높이 평가하지만, 위키피디아(그리고 많은 아류작13 )의 품질은 아직도 놀랍다. 이처럼 현재 예측 시장에서는 실제 활동이 집단지성 영역에 대한 이론보다 훨씬 앞서 있다.
 
그러나 많은 의사결정 2.0 활동의 성공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는 직관력과 같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도구를 매일 사용하고 있다. 연구와 이론, 성과 측정 방법의 개발이 진척되면 의사결정 2.0 애플리케이션의 실용적인 디자인과 실행 분야도 상당히 개선될 것이다. HP연구소와 IBM 연구 부문 등 여러 연구 그룹들이 딕과 위키피디아 같은 성공적인 애플리케이션의 동력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이론적인 부분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을 조사해 2가지 일반적인 시사점을 발견했다. 첫째, 집단지성은 아이디어 도출을 위한 업무 영역 전반에서 개인적인 편향을 수정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인간 개개인은 평가자보다 탐구자로서 활동하는 것이 훨씬 어려우며, 두뇌 활동의 결함 때문에 패턴을 발견하는 데 능숙하다. 따라서 집단지성을 활용하면 아이디어 평가보다는 아이디어 도출에서 더 큰 가치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애플리케이션 대부분은 아이디어 도출과 평가 간의 피드백 경로가 약하거나 거의 없다. 이와 관련해 생물학적 진화에서 비롯된 변화와 선택의 근본적 메커니즘이 효과적인 모델을 제시해준다. 즉 아이디어는 도출되고 평가되며, 평가 결과는 다음 세대의 아이디어 도출에 사용된다. 시장 리서치 기업인 아피노바를 예로 들어보자. 이 회사는 새로운 제품 디자인을 내놓기 위해 소비자들로부터 오는 집단적 피드백을 활용하며, 집단적인 평가를 위해 취합한 정보를 다시 제출한다. 기업들은 이처럼 빈번한 피드백 경로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집단의 힘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단지성은 언제나 사용 가능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도 아니다. 찰스 메케이가 1841년에 쓴 저서 ‘비이성적인 대중의 환상과 광기’는 최근까지 집단에 대한 전형적인 사고의 틀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집단적 인간 활동의 가장 대표적인 결과는 망상, 불안정성, 혼돈이다. 실제로 TV쇼인 ‘아메리칸 아이돌’과 가장 빈도가 높은 검색어를 보여주는 구글의 시대정신(Zeitgeist)에서 볼 수 있듯, 대중들이 항상 훌륭한 심미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정 유형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전문가가 대중보다 훨씬 낫다.
 
하지만 다양하고 독립적이며 합리적으로 정보를 제공받은 집단이 개별 전문가의 추정치나 의사결정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사실을 점점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들이 입증하고 있다. 제임스 서로위키가 2004년에 쓴 저서 ‘대중의 지혜’는 그러한 사례를 다수 보여준다.14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을 모아주는 웹 기반 툴이 등장하면서 집단의 의사결정 역량을 활용하는 몇 가지 메커니즘의 실험이 가능해졌다. 또한 웹 2.0 애플리케이션을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전문가 수준의 아마추어들도 늘고 있다. 조류학자부터 사진사까지, 과거에 열정은 있었지만 도구가 없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기술의 힘을 통해 전문가 수준으로 활동하고 있다.15
 
결론은 이렇다. 기업이 직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관리자들이 조직 내외부에서 찾는 지점보다 훨씬 더 먼 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해결책의 원천을 찾고 이를 활용하는 올바른 툴을 개발해야 한다. 실제로 위키피디아 같은 애플리케이션의 성공은 표면적으로 간단해 보일 수 있지만, 표면적인 단순함 밑에는 집단지성의 힘을 극대화하는 복합적인 메커니즘이 깔려 있다. 의사결정 2.0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회사라면 다양성과 전문성 간의 균형 찾기와 같은 근본적 문제를 잘 파악해야 하며, 분산화된 의사결정과 분권화된 의사결정의 차이 등을 잘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 이해가 없으면 기업은 대중의 지혜가 아닌 광기에 좌우될지도 모른다.
 
번역 오영건 kwonoy@hotmail.com
 
에릭 보나보는 미국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본부를 둔 아이코 시스템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최고연구책임자(CSO)다. 이 회사는 복잡계 원리를 이용한 혁신 경영 전략 개발에 특화한 컨설팅 기업이다. 이 논문에 대해 의견이 있거나 저자와 연락하려면 smrfeedback@mit.edu로 하면 된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Sloan Management Review 2009년 겨울 호에 실린 원문 ‘DECISION 2.0: The Power of Collective Intelligence’를 번역한 것입니다.
 
 
  • 에릭 보나보 | 미국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본부를 둔 아이코 시스템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최고연구책임자(C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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