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전 세계 럭셔리 산업은 역성장했다. 팬데믹 시기 럭셔리 시장의 성장을 이끈 MZ세대와 고액 자산가들은 럭셔리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와 고객 경험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시장 규모와 고객 충성도 모두에 적신호가 켜진 지금, 럭셔리 산업의 고객 경험을 원점에서 돌아봐야 한다. 특히 명품 시장에 처음 진입하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는 엔트리 고객의 이탈이 두드러진 만큼 슈퍼 리치들의 니즈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나아가 2030년 이뤄질 세대 간 부의 대이동을 고려해 다음 세대를 위한 브랜딩 활동에 나서야 한다. 브랜드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고 대화형 AI 도입을 통해 고객에 대한 심층적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도 고객 경험 개선에 도움이 된다. 한편 비용 구조를 개선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등 내실 또한 착실히 챙겨야 한다.
최고의 럭셔리 경험을 창출하려면? 탁월함-독점성-감정적 연결을 선사하라
필 클라우스 모나코국제대 교수
모나코국제대 고객 경험 및 마케팅 전략 교수로 글로벌 고객 경험 전략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19~2024년 스탠퍼드대에서 세계 상위 2% 과학자로 선정됐다. 베스트셀러 『Measuring Customer Experience』의 저자이자 PK 고객 경험 연구소 회장 및 ‘Dr. Phil Klaus & Associates Consulting’ 창립자다.
럭셔리의 고객 경험은 무엇이 다를까
럭셔리 분야의 고객 경험(CX, Customer Experience)이 다른 분야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고객 경험이라는 개념을 떠올리면 많은 이가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무언가의 집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객 경험은 고객들이 경쟁자가 아닌 우리 브랜드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게 만들기에 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럭셔리를 럭셔리답게 만드는 고객 경험의 특징은 무엇일까? 우선 ‘열망(aspiration)’을 꼽을 수 있다. 에르메스를 생각해보자. 에르메스 제품군을 피라미드로 표현했을 때 최상단에는 버킨백이 있다. 버킨백을 얻기 위해선 심지어 버킨백과 함께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답하는 인터뷰도 해야 한다. 제품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 기다려도 원하는 컬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킨백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이게 바로 열망의 힘이다. 핵심은 닿을 듯 말 듯한 느낌이다. 분명 멀리 있는 것 같지만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나갈수록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그래서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열망이다. 버킨백은 에르메스에 큰 수익을 안겨주지 못한다. 오히려 그 아래 있는 다른 상품들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 그럼에도 에르메스 하면 버킨백이 떠오르는 건 열망을 주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