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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Trend in Japan

수건 공장의 먼지를 모아서 판다고요?

정희선 | 376호 (2023년 0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일본에서는 폐기물, 즉 버려지는 재료를 상품화한 ‘업사이클링’ 제품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70년 전통의 염색 업체 니시센코(西染工)는 건조기 필터에 달라붙는 솜뭉치가 불에 잘 타는 성질을 이용해 캠핑용 발화제를 만들었다. 이 업체는 역발상으로 가치가 없는 먼지를 상품화했을 뿐 아니라 투명한 용기를 사용해 알록달록한 색상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아울러 수작업으로 2~3가지 색을 조합해 유일무이한 개성과 희소성을 높였다. 이 밖에도 버려지는 ‘식품 로스’를 줄이기 위해 팔리지 않은 음식 재고를 보유한 식당 및 베이커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부터 버려지는 식자재로 맥주, 과자, 크레파스 등의 업사이클링 상품을 만드는 제조사들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업사이클링 비즈니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친환경이란 가치를 내세우기보다는 서비스와 제품 자체의 매력을 발산해야 한다.



ESG, SDGs, 친환경. 최근 소비 트렌드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다. 너무 단골 소재가 돼 ‘그린워싱’이란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상품 개발과 마케팅에 있어 친환경을 빼놓고 말할 수 없게 된 것은 세계 각국에서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비자들도 친환경 활동에 참여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배달 음식 주문 시 일회용품 용기를 받지 않거나 쇼핑할 때 일회용 비닐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등 일상에서 작은 실천을 늘리는 이들도 많아졌다. 일반 샴푸 대신 고체 비누를 사용하는 것도 친환경 소비의 대표 사례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환경에 공헌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다양하다. 폐기물, 즉 전혀 가치가 없어 보이는 버려지는 음식물 혹은 재료를 상품화한 소위 ‘업사이클링(upcycling)’ 제품들도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다. 국내에도 업사이클링이 활발하지만 일본에서도 업사이클링으로 친환경이란 사회적 미션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비즈니스가 다수 등장하고 있다.

캠핑용 상품으로 재탄생한 먼지

일본 에히메현 이마바리시(愛媛県 今治市)는 일본 내에서 수건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도시다. 이 도시의 이름을 따 ‘이마바리수건’이라는 브랜드가 생겼을 정도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수건은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 이마바리시의 한 염색 업체가 이색 제품을 출시해 지역사회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상품명은 ‘이마바리의 먼지(今治のホコリ)’. 듣는 순간, ‘먼지를 판다고?’라는 의아함을 자아내며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름이다. 이 상품은 캠핑 모닥불을 피울 때 쉽게 불을 붙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발화제’로 수건을 염색할 때 생기는 솜뭉치로 만들어졌다. 수건의 염색 공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캠핑 마니아들에게 유용한 상품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마바리의 먼지’를 만든 곳은 니시센코(西染工)로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염색 회사다. 니시센코는 인근의 수건 제조업체들로부터 의뢰받아 수건 염색을 담당해 왔다. 염색은 고온의 염액에 원단을 담그고 기계로 건조해 색을 입히는 공정이다. 자연히 대량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환경에 부담을 많이 가한다. 이에 니시센코는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20년 전부터 친환경 활동에 힘쓰면서 배관을 단열재로 덮거나 에너지 효율이 좋은 기계를 도입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상품개발부장이던 후쿠오카 씨의 눈에 띈 것은 공장 한 편에 놓여 있던 봉지에 담긴 솜뭉치였다. 염색한 수건을 건조하면 건조기 필터에 솜뭉치가 달라붙는다. 니시센코에서 발생하는 솜뭉치의 양은 하루에 120리터 쓰레기봉투 2개, 즉 240리터에 달했고 당연히 처리 비용도 적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솜뭉치 쓰레기는 전기 합선 등으로 인한 화재 발생 위험을 높이는 등 염색 공장의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후쿠오카 씨는 역으로 솜뭉치가 불에 잘 타는 성질을 이용하면 점화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일종의 역발상이었다.

이러한 창의적인 역발상이 가능했던 것은 이 상품개발부장 본인이 캠핑 마니아였기 때문이다. 그는 취미로 즐기던 캠핑 도중 모닥불을 피울 때 불꽃을 옮겨 붙이는 불씨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공장 폐기물인 솜뭉치에 쉽게 불이 붙는 것을 보고 발화제로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얻었고, 실제로 캠핑에서 사용해 보면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후쿠오카 상품개발부장은 당시의 심경을 전하며 “원래는 버려지던 폐기물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 기존 제품과 차별화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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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마바리의 먼지가 주목받은 것은 단순히 폐기물을 재활용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자체로 상품으로서 매력을 발산하고 유일무이한 개성을 살렸기 때문이다. 가령, 이 상품의 큰 강점은 다채로운 색상이었다. 시중에서 주로 판매되는 발화제는 화석연료를 함유해 대부분이 검은색 혹은 갈색이다. 하지만 수건 염색 후에 나오는 솜뭉치는 색상이 알록달록했고 이마바리의 먼지는 투명한 용기를 사용해 이 차별점을 강조했다. 이 상품에는 개당 먼지 40g을 넣었으며 공장에서 매일 발생하는 5가지 색상의 솜뭉치 중 2~3가지 색을 직원들이 조합해 수작업으로 포장했다. 정형화되고 표준화된 형태로 제작한 게 아니라 직원들이 각자 감각으로 조합함으로써 똑같은 제품이 하나도 없게 했다. 희소성을 높인 것도 특징이었다.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크리스마스용 먼지, 밸런타인데이용 먼지 등을 내놓은 것도 기간 한정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접근이었다. 한 커피 전문점의 의뢰를 받아 ‘카페오레 컬러’를 띤 특별 주문 제작 상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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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희선hsjung3000@gmail.com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정희선 애널리스트는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MBA를 취득한 후 글로벌 컨설팅사 LEK 도쿄 지점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현재는 산업 및 기업 정보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일본 유자베이스(Uzabase)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도쿄 리테일 트렌드』,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를 출간했고 일본 트렌드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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