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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SPC삼립 ‘돌아온 포켓몬빵’의 추억 소환 마케팅

“추억만으론 안 돼, 요즘 입맛에 맞게”
2022년 ‘어른이’와 어린이를 모두 잡다

이규열 | 345호 (2022년 0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1999년 처음 출시된 포켓몬빵을 리뉴얼한 ‘돌아온 포켓몬빵’은 출시 2달 반 만에 2210만 개 이상이 팔렸다. 주 타깃이던 80, 90년생들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어린이, 호기심과 자랑 욕구로 빵을 구해보려는 사람들까지 가세하며 편의점과 마트의 오픈런 행렬을 이끄는 등 상반기 최고 히트 상품이 됐다. 23년 전 제품의 맛과 모양 제품명까지 정확히 기억하며 빵을 재출시해달라는 고객들의 상세한 요구가 출시의 계기가 됐다. 옛날 맛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빵의 식감, 스티커의 디자인 등을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춰 개선했다. 포켓몬 마니아들을 고려해 애니메이션, 게임의 설정을 제품 디자인에 차용해 원작과의 통일성을 살렸다. 부족한 공급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제품을 단종하거나 새로운 제품군의 신제품을 출시해 생산량을 추가적으로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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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빵을 찾아 여기까지 왔구나!
자, 그럼 다음 편의점으로 당장 이동하렴.”

만약 [그림 1] 속 오 박사의 얼굴을 보고 “오늘의 포켓몬은 뭘까요?”라는 구자형 성우의 음성이 떠오른다면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80, 90년대생일 가능성이 크다. 80, 90년대생에게 포켓몬스터는 신드롬이었다. 한국에는 1999년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소개돼 최고 시청률 41.4%, 평균 시청률 33%를 자랑했다. 포켓몬스터 IP(지적재산권)를 내세운 게임, 영화도 성공을 거둔 결과 당시 어린이와 학생들은 가방, 필통 등 포켓몬이 그려진 물건 한두 개씩은 갖고 있었다.

특히 151종의 포켓몬 스티커가 들어간 샤니의 ‘포켓몬스터빵’은 1999년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학교의 책상과 책받침 등은 온통 포켓몬 스티커로 도배돼 있었다. 포켓몬빵은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어린이들도 부담 없이 구입하고 스티커를 모을 수 있었다. 스티커가 인기의 일등공신이다 보니 빵은 버리고 스티커만 가져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IMF 외환 위기 직후였던 당시, 이렇게 음식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사회문제로 그려지기까지 했다. 이처럼 포켓몬빵은 아이들의 ‘잇템’이요, 사회 현상 그 자체였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포켓몬빵은 점점 잊혔다. 포켓몬스터 캐릭터의 인기가 이전 같지 않았고 주 소비자층도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다른 음식과 놀이를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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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24일, 제과법인인 SPC삼립1 은 1999년 당시의 포켓몬빵을 23년 만에 ‘돌아온 포켓몬빵’이라는 이름으로 재출시했다. 특히 당시 인기 ‘투톱’을 달리던 고오스빵과 로켓단빵은 ‘돌아온 고오스 초코케익’ ‘돌아온 로켓단 초코롤’로 리뉴얼됐다. 이 낯익은 신제품들은 ‘그때 그 맛’을 충실히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2년 ‘어른이’들에게 추억 여행을 선사하고 있다. 포켓몬빵 하면 빠질 수 없는 띠부씰(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티커) 역시 그대로였다. 1999년처럼 151종의 초창기 포켓몬으로 제작됐고, 특히 인기가 높은 포켓몬들은 디자인을 두 가지로 기획하거나 수량을 제한하는 등의 전략으로 띠부씰 수집의 재미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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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빵 제품뿐 아니라 인기도 재현되고 있다. ‘그때의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요즘 어린이들’까지 사로잡으며 출시 직후 1주일 만에 150만 개 이상이 팔렸다. 이후에도 그 인기가 식지 않고 수직 상승해 약 2달반이 지난 5월 10일에는 2210만 개 이상이 팔렸다. 24시간 내내 공장을 돌려도 소비자들의 수요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만약 [그림 1] 속 문구를 보고 쓰라린 좌절을 맛본 경험이 떠오른다면 한번쯤은 포켓몬빵을 구하기 위해 편의점이나 마트 앞을 서성거린 경험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빵의 인기에 비해 공급이 달리다 보니 빵을 구하기 위해 편의점과 마트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는 이른바 ‘오픈런’이 이어지고 있다. 포켓몬빵을 얼마나 잘 구하느냐가 부모들의 능력 테스트로 여겨져 부모들이 동네 가게들을 순회하며 빵을 찾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몇몇 편의점에서는 포켓몬빵을 찾는 손님들로 일상 업무가 마비되자 포켓몬빵이 없다는 안내문을 만들어 문 앞에 붙였고, 포켓몬빵을 아예 취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주들도 나타났다.

2022년 상반기 최고 히트 상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포켓몬빵은 어떻게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을까? 그리고 어떻게 24년 전 소비자들의 추억을 생생하게 재현해냈을까? ‘돌아온 포켓몬빵’을 처음 기획한 윤민석 SPC삼립 베이커리 마케팅실 과장은 “‘돌아온 포켓몬빵’은 과거 포켓몬빵을 세세히 기억하고 있던 고객들의 요구로부터 시작됐다”라며 “80, 90년생들을 타깃으로 삼아 1999년 고객들이 기억하는 빵을 복원하는 동시에 2022년 고객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빵부터 스티커까지 다방면으로 개선했다”고 밝혔다. ‘돌아온 포켓몬빵’의 추억 소환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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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9,
고객의 소리에서 이상 신호 탐지

국찐이빵, 핑클빵, 포켓몬빵… SPC삼립이 히트시킨 추억의 스티커 빵들이다. ‘띠부씰’ 빵의 시초는 1999년 7월 샤니가 출시한 ‘포켓몬스터빵’이다. 당시 판매량은 월평균 500만 개에 달했다. 1999년 4월 삼립식품도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개그맨 김국진 씨의 캐릭터 스티커를 넣은 ‘국찐이빵’을 출시했다. 이 빵은 매일 50만 개 이상씩 팔리며 사업 확장과 외환 위기의 여파로 부도를 맞은 삼립식품이 기사회생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김국진 씨는 한 방송에서 “삼립식품이 국찐이빵으로 6개월 정도 밀린 직원들 월급을 다 주게 됐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2000년에는 걸그룹 ‘핑클’ 멤버들의 사진을 스티커로 넣은 ‘핑클빵’을 출시해 성공 가도를 이어 나갔다. 2002년 샤니(태인샤니그룹)가 삼립식품을 인수합병(M&A)해 탄생한 SPC삼립은 이후에도 디지몬빵, 원피스빵, 케로로빵 등 대세 애니메이션의 IP를 구입해 띠부씰 빵을 선보였다.

80, 90년대생이라면 한번쯤은 책받침에 포켓몬 스티커를 수집하거나 친구와 스티커를 교환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모든 포켓몬을 만나 도감을 완성하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의 내용처럼 151종의 포켓몬 스티커는 모으는 재미가 쏠쏠했다. 당시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의 인기 역시 최절정기를 달리고 있었다. 모든 종류의 포켓몬 스티커를 다 모으거나 전설•환상의 포켓몬의 스티커를 갖고 있으면 주변 친구들로부터 큰 부러움을 샀다. 2022년 버전의 포켓몬빵을 기획한 윤 과장에게 이 빵은 학창 시절 코끝 찡한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집과 학교가 멀어 중학생 때부터 일찍이 자취를 시작한 윤 과장이 반쯤 주식으로 먹던 게 포켓몬빵이었기 때문이다. 매일 하루 한 끼 정도는 ‘로켓단의 초코롤’로 끼니를 해결했다. 과장을 조금 더하면 이렇게 어릴 때부터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던 배경이 그가 SPC삼립에 입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 중 하나였다. 입사 후에도 이따금씩 그 옛날 포켓몬빵이 아른거렸다.

마침 2010년대 말부터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레트로’ 현상 또는 레트로적인 요소를 현시대에 맞춰 재해석해 향유하는 ‘뉴트로’ 현상의 열풍으로 곰표, 코닥 등 브랜드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었다. ‘놀면 뭐하니?’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등 과거 프로그램을 재현하거나 옛날 유명인을 초청하는 콘텐츠가 대세로 떠오르기도 했다. 경제가 어려울 때 ‘과거 좋을 때’의 것을 찾는 건 자연스런 인간 심리 현상이다. 그 때문인지 포켓몬빵을 비롯해 SPC삼립이 과거 출시한 추억의 빵을 그리워하는 건 윤 과장만이 아니었다. 현재는 단종된 많은 빵이 ‘고객의 소리(Voice of Customer, VOC)’를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앵콜’ 요청을 받고 있었다. 포켓몬빵도 그중 하나였다. 윤 과장은 “포켓몬빵을 재출시해달라는 고객들의 요구가 다른 빵에 비해 유독 많았던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SPC삼립이 레트로 현상을 활용한다 해도 물망에 오를 만한 제품이 여럿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국찐이빵, 핑클빵 등 다른 추억의 빵이 아닌 포켓몬빵이 부활하게 됐을까? 윤 과장은 “포켓몬빵에는 다른 빵들을 재출시해달라는 요구와는 다른 ‘이상 현상’이 있었다”고 밝혔다. 유독 요구의 디테일이 살아 있었던 것. 다른 빵들의 경우 고객들의 요구가 추상적이었다. 예컨대, ‘2000년대 초반에 나온 동그란 모양에 딸기 잼 또는 딸기 크림이 들어간 빵’과 같이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으며 빵을 묘사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반면, 포켓몬빵의 경우 고객들이 빵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예컨대, ‘로켓단의 초코롤빵을 다시 먹고 싶습니다. 초코빵 안에 초코 크림과 초콜릿이 더 많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와 같이 맛과 모양은 물론 정확한 제품 이름까지 언급하며 제품을 상세하게 기억했다. 윤 과장은 “포켓몬빵에 대한 고객들의 기억이 선명하고 남달라 실제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 봤고, 이렇게 선명한 소비자들의 신호가 포켓몬빵 재출시의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서도 포켓몬빵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유튜브에는 포켓몬빵을 기억하냐는 영상들이 올라왔고, 당근마켓에는 옛날 띠부씰이 거래되기도 했다. 특히 2021년 8월, Z세대의 아이콘 래퍼 이영지 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혹시 포켓몬빵 구매처 아시는 분.. 메시지 주세요. 먹고 싶어요...” “저거 진짜 파는 곳 아는 사람이나 갖고 있는 사람 있으면 원래 가격 10배로 사겠음. 제발, 제발” 등 수차례 포켓몬빵을 찾는 글을 올리자 포켓몬빵이 일부 쇼핑몰 실시간 검색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전 국민 이영지 포켓몬빵 먹이기 프로젝트’라며 포켓몬빵의 재출시를 요청하는 글을 올려 때아닌 바이럴을 거두기도 했다.

포켓몬빵을 향한 수요의 질(고객의 소리)과 양(인터넷 커뮤니티, SNS)을 모두 확인한 윤 과장은 2021년 9월, 80년대, 90년대생을 집중 타깃해 초창기 포켓몬빵을 구현해 재출시하자는 기획안을 올렸다. 하지만 지금의 성공이 무색하게 윤 과장의 기획안이 처음부터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사실 포켓몬빵은 1999년 첫 출시 이후 SPC삼립에서 2006년, 2008년, 2009년(10주년 기념), 2011년, 2013년 이미 5차례나 재출시가 이뤄진 제품이다. 2016년에는 관련 라이선스를 구입한 롯데제과에서 포켓몬빵이 출시되기도 했다.

포켓몬 애니메이션이 새 시즌에 접어들어 새로운 포켓몬들이 등장하면 포켓몬빵 역시 리뉴얼을 거쳐 재출시됐다. 이렇게 띠부씰 스티커 수를 늘려 나갔다. 당시에는 애니메이션에 맞춰 포켓몬빵도 함께 변화하는 전략이 타당했다. 포켓몬빵의 주요 소비자들이 첫 출시와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을 즐기던 어린이, 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90년대 말 포켓몬빵을 사 먹던 아이들은 점점 어른이 되면서 생애주기에 맞는 다른 먹거리와 오락거리를 찾게 됐다. 그러다 디지몬, 원피스, 케로로 등 다른 인기 IP들이 나타나며 포켓몬의 인기도 점차 시들해졌고 빵의 인기도 식어갔다. 수차례의 재출시에도 첫 출시 때만큼의 신드롬을 일으키진 못했고, SPC삼립도 새로운 인기 애니메이션의 IP로 포켓몬빵을 대체하며 대응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20년도 더 지난 옛날 포켓몬빵을 부활시키자는 의견에 ‘이미 해봤다’ ‘신선하지 않다’는 등 우려가 제기됐다. 포켓몬빵은 출시될 때마다 폭발적인 수준은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요가 꾸준히 있던 제품이었기 때문에 차라리 ‘현재 애니메이션에 맞는 포켓몬빵을 기획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심지어 윤 과장의 아이디어와 유사하게 대중에게 친숙한 초창기 포켓몬들로만 스티커를 구성한 2016년 롯데제과의 포켓몬빵은 모바일 게임 ‘포켓몬 GO’의 흥행 특수 덕에 한때 막대한 인기를 누렸음에도 약 1년 만에 단종했다.

윤 과장은 그때와 지금 포켓몬빵을 원하는 사람들이 다르다고 경영진을 설득했다. 과거 포켓몬빵을 사 먹던 아이들이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 포켓몬빵을 재출시해 달라고 SPC삼립에 먼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첫 출시 이후 한참 시간이 지나고 재출시된 포켓몬빵이 어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지 못한 건 소비자들이 기억하고 요구하는 포켓몬빵을 충실히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오랜만에 포켓몬빵을 산 어른들이 스티커에서 새로 나온 포켓몬을 뽑으면 난생 처음 보는 포켓몬을 마주하는 기대와는 다른 경험을 했다. 2016년에 출시됐던 포켓몬빵은 일부 제품에 스티커가 누락되거나 포켓몬 공식 설정과 스티커의 포켓몬 넘버링이 맞지 않는 등 생산과 디테일 측면에서 과거의 포켓몬빵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허희수 부사장을 필두로 한 경영진은 소비자들이 기억하는 포켓몬빵을 생생하게 재현해 선보인다면 승부수를 띄워볼 수 있을 것이라는 윤 과장의 설득을 받아들였고 마침내 포켓몬빵의 재출시가 결정됐다.

추억이 떠오르되 요즘 입맛에도 맞아야
과거 실수 되풀이 않기 위한 만반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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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윤 과장은 80, 90년대생들의 포켓몬빵 추억 소환을 위한 TF팀을 꾸렸다. 윤 과장은 ‘그때 그 맛’을 정확히 구현하기 위해 포켓몬빵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모았다. TF팀에 합류하기 위한 가장 큰 조건은 ‘포켓몬을 좋아할 것’이었다. 과거 포켓몬은 대중적으로 널리 사랑받는 IP였다. 그러나 1996년 처음 게임을 통해 IP를 선보인 지 26년이 지난 지금은 포켓몬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니아층이 두터워졌다. 이들 중에는 지금까지 과거의 포켓몬빵 스티커를 모으는 진성 띠부씰 컬렉터들도 있었다. SPC삼립으로선 ‘포켓몬 어벤저스’를 꾸려 원작과의 연관성을 높이고 디테일을 살린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마니아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게 제품의 대중적 흥행 못지않게 주요한 과제였다. 다행히 회사에서 포켓몬 ‘찐팬’들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선, 윤 과장 본인 역시 포켓몬 IP로 발매된 모든 게임을 다 해봤을 정도로 ‘포켓몬 덕후’였다. 디자인센터에 ‘포켓몬을 좋아하는 디자이너를 찾아달라’고 요청했을 땐 지원자가 너무 많아 선정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을 정도였다. (DBR minibox Ⅰ ‘포켓몬스터 IP의 힘’ 참고.)

DBR mini box I

포켓몬스터 IP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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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포켓몬빵이 성공을 거둔 배경에는 포켓몬스터 IP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1996년에 시작된 IP가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믹스를 통해 현재까지 생명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포켓몬스터 IP의 위력은 숫자로도 입증된다. 독일의 시장 데이터 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8월 기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미디어 프랜차이즈가 바로 포켓몬스터다. 그 규모가 약 1050억 달러로 한화 133조 원에 이른다. 그 뒤를 키티, 푸, 미키마우스 등이 차지하고 있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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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 IP는 1996년 닌텐도 게임 소프트웨어로 시작됐다. 1997년 일본에서 처음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됐고, 한국에는 1999년 SBS에서 방영됐다. 이후 주인공이 모험하는 새로운 대륙과 새로운 세대의 포켓몬들이 등장, 올해 겨울에는 신작 게임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을 통해 9세대 포켓몬이 출시될 예정이다.

한국에는 애니메이션이 대중적으로 알려졌지만 마니아층에서는 게임이 더욱 인기다. 닌텐도 게임은 발행됐다 하면 전 세계에서 1000만 장 이상 판매된다. AR(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해 현실에서 포켓몬을 잡는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는 2017년 발매 직후 속초 등 초기 서비스 지역에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포켓몬 카드 게임에 필요한 포켓몬 카드는 포켓몬빵만큼이나 구하기 힘든 상황이며 대형마트 등에 비치된 오락기 ‘포켓몬 가오레’ 앞에는 어린이들이 줄을 선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경우 첫 작품 ‘뮤츠의 역습’이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나 이후 작품들은 10위권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포켓몬스터 IP의 출발점이자 핵심인 게임 역시 비슷한 스토리와 진행 방식이 반복되면서 점차 식상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 1월 발매된 ‘포켓몬 레전드 아르세우스’는 시리즈 최초로 유저가 정해진 스토리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게임 속 세상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오픈월드(Open World) 형식을 도입하며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출시 첫 주 만에 전 세계에서 650만 장을 팔아 치웠다. 스위치로 발매한 포켓몬 시리즈 게임 중 최속•최다 기록이며 일본에서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이어 2위 기록이다.

이시하라 츠네카츠 포켓몬컴퍼니 대표이사는 포켓몬스터 IP의 지속적인 인기 비결로 ‘수집, 육성, 교환, 대전’을 꼽았다. 시리즈가 바뀌어도 포켓몬 게임 유저들은 강하거나 좋아하는 포켓몬을 얻기 위해 야생에서 포켓몬을 잡거나 교환한다. 그렇게 얻은 포켓몬을 키워 다른 유저와 배틀을 즐기기도 한다. 츠네카츠 대표는 “포켓몬은 디바이스나 통신 환경의 변화에 맞춰 진화한다”며 “이를 통해 어릴 적 누구나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곤충 채집이나 식물 재배, 동물을 키울 때 느끼는 두근거림과 경험을 ‘포켓몬‘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많은 사람이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밝혔다.

이렇게 모인 TF팀은 과거 포켓몬빵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과거 포켓몬빵을 생생하게 구현하는 것이다. 고객의 소리를 취합해 특히 재출시 요구가 많았던 제품을 파악했다. 그 결과 ‘벗겨먹는 고오스’ ‘로켓단의 초코롤’ 2종을 우선적으로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한 입 베어 문 순간 과거의 맛이 떠오를 수 있도록 수십 번씩이나 제품을 개선하고 시식하는 과정을 거쳤다. 제품 디자인에도 포켓몬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서 쓰이는 포켓몬 속성, 경기장 등 디테일한 요소들을 차용해 원작과의 통일성을 높였다. 과거 학생들이 책받침에 스티커를 모았다는 데 착안해 A4 사이즈 종이에 스티커를 붙여 보관할 수 있는 ‘포켓몬 띠부씰 컬렉션’ 파일도 준비했다.

가격은 SPC삼립에서 기존에 유통하던 제품들 중 가장 저렴한 1200원을 기준으로 삼았다.2 IP 계약, 띠부씰 제작, 띠부씰 동봉을 위한 추가적인 포장 공정 등 띠부씰 빵은 다른 빵 제작보다 원가 부담이 큰 제품이다. 그러나 윤 과장은 저가 정책을 고집했다. 소비자들의 기억 속 포켓몬빵은 저렴한 제품이다. 과거 포켓몬빵이 흥행한 이유 중 하나도 빵집보다 적어도 100∼200원가량 저렴해 부담 없이 빵을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추억을 소환한다는 콘셉트에도 높은 가격이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옛날에 500원, 700원에 사 먹던 제품이 비싸게 팔린다면 그 자체로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 판단해 가능한 최저가에 맞춰 제품을 기획했다.

TF팀이 내세운 또 다른 기획의 방향성은 2022년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업그레이드하는 것이었다. 처음 포켓몬빵이 세상에 나오고 24년이 지난 만큼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은 물론 띠부씰과 같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한 소비 대상도 많아졌다. 1998년 제품을 똑같이 구현한다고 해도 오늘날의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많지 않으면 흥행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해 전방위적인 제품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스티커의 경우 수집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과거 사람들은 친구들끼리 아직 갖지 못했거나 꼭 갖고 싶은 스티커를 서로 교환했다. 당근마켓 등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고 거래 플랫폼과 리세일 시장이 과거보다 훨씬 활성화된 지금 지인뿐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과도 활발하게 스티커를 거래하거나 교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과거의 띠부씰이 여전히 거래되고 있었다. 만약 24년 전 스티커가 그대로 출시된다면 어떨까? 마니아들의 새로운 수집 욕구를 자극하지 못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이들이 24년간 힘들게 스티커를 모아온 수집 행위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우선, ‘1세대’라 불리는 초창기 포켓몬 151마리의 스티커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마스코트인 피카츄의 경우 총 200여 개에 달하는 아트워크(캐릭터 디자인)가 있다. 이처럼 포켓몬 IP의 역사만큼이나 개별 포켓몬의 디자인도 점점 변화했다. 아트워크의 채도나 색상까지 꼼꼼히 살피며 과거 포켓몬 디자인과 유사하면서도 띠부씰로 선보인 적 없는 디자인을 엄선했다. 피카츄, 이상해씨, 꼬부기, 파이리 등 인지도가 높아 사람들이 더욱 갖고 싶어 할 것이라 예측한 포켓몬 8종의 경우 두 가지 종류로 스티커를 제작해 총 159종으로 구성했다.

환상•전설의 포켓몬 뮤, 뮤츠 스티커는 포켓몬 세계관에 맞춰 수량을 소량으로만 제작해 희소가치를 높였다. 자동화 공정의 특성상 특정 스티커의 수량만 조절하는 게 불가능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뮤와 뮤츠가 들어간 제품을 따로 골라내 폐기해야 했다. 다행히 20년간 SPC삼립과 함께 띠부씰을 만들어 온 공장 역시 수집의 재미를 더한다는 기획의 취지에 공감해 번거로운 과정을 수락했다. 이 두 포켓몬의 스티커를 찾아 인스타그램에 인증하면 선착순으로 닌텐도 스위치 게임기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계획했다. 또한 포켓몬빵 최초로 앞•뒷면 전부 이미지가 보이는 양면 스티커를 제작하기도 했다. 유리컵 등 투명한 데 붙이면 스티커를 붙인 겉면뿐 아니라 유리컵 안쪽에서도 스티커를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과거 포켓몬빵의 인기에서 파생된 문제들 역시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티커를 사니 빵을 준다’라는 우스갯소리처럼 스티커 자체가 인기를 끌자 빵은 버리고 스티커만 가져가거나 소비자들이 구입 전 빵 속에 어떤 포켓몬이 들어 있는지 보기 위해 빵을 요리조리 주무르는 탓에 빵이 손상돼 소매점주들이 피해를 입는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이러한 과거의 과오가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다. 우선, 빵이 버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음식으로서의 본연의 기능인 맛을 높였다. 특히 과거 버전의 빵 일부는 퍽퍽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터라 식감을 더욱 부드럽게 만들었다. 단맛, 고소한맛, 매운맛 등 다채로운 맛의 제품들을 기획해 선택지를 넓혔다. 구입 전 스티커를 확인할 수 없게 스티커 포장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약 6개월간의 제품 기획 과정을 거쳐 2022년 2월24일, ‘돌아온 포켓몬빵’의 출시가 결정됐다. 총 7종으로 기획됐고 이 2종 ‘돌아온 고오스 초코케익’ ‘돌아온 로켓단 초코롤’은 과거 버전을 충실히 재현했고 이름에 ‘돌아온’을 붙여 친근함을 더했다. 나머지 5종의 경우 과거 빵에서부터 모티브를 얻거나 요즘 입맛에 맞춰 새로 기획했다. 제품 출시 일주일 전부터 포켓몬빵이 재출시된다는 이야기가 SNS에서 화젯거리가 됐다. 포켓몬빵 출시를 약 1달 앞두고 발매된 닌텐도 스위치 게임 ‘포켓몬 레전드 아르세우스’도 흥행에 성공했다. TF팀의 기대는 더욱 커져갔다.

윤 과장 역시 소•도매업체의 주문이 시작되는 2월23일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학수고대하던 23일, TF팀원들은 하루 종일 주문량만 확인했다. 그러나 초기 주문량은 기대에 못 미쳤다. 주문 마감인 저녁 7시까지 꼬박 기다렸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윤 과장은 이 제품의 성공을 호언장담해온 장본인이었던 터라 경영진에게 실패 요인을 설명하기 위한 자료를 만들기 위해 주문 첫날부터 야근을 자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늦은 시간 지친 몸을 이끌고 귀가하던 윤 과장은 홀연히 편의점에 들렸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소비자인 듯 가게에 기웃거리며 반응을 살피고 싶은 게 제품 기획자의 마음이다. 편의점 점주에게 힘없이 물어본 질문에 돌아온 답변에 윤 과장은 비로소 전율이 돋았다.

“내일 포켓몬 빵 들어와요?”(윤 과장)

“아유, 오늘 이 똑같은 질문을 50번도 더 받았네요.”(편의점 점주)

난생 처음 느끼는 희열이었다. 윤 과장은 설레는 마음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다음 날 회사로 향했다. 통상 신제품들의 6배에 달하는 주문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영업 직원들은 비정상적인 주문량에 점주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리며 주문량을 제대로 입력한 게 맞는지 확인했다.

24시간 공장 풀가동해도 수요 잡기 어려워
공장 효율적으로 관리해 ‘증설의 저주’ 피해

80, 90년대생 ‘어른이’들을 공략한 제품이었지만 예상치 못하게 어린이, 학생들까지 합세하면서 말 그대로 포켓몬빵 구하기 대란이 일어났다. 주 타깃이 아니었던 어린이들까지 포켓몬빵 신드롬에 가세한 이유는 이들 역시 여전히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즐기며 피카츄를 비롯해 초창기 포켓몬 151종도 낯설게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켓몬빵에 대한 기억이 없거나 포켓몬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세간의 화제인지라 호기심에 대란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BTS의 리더 RM이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편의점 8곳을 돌았다며 빵을 더 팔아 달라고 SNS에 글을 올리는 등 유명 연예인들의 SNS 바이럴까지 가세하며 인기는 더더욱 높아졌고 빵을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 같은 일이 됐다.

마트에서는 오픈 시간 1∼2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가게 앞에 줄을 섰다가 오픈 후 매대를 향해 달려가는 오픈런이 펼쳐졌다. 통상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의 경우 오후 9∼10시경 물류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소비자들이 몰렸다. 물류 차를 따라다니며 편의점을 도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가게에서 막 들어온 제품의 수량이나 상태를 점검하기도 전에 소비자들이 제품을 낚아채며 점주들과 소비자들 사이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슈퍼를 운영하는 윤 과장의 어머니는 아들이 포켓몬빵을 새로 기획했다고 중학생들에게 자랑하자 “그럼 뭐해요. 아줌마도 포켓몬빵 못 구하시잖아요”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모든 당첨자가 나오기까지 제품 출시 후 최소 일주일은 걸릴 것이라 예상한 뮤•뮤츠 스티커 찾기 프로모션도 이틀 만에 종료됐다. 디테일을 살려 원작과의 통일성을 높이려는 시도 역시 포켓몬 커뮤니티에서 인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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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물밀듯이 밀리는 주문량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했다. 우선, 가게마다 주문량을 종류별로 1∼2개씩으로 제한했다. 30여 종의 제품을 일시적으로 단종해 포켓몬빵 생산 라인으로 돌렸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신제품 4종도 예상보다 빠른 4월7일에 출시를 결정했다. 신제품 4종은 냉장 디저트로 기획됐다. 냉장 디저트의 경우 중 1종은 기존과 같은 상온 빵, 3종 빵으로 분류되는 이전 7종 제품과는 다른 공장 라인을 활용하기 때문에 전체 생산량을 30%가량 늘릴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무엇보다도 과거보다 맛을 업그레이드하긴 했지만 초기 7종 제품의 경우 가능한 저렴한 가격을 고수하다 보니 맛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디저트의 경우 2000∼3000원대로 판매돼 빵보다 고급 제품군에 속한다. 높은 가격만큼 제품 자체에도 더욱 투자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맛에 대한 평가가 좋을 것으로 예상됐다. 5월2일에는 띠부씰이 3개 들어간 ‘피카피카 부드러운 롤케익’을 출시했다. 다른 신제품들과 마찬가지로 타 생산 라인을 활용해 제품 수요와 스티커에 대한 수요를 해소하려는 시도였다.

이처럼 SPC삼립은 다른 제품의 생산 라인을 끌어와 24시간 생산을 진행하고 있으며 띠부씰 생산 업체를 비롯한 협력 업체들도 라인을 증설해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품의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자 빵의 희소성을 볼모로 한 사회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판매자가 포켓몬빵을 다른 제품에 끼워 팔기 시작한 것이 그 예 중 하나다. 빵을 구한 소비자들이 다른 소비자들에게 비싼 가격에 빵을 되팔기도 했다. 뮤와 뮤츠 스티커는 당근마켓에서 약 5만 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빵보다 스티커가 30배 이상 비싸진 셈이다. 심지어 어린아이들에게 빵을 주겠다며 유괴를 시도하거나 60대 편의점주가 포켓몬빵을 찾으러 온 10대 여아를 성추행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스티커를 확인하기 위해 빵을 훼손하거나 스티커만 갖고 빵을 버리는 일도 과거보다 빈도는 줄었지만 각종 보도를 통해 다시 조명됐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SPC삼립의 책임감은 더욱 커지고 있지만 공장 자체를 증설하는 카드는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식품, 유통 업계에는 소위 ‘라인 증설의 저주’가 존재한다. 현재의 포켓몬빵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던 제품을 꼽자면 팔도의 ‘꼬꼬면’,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정도다. 두 제품 모두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초기 수요로 막대한 매출 증대를 기대하며 새로 공장을 지었다. 하지만 제품 공급이 늘어나자 판매량이 오히려 급감하거나 판매량이 늘어도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이를 두고 고객들이 라인 증설을 기다리다 기대감이 식었다, 막상 공급량이 늘어나면 희소성이 사라졌다는 등 다양한 해석이 오간다.

윤 과장은 라인 증설의 저주에 대해 “라인 증설 자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고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품을 개선해야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허니버터칩의 경우 2014년 첫 출시 이후 큰 인기를 끌자 2016년 새로운 생산 공장을 오픈했다. 해태제과는 공장 증설을 통해 연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어 2000억 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증설 후 약 6개월 동안 막상 월 평균 매출이 5억 원 정도 늘어난 정도에 그치자 늘어난 설비를 충당하기 위해 후속 제품들을 출시했다. 그중 체리블라썸맛, 라벤더&블루베리맛 등을 한정판으로 출시했는데 대중적이지 않은 맛인 만큼 맛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희소성 덕에 매출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다시 사 먹고 싶지는 않은 맛’이라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무엇보다도 당시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지적하던 ‘질소 포장’ 문제가 개선되지 않아 비판 받았다.

고객들이 원하는 ‘선 지킨’ 제품 선보여야

포켓몬빵의 수요를 해소하는 일은 SPC삼립을 넘어 SPC그룹 전체의 숙제가 됐다. SPC그룹의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는 5월 이달의 아이스크림으로 ‘피카피카 피카츄’와 ‘나와라! 꼬부기’를 출시했다. 피규어를 함께 제공하는 케이크와 모찌 등의 제품도 함께 선보였다. ‘이상해씨 아이스 모찌 피규어 세트’는 사전 예약 3시간 만에 완판됐다. 비알코리아의 던킨 역시 5월 이달의 도넛으로 3종의 포켓몬 도넛과 4종의 포켓몬 음료를 출시했다. 어린이날인 5월5일부터 6월19일까지 46일간 배스킨라빈스 ‘HIVE 한남점’은 포켓몬 테마로 꾸며 포켓몬빵을 비롯한 SPC그룹의 포켓몬 관련 제품과 굿즈, 포토존 등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포켓몬 IP를 활용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며 포켓몬빵의 신선함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포켓몬빵이 신드롬을 일으키자 SPC그룹뿐 아니라 산업계 전체가 ‘피카츄 섭외’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완구점 토이저러스는 50종의 포켓몬 스티커가 든 3종의 과자를 출시했다. 쿠팡과 하림은 포켓몬 홀로그램씰이 담긴 ‘포켓몬 치즈너겟’ ‘포켓몬 치즈핫도그’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Z플립 3 포켓몬 에디션’을 한정 판매했는데 출시 5분 만에 전부 팔리는 위력을 과시했다.

과거 포켓몬빵은 애니메이션의 전개에 따라 단종과 출시를 거듭하며 새로운 맛과 포켓몬 스티커를 선보였으나 점차 고객들에게는 신선하지 않고 낯설기만 한 제품이 됐다. 너도나도 포켓몬이 들어간 제품을 출시하며 포켓몬빵의 신선함이 퇴색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포켓몬빵은 과연 계속해서 사랑받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윤 과장은 “새로운 시도 역시 고객들이 원하는 범주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e메일, SNS, 전화 등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통해 고객의 소리를 크롤링해 취합하고 분석해 고객들이 원하는 포켓몬과 제품, 프로모션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예컨대 ‘포켓몬 성향 테스트’ 프로모션을 기획해 소비자들의 테스트 결과를 신제품을 출시에 반영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속 악역인 로켓단이 돼 포켓몬을 구하러 떠난다는 내용의 게임으로 중간중간 선택지를 주면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빵과 포켓몬을 파악한다. 윤 과장은 “돌아온 포켓몬빵으로 세 차례나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나 매번 이 캐릭터를 내세운 제품을 포함하는 이유도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피카츄를 선호했기 때문이다”라며 “앞으로도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포켓몬 관련 신제품과 마케팅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DBR mini box 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소비 아닌 경험의 대상… 구매 여정에 ‘재미’ 듬뿍

저관여 제품을 경험재로
놀이가 된 소비 Fun-Sumption

편의점에서 빵을 사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맛이 있어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빵에 거는 맛의 기대치는 제과점이나 전문 베이커리 숍에서 판매되는 빵과는 다르다. 그 맛이 월등해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배가 고파서? 편의점 빵은 성인들의 주된 식사로 포지셔닝하기에는 제약이 크다. 고물가 시대, 간식의 옵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골목마다 빵집이 있는 시대에 처음부터 편의점에 간식으로 빵을 사기 위해 들르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새 상품에 대해 인지(Awareness), 관심(Interest), 욕구(Desire), 행동(Action)의 단계를 거치며 수용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편의점 빵과 같은 단순한 제품, 즉 저관여 제품을 구매할 때 이 모든 단계를 거치지는 않는다. 대부분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편의점에서 빵을 구입하게 될 것이다. 배가 고파 편의점에 들른다. 삼각김밥과 빵, 라면이 보인다. 끓이지 않아도 되고 포장을 풀기도 간단하니 빵을 먹기로 한다. 편의점에 들렀더니 매대에 진열된 게 보여(인지) 집어왔다(행동) 정도로 구매 여정의 단계가 축소되는 것이다. 또는 밥은 먹었고 후식으로 할 수 있는 달달한 거 뭐 없나 싶어 빵을 집는다. 욕구가 바로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처럼 저관여 품목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제품이나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선택지에 올리는 것은 매우 힘들다. 관심 자체를 깊이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눈에 띄어서(Availability), 늘 먹던 거라서(Habit), 세일을 하기에(Visibility), 한번 새로운 걸 사보고 싶어서(Variety Seeking) 산다. 이런 소비 행태를 고려하면 구매한 적이 없었던 소비자가 제품을 사게 하는 일, 한때 구매했으나 더 이상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다시 알리며 각인시키는 일은 큰 도전이다.

포켓몬빵은 어떨까? ‘새로 나왔네’ ‘사람들이 많이 사는구나’ 제품을 알게 되고(인지), ‘어디 가면 살 수 있지?’ 호기심을 갖는다.(관심) ‘왜 없는 거야’ ‘와, 저런 종류의 스티커도 있구나’ ‘저 빵 종류는 더 맛있다고 하네’ ‘저것만 먹어보면 되는데’ 열망한다.(욕구) 그리고 편의점 앞에서 12시에 도착한다는 배송 차를 10시부터 기다리거나 개인 간 정가를 넘는 웃돈을 주고 산다.(행동)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제품이나 현상들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바로 구매 여정의 네 단계 과정을 충실히 거치며 감정을 경험한다는 점이다. 포켓몬빵은 저관여 제품의 한계를 극복하고 네 단계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수용됐다.

제품, 가격, 유통, 프로모션 네 박자가 잘 이뤄져야 좋은 마케팅이 된다. 포켓몬빵은 이런 마케팅의 기본 요소가 잘 이뤄졌다. 이미 알고 있는 그리운 맛과 캐릭터, 진입장벽이 낮은 가격, 편의점이나 마트 등 쉽게 찾아갈 수 있는 판매 장소, 소비자들이 스스로 제품을 알리는 프로모션. 기본이 잘 갖춰지기 쉽지 않은데 포켓몬빵의 경우 하나하나가 잘 맞았다.

포켓몬빵의 경우 이 네 가지 요소 중 가장 어려운 작업은 프로모션이다. 판매 초기에는 제품이 재출시됐다는 점, 제품의 차별점과 강점 등을 알리는 것이 관건이었겠지만 출시 이후 머지않아 ‘트렌드에 빠지면 섭섭하지’ 하며 열풍에 끼어 경험해보고 싶은 소비자들이 심리가 자극되며 코어 팬층이 널리 확장돼 나가는 과정이 있었기에 남다른 성공을 이뤘다.

특히 SPC삼립은 ‘어떻게 프로모션할까’라는 과제를 ‘재미’라는 키워드로 돌파했다. 소비자가 스스로 제품을 찾아보는 재미, 스티커를 모으는 재미, 정보를 나누고 공유하는 재미, 전시하는 재미, 선물하는 재미 등이다. 소비자들은 “어디 있어요” “어디 있대요”라며 빵의 재고를 묻고 나눈다. 발견한 포켓몬빵과 스티커를 SNS나 주변인들에게 전시한다. 품절된 상황마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이 캐릭터 그림으로 공지한다. 이때 포켓몬빵은 소비의 대상을 넘어 경험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경험의 전 여정, 인식하고, 찾고, 모으고, 비교하고, 부러워하고, 전시하고, 자랑하는 모든 과정이 재미의 요소로 남는다. 포켓몬빵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전국적인 놀이에 참여하는 그 자체로 긍정적인 정서를 경험한다.

완결성과 희소성의 욕구

소비자들은 여러 가지가 결합된 시리즈에서 한두 개를 시작하면 완결하고 싶은 욕구를 갖는다. 퍼즐로 구성된 그림에서 몇 군데가 빠져 있으면 완전한 형상을 봐야 안정감을 느끼듯이 심리적 통일감을 지향한다. 하나를 사보게 할 수는 있어도 반복적인 구매 혹은 재구매를 일으키는 것은 어렵다. 포켓몬빵의 경우 다(多)품종, 다(多)스티커를 보유한 일종의 시리즈 형태로 기획됐다. 소비자가 가진 완결성에 대한 욕구는 12종의 빵, 159종의 스티커(띠부씰)를 만나며 극대화된다. 12종의 빵은 먹어봐야 하고, 그를 넘어서 159종의 스티커 모두를 모으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이것을 다 완수하면 산을 정복한 등산가와 같이 마침내 과제를 완수해냈다는 희열을 경험한다.

비슷한 사례로 몇 년 전 스타벅스는 ‘스탬프 투어’를 기획했다. 전국 방방곡곡 특이한 매장을 방문해 스탬프를 받고 자랑하는 인증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이런 완결성의 욕구를 활용해 박물관이나 관광 유적지에서도 주요 시설 앞에 비치된 스탬프를 찍도록 유도한다. 긴 한양도성 행렬을 지나는 것은 피곤하지만 각 성문을 방문할 때마다 스탬프를 찍게 하니 완수하고 싶은 마음에 방문객들은 끝까지 달리게 된다.

또한 포켓몬빵에서 발견되는 각각의 스티커는 등장 확률이 다르다. 희소가치가 큰 종이 있다. 숨겨져 있는 스티커를 발견하기 위해 이곳저곳 매장을 들르고,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 특정 스티커를 구한다고 글을 올려 서로 교환하거나 구입한다. 소비자들은 희소한 물건에 대해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더 높은 상징성을 갖는다. 더 많이 기다리고 기대할수록, 여러 과정을 거쳐 마침내 손에 넣었을 때의 희열이 큰 법이다.

경험은 디테일이다

제품이 정서를 일으키고 전달하려면 경험의 생생함이 필요하다. SPC삼립은 경험의 디테일에 집착했다. 대충 흉내 내서는 과거의 추억, 즉, 포켓몬 애니메이션을 보며 모험을 꿈꾸던 동심, 포켓몬 게임을 하며 즐거웠던 감정들이 복제되지 않는다. 패키지 디자인부터 캐릭터의 넘버링, 빵의 맛과 소재에 이르기까지 과거 향수를 젖게 한 포켓몬빵의 요소들과 캐릭터의 특성을 구현했다. 디테일은 마케터의 큰 자질이다. 무심히 지나칠 모든 순간에 멈춰 소비자의 입장을 상상해보는 것, 포켓몬빵을 기획한 팀에게는 그런 섬세함과 민감함이 포착된다.

포켓몬빵 기획팀의 훌륭한 점은 자신이 챙겨야 할 소비자의 범위를 확장했다는 것이다. 첫째, 가망 고객, 재출시를 요청하는 고객들의 소리를 민감히 분별했다. 둘째, 가맹점주의 니즈와 불편 요인을 파악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최종 고객인 소비자에게만 집중하기 쉽다. 반대로 판매업자인 유통채널의 주문에만 신경 쓸 수도 있다. 그러나 포켓몬빵팀은 ‘원하는 종류의 스티커를 찾기 위해 소비자들이 빵을 만지작거리거나 주물럭거리다 제품이 상하면 판매처 사장이 피해를 보겠구나’까지 생각하며 스티커 포장을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셋째, 20년간 스티커를 모아온 컬렉터들까지 배려했다. 컬렉션의 핵심은 지속성과 희소성인데 한꺼번에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이들의 지난 시간과 노력, 열망과 기다림이 물거품이 된다. 이를 인지한 포켓몬빵팀은 전과는 다른 캐릭터들의 표정과 채도를 골라 인쇄한다. 넷째, 현재의 소비자들이다. 어릴 때 포켓몬빵을 먹었던 소비자의 입맛은 20년이 지나서도 그대로일까? 소비자들의 향수 속에 기억된 맛은 그대로라도 워낙 좋은 음식과 대체재가 넘쳐나는 시대다. 포켓몬빵 기획팀은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무의식적으로 상승했을 수 있음을 간파했다. 따라서 식감 등을 업그레이드하고자 애썼다. 반면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지불했던 가격 역시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고급의 품질과 최고 수준의 가격 대신, 적정한 품질로 가격을 지키는 전략을 사용했다.

소비자들의 눈에는 이런 노력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고객의 경험 여정 전반에 걸쳐 고객이 느낄 불편과 소망을 자세히 관찰하고, 상상하고, 미리 반영하고자 했던 수고가 디테일의 차이를 만든다. 그 차이가 고객이 의식하지 않고 몰두할 수 있는 경험으로 이끈다.

SPC삼립은 이만한 열풍을 기대했을까

회사조차 이 정도의 열풍을 기대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포켓몬빵의 신드롬 격인 인기는 캐릭터의 힘에 기반한다. 만약 이 캐릭터가 SPC삼립이 만들어낸 사람들이 모르는 캐릭터이거나 뽀로로나 브롤스타즈처럼 특정 연령층에만 인기 있는 캐릭터였으면 열기의 규모가 어땠을까. 포켓몬이라도 1종의 빵, 1종의 스티커였으면 또 어땠을까. 포켓몬빵이 다른 캐릭터 빵에 비해서 가지고 있는 장점은 ‘캐릭터의 수’이다. 포켓몬게임과 애니메이션은 수많은 등장인물과 확장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 다양한 개성을 가진 다품종 제품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현재 띠부씰로 이용된 포켓몬 수는 151종이지만 총 포켓몬의 수는 905마리로 무궁무진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계속해서 띠부씰을 업데이트하거나 인기 있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SPC삼립의 다른 유명 제품인 호빵이나 식빵 등에 새로운 모습으로 출시하는 전략을 사용해 볼 수도 있다. 아이스크림이나 유제품과 같은 다른 제품 카테고리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세계관을 확장해 소비자들에게 놀거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브랜드 정체성에 기초한 세계관 확장

다만, 이때 주의할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사람은 금세 싫증을 느낀다. 모두가 경험해 본 일에 대해서는 처음과 같은 큰 흥미를 갖지 않을 것이다. 현재와 같이 몇 배에 달하는 웃돈을 주면서까지 포켓몬빵을 사려 하거나 스티커를 얻기 위해 여러 개의 빵을 사고 빵만 버리는 등의 사회적 문제는 경쟁자들의 진입, 대체재들의 탄생, 다른 제품군으로의 확장이 이뤄지며 해소될 것이다. 그러나 희소성 또한 감소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둘째, 포켓몬 캐릭터를 SPC삼립이 보유한 다른 제품과 사업군으로까지 확장하려면 다음의 질문을 던져 봐야 한다.

이 세계관은 우리 기업의 세계관인가?

포켓몬은 우리 기업을 대표할 수 있는 스토리인가?

빙그레우스와 투게더리고리경, 옹떼 메로나 부르쟝 등 기업의 제품들이 마치 살고 있는 듯한 빙그레 왕국은 그 자체가 브랜드 캐릭터가 됐다. 반면 포켓몬빵은 외부의 IP를 빌려와 빵의 모습으로 탄생시켰다. ‘이것이 SPC삼립 전체를 아우를 만한 세계관이 될 수 있을까’ ‘프로모션의 한 형태로 만든 제품이니 그에 맞게 취급해야 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이 안팎에서 제기될 것이다.

“이 띠부씰 사실 분?”해서 나가봤더니 판매자가 초등학생이었다는 30대 직장인들의 후기가 많다. ‘자녀가 포켓몬빵을 간곡히 원해 출퇴근 시간 내내 들락거려 간신히 구했는데 기뻐하는 아이를 보니 나도 행복했다’는 글도 자주 올라온다. 포켓몬빵이 적은 돈으로 자녀의 마음을 만족시킬 수 있는 능력자 역할을 하게 한 도구가 된 셈이다. 어른이들은 추억을 사고, 어린이들은 현재를 사고, 부모들은 자신감을 산다. 포켓몬빵이 시간이 흘러서도 아이들과 조카에게 계속 들려주는 이야기의 매개체가 되려면 정서를 남기고 정서를 전해주는 매개체가 돼야 한다. 즉, 계속해서 지금의 성공을 이어 나가려면 세계관을 확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결국 라이선스로 들여온 ‘포켓몬’이란 캐릭터가 아닌 ‘포켓몬빵’이라는 우리 회사의 제품, 그리고 우리 회사가 이 성공 스토리의 주역이길 원할 것이다. 따라서 확장된 세계관을 통해 남겨지고 전해지는 이야기는 누구도 복제할 수 없는 그 무엇이어야 한다. 이런 이야기 속에는 회사 그 자체, 즉 ‘SPC삼립’이 있어야 한다.


송수진 고려대 글로벌비즈니스대학 교수 songsj@korea.ac.kr
필자는 소비자행동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 연구자다. 주 연구 분야는 브랜드와 소비문화이론이며 Psychology & Marketing, Journal of Advertising,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등 국내외 유수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인공지능 시대의 소비자, 소비자와 브랜드 관계, 사회 혁신을 위한 브랜딩 등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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