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1. 브랜드 세계관: 왜, 어떻게 구축해야 할까

보유 브랜드 많지만 시너지가 없나요?
BTS•마블처럼 서사를 잇는 세계관이 필요

334호 (2021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브랜드 세계관은 고유성, 개방성, 지속가능성을 갖춰야 한다.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거나 신규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라면 개별 브랜드를 연결하는 ‘스트링 전략’, 강력한 브랜드를 갖추고 있거나 예산이나 인력이 부족할 경우 하나의 브랜드에 집중하는 ‘린치핀 전략’, 확고한 경영 철학이 존재한다면 ‘플래그 전략’으로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 적합하다. 세계관 내러티브를 구성할 때 스토리의 소재는 브랜드의 문화, 제품, 개성, 상징이 될 수 있으며 메시지를 전할 때는 대립, 부정, 구별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어느 순간 세계관이라는 말이 브랜드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스토리텔링, 캐릭터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확장 등 브랜드의 활동들이 세계관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 담기고 있다. 빙그레, 곰표, 불닭볶음면 등 소위 ‘요즘 것들’로 각광받는 브랜드와 제품들 사이에도 잘 만들어진 세계관을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나아가 이호창 김갑생할머니김 미래전략실 전략본부장, 지미유 등 가상의 인물들 역시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유튜브, TV 등 다양한 미디어 영역을 넘나드는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꼭 구체적인 스토리와 캐릭터가 있어야 브랜드의 세계관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가 비즈니스를 확장하거나 재편하는 전략적인 의사결정에서도 브랜드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스타벅스가 로고에서 ‘커피’라는 말을 빼버린 것 역시 카페가 아닌 ‘제3의 공간’을 지향하는 스타벅스만의 세계관을 여실히 드러내는 행위다.

브랜드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브랜드 세계관은 요즘 유행하면서도 브랜드의 모든 활동을 관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세계관이 브랜드에 적용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브랜드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브랜드 세계관은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현상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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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관, 그리고 브랜드

우선 세계관이라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통 세계관을 말할 때는 2가지 정의가 혼재해 사용된다. 하나는 문자 그대로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worldview)’이다. 다른 하나는 가상으로 설정된 ‘배경(universe)’이다. 이 둘은 사실상 상호 보완적 관계다. 배경이 되는 가상의 세계는 임의로 설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자의 철학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브랜드 세계관은 무엇인가? 이번에는 세계(世界)와 관(觀)으로 단어를 분리해보자. 세계는 브랜드가 설정한 배경이자 그 안에서 약속된 규칙이다. 브랜드의 개성과 매력을 창출하는 역할을 하며 브랜드 팬덤과 애착 형성의 근간이 된다. 빙그레는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캐릭터와 그가 사는 빙그레 나라의 중세시대 배경, 순정만화풍의 작화 등을 통해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개성을 드러낸다. 고객 또한 빙그레우스의 세계에 빠져들며 브랜드와 애착 관계를 형성해 나가게 된다.

관점은 브랜드의 철학이고 태도다. 고객들로 하여금 동조와 감화, 공감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며 고객 행동을 촉발한다. 나이키가 여전히 요즘 브랜드로 독보적인 위상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인종차별, 성차별 등 시대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대변하며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에 앞장서기 때문이다. 브랜드 세계관은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고 충성도를 강화해 나가며 고객의 행동을 유도하는 기존의 브랜딩의 목표에 보다 신선하고 효과적으로 도달하는 방법이다.

브랜드 세계관은 어떻게 만들까?

1. 세계관의 조건

브랜드 세계관이 갖춰야 할 조건으로는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고유성(Signature)’ ‘개방성(Openness)’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즉 ‘SOS’이다.

1) 고유성

우선 브랜드만의 가치나 특징이 세계관에 반영돼야 한다. 세계관의 주제 의식이 될 수도 있고, 톤앤드매너(tone&manner, 어조와 태도)가 될 수도 있다. BTS의 청춘 테마,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의 순정만화풍 작화, 마블의 인피니티 건틀릿과 같은 소재까지 포괄한다. 고객들이 브랜드를 통해 강렬하게 인식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한 브랜드 전반의 활동을 관통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 이를 브랜드 세계관에 담아야 한다. 고유성의 요인들은 주요 고객이 흥미를 느끼면서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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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마트는 ‘이마트가(家)’라는 세계관을 구축했다. 할아버지는 완구 매장 토이킹덤, 아버지는 가전기기 매장 일렉트로마트, 딸은 인테리어 소품 매장 앳홈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한다는 설정이다. 각각의 인물 설정도 흥미롭다. 할아버지는 장난감을 소재로 ‘잔혹동화극’을 펼친다. 아버지는 전자제품으로 ‘비밀 무기’를 개발하며, 딸은 지구 종말에 대비하기 위해 앳홈의 소품들로 집을 꾸미는 ‘히키코모리’다. 가족 구성원의 특성에 맞게 PB(자체 브랜드)를 매칭하며 온 가족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이마트의 고유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오떼르라는 부캐(부캐릭터)를 만들었다. 폐점 후 매장과 매장 사이에 평행 세계인 ‘르쏘공 왕국’이 펼쳐지는데 이 왕국의 휴 공주가 왕국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면 ‘오떼르’라는 명예 칭호를 받을 수 있다는 설정이다. 공주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미션은 ‘아이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1020의 백화점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현실을 상징하며, 콘텐츠를 통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롯데백화점의 다양한 노력을 보여준다. 이처럼 실제 브랜드가 직면한 이슈를 세계관으로 갖고 오는 시도를 통해서도 강력한 고유성을 갖출 수 있다.

2) 개방성

브랜드의 세계관이라면 고정적이지 않고 누구든 참여해 재생산이나 확산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개방성을 갖춘 세계관은 고객과의 상호적인 관계 구축에도 효과적이며 브랜드와 관련된 이야기를 찾아 축적하는 과정을 통해서 고객들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을 제고하게 된다.

BTS는 마블과 함께 세계관의 재발견에 불을 지핀 주인공이다. BTS의 세계관이 돋보이는 이유는 이들의 세계관이 앨범마다 콘셉트에 따라 일방적으로 전해지는 형태가 아니라 팬클럽인 아미(ARMY)의 참여를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는 점이다. BTS 세계관은 앨범으로만 연결되지 않고 영상, 소설, 웹툰 등으로도 이어진다. 이 모든 콘텐츠를 소화하고 해석해야 세계관 전반이 그려진다. 이를 위해서 아미들은 파편화된 콘텐츠를 퍼즐 조각 맞추듯이 끼워 맞추고 함께 토론한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기획사인 하이브나 BTS 멤버들이 세계관에 대한 정답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떡밥’을 던지며 팬들의 토론에 장작을 지피는데 종종 팬들이 복선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세계관과 크게 관련 없는 맥거핀 1 인 경우도 있다. 이때도 BTS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 해명하지 않는다. 어떤 해석이든, 감상이든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롯데리조트는 ‘리조트 탈환 작전’이라는 세계관에 고객이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무장 괴한이 침입한 부여리조트에 최정예 특수대원들이 등장해 리조트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세계관을 바탕으로 롯데리조트는 채널A의 밀리터리 예능 프로그램 ‘강철부대’로 이름을 알린 707 특수부대 출신 이진봉 씨와 함께 작전을 해결하는 군사 추리 게임 ‘강철부여’ 시리즈를 선보였다. 시청자들은 구글맵 코드 맞추기, 백제 역사 퀴즈 등을 함께 풀면서 세계관의 스토리를 진행한다. 가상의 공간을 실제 경험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병영체험 프로그램까지 기획했다.

브랜드 세계관은 확실히 통제나 규정과는 먼 개념이다. 브랜드는 엄격한 관리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하고 고객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를 설계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그 안의 콘텐츠는 고객이 채워줄 것이다. 그렇다고 백지장 같은 세계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브랜드의 개방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오히려 명확한 핵심 세계관이 구축돼 있어야 한다. 브랜드에서 세계관의 최소한의 경계선을 설정해 주지 않으면 세계관은 브랜드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손쓸 방법도 없이 중구난방 뻗어 나갈 수도 있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 억지 설정을 들이미는 순간부터 세계관은 고객들의 놀이터가 아닌 관리의 대상이 되며 진정성을 잃게 된다.

3) 지속가능성

브랜드 세계관 역시 단발적이고 단기적인 이벤트나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이고 연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시리즈 형태로 연쇄성을 갖추거나 서사의 규모 및 메시지를 넓혀 나가야 한다.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이유는 ‘지적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의 확장 때문이다. 세계관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콘텐츠의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세계관을 구축할 때도 현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외에도 향후 개발할 브랜드, 나아가서 협업할 수 있는 타 브랜드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때 세계관의 지속가능성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은 브랜드끼리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이다. 세계관을 계속 확장해 나가거나 콘텐츠를 꾸준히 개발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대신 유사한 브랜드 간에 협업을 하거나 공통된 콘셉트를 공유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가미하는 등 부분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세계관을 가장 잘 구축하는 인물로는 나영석 PD를 꼽을 수 있다. 그는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 ‘○식당’ 시리즈 등 다양한 히트 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이들은 단발적인 프로그램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의 프로그램은 각각의 콘셉트대로 서사가 진행되면서 동시에 프로그램끼리 수평적으로도 연결되기도 한다. ‘신서유기’의 스핀오프로 윤식당 콘셉트를 차용한 ‘강식당’이 좋은 예다.

2. 전략적 방향성

그렇다면 브랜드의 세계관은 어떻게 구축해 나가는 것이 좋을까? 크게 브랜드 가치, 내부 역량, 시장 환경, 시너지 등을 기준으로 자사에 적합한 세계관의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다. 이를테면 보유 브랜드가 많지만 시너지가 크지 않을 때 그들을 연결하는 세계관이 필요하다. 가용 예산이나 인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하나의 브랜드에 집중한 세계관이 효과적이다. 경쟁자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명확한 철학을 갖고 경영하고 있다면 그 자체가 세계관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다른 브랜드의 성공 사례를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해 가장 잘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때 브랜드에서 참고할 수 있는 브랜드 세계관의 전략적 방향성을 3가지 유형으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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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트링(String) 전략

기업 내의 여러 브랜드가 각각의 세계관을 유지하면서, 각 브랜드를 하나의 큰 세계관으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전략이다. 개별 히어로에 대한 세계관을 펼쳐 나가면서도 이들을 ‘어벤저스’와 같은 하나의 세계관에 통합한 마블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거나 신규 브랜드 론칭이 계획돼 있는 경우에 적합하다. 전사적 관점에서 브랜드의 역할과 이미지를 명확하게 설정할 수 있어 브랜드 관리에 용이한 장점이 있다. 브랜드 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요소를 발굴해 세계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시도가 돋보인다. SM은 각 아티스트의 콘셉트를 ‘SMCU(SM Culture Universe)’라는 큰 세계관으로 재정립하고 있다. 최근 데뷔한 4인조 걸그룹 ‘에스파(aespa)’가 그 포문을 열었다. 에스파 세계관에서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멤버들과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이들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 ‘아이(ae)’가 존재한다. 에스파 멤버들은 ae와 교감하며 성장한다. 즉, 메타버스를 바탕으로 한 세계관이다. ‘블랙맘바’는 에스파 멤버들과 ae의 결속을 끊으려는 빌런이며, 에스파 멤버들은 블랙맘바를 무찌르기 위해 ‘광야’로 떠난다. 앨범과 뮤비, 가사 모두 이 세계관을 기반으로 전개된다. 에스파의 세계관 자체가 인기를 끌며 ae, 광야 등 세계관의 요소들도 누리꾼들 사이에서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았다. 싱글곡인 ‘Next Level’의 뮤직비디오에서는 광야의 주소가 노출됐는데 누리꾼들의 해석 결과 SM 신사옥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엑소, NCT, 보아 등 기존의 SM 소속 아티스트들도 에스파로부터 시작된 ‘광야’ 세계관에 편입되고 있다. 나아가 SM은 CAWMAN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제시하며 세계관을 전달하고자 한다. CAWMAN은 카툰(Cartoon), 애니메이션(Animation), 웹툰(Webtoon), 모션그래픽(Motion graphic), 아바타(Avatar), 소설(Novel)을 결합한 새로운 혼합 영상 장르이다. 하나의 세계관으로 아티스트들을 엮는 동시에 IP의 무궁무진한 확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2) 린치핀(Linchpin) 전략

린치핀은 바퀴의 고정핀이라는 의미를 가진 동시에 핵심이 되는 인물이나 사물을 뜻한다. 이처럼 브랜드 세계관에서 린치핀 전략은 하나의 강력한 브랜드 또는 잠재력 있는 브랜드에 집중해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다. 기존 브랜드를 활용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고, 선택과 집중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기대할 수 있다. 고객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때 과거의 경험 또는 최초의 준거점과 비교하며 인식을 조정하는 경향이 있다. 린치핀으로 자리 잡은 중심 브랜드의 세계관은 기업이 신규 시장으로 진출하거나 새로운 브랜드의 세계관을 구축할 때 고객들에게 안정감을 선사하는 요인이 된다.

린치핀 전략은 전개 방식에 따라 2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부캐’ 유형은 하나의 브랜드를 중심으로 브랜드의 여러 부캐를 형성해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하거나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타 브랜드와의 협업이 효율적이라는 점이 부캐 유형의 강점이다. 밀가루 브랜드로 시작해 패션, 뷰티, 맥주까지 확장한 대한제분의 곰표 사례가 대표적이다. ‘센터’ 유형은 하나의 브랜드를 중심으로 여러 브랜드나 제품이 보조적인 역할을 하며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의 갤럭시가 대표적이다. 에어팟, 애플워치와 갤럭시버즈, 갤럭시워치 등은 각각 자사의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이폰과 갤럭시 시리즈의 브랜드 자산을 이식받는다.

3) 플래그(Flag) 전략

하나의 깃발을 꽂아 놓고 이 깃발을 중심으로 고객들을 끌어모으는 전략이다. 하나의 중심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는 린치핀 전략과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플래그 전략의 핵심은 확고한 ‘기업의 철학’을 중심에 둔다는 것이다. 쉽고 구체적이며 명확한 기업의 철학이 구축돼 있는 경우에 효과적이다. 여러 가치를 포괄해야 하는 대기업보다는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회사 또는 스타트업에 적합하다. 기존 업종과 무관한 카테고리로 확장을 해도 공감을 얻기가 쉽다. 개인적이거나 내부 구성원을 위한 메시지보다는 공익적이고 대외적인 메시지가 효과적이다.

파타고니아를 생각해보자. ‘지구를 살리는 비즈니스’를 한다는 철학하에 패션 브랜드로 시작한 패션 회사가 지금은 ‘파타고니아 프로비전(Patagonia Provisions)’이라는 식품 회사까지 설립했다. 패션 회사가 식품을 만든다고 하면 언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파타고니아가 지속가능한 식품을 만든다고 하면 선뜻 이해가 간다. ‘파타고니아가 어떻게 식품을 만드는지 모르지만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깃발은 굉장히 크게 휘날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강력한 철학에 기반한 세계관이 있다면 그 어떤 영역으로의 확장도 지지와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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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러티브

1) 스토리

세계관에 대한 전략적인 방향성이 결정되면 구체적인 내러티브를 설계해야 한다. 전략적인 방향성에 따라 전체 브랜드를 포괄하는 내러티브가 필요할지, 특정 브랜드에 집중해서 다른 브랜드 또는 영역으로 확장하는 내러티브가 필요할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

브랜드 세계관의 내러티브는 스토리와 메시지에 집중하면 된다. 스토리의 경우 브랜드 자산에서 소재를 발굴하면 기존 고객에게는 익숙함을 전달하고 향후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갈 때 연계가 쉽다. 이때 브랜드 자산은 크게 문화, 제품, 개성, 상징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문화 브랜드의 철학, 조직문화나 업무 환경을 의미한다. 구글의 이미지는 사실상 조직문화의 이미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글이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도 훌륭하지만 이를 만들어 내는 조직은 더 많은 매력을 보여준다. 특별한 문화가 있다면 경중과 무관하게 세계관으로 확장할 수 있다. 토스는 최근 다큐멘터리를 통해 토스만의 기업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여기에는 ‘금융을 쉽게’ 만들기 위한 고군분투가 그려져 있어 수많은 텍스트보다 훨씬 더 큰 울림을 준다.

제품 스토리 소재로 가장 쉽고 흔하게 사용된다. hy로 사명을 변경한 한국야쿠르트의 아이돌 그룹 ‘HY-FIVE’와 곰표, 오뚜기의 ‘게이머즈컵 컵라면’은 제품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한다. HY-FIVE는 자사의 제품을 의인화해 캐릭터를 부여한 가상 아이돌 그룹이다. 윌은 ‘위르’, 쿠퍼스는 ‘쿠퍼’, 하루야채는 ‘야츄’, 야쿠르트는 ‘쿠르’이다. 이들이 노래를 불러주며 고객들을 위로해 준다는 설정으로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을 한다. 반면 곰표는 밀가루 제품이라는 특성과 하얀 이미지를 활용해 밀맥주, 화장품 등 타 카테고리로 확장해 나갔다. 특별히 곰 자체를 캐릭터로 활용하기보다는 제품을 확대하는 것에 집중했다. 오뚜기의 게이머즈컵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관에 접근했다. 게이머들이 참가한 가상의 요리 대회에서 만든 컵라면이라는 콘셉트로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기존 제품에 세계관을 적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세계관을 먼저 구축하고 적합한 제품을 개발한 사례다.

개성 브랜드를 의인화했을 때의 이미지이다. 매력적인 페르소나로 이끌어낼 수도 있고, 창업자나 경영자의 이미지가 개성이 되기도 한다. 이마트는 오너이자 구단주이며 요리사이자 미식가인 정용진 부회장의 이미지를 활용한다. ‘용지니어스’ ‘제이릴라’ 등의 캐릭터까지 적극 활용하면서 이른바 ‘정용진 유니버스’를 구축해 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사람을 기반으로 브랜드 세계관을 구축하는 경우에는 언제나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이 공존한다. 브랜드 세계관이 사람의 언행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사람이지만 사람이 아닌 가상 인간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사이버 가수 ‘아담’이 활동하던 90년대 말보다 월등히 진보한 기술로 수많은 가상 인간이 모델과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개성과 이미지, 타깃 페르소나에 적합한 외모를 구성할 수 있고 구설수에 오르거나 스캔들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전한 자산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온•오프라인을 오가고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어야 하는 환경에서 활용도가 높다.

상징 브랜드의 로고와 같은 시각물도 해당되지만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연관 있는 사물도 포함된다. 아마존을 창업할 때 베이조스는 책상 살 돈이 없어 큰 문을 뜯어서 사용했다고 한다. 이 문은 아마존의 창업 정신을 상징하는 메타포가 돼 아직도 회사에 비치돼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징은 외부에도 호기심을 유발하지만 내부에 여러 행동 강령보다 더 강렬하게 소속감과 감동을 주기도 한다.

이처럼 소재를 발굴한 이후 스토리를 작성해야 한다. 보편적인 ‘기승전결’의 구조뿐만 아니라 각 브랜드 특성을 고려해 자유롭게 개발하면 된다. 단, 핵심 메시지는 반드시 명확하게 개발해야 한다. 스토리의 흐름을 바로잡아주는 과정인 동시에 브랜드가 고객에게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대내외적으로 정확하게 인지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2) 메시지

브랜드 세계관의 메시지는 분명한 목적을 가져야 한다. 첫 번째는 애착 유발이다.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만들고 팬덤을 양산해 내는 것이다. 두 번째는 비즈니스와의 연관성이다. 브랜드의 메시지가 아무리 좋고 전체 내러티브가 훌륭해도 비즈니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그 세계관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와 같다. 세 번째는 IP 확장이다. 현재의 카테고리, 비즈니스에 머무르지 않고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해야 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한 메시지 유형은 대립, 부정, 구별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대립 두 가지 대립적인 요소가 짝을 이뤄 비교되는 ‘이항대립’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되는데 주로 후발주자가 선호한다. 기존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타 브랜드, 주로 1등 브랜드와 대립각을 형성하는 것이다. 히어로 영화에서 빌런을 만들어내는 것과 유사하다. 삼성전자는 특허 문제를 부각하거나 디스 광고를 통해 갤럭시를 아이폰과 대립하게 만들면서 안드로이드폰의 대표 주자로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아이폰 vs. 갤럭시’의 양자 구도를 확고히 만든 것이다. 풀무원의 과일주스 브랜드 ‘아임리얼(I’m Real)’도 좋은 사례다. 델몬트, 선키스트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에 대항하기 위해 ‘진짜 착즙 vs. 가짜 착즙’의 대립 구도를 만들며 프리미엄 주스 시장에 안착했다. 토스는 ‘쉬운 금융 vs. 어려운 금융’이라는 대립의 메시지를 전한다. 대립의 개념은 브랜드 세계관에 적용될 때 그 효과가 더욱 높아진다. 대립의 구도는 세계관에 열광하는 팬덤으로 하여금 단결력을 고취시킨다.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애정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그 브랜드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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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르네 마그리트가 파이프를 그려 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명제를 써 놓은 그림을 떠올리면 된다. 대립이 직접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라면 부정은 기존의 시장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는 것이다. 변혁을 위해 비즈니스 자체에 변화를 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일종의 ‘선언’을 통해 자기를 부정한다. 이케아는 가구 회사라는 것을 부정하고 라이프스타일 기업이라 정의한다. 최근에는 ‘새삶스럽게’라는 광고를 내세우며 가구 자체보다는 집에 사는 사람들과 삶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에어비앤비는 숙박이 아닌 소속감을 주는 경험을 이야기한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며 ‘Belong Anywhere’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구별 브랜드가 특정 타깃에게만 메시지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다. 굳이 대립 구도를 만들지도 않고, 자기를 부정하지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기존 패러다임과 각을 세우고 기존 카테고리로 자신이 규정되는 것을 거부한다. 동시에 메시지가 향하는 지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팬들을 줄 세울 수 있다. 다만 브랜드 규모가 작아질 수가 있고, 고객들의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 협업 툴인 ‘슬랙’은 대립이나 부정의 메시지 없이 ‘요즘 시대의 전문가라면 써야 하는 툴’로 인식되며 기존 경쟁자들과 구별된다. 숏폼 SNS인 틱톡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달리 10대들에게 주로 사랑을 받으면서 ‘어른들 없는 어린이 놀이터’로 차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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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세계관, 오래오래 먹힐까?

브랜드 세계관 붐은 장기적인 현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 멀티 페르소나

고객들의 멀티 페르소나, 이른바 부캐 현상이 소비에 있어서도 점차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객들은 더 이상 하나의 정체성으로 일상을 보내지 않고, 소비에 있어서도 다양한 정체성이 적용된다. 선호하는 브랜드도 하나의 정체성에 의해 고정돼 있지 않고, 그때그때의 정체성에 적합한 브랜드를 골라서 취한다. 최근 뜨거운 분석의 대상이 되고 있는 MZ세대의 소비 성향을 살펴보자. MZ세대의 경우 한 사람이 어떤 때는 환경운동가, 사회운동가로서 가치 소비를 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때는 미래를 기대하지 않고 현재의 만족에 집중하며 ‘플렉스’로 표현되는 거액의 충동 소비도 한다. 한결같은 브랜드를 선호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 같은 브랜드들을 고객들의 새로운 고객의 니즈를 포괄하지 못하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고인 물’이라 치부한다. 본질적인 핵심 가치인 브랜드 정체성을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고객의 니즈를 충족할 수 없다. 브랜드 세계관은 브랜드 활동에 통일감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유동성과 가변성도 존재하는 개념이다. 변화가 필요하다면 세계관 요소를 더하거나 수정할 수도 있고, 새로운 떡밥을 던져 고객들이 나서서 세계관을 재생산하고 확장하게 만들 수도 있다. 기존 브랜드는 고객들에게 일방향성의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했다면 브랜드 세계관 속에서는 고객들과 쌍방향의 다차원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2) 놀이에 대한 욕구

브랜드는 언제나 놀이의 대상으로 존재해왔다. 심지어 기업이 엄격하게 가이드라인을 정해 브랜드를 관리하던 때도 고객들은 브랜드를 가지고 놀았다. 브랜드를 자신들만의 해석을 곁들여 재창조하기도 하고 미화하거나 때로는 희화화하며 놀이의 대상으로 삼았다. ‘PAMA’(푸마의 패러디) ‘BEAN GON’(빈폴의 패러디) 등 고객들의 손에서 탄생한 수많은 패러디 브랜드를 떠올려보라. 브랜드의 세계관은 패러디 브랜드를 만드는 것보다도 더 유연하게 브랜드를 즐길 수 있는 놀이터다. 기업은 최소한의 틀만 정해 놓고 고객이 빈 공간을 메우는 2차 창작을 독려하며 세계관을 채우거나 넓힐 수 있다.

3) MZ세대

브랜드의 세계관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고객이 MZ세대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는 게임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세계관에 기반한 가상과 현실의 룰을 잘 이해하고 있고, 그 간극을 능숙하게 넘나든다. 아바타나 밈(meme)을 통해 세계관의 요소들을 놀이로 승화시키는 일도 이들에게는 일상이다. MZ세대에 기반한 브랜드 세계관이 장기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는 것은 물론, 요즘 세대에 중요한 브랜드 패러다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4) 가상 공간

가상 공간에 실재감을 부여하기 위해서도 세계관은 유용하다. 최근 구찌와 같은 명품 브랜드부터 현대차와 같은 자동차 브랜드까지 메타버스 환경에서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메타버스가 산업군을 막론하고 소비 행동이 이뤄지는 새로운 장이 된 것이다.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 공간에서도 어떤 철학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설정해야 하며 고객은 그 세계관 안에서 캐릭터로 존재한다. 가상 공간에서 브랜드 세계관이 적용되면 기존의 게임이나 판타지 콘텐츠에서 접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메타버스에서의 소비 활동이 익숙지 않을 수 있는 고객에게 친근함을 준다. 별도의 교육이나 학습이 필요하지 않아도 가상 공간에 세계관이 녹아 있다면 브랜드가 제공하는 경험에 보다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것이다.

5) 플랫폼

플랫폼 역시 브랜드 세계관을 활용할 수 있다. 작금은 플랫폼 전성시대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브랜드 간의 협업과 연결을 중요시한다. 플랫폼은 입점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플랫폼에 전이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고객과 브랜드를 유치할 수 있다. 이때 서로 다른 브랜드의 세계관을 묶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예컨대 최근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내에서 활발한 세계관 공유가 일어나고 있다. ‘모범택시’와 ‘펜트하우스’의 세계관을 결합한 웨이브의 영상이 화제가 됐다. 펜트하우스의 심수련(이지아)이 모범택시의 김도기(이재훈)에게 주단테(엄기훈) 회장의 복수를 의뢰한다는 내용으로 두 드라마를 절묘하게 연결한 프로모션 영상이다.

브랜드 세계관은 복잡하고 불친절하다. 다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요소와 달리 고객에게 많은 노력을 요구하며 특정한 지식과 정보가 축적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갖춰야 할 조건과 전략 방향성, 그리고 내러티브까지 구축하려면 기업 입장에서도 많은 시간과 수고가 동반된다. 그래서 단순히 트렌드에 편승하기 위해 브랜드 세계관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무엇보다 아직 브랜드 세계관은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다. 누구든 이 길을 먼저 가게 되면 가장 먼저 그 열매를 누릴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만큼 힘든 길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앞으로의 브랜드 사이의 경쟁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에 새로운 답을 찾기 위해 나아가야 한다. 브랜드 세계관이 그 여정의 좋은 가이드가 돼 줄 것이다.


김동찬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수석 컨설턴트 Dongchan.Kim@interbrand.com
필자는 브랜드 컨설턴트이며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인터브랜드에서 다양한 기업의 브랜드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기업과 대학에서 강의를 했고, 서울문화재단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본업 외에 CCM 작곡가이자 아마추어 터치럭비 선수, 초보 ‘식집사(식물집사)’, 중고 시장의 거상으로 활동하며 독창적인 유니버스를 만들어 가고 있다. 유재석보다 더 많은 부캐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