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4. Interview: 최재화 번개장터 최고성장책임자

“되팔 수 있어야 적극적으로 소비
MZ세대에게 리세일은 일상”

326호 (2021년 0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중고 거래 시장을 리드하는 주역은 단연 MZ세대다. 경제력을 갖추게 된 밀레니얼세대는 최근의 고가 제품의 중고 거래를 주도하고 있으며, Z세대는 정말 소소한 것까지 사고팔며 ‘숨 쉬듯’ 중고 거래를 한다. 이들은 소유보다 체험을 중시하고, 중고 물품에 새 주인을 찾아주는 것을 지구를 살리는 행동이라 여긴다. 또 중고로 되팔 수 있는 제품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Z세대까지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가 되면 소비 시장은 크게 신제품 시장과 중고 제품 시장으로 양분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중고 거래 시장1 의 가파른 성장을 주도하는 주역은 단연 MZ세대다. 시장 조사 업체 스태티스타가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2 온라인에서 중고 제품을 구매해본 소비자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세대는 18∼24세(46%), 즉 Z세대로 나타났다. 25∼34세(41%)와 35∼44세(39%)가 그 뒤를 따른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조사한 세대별 중고 패션 구매 소비자의 비중 성장세에서도 소위 기성세대라 불리는 베이비붐세대나 X세대 대비 MZ세대의 성장세가 약 2.5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3


DBR mini 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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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잇는 거래’를 슬로건으로 한 개인 간 중고 거래 플랫폼. 2011년 국내 최초로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출시됐다. 2019년 1000만 가입자를 돌파했으며 전체 트래픽의 80%가 35세 이하에서 나올 정도로 MZ세대에 특화된 서비스다.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크게 성장해 2020년 총거래액 1조3000억 원, 총거래 건수 1300만 건을 달성했다. 2018년 업계 최초로 에스크로 기반 안전 결제 서비스 ‘번개페이’를 도입했으며 지난해 번개페이 거래액은 전체 거래액의 11.5%에 해당하는 15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중고 골프용품채 거래 플랫폼 ‘에스브릿지’, 세컨핸드 의류 셀렉트숍 ‘마켓인유’, 중고폰 사업 부문 ‘착한텔레콤’, 스니커즈 커뮤니티 ‘풋셀’ 등을 인수하며 MZ세대에게 각광받는 의류, 스니커즈, 전자기기, 레저용품 거래 활성화에 매진하고 있다. 올 2월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국내 최대 한정판 스니커즈 컬렉션 숍 ‘BGZT Lab’을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중고 거래 시장의 성장세에 엔진을 달아줬다. 이 기간 전 세대의 중고 거래가 크게 증가했지만 시장을 리드한 건 단연 MZ세대였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코웬이 지난해 7월 MZ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지난 30일간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구매한 적 있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18∼24세와 25∼34세가 모두 33%로 나타났다.4 전년(각각 26%와 28%) 대비 중고 구매 경험이 크게 늘어난 결과로, 중고 거래 플랫폼의 활성 사용자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MZ세대는 왜 중고 거래를 선호할까?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중고 패션 소비에 적극적인 MZ세대를 대상으로 그 이유를 조사한 결과 4가지 이유가 도출됐다.5 ① 정가로 구매하기 부담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서 ② 트렌디하고 유니크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서 ③ 다양한 제품과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어서 ④ 환경친화적 소비라는 점이 좋아서다.

MZ세대의 소비 철학은 기성세대와 다르다. 이들은 소유보다 경험을 추구하고, 남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취향과 자기만족에 집중한다. 아무리 고가의 제품이어도 갖고 싶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드러낼 가치가 있다면 구매에 나선다. 일정 기간 체험해본 뒤 쿨하게 되팔고, 또 한정판 운동화처럼 차익을 보기 위해 시장에 내놓는다.

중고 거래 시장의 성장은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6 닐슨코리안클릭은 2018년 200만 명 수준이던 모바일 중고 거래 플랫폼 이용자가 2020년 6월 1090만 명으로 5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주요 중고 거래 앱을 한 번 이상 이용한 월간 순사용자가 1432만 명이다. 만 10세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4568만 명)의 31%에 달하는 규모다.

이러한 한국의 중고 거래 시장을 선도하는 주역 역시 MZ세대다. 한국의 MZ세대는 중고 거래 시장에서 어떻게 활약하고 있을까? 이들은 무엇을 사고팔며, 왜 사고팔까? 최재화 번개장터 최고성장책임자(Chief Growth Officer)는 DBR와의 인터뷰에서 “MZ세대에게 중고 거래란 한마디로 일상”이라며 “Z세대가 사회로 진출하는 5∼10년 후가 되면 소비 시장은 크게 신제품 시장과 중고 제품 시장으로 나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번개장터는 80%의 가입자가 35세 이하일 정도로 MZ세대에 특화된 모바일 기반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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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만 원짜리 티셔츠를 10만 원에 즐기는 법

번개장터 사용자가 대부분 MZ세대다.

35세 이하 사용자가 가입자 기준 80%, 트래픽 기준 80%를 차지한다. 다만 거래액 비중은 50%에 그치는데 Z세대의 경우 연령대가 아직 20대 중반 이하다 보니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7 번개 장터 서비스가 MZ세대 위주인 것은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의 변천사와 관련 있다. 2009년 스마트폰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고 2011년 번개장터가 국내 첫 모바일 앱 기반 중고 거래 서비스로 출시됐다. 당시 30대 이상은 PC 기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육아용품 정도를 거래하던 반면 10∼20대인 밀레니얼세대는 번개장터 앱을 즐겨 사용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Z세대가 유입됐다. 밀레니얼세대 기준으로는 스마트폰으로 중고 거래를 한 지 벌써 10년이 된 셈이다.

코로나19 시기에 중고 거래가 크게 증가했다.

번개장터도 크게 성장했다. 패션업계는 가격대가 높은 외투가 많이 팔리는 가을겨울(FW) 시즌에 매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번개장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지난해 1분기 매출이 이례적으로 증가했다. 거래액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고, 지난해 4월 신규 앱 가입자 수는 70%, 신규 상품 등록 수는 60% 증가했다(전년 동월 대비). 중고 거래는 시간이 많이 드는 소비 행위다. 물건을 찾아야 하고, 판매자와 대화해야 하고, 또 직접 만나거나 택배를 보내고 받아야 한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오래 머물면서 살림 정리를 하다 보니 시장에 나오는 물건도 많아지고 거래도 크게 증가한 것이다.

국내 중고 시장의 성장은 3단계로 구분된다. 인터넷 커뮤니티 위주로 거래하던 1차 성장기(2000∼2010년), 앱 기반 중고 거래 서비스가 등장한 2차 성장기(2011∼2019년), 그리고 지난해 3차 성숙기(2020년∼)에 진입했다. 모바일 중고 거래 플랫폼의 발전과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해나가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로운 장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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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중고로 뭘 사고파나.

국내 중고 거래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패션 아이템, 즉 의류와 가방, 신발 등이다. 이 중 상당한 비중이 명품 브랜드다. 번개장터도 연간 1조3000억 원 거래액 중 명품과 스니커즈 8 가 각각 1000억 원 이상이다. 거래량으로 보면 스마트폰과 스니커즈, 스타굿즈 순으로 왕성하게 거래된다. 성별 차이도 나타나는데 남성은 캠핑이나 골프용품, 여성은 핸드백을 포함한 패션잡화를 즐겨 거래한다.

중고 명품 거래도 활발하다.

중고 명품에 대한 관심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 1분기 검색량 증가율이 샤넬 53.6%, 루이뷔통 98.7%, 에르메스 57.5%, 프라다 41%다(전년 동기 대비). 기존 명품 브랜드 외에도 신명품 대열에 오른 컨템포러리 브랜드나 스톤아일랜드, 아더에러 등 MZ세대 취향의 브랜드도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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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중고 거래를 선호하는 것은 소유보다 체험을 중시하기 때문인가.

2021년 봄여름(SS) 시즌에 출시된 스톤아일랜드(Stone Island)의 맨투맨 티셔츠가 백화점에서는 50만 원이 넘고, 무신사의 병행 수입가로는 45만 원이다. 이 제품이 현재 번개장터에 35만 원에 올라와 있다. 시즌 시작할 때 사서 몇 달 입고, 드라이클리닝을 해서 새 옷 같은 상태로 만들어 되파는 거다. 그러면 구입 가격에서 중고 가격을 빼고 ‘스톤아일랜드 맨투맨 티셔츠를 10만 원을 주고 입은 셈’이란 게 MZ세대의 사고방식이다. 이들은 중고 아이폰을 60만 원에 사서 몇 달 사용한 뒤 시세가 너무 떨어지기 전에 50만 원에 되판다. 물건을 오래 소유하겠다는 집착이 없다. 매우 부지런하게 중고 거래를 한다.

기성세대는 스마트폰을 통신사 할인요금제도에 묶여 2∼3년씩 사용하는 게 상식인데 MZ세대는 스마트폰 소비 행태도 다른가.

기성세대는 휴대전화 번호가 바뀌면 큰일 나는 줄 안다(웃음). 그런데 MZ세대는 페이스북 메신저와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 등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전혀 거리낌 없이 전화번호를 바꾸곤 한다. 이들은 통신사와의 장기 계약에 묶이기보다는 자급제폰을 사서 유심 칩을 끼워 사용한다.

한정판 스니커즈 수집 및 거래는 미국에서 시작한 문화다. 국내에선 언제 확산됐나.

꽤 오래전부터 국내에도 스니커즈 마니아들이 존재했다. 현재 회원 수가 19만 명인 한 인터넷 스니커즈 동호회는 17년 전에 결성됐다. 일부에 국한된 문화의 저변이 확대된 건 2019년 11월 나이키가 지드래곤과 협업해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를 출시한 게 가장 큰 계기가 됐다. 순식간에 품절되고 수백만 원대의 리세일 가격이 형성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한정판 스니커즈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최근 번개장터는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한정판 스니커즈 매장인 ‘BGZT Lab(브그즈트 랩)’을 오픈했는데 하루 300여 명이 방문하는 등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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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도 않을 신발을 왜 사는 건가.

스니커즈가 단지 재테크의 수단이라면 이렇게 오래 수집 문화가 유지, 확산되지 않았을 거다. 우표를 모으고, 미술 작품을 구입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그저 좋아서 하는, 애정이 담긴 소비 행위다. 특히 나이키 에어조던은 마이클 조던이라는 인물이 상징하는 가치, 열정과 스포츠맨십을 상징한다. 한마디로 에어조던을 가지면 ‘가슴이 웅장해진다’고 소비자들은 표현한다. 일단 갖고 싶으니 모으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한정판 운동화를 신는 사람도 있다. BGZT Lab에서 가장 비싼 7000만 원짜리 나이키의 ‘덩크 SB 로우 스태플 NYC 피죤’은 아직 팔리지 않았지만 1000만 원대 ‘에어조던1 디올’은 사서 신고 오는 고객이 있었다. 또 스니커즈도 피규어처럼 진열해놓으면 보기 좋다. 스니커즈를 그저 운동화라고 여기면 이 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


밀레니얼은 중고 명품,
Z세대는 스타굿즈 사고팔아

MZ세대에게 중고 거래가 어떤 의미인지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일상이다. ‘요즘 리세일이 뜬다며?’ ‘중고 거래를 많이들 한대’라고 말하면 기성세대다. MZ세대는 중고 거래를 하지 않는 시절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중고 거래 경험을 이미 많이 축적하고 있다. 매우 사소한 것까지 중고로 사고파는 행동은 편의점에 간식을 사 먹으러 가는 것만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상이다. 또 판매할 제품을 플랫폼에 올리고 거래하고 배송하는, 중고 거래 전 과정에 매우 능숙하다. 개인적으로 일본 만화 ‘귀멸의 칼날’에 나오는 무한 열차 티켓 굿즈를 10대 판매자에게서 산 적이 있다. ‘일반 우편은 500원, 등기는 1500원, 택배는 4000원을 배송비로 더 주셔야 하는데 어떤 걸로 받겠느냐’고 묻더라. 각종 배송 방법에 배송료까지 정말 정보가 많다.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 간에도 중고 거래 행태에 차이가 있나.

이제 밀레니얼세대의 ‘막내’에 해당되는 연령까지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경제력을 갖추게 되다 보니 명품 등 프리미엄 브랜드나 고가의 캠핑이나 골프용품의 중고 거래를 주도하는 세대로 떠올랐다. 밀레니얼세대가 취미 및 여가에 대한 지출 비중이 크다고 하는데 중고 거래에서도 그러한 트렌드가 나타나는 셈이다. 스니커즈 리세일 열풍을 만든 것도 이들이다. Z세대는 경제력이 부족해 주로 저렴한 것들을 거래한다. 아이돌 포토카드, 직접 만든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용 스티커)’ 등 소소한 것들을 사고판다.

영화관에 무료로 비치됐던 영화 팸플릿까지 몇천 원에 거래하더라.

코로나 사태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닌텐도 스위치가 품절돼 웃돈을 줘도 구하기 어려운 때가 있었다. 그때 어떤 판매자가 종이상자로 닌텐도 스위치와 똑같은 모형을 만들어 1만 원에 판매한다고 하자 주문이 엄청 몰려 판매자가 ‘더는 못 만들겠다’며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해 미디어아트 작가인 송호준 씨가 갖고 있던 물건들을 팔아 요트를 구입하겠다며 ‘요트 프로젝트 상점’을 열었다. 3D프린터, 무전기 등 정말 소수 소비자를 겨냥한 듯한 제품들도 사가는 구매자들이 나타났다. 중고 시장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중고 소비를 확산시킨다고 보나.

경제성장기에 유년 시절을 보낸 기성세대는 ‘더 나은 것’을 지향하는 데 익숙하다. 또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한다. 이들보다 여유로운 환경에서 나고 자란 MZ세대는 남이 아닌 나를 중심에 두고 만족감을 생각하며 환경 문제에 민감하다. ‘이거 중고로 산 거야’라고 말하는 것을 부끄럽다고 여기지 않는다. 텀블러나 친환경 용기에 대한 의식도 높다. MZ세대 사이에서 지속가능성을 몸소 실천하는 파타고니아와 폐천막으로 가방을 만드는 프라이탁(Freigtag)의 인기가 매우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두 회사는 확실히 기성세대가 주 팬인 브랜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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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장터 사용자들은 프라이탁에 대해 ‘프라이탁 가방을 들고 다니면 내가 이렇게 좋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릴 수 있다’ ‘프라이탁을 중고로 구매한 뒤 재판매하고, 또 다른 디자인과 컬러의 프라이탁을 산다. 프라이탁은 좋은 가격에 재판매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하늘 아래 똑같은 디자인의 프라이탁 가방은 없기 때문에 흔치 않은 디자인을 구하기 위해 일부러 중고로 구매한다’라고 말한다. 환경과 취향을 중시하고 소유보다 체험을 선호하는 MZ세대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증언이다.

판매자가 곧 구매자이고, 구매자가 곧 판매자인 선순환이 중고 거래 시장을 성장시키는 주요 동력인가.

물론이다. 다만 현재는 구매자가 판매자보다 더 많다. 번개장터의 경우 그 비율이 3대1가량이다. 개인 간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판매자가 매우 중요하다. 팔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에 판매자가 모든 선순환의 시작점에 있다. 흥미로운 점은 중고 판매에 한번 성공하면 그 이후로 계속 판매에 나선다는 사실이다. 중고로 팔면 되니까 지출에 대한 부담감이 적어져 더 많이 소비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중고 거래 시장에서 사기만 하는 사람들은 꽤 있지만 팔기만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되팔 수 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

중고 거래 플랫폼이 점점 사용자끼리 소통하는 SNS를 닮아가고 있다.

아직은 소비자가 중고 거래 플랫폼을 SNS처럼 사용한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번개장터에서 ‘내피드 사건’이 벌어졌다. 내피드는 내가 팔로우하는 ‘상점(판매자의 페이지)’에 새로 올라온 제품을 피드로 모아 보여주는 서비스인데, 앱 개편 작업을 하면서 내피드 서비스를 없앴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검색하거나 해당 카테고리로 들어와 찾아보지, 내피드를 열심히 보는 사용자는 별로 없을 거란 게 내부 판단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별 하나짜리 앱 리뷰가 등장하면서 “개발자님, 제발 ‘내피드’ 살려주세요” 하는 댓글이 속속 올라왔다. 그래서 하루 만에 내피드 기능을 되살렸다. 자신이 좋아하는 판매자를 팔로우하며 어떤 제품이 새로 올라오는지 즐겨 보는 사용자가 꽤 많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향후 소비문화에서 중고 거래가 차지하는 위상은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식료품은 직접 마트에 가서 사는 것이었는데, 온라인 장보기가 어느새 일상화됐다. 마찬가지로 중고 시장이 하나의 카테고리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면서 크게 신제품 시장과 중고 제품 시장으로 양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괜찮은 중고가 나온 게 있나 찾아보는 소비자들이 이미 존재한다. Z세대가 사회로 본격 진출하는 시기가 되면 이 방향으로 확 바뀔 것으로 본다.

이런 움직임에 각 브랜드와 플랫폼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믿는다. 개인 소비자가 중고로 구매할 때 망설여지는 제품군이 있다. 명품 등 고가 제품은 정품이 맞는지 불안하고, 가전제품은 기능에 문제가 없는지 확신하기 어렵다. 이러한 소비자의 걱정을 브랜드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준다면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것이다. MZ세대는 좋은 값에 되팔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제품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 중고차 판매 이력처럼 각 제품이 언제, 어느 매장에서 첫 판매돼 어떠한 중고 거래 과정을 거쳤는지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