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1. 소비의 미래, 중고 거래 비즈니스 전략

기성세대까지 명품 중고 거래 붐
고객들 ‘짝퉁 불안감 해소’가 관건

326호 (2021년 0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국내 중고 시장은 패션 위주로 형성돼 있다. 중고 패션 중에서도 럭셔리, 특히 ‘트루 럭셔리’라 불리는 전통적 명품 브랜드가 시장을 견인한다. 4조 원이 넘는 중고 패션 거래가 당근마켓 같은 개인 간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상당 부분 성사되고, MZ세대에 더해 기성세대까지 럭셔리 중고 거래에 나서는 점은 국내 시장만의 특색이다. 하지만 고가 제품을 개인 간 거래하는 데서 오는 고객의 불편이 적지 않다. 상품 탐색에서부터 구매 이후까지,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고객의 고통을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로 해소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입고 버리는’ 패션 시대가 저문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중고 패션(의류, 신발, 잡화 포괄) 시장은 300억∼400억 달러(약 34조∼45조4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는 글로벌 패션 시장의 약 2%를 차지하는 규모로, 비중으로 보자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5년간 글로벌 패션 시장의 연평균 시장성장률이 1∼2%에 불과한 데 반해 글로벌 중고 패션 시장은 두 자릿수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특히 향후 5년간 연평균 15∼20%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시장이다. 한편 시장 내 주요 사업자, 그중에서도 중고 패션 플랫폼의 경우 향후 5년간 연평균 100% 이상의 성장세까지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BCG에 따르면 실제로 2023년까지 소비자 옷장의 27%가량이 중고 패션으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1) 『의식 있는 옷장(The Conscious Closet)』의 저자 엘리자베스 L. 클라인은 중고 패션을 “기존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의 ‘옷 바꿔 입기’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막대한 의류 쓰레기를 양산하지 않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패션 소비”라고 칭한다. 그는 “‘입고 버리는(disposable)’ 패션에서 고품질 제품을 ‘재사용’하는 패션으로 미래의 패션 소비 패턴이 재구성될 것”이라고도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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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명품을 ‘당근 하는’ 독특한 한국 시장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서 한국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고 거래에 대한 관심의 강도가 더욱 높아졌다. 특히 최근 국내 중고 패션 시장의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은 거래액 기준 2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이 중 단일 카테고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패션이다.1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중고 거래 플랫폼들도 거래액 중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 패션 카테고리에서 나오고 있다고 밝힌다.

BCG는 국내 중고 패션 시장의 규모가 2020년 기준 4조 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럭셔리 중고 패션 시장이 이 중 40% 이상을, 또 럭셔리 중고 패션 시장에서 의류와 가방이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럭셔리 중에서도 ‘트루 럭셔리(True Luxury)’라 불리는 전통적 명품 브랜드가 럭셔리 중고 패션 시장 거래액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반면 소위 ‘매스티지’라 불리는 합리적 가격대의 어포더블 럭셔리(Affordable Luxury) 브랜드의 거래 시장은 전체 중고 패션 시장 내 비중이 10%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럭셔리 중고 패션 시장에서는 가방 비중이 가장 높은 반면, 럭셔리 외 일반(Mass) 중고 패션 시장에선 의류 비중이 가장 높다.

국내에서 중고 패션 거래는 어디서 벌어질까? 크게 세 종류의 사업자 유형이 존재한다. △개인 간(C2C) 멀티 카테고리 중고 거래 플랫폼 △오프라인의 럭셔리 중고 직매입/위탁사업자, 비교적 최근 등장한 △럭셔리 패션 특화 온라인 플랫폼이다.

구구스, 고이비토 등 럭셔리 중고 직매입/위탁사업자는 지역 내에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해당 지역 고객으로부터 명품을 직매입 혹은 위탁받아 판매한다. 이들은 최근의 중고 거래 붐 이전부터 상당히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해온 중고 패션 업계의 1세대 사업자다. 이후 등장한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은 패션 또는 럭셔리에 특화하지 않고 개인 간 중고 거래 그 자체에 방점을 둔 C2C 멀티 카테고리 플랫폼이다. 필웨이, 리본즈 등은 럭셔리 패션에 특화돼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디지털 사업자다. 다만 이들의 중고 사업 비중은 20% 남짓으로 병행 수입 기반으로 신상품 판매에 주력하는 럭셔리 패션 플랫폼에 가깝다.

BCG에 따르면 국내 중고 패션 거래의 대부분은 C2C 멀티 카테고리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위 ‘4대 중고 장터’라 불리는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 헬로마켓이 중고 패션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거래액 면에서는 국내 최초로 C2C 중고 중개사업을 시작한 중고나라의 입지가 아직은 가장 크지만 성장률 면에서는 최근 급부상한 당근마켓이 가장 두드러진다.

전체 중고 패션 시장의 무려 30% 이상을 소위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같은 트루 럭셔리가 차지한 가운데 중고 패션 거래의 대부분이 당근마켓 같은 곳에서 이뤄진다는 점은 매우 독특한 한국 시장의 특징이다. 중고라 하더라도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높게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아이템을 개인 간 거래로 해결하는 데는 수많은 잠재적 문제점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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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불안감이 가장 큰 걸림돌

실제 BCG의 국내 소비자 조사에서 생각보다 많은 소비자가 C2C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명품 가방, 시계, 스니커즈 등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다양한 페인 포인트(pain point, 통점(痛點))를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 탐색-검색-상품 정보 확인-정품 및 사기 검증-결제-상품 확보-구매 후 서비스에 걸친 거래의 전 단계에서 상당한 불편과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다.

우선 개인이 제품명과 정보를 업로드하는 C2C 플랫폼의 특성상 상품 브라우징이 쉽지 않다. 열심히 검색을 해도 내가 찾는 바로 그 제품을 찾아내기 만만치 않다. 제품의 정보 및 가격 또한 판매자가 주관적 판단하에 설명하고 책정하기 때문에 구매자 입장에선 제품 상태가 구체적으로 어떤지, 적정한 가격이 맞는지 확신할 수도 없다.

구매자의 가장 큰 페인 포인트는 제품 구매를 결정하고 난 이후에 등장한다. 가품(假品)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바로 그것이다. 이외에도 고가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현금으로 결제해야 하고, 할부 등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 거래 시 매번 대면해야 하는 점, 구매 후 반품/환불/교환 등이 불가능한 점도 손꼽히는 페인 포인트다.

이런 이유로 중고 패션의 시장성이 어느 정도 확인된 해외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며 차별적 고객 가치를 제공하는 차세대 중고 패션 또는 중고 럭셔리 패션 특화 플랫폼이 활발하게 등장하고 있다. 더리얼리얼, 스레드업(Thread Up), 베스티에르 컬렉티브(Vestiaire Collective), 포시마크(Poshmark) 등이 그 예다.

특히 중고 럭셔리 거래 고객의 특성을 이해하고, 페인 포인트를 해소하려고 노력한 더리얼리얼의 사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2

위탁 사업 모델에 집중한 럭셔리 특화 플랫폼인 더리얼리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럭셔리 중고 사업의 기반이 되는 상품 조달에서 차별적 역량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일반 유통과 달리 개인에게서 중고 상품을 제각각 확보해야 하는 중고 위탁 판매의 특성상, 상품성 있는 아이템을 안정적으로 소싱하는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더리얼리얼은 “고객에게 샤넬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와 같은 경험을 그대로 제공해야 그들도 샤넬 제품을 중고로 팔 때 우리에게 위탁한다”는 신념하에 전문 영업 인력이 투입되는 화이트 글로브(White Glove)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는 서비스 능력이 검증된 영업 인력이 고객의 집을 직접 방문해 판매할 제품을 수거하는 서비스다. 또 뉴욕 어퍼이스트사이드나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등 잠재 고객이 많이 사는 주요 지역에 컨시어지 오피스를 운영하며 판매자가 직접 위탁할 제품을 갖다 맡길 수 있는 드롭오프(dropoff) 컨시어지 오피스 등을 운영하며 판매자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펼친 결과 전체 거래액의 절반이 충성 판매자 물량에서 나오고 있다.

동시에 구매자에게도 감정, 가격 책정(프라이싱), 고객 접점 관리 측면에서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명품 중고 거래에서 가품에 대한 불안감이 고객의 가장 큰 페인 포인트라는 점을 확인한 더리얼리얼은 100명이 넘는 자체 감정 인력을 두고 감정 역량을 내재화했다.

또한 데이터 분석에 근거한 정교한 가격 책정 정책을 구축했다. 위탁 판매 사업의 특성상 회전율이 낮으면 위탁을 맡긴 판매자의 불만이 높아지고 운영비 또한 증가한다. 이에 더리얼리얼은 운영 상품의 70% 이상을 30일 내 소진하는 것을 내부 목표로 삼는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마진을 극대화하면서도 단시일 내 판매 가능한 최적의 가격선을 책정하는 게 핵심이다. 더리얼리얼은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가격 민감도(price sensitivity) 모델을 구축하고 외부 시장 가격의 레퍼런스를 수집해 최적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객 접점의 고도화 측면에서 더리얼리얼은 검색, 상품 정보 확인, 결제, 배송 등을 신품을 취급하는 온라인 럭셔리 패션 플랫폼과 동일한 수준으로 구현하고 있다. 고객이 구매 과정에서 신품 구매를 할 때와 같은 동일한 편리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중고라 하더라도 럭셔리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타깃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이들이 빈번하게 애플리케이션(앱)을 방문하게 하는 등 방문과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는 더 나은 중고 거래 경험을 요구

BCG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중고 패션 거래 인구가 1000만 명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향후 몇 년간 이들의 중고 거래 규모가 매우 가파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란 점이다. 현재 4조 원이 넘는 국내 중고 패션 시장은 2023년까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제품군은 단연 럭셔리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주역이 MZ세대뿐만 아니라 베이비붐세대와 X세대로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MZ세대가 ‘디지털 세대’로 태어나고 자랐다면 기성세대의 디지털 경험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온라인 장보기나 유튜브 같은 디지털 콘텐츠 소비하기, 그리고 온라인으로 중고 거래하기 등의 활동에 기성세대도 이제 도가 텄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중고 거래에 눈을 뜬 이들의 향후 중고 패션 거래량은 앞으로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수요의 확대는 당연히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 내 진입을 촉발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많은 소비자가 중고 패션 거래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를 충족시켜줄 만한 차별적 사업 모델을 들고나온 국내 사업자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나 유럽에는 이미 수조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거나 기업 공개에 성공한 다수의 디지털 기반 중고 패션 스타트업이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이러한 새로운 사업자의 출현이 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범(凡) 패션 사업자라 할 수 있는 다양한 국내 업체들은 근래 국내 중고 패션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패션업체나 디지털 플랫폼은 물론 전통적인 유통업체 또한 디지털 시대의 신사업 기회로 중고 패션 시장을 겨냥하고, 이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류가 자주 감지되는 요즘이다. 특히 중고 거래 활성화가 신제품 판매를 감소시키는 부정적 결과로만 귀결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중고 제품 경험이 신제품 구매로 이어지고, 브랜드가 중고 판매를 하는 고객에게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은 디지털 중고 패션 사업 진입을 고려하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이러한 점에서 다양한 범 패션 기업들의 중고 시장 참여 의지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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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기회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중요한 질문은 ‘이기는’ 사업 모델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다. 수많은 잠재 진입자 중 누가 이 시장의 진정한 승리자가 될 것인지가 향후 1∼2년간 국내 중고 패션 시장의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송지연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파트너 Song.Jiyeon@bcg.com
필자는 글로벌 전략컨설팅사 BCG (Boston Consulting Group) 서울사무소의 파트너다. 서울 사무소 외 도쿄, 뉴욕, 상하이 등에서 근무하며 15년 이상 컨설팅 경력을 쌓았다. 현재 BCG에서 유통/소비재 분과의 핵심 멤버로 활동 중이며, 특히 이커머스, 디지털 플랫폼, 배송/물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영역 내 핵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DBR mini box: 리세일 성공 전략 수립
희소성과 인기는 기본, ‘시간차’에 부가가치를 더하라


두 명의 아티스트가 있었다. 이들의 초기 작품은 누가 무엇을 그렸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작품 가격에 차이가 벌어졌다. 한 명은 살아 있을 때부터 스타였고, 사후 1200억 원에 낙찰되는 작품이 나왔다. 반면 다른 한 명은 잘 알려지지 않았을뿐더러 작품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전자는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1960∼1988), 후자는 디아즈(Al Diaz, 1959∼)다. 어떤 이유로 둘의 명성에 큰 차이가 생긴 걸까?

바스키아와 디아즈는 무엇이 달랐나

바스키아와 디아즈의 예술적 기교는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기질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바스키아는 적극적으로 예술계 인맥을 쌓았다. 당시 뉴욕 예술계의 거장 앤디 워홀, 그리고 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 키스 해링과 친분을 쌓았다. 뉴욕 예술계의 마당발, 디에고 코테즈와도 친했다. 반면 디아즈는 외톨이처럼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냈다.

예술 작품은 가격을 산정하기가 애매하다. 작품의 크기나 제작 원가로 판단하기 어렵고, 통상적으로 정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주관적 평가와 대중적 인기로 예술 작품의 가치가 결정되는데 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회적 인맥이다. 유명 작가나 갤러리 운영자, 큐레이터 등과 친분이 있다면 예술계에 이름이 언급되거나 작품이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고, 그럴수록 작품에 대한 인지도 및 호감도가 올라간다. 자연스레 작품 가격도 비싸진다. 바스키아의 작품이 그랬다.

작품 가치와 사회적 인맥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 해도 작품 하나에 1200억 원이나 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예술 작품을 거래하는 시장의 구조를 들여다보자.

예술 작품을 사고파는 시장은 크게 1차 시장과 2차 시장으로 나뉜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처음으로 파는 갤러리 같은 곳이 1차 시장이고, 2차 시장은 누군가 소장하던 작품의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경매 시장 같은 곳을 말한다. 그런데 보통 1차 시장에서 거래된 ‘새 작품’의 가격보다 2차 시장에서 거래된 ‘헌 작품’의 가격이 더 높다. 소모품을 중고로 판매할 때와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2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예술 작품도 어찌 보면 중고인데도 가격이 더 비싸지는 것은 희소성 때문이다. 판화나 프린팅으로 완성한 작품이 아니라면 작품 하나하나가 사실상 유일성을 갖는다. 공급은 제한돼 있는데 찾는 사람이 많으니 2차 시장에 등장했을 때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수요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가격을 높이는 구조적 장치

예술 작품이 거래되는 2차 시장에서 리세일(Resale)과 중고 판매의 핵심적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둘 다 헌 제품을 다시 판다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리세일이 ‘새 제품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행위’라면 중고 거래는 ‘새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는 행위’라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따라서 리세일은 리셀(利sell), 즉 ‘이득을 보는 판매’라고 정의할 수 있다.i

그러나 희소성이 있고 인기가 많다고 해서 리셀(Resell) 비즈니스가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가격을 높일 수 있는 구조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다음 사례를 통해 리셀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장치에 대해 살펴본다.

① 피터해링턴: 제품을 업그레이드시킨다

영국 런던의 피터해링턴(Peter Harrington)은 헌책을 판다. 그런데 매장 한쪽 코너에 세워둔 유리 진열장 안에 있는 헌책 가격을 더하면 6만6500파운드(약 1억 원)나 된다. 진열장 안에 9권의 책이 있으니 1권당 평균 1000만 원이 넘는 셈이다.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 1만5000파운드, 월트디즈니가 만화로 제작한 『밤비』가 8750파운드다. 특별히 비싼 책을 유리 진열장에 모아둔 것이긴 하지만 이 서점에서 판매하는 헌책은 기본적으로 비싸다. 정가보다 저렴한 책은 한 권도 없다.

헌 물건은 중고 시장에 나와 신제품과 경쟁한다. 몸값을 낮춰야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헌 물건이 세월을 버텨내면 가치가 올라간다. 더는 생산되지 않기에 희소성이, 물건이 사용되던 시대를 등에 업기에 차별성이 생긴다. 또한 누구의 손때가 묻었는지에 따라서도 가치가 달라진다. 저명인사가 사인을 하면 증서를 붙인 셈이 돼 가치가 올라간다. 특히 저자/제작자가 직접 서명했다면 가치는 더 커진다.

피터해링턴은 이런 헌 물건의 속성을 이해하고 책에 적용했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 희귀해진 헌책이나 작가가 직접 서명한 헌책을 수집해 일개(?) 책의 가격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가격에 재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헌책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 어렵사리 구했다고 하더라도 오래된 책들은 책 표지나 페이지가 훼손돼 읽기도, 보관하기도 불편할 수 있다. 이는 가치 있는 헌책의 값어치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그래서 피터해링턴은 헌책을 양장본으로 리커버해 새 책처럼 만들어 판매한다. 리커버를 통해 너덜너덜하던 헌책이 고급스러운 책으로 거듭난다. 가죽 등 고급 소재로 표지를 다시 씌우기 때문에 소장 가치가 높아진다. 비교적 최근 작가의 헌책도 이처럼 소장 가치를 높인 리커버를 통해 판매한다.

리커버 양장본은 전집일 경우 더 빛을 발한다. J.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 일곱 편의 초판을 모아 양장본으로 리커버한 전집은 1만8000파운드(약 2700만 원),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이 포함된 24권짜리 마크 트웨인 전집은 1만5000파운드, 『동물 농장』 『1984』 등으로 구성된 8권의 조지 오웰 전집은 6000파운드 수준이다.

피터해링턴에서 판매하는 책은 일반 서점에서 같은 제목으로 나와 있는 책과 당연히 그 내용이 다르지 않다. 하지만 소장 가치 있는 헌책을 양장본으로 리커버해 업그레이드하니 리셀할 수 있는 제품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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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베리 브로스 앤드 러드: 제품을 대신 관리한다

와인도 투자의 대상이다. 고급 와인은 숙성될수록 맛이 좋아지고 희소성이 생겨 가치가 올라간다. 기후가 좋은 해에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와인은 민감한 술이기 때문에 제대로 보관하지 않으면 맛이 떨어져 가치가 낮아진다. 와인을 제대로 보관하려면 온도, 습도, 빛, 냄새 등은 물론이고 심지어 진동도 잘 관리해야 한다. 습도가 낮으면 와인병의 코르크 뚜껑이 말라 산소가 과하게 유입되고, 반대의 경우엔 곰팡이가 핀다. 또한 직사광선은 와인의 산화를 촉진하고, 강한 냄새는 와인의 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진동은 와인의 노화를 앞당긴다. 이쯤 되면 가정에서 와인을 최상의 조건에 보관하는 게 불가능한 미션처럼 보인다.

런던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숍 ‘베리 브로스 앤드 러드(Berry Bros & Rudd)’는 바로 이 지점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잡았다. 와인의 현재가 아닌 미래 가치를 보고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와인 저장고를 대여해주는 것이다. 매장 내 작은 저장고가 아닌 런던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베이싱스토크(Basingstoke)에 위치한 거대한 와인 저장고를 빌려준다. 약 900만 병의 와인을 보관할 수 있는 곳이다.

와인 저장고 대여 서비스를 ‘셀러 플랜(Cellar Plan)’이라는 와인 정기 구매와 결합해 판매하고도 있다. 셀러 플랜은 고객으로 하여금 매달 일정 금액 이상의 와인을 구매하게 하고, 그 와인을 와인 저장고에 보관해주는 서비스다. 고객에겐 전담 매니저가 배정된다. 고객은 전담 매니저에게 와인 선택을 위임할 수도, 조언을 듣고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도 있다. 적립식 펀드처럼 와인에 투자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시간이 흘러 와인의 가치가 높아진다 해도 되팔 방법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이에 베리 브로스 앤드 러드는 2010년 자체적으로 와인 거래 플랫폼 ‘베리스 교환 중개소(Berrys’ Broking Exchange, 이하 BBX)’를 오픈했다. BBX는 고급 와인을 개인 간에 거래하는 온라인 마켓이다. 현재 2000종 이상의 와인이 BBX에 올라와 있으며 구매자는 판매자가 제시한 가격에 바로 와인을 살 수도, 입찰을 제의할 수도 있다.

이 BBX에 한 달에 24만 명 이상이 접속한다. 거래되는 와인 리스트가 탄탄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도 BBX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인이 보유한 희소한 와인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보니 판매자가 터무니없는 가격을 책정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잦으면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그래서 업자들의 와인 거래소인 ‘리벡스(Liv-ex)’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데이터를 공유해 개인 간 거래에 참고할 수 있게 한다. 리벡스는 글로벌 고급 와인 시장에 관한 종합적인 데이터를 제공한다. 36개국에서 참가하는 400개 이상의 리벡스 회원사들은 전 세계 고급 와인 거래의 95%를 차지하기에 거래량만으로도 시장 표준이 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더해 리벡스는 회원사들의 거래에 관한 정보를 데이터로도 가공해 제공한다. 예를 들어 ‘리벡스 파인 와인 100(Liv-ex Fine Wine 100)’은 시장에서 가장 인기 많은 100개 와인의 가격을 추적해 지수화한 지표다.

이처럼 BBX가 리벡스의 데이터를 통해 와인 가격의 기준을 제시하고 거래가 이뤄졌을 때만 수수료를 책정하니 고객은 자신이 보유한 와인을 되팔기가 쉬워졌다. 투자 개념으로 사들인 와인을 원하는 시점과 가격에 팔 수 있게 되자 와인의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문턱이 낮아지고, 문턱이 낮아진 만큼 와인 리셀 시장은 활성화되고 있다.

③ 브릭이코노미: 제품의 미래 가치를 알려준다

지금은 마음에 들어서 사려고 하지만 나중에 이득을 보고 되팔고 싶은 제품이 있다고 할 때, 해당 제품의 미래 가격을 미리 알 수 있다면 어떨까? 제품을 구매할 때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진짜 구매를 결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 레고(Lego)의 세계에서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 ‘브릭이코노미(brickeconomy.com)’를 통해서다.

브릭이코노미는 레고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레고를 거래하는 데 필요한 정보와 데이터를 제공하고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의 판매 사이트로 연결해준다. 단, 레고 중에서도 리셀이 가능해 투자 가치가 있는 제품만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레고는 레고스토어나 장난감 전문점에서 언제든 살 수 있는 공산품임에도 어떻게 리셀이 가능한 걸까?

레고 중에서 세트로 출시하는 제품과 미니 피겨는 단종된다. 일정 기간이 지나거나 일정 물량이 소진되면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 요즘은 단종되더라도 인기가 너무 많을 경우 재생산하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단종 정책이 매우 철저했다. 이러한 레고의 단종 정책으로 자연스럽게 레고 세트와 미니 피겨가 한정판이 되고, 리셀이 가능해진 것이다.

레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기 때문에 다양한 레고 리셀 플랫폼이 존재한다. 브릭이코노미가 이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리셀에 최적화된 데이터에 있다. 브릭이코노미에서는 레고 세트와 미니피겨의 공식 판매가, 과거 리셀로 거래됐던 가격, 레고 세트별 연평균 수익률을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중고 시장의 판매 트렌드, 통계학 및 머신러닝 분석을 통한 미래 가치 평가 데이터 등을 제공한다. 아직 판매 중인 레고 세트나 미니 피겨라면 단종 예상 시점과 단종 이후 가격 변화 예측치를 알려준다. 고객은 지금 사면 몇 년 후 얼마에 리셀할 수 있는지 예상할 수 있다.

레고 ‘스타워즈 클라우드 시티’ 세트를 예로 들어 보자. 이 세트는 2003년에 출시됐다. 당시 판매가는 99.99달러였다. 현재 리셀 시장에서의 가격은 2707.92달러다. 20년도 안 돼 약 26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연간 수익률은 11.8% 정도 된다. 브릭이코노미가 제공하는 데이터에 따르면 이 제품을 2022년에 재판매한다면 2868.16달러 수준에서 판매할 수 있다. 1년을 더 기다리면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지만 추가되는 수익률을 계산해보면 5.9%로 그간 연평균 수익률의 절반에 그친다. 절대 금액의 상승분이 중요하다면 내년에, 수익률에 더 무게중심을 둔다면 지금 리셀하면 된다.

브릭이코노미가 돈을 버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고객을 레고 공식 홈페이지, 아마존, 이베이 등 실제 구매나 판매를 할 수 있는 사이트로 링크를 연결해주는데 이때 실제 거래가 일어나면 판매처로부터 1%의 수수료를 받는다. 또 패트리온(Patreon)이라는 멤버십을 운영하며 정기 구독 모델로도 수익을 올린다. 이 멤버십에 가입을 하면 새 레고 제품이 나왔을 때 먼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 페이팔을 통해 기부를 받는다. 고급 정보를 무료로 볼 수 없다는 선의를 가진 사람들에게 창구를 열어놓은 것이다.

사고 되팔기 사이, 시간차의 의미

리셀 비즈니스의 중심에는 ‘희소성’ ‘인기’, 그리고 ‘시간차’가 있어야 한다. 희소하지 않고 꾸준히 공급되는 제품이라면 리셀이 아닌 중고 시장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희소하지만 인기 없는 제품이라면 높은 리셀가가 형성될 리 만무하다. 여기에 더해 시간차가 없다면 수요자가 현재 판매하는 곳에서 동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니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리셀 시장이 성립하기 어렵다.

위의 세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리셀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희소성, 인기, 시간차 중에서도 특히 시간차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피터해링턴은 헌책의 특성상 시간의 흐름에 의해 낡고 헤진 부분을 보강해 리셀 비즈니스를 업그레이드했다. 베리 브로스 앤드 러드는 리셀하기 전까지 와인을 제대로 보관하기 어려운 투자자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리셀 비즈니스를 더 편리하게 만들었다. 브릭이코노미는 시간이 흐른 후의 제품 가치를 평가해줌으로써 리셀 비즈니스를 팬덤에 기반한 감성의 영역에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과학의 영역으로 확장시켰다. 이처럼 사고 되팔기까지의 시간 사이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다면 리셀은 취미를 넘어 비즈니스가 된다.


참고문헌
1.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성공의 공식 포뮬러』, 2019
2. 이동진 외, 『퇴사 준비생의 런던』, 2018
3. 이동진 외,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2019
4. 브릭 이코노미 홈페이지(www.brickeconomy.com)


이동진 트래블코드 대표 dongjin.lee@travelcode.co.kr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올리버와이만에서 컨설팅 업무를, CJ E&M에서 전략기획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여행의 이유’를 만드는 여행 콘텐츠 기획사 트래블코드를 운영하고 있다. 『퇴사준비생의 런던』 『퇴사준비생의 런던』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를 공동 저술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